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37
37화. 판이 깔리다 (3)
“서, 성?”
“왜 성이 있는 거지?”
능력자들의 눈앞에 어둡고 음침한 고성이 나타났다. 성이 보이는 곳 외엔 전부 어둠에 잠겨 있었다.
“고성 형태의 던전이라니!”
“일단 주변을 살펴봐. 다른 게 있을 지도 몰라.”
능력자들은 성의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성 외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성의 입구는 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나 있었고, 입구 앞엔 악마의 조각상이 세워져 있었다.
“우린 북문으로 가겠다.”
광도문의 송지훈이 뒤에서 팔짱을 끼고 있는 백우진을 향해 입을 열었다.
“마음대로.”
백우진의 여유로운 대답에 송지훈의 이마에 힘줄이 올라왔다. 저 여유로운 태도가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당장 깨버리고 싶었다.
“내기 하나 할까?”
입구에 들어가려던 송지훈은 양손을 펼치며 모두의 시선을 모았다.
“이 던전의 보스를 잡는 사람한테 자신이 가지고 온 무기를 넘기는 거 어때?”
“무기를?”
불사조 길드의 서진환이 황당하다는 듯 되물었다.
“솔직하게 말해서 우린 서로를 밟기 위해 왔잖아. 이왕 하는 거 통 크게 하자고. 보스를 잡는 사람이 모든 것을 가지는 거야. 어때?”
“음….”
“좋다.”
서진환이 고민을 할 때 영웅 길드의 강훈이 자신의 창을 들어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들이 빌빌 기고 있을 때 내가 보스를 잡아주마.”
“여기서 물러나면 능력자 때려치워야겠지.”
서진환도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검을 보여줬다.
“그쪽은 어때?”
“전 하지 않겠어요.”
송지훈의 시선을 받은 적연화는 관심 없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그는 피식 웃고서 마지막으로 백우진을 보았다.
“신검백가. 넌 당연히 들어오겠지?”
“마음대로.”
“크윽!”
조금 전과 똑같은 대답에 송지훈이 인상을 찌푸렸다.
“좋아. 받아들이는 것으로 알겠다. 나중에 다른 소리를 하지 말도록.”
백우진은 얇은 미소를 지으며 검을 보여주었다.
“말했듯이 우린 북문으로 가겠다. 나와 붙고 싶다면 얼마든지 따라오도록!”
송지훈의 호위와 부하들을 데리고 북문으로 들어갔다.
“우린 동쪽으로 가겠소.”
“그럼 난 서쪽으로 가지.”
불사조 길드가 동쪽, 영웅 길드가 서쪽으로 들어갔다. 대형 길드가 모두 방향을 정하자, 남은 사람들은 전부 남쪽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간 싸움이 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가요.”
“예!”
적연화는 남쪽의 문으로 향하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당신은 안 들어가시나요?”
“구경 좀 하고.”
“당신이 강하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 그렇게 여유를 부리다간 큰 코 다칠 거예요. 저희 적가만이 아니라, 광도문, 불사조, 영웅 전부 강하고 전통 있는 길드에요.”
“날 걱정해주는 건가?”
“그, 그게 아니라….”
당황한 적연화가 말을 더듬었다.
“당신은 제가 쓰러뜨릴 거니까. 다른 사람에게 당하지 말라는 거예요!”
적연화는 몸을 획 돌리고 남문으로 향했다.
“조심해라.”
등 뒤에서 들린 백우진의 말에 적연화의 고개가 프로펠러처럼 돌아갔다. 정말 저 인간이 한 말이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다, 당신도요.”
적연화는 어색한 표정을 한 채로 남문으로 들어갔다. 이제 성 밖에 남은 사람은 백우진밖에 없었다.
“도련님. 내기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래. 이따가 저 무기들 경매할 준비나 해둬.”
백우진의 자신감 넘치는 말을 듣자, 문주영은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공짜 무기 축하한다.
‘멘탈이나 좀 건들려고 한 건데, 저렇게 나오네. 이래서 곱게 큰 놈들은 안 돼.’
내기는 하나마나다. 저들의 무기는 이미 손에 들어온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럼 출발하시죠.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그전에 할 게 있어.”
투두두둑.
방금 적가의 무인들이 들어간 입구 앞에 있던 악마 조각상에서 돌가루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쾅!
돌가루가 우수수 떨어지다가 석상이 통째로 부서졌다.
“키아아악!”
석상이 깨진 곳에서 창 같이 날카로운 손톱과 발톱을 세우고, 한 쌍의 거대한 날개를 펼치는 몬스터가 나타났다.
“저, 저 몬스터는!”
“가고일이다.”
“가고일!”
가고일은 이 세계에 처음으로 나타났지만, 외형이나 특징이 너무 특이해 못 알아 볼 수가 없었다.
“키아아!”
가고일의 눈에 붉은 빛이 돌았다. 놈은 앞에 있던 백우진을 향해 손톱을 세우고 날아들었다.
쩌억!
백우진은 전력의 발검술을 사용해서 자신에게 달려들던 가고일을 쪼개버렸다.
“키이이….”
가고일은 날개를 다 펼치지도 못하고 반으로 잘려쓰러졌다.
“이 던전의 몬스터는 가고일이었군요.”
“그런 것 같네.”
-그런 것 같기는. 다 알고 있었으면서
흑암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중얼 거렸다.
-4군데 중 어디로 갈 거냐?
‘다 안가. 다른 곳으로 갈 거야.’
백우진은 문주영을 데리고 남문과 서문의 사이로 향했다.
캬아앙!
백우진은 그 중 세 번째 창문을 부숴버렸다.
-미친! 창문으로 가게?
“도, 도련님! 문이 있는데, 창문으로 가시게요?”
“그래. 따라와.”
“갑자기 왜 거기로….”
“백가가 남들 뒤를 쫓을 순 없지. 남들과는 다른 길로 가야지.”
백우진이 피식 웃으며 창을 넘어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던전입구로 들어온 것처럼 환경이 변했다. 차원의 문을 넘은 것 같은 감각이었다.
-뭐하는 짓이냐?
‘가고일이 나오는 던전의 특징은 미로효과가 있다는 거야.’
-음…
‘고성에서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면 이 성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장소 중 한 곳으로 들어가게 돼.’
가고일 던전만 그런 것이 아니다. 미로가 있는 던전에서 창문으로 들어가면 랜덤한 곳으로 떨어지게 된다.
-그, 그럼…
‘그래 운 좋으면 바로 보스에게 갈 수도 있고, 운 나쁘면 지하로 가서 멀어질 수도 있지.’
-이 미친놈! 또 운이야? 아오, 정말!
‘아쉽게도 보스 근처는 아닌 모양인데.’
백우진인 들어온 곳은 중간 지점인 것 같았다. 사람도, 가고일도 보이지 않았다.
‘이 방법의 아쉬운 점은 다시 나갈 수 없다는 거지. 한 번 찍으면 끝이야.’
-하긴 계속 나갔다 들어왔다만 반복하면 보스에게 갈 때까지 찾기만 할 테니.
백우진이 내부를 둘러보고 있을 때 문주영이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들어왔다.
“차원의 문을 이동한 느낌이군요.”
“그래. 이 장소 미로인거 같아.”
“어? 그, 그러면….”
“그거 꺼내.”
“알겠습니다!”
문주영은 고개를 끄덕이고서, 투명한 구슬을 꺼냈다. 구슬내부에선 구름 같은 하얀 연기가 흐르고 있었다.
“사용하겠습니다.”
“그래.”
문주영이 구슬을 비비자, 구슬 안에 있던 연기가 아주 얇은 실처럼 변해서 흘러나왔다.
스으으윽.
구슬에서 나온 실은 길이 나있는 방향으로 빛살처럼 뻗어나갔다. 연기는 갈림길마다 갈라지며 고성 전체로 흩어졌다.
“혹시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계셨던 겁니까?”
“그럴 리가 있나.”
“그런데 어떻게 연기 구슬을 준비시키셨는지.”
“새로운 던전이잖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모든 준비를 해야 하는 게 맞는 거지.”
“아….”
문주영의 눈에 놀람이 깃들었다. 검술에만 재능이 있는 게 아니라, 상황을 파악하고, 준비하는 능력까지 뛰어났다. 보면 볼수록 감탄이 나오는 사람이었다.
“대단하십니다!”
“별거 아니야.”
-야, 다 알고 있는 걸로 잘난 척하니까 좋냐? 응 좋아?
‘어, 좋아’
백우진은 피식 웃으며 뭔가 심술이 난 것 같은 흑암을 보았다.
‘저 구슬이 궁금한 거지?’
-흐흠, 뭐 대충은 알고 있는데…
‘구슬 내부에 있는 연기를 이용해서 미로의 길을 찾는 마법도구야. 연기가 모두 퍼지면 구슬에 미로의 전체 지도가 나오지.’
-그럼 이 미로는…
‘그래. 내게 미로는 아무 소용도 없다는 뜻이지.’
**
“제기랄!”
송지훈이 주먹을 휘둘러 벽을 부숴버렸다. 단단한 벽이 깔끔하게 파여 나갔다. 무너진 벽엔 얇은 칼자국이 나 있었다.
“여기 왔던 곳이잖아!”
“30분전에 지나간 곳입니다.”
“몬스터는 가고일이고, 지형은 미로라니, 지랄 맞은 던전이군!”
송지훈이 어금니를 꽉 깨물며 발로 땅을 찍으며 분풀이를 했다.
“남은 방향은?”
“왼쪽입니다.”
“후우….”
송지훈이 짜증을 담은 한숨을 뱉으며 왼쪽 길로 앞장섰다.
“모두 정지.”
송지훈 파티의 눈앞에 기사의 석상과 가고일 석상이 보였다.
“가고일입니다!”
“짜증나는 놈들!”
송지훈은 가고일들을 상대해보고, 석상상태의 가고일을 부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석상상태의 가고일을 죽이는 것보다, 석상화가 풀린 뒤 상대 하는 게 편했다.
“지나가서 대비해!”
송지훈은 먼저 길을 지나간 후 가고일 석상이 변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석상에선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가짜인 것 같습니다.”
“이것 때문에 더럽게 시간이 낭비되는군. 가자.”
송지훈이 거친 한숨을 내뱉고 고개를 돌렸을 때였다. 가고일 석상의 맞은편에 있던 기사의 석상이 부서지고, 그 안에서 가고일이 나타났다.
“키아아악!”
가고일은 등장하자마자, 날개를 펼쳐서 송지훈을 향해 돌진했다.
“감히!”
송지훈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가고일에 반응하고 도를 뽑아 빠르게 휘둘렀다.
“키악!”
하지만 가고일은 높은 천장을 이용해 송지훈의 도를 피한 뒤 하강하며 발톱을 찔렀다.
“이, 이런!”
송지훈이 뒤로 물러나려 할 때 가고일의 발톱이 길어졌다.
샤악!
가고일의 발톱이 송지훈의 가슴을 찌르기 직전 그의 호위가 가고일을 베어버렸다.
“으음….”
“죄송합니다. 상처를 입으실 것 같아서….”
“제기랄!”
송지훈이 욕설을 내뱉으며 일어났다. 그는 짜증이 가득 일은 표정으로 죽은 가고일을 노려보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지금부터 너희들이 나서라.”
송지훈이 이를 갈며 호위들을 보았다.
“예?”
“이제 너희들이 앞장서서 길을 찾고, 몬스터를 처리하라고!”
“하지만 내려온 임무는….”
“임무고 지랄이고! 내 명륜도도 걸렸고, 백우진 그 망할 놈도 눌러야 한다고! 보스는 내가 잡을 테니, 그 전까지 너희가 길을 열어!”
“아, 알겠습니다.”
송지훈의 호위들은 착잡한 표정으로 앞장서기 시작했다.
‘이건 아닌데…’
호위들이 직접 임무를 받은 건 아니지만, 문주는 이런 방식을 기대하지 않았을 거다. 자신들이 앞장서는 건 사기를 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완전 다르군.’
그들의 머릿속엔 홀로 좌중을 압도했던 백우진이 그려지고 있었다.
이런 일은 북문에서만 일어나지 않았다. 서문과 동문으로 들어간 불사조, 영웅 길드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
콰앙!
가고일의 머리가 터져나갔고, 그 안에선 작은 주먹이 반짝였다.
“아가씨. 이 던전 구조도 그렇고, 몬스터도 그렇고 조금 위험한 것 같습니다. 아직은 버거우실 겁니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그러면 아무 의미도 없어요! 늦더라도 제가 싸워서 나갈 거예요.”
적연화는 던전을 공략하기보다 백우진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직접 보기위해서 이곳에 왔지만 이 던전을 대충 통과할 생각은 없었다.
“아가씨….”
적연화의 당당한 대답에 그녀의 호위인 신승희는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앞에 있는 어린 무인은 언젠가 크게 될 것임을 다시 한 번 직감했다.
“음….”
적연화는 앞으로 가면서도 계속 뒤를 돌아보았다. 꼭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아가씨. 백우진을 기다리고 계십니까?”
“기, 기다리다니!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그냥 뒤에서 기습을 당할지도 모르니까! 보는 거죠!”
“그렇군요.”
신승희는 다 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 진짜라니까!”
**
삑!
연기구슬에서 소리가 난 뒤 투명했던 구슬에 여러 가지 선이 나타났다.
“지도가 완성됐으니. 가자.”
“앞장서겠습니다.”
“뭔 소리야. 넌 뒤에서 가만히 있어.”
“예?”
“다른 호위가 날 공격하기 전까지 가만히 있으라고, 오늘은 내가 다 끝낼 거니까.”
“아, 알겠습니다.”
백우진은 연기구슬의 방향을 확인하며 보스를 향해 달렸다. 빠르게 움직이던 그의 발걸음을 멈췄다. 앞에 가고일 석상과 기사의 석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쩌엉!
백우진은 두 석상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오러를 담아 내리쳤건만 석상엔 작은 흠집만 생겼다. 흑왕탄 정도는 써야 석상을 부술 수 있을 것이다.
가고일의 석상화 능력은 악의 기운을 받아 단단하고, 일반 석상은 흑석으로 만들어서 튼튼하다.
겉으로는 구별 할 수가 없고, 깨려면 최소한 5등급의 오러는 써야한다. 이게 이 던전의 어려운 점이었다.
“일단 지나가자.”
“예!”
백우진과 문주영이 동시에 지나갈 때 두 석상이 부서지며 가고일이 튀어나왔다.
촤아악!
백우진은 기다렸다는 듯 발검술을 사용해서 가고일을 베어버렸다. 한 마리가 공중으로 날아 피했지만, 예상했다는 듯 도약해서 공중에 뜬 가고일을 베어버렸다.
곡예비행 이후에 시전되는 가고일의 낙하공격은 위협적이지만, 약간의 딜레이가 있다. 백우진은 그 지연시간에 가고일을 베어버린 것이다.
“위협적이면서도 까다로운 몬스터로군요.”
“저 놈들 쉽게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생각났어. 따라와.”
“예?”
백우진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서 다시 움직였다.
‘방법이 있다고?’
문주영도 석상을 쳐봤기 때문에 알고 있다. 백우진의 수준으로 가고일의 석상을 부수면서 보스에 도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고 석상을 무시했다간 등 뒤에서 가고일의 기습을 받게 된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큰 흥미가 일었다.
“전방에 석상 2개가 있습니다.”
“잘 보고 있어.”
“예!”
문주영은 혹시 모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백우진의 뒤를 지켰다.
주르르륵.
백우진은 갑자기 자신의 검에 어떤 액체를 뿌린 뒤 석상을 내리쳤다.
쩡!
백우진이 휘두른 검은 첫 번째 석상을 부수지 못하고 튕겨 나왔다.
샤아악!
하지만 두 번째 석상에선 시원한 절삭음과 함께 하얀색 줄이 그어졌다. 석상에 생겨난 줄이 갈라지며 새하얀 빛을 터트렸다.
“키아아악!”
석상상태의 가고일이 반으로 잘리며 비명을 질렀다. 가고일은 피부가 하얗게 녹아버린 채로 숨이 끊어졌다.
“그, 그 액체는 대체….”
백우진은 경악하는 문주영에게 들고 있는 병을 보여주었다.
“방법이 있다고 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