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371
371화. 두 번째 귀환 (2)
싸리비처럼 동여맨 흑발에, 눈매는 굶주린 늑대처럼 매서웠다. 입고 있는 회색 장포의 소매는 뜯어졌고, 허리춤엔 덜렁거리는 검이 매달려 있었다. 전장의 장수처럼 거친 기상을 풍기면서도, 도인처럼 허허로운 기운이 함께했다.
“흑암!”
앞에 나타난 남성은 흑암이었다. 카바론이 만든 육체 이상으로 기억과 똑같은 외형이었다.
“흐음….”
흑암은 아기가 걸음마를 하는 것처럼 본인의 육체를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
“제대로 움직이는군.”
손끝부터 발끝까지 살펴본 흑암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흘렸다.
“카렌 님이 만든 신체가 그건가?”
“모르겠다. 너처럼 여기서 깨어나니, 이 몸이었다.”
흑암은 움켜쥔 주먹을 펼치며 고개를 저었다.
“뭐가 뭔지….”
백우진이 흑암에게 다가가려 할 때 검은 기둥이 솟구쳤다. 기둥의 중심이 엘리베이터 문처럼 열리며 카렌이 걸어 나왔다.
[오랜만이에요.]카렌이 자신과 흑암을 보며 작은 미소를 지었다.
“카렌 님.”
“카렌! 벌써 내 몸을 만든 거야? 대단하잖냐!”
[미안하지만, 아니야. 그 정도 육체를 한 달 만에 만드는 건 불가능해.]
카렌이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뭐? 이렇게 생생한데?”
[여긴 정신세계야. 우진 님의 정신세계와 네 정신세계를 합쳐서 만든 공간이지.]
“너 말고 오빠라고 불러. 그럼 이 몸은 내가 기억하는 몸인가?”
[그것도 아니야.]
카렌이 칫칫 혀를 차며 손가락을 흔들었다.
“그럼 이 신체는 대체 뭔데?”
[훗날 네가 가지게 될 신체를 이 장소의 특성을 이용하여 만들어 본 거야.]
“프로토타입이라는 건가?”
[맞아. 육체는 혼의 그릇. 방향을 잘못 잡으면 문제가 생기니까. 여기서 시험을 해 보는 거지. 어때? 잘 움직여?]
“내 전성기 이상의 육체다. 가볍기 그지없어.”
흑암은 권투선수처럼 통통 뛰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만 나온다면 소원이 없겠군.”
[그럼 다행이네.]
카렌은 흑암의 신체를 살피며 주문처럼 알 수 없는 단어를 중얼거렸다. 지금의 신체 형태를 기억하는 것 같았다.
[이제 우진 님 차례예요.] “네?”[한 달 전에 말씀하셨잖아요. 카인과 싸워 보고 싶다고.] “그럼….”
[아시다시피 이 장소는 죽어도 죽지 않고, 다쳐도 바로 나아요. 여기라면 마음껏 싸울 수 있죠.] “흐음!”
백우진이 만족스러운 고갯짓을 하며 손목을 풀었다.
“그랬었지. 내 뒤통수를 후려친다고 했었나?”
“누가 위인지 결착은 확실하게 내야 하잖아.”
“너 카바론을 잡은 이후에 심검 성공시킨 적 없잖아.”
“그런 거 없어도 넌 이겨.”
“아쉽군. 네놈의 심검을 베어 버리려고 했는데.”
흑암이 이죽거리며 무릎을 굽혀 자세를 낮췄다.
“심검 말고 네 뒤통수나 걱정하시지?”
백우진은 설영검의 검병에 손을 얹었다.
“카렌. 네가 신호를 보내라.”
[그럼….]
카렌은 자신과 흑암을 한 번씩 보고서 손을 들어 올렸다
[시작!]그녀가 손을 아래로 내리기 전에 흑암이 사라졌다.
치이이잉!
대기를 가르며 나타난 흑암이 검을 내리쳐 온다. 설영검의 검병을 움켜쥐며 그대로 내질렀다.
콰아아아앙!
검과 검의 중심에서 무시무시한 충격파가 폭발했다. 흑암의 돌진은 단순했지만, 그 파괴력과 속도는 하늘에 도달해 있었다.
‘힘을 뺐으면 당했을 거야.’
검이 부딪치는 틈 사이로 흑암의 눈동자가 붉게 번쩍인다. 녀석은 진심이다. 자신의 목을 일격에 벨 생각으로 검을 뽑았다.
“발검은 네 녀석만의 무기가 아니다.”
“알고 있는데?”
백우진이 씩 웃으며 경합하던 설영검에 힘을 뺐다. 흑암의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 회전력을 더한 검을 내찔렀다.
후우웅!
흑암은 허리를 활대처럼 눕혀 백우진의 검을 피해 냈다가, 다시 허리를 펴며 검으로 호를 그렸다.
캬갸갸걍!
휘어지는 검을 광호섬으로 흘리며 몸을 돌렸다. 후속타를 위해 다가온 흑암의 가슴을 팔꿈치로 후려쳤다.
퍼억!
백우진이 눈매를 옅게 내렸다. 단순히 팔꿈치로 친 게 아니다. 수왕무 귀돈형의 기운을 운용하여 가슴을 쳤건만, 쇳덩이를 친 기분이었다.
“간에 기별도 안 간다!”
흑암이 가슴을 툭툭 털며 씩 웃었다.
“이번 건 좀 짤 거다!”
흑암의 좌측으로 파고들었다. 놈이 내리치는 검을 쳐내며 겁화검형을 펼쳐 냈다.
“겁화라, 확실히 난 네 녀석보다 속성 저항이 낮아. 하지만!”
흑암이 겁화검형의 역방향으로 강기를 펼쳐 냈다.
화아아아!
녀석의 검에 담긴 오러가 용오름처럼 회전하며 겁화의 불길을 흩뜨렸다.
“난 네 검을 누구보다 많이 봐 왔다. 설마 파훼법을 모르리라 생각한 거냐?”
“그럼 이것도 막아 보시지!”
백우진이 뇌기에 감긴 설영검을 내리쳤다. 강대한 흑뢰가 치솟아 흑암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섬야.”
흑암이 검을 사선으로 긋자, 야수의 아가리처럼 공간이 쩍 벌어지며 비뢰섬의 흐름을 뭉개기 시작했다.
“이게 진짜 섬야다. 그리고….”
내려선 흑암의 검이 다시 올라가자, 바닥 전체가 검은빛으로 물들었다.
“암인.”
위에서는 강기의 파도가, 아래에서는 강기의 칼날이 치솟는 연계기였다.
콰아아아아!
무수한 칼날과 광대한 크기의 강기. 피할 곳도 막을 수도 없는 공격이었다.
터엉!
백우진은 검어지는 바닥에 진각을 밟으며 허공으로 떠올랐다.
치이이이잉!
하늘까지 뒤덮은 섬야의 파도와 고슴도치의 가시처럼 찔러오는 암인을 향해 검을 내리쳤다.
콰아아아아!
검극에 어린 강기가 만월처럼 펼쳐지며 공간을 뒤덮은 흑암의 기운을 가른다.
“낙일참?”
흑암이 그 검격의 흐름을 보고 눈을 부릅떴다.
“낙일참이 이렇게 됐다고?”
“항상 같을 수는 없지.”
낙일참은 원형의 기운에 카운터를 치는 참격이지만, 단계가 오르며 원형이 아닌 다른 형태의 기운도 손쉽게 벨 수 있게 되었다.
후아아아앙!
낙일참이 흑암이 전력으로 펼쳐 낸 섬야와 암인을 종잇장처럼 찢어발겼다.
“이제 내 차례다.”
백우진이 허공을 격하며 흑암의 앞으로 돌진했다. 찔러 오는 검을 풍벽검흔으로 차단하고 설영검을 사선으로 내리그었다.
우우웅!
검신에 흐르는 강기가 무수한 유성우가 되어 쏟아진다. 낙성위화의 극한 운용이다.
“쯧!”
흑암이 혀를 차고 왼손을 펼쳐 내민다. 천천히 움직이는 손아귀에서 막대한 파동이 쏘아졌다.
콰과과광!
강기로 펼친 수백의 유성우가 터져 나갔지만, 설영검은 예리함을 유지하며 꽃봉오리를 펼쳤다.
“음!”
흑암 역시 방심하지 않았다. 녀석도 낙성위화의 가장 무서운 점은 유성이 떨어진 뒤 피어나는 꽃임을 알고 있었으니까.
화아아아!
끝없는 변화가 어린 강기의 꽃이 개화할 때 흑암이 검이 녹아내릴 정도로 막대한 강기를 응집시켰다.
콰아아아아!
그는 찰나의 순간 수백 번의 검격을 쏟아부어 피어나는 꽃을 파묻어 버렸다.
고오오오!
흑암이 검을 우측으로 펼치자, 은빛 칼날에서 강기가 끝없이 치솟았다. 녀석의 세 번째 검 흑살의 발현이다.
“그대로 부숴 주마!”
백우진은 이 세계 전체를 갈라 오는 흑살을 향해 무령참을 내리쳤다.
쿠와아아아앙!
정신세계 전체가 뒤흔들리며 막대한 파동이 일어났다.
치이이잉!
사위를 덮은 시꺼먼 연기 사이로 은빛이 번쩍인다. 흑암이다. 검을 세운 녀석이 다섯 번째 검 암극으로 쇄도해 왔다.
파앙!
백우진이 설영검을 뒤로 젖혔다. 암극의 검격이 심장을 노리고 쏘아지는 순간 적빙의 관일극을 찔렀다.
설영검의 검극에서 붉은 서리가 피어나며 암극의 속도가 일순간 늦어졌다.
캬갸갸갸걍!
검극과 검극이 비껴 나가며 서로의 얼굴에 핏줄기가 터져 나왔다.
두 사람은 피를 보고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짙은 웃음을 그리며 서로의 급소를 향해 무수한 검격을 쏟아부었다.
쿠와아아앙!
백우진과 흑암의 검에 감긴 막대한 강기가 폭발하며 정신세계가 조금씩 기울기 시작했다.
**
[하….]백우진과 흑암의 전투를 지켜보는 카렌의 입에서 헛바람이 흘러나왔다.
[마, 말도 안 돼.]정신세계가 파괴되거나 부서질 일은 없어야 하건만, 백우진과 카인이 검을 부딪칠 때마다 공간 전체에 진동이 일어나고, 바닥이 무너졌다.
백우진과 흑암의 무력이 인간이나 무예라는 격을 벗어나 세계에 이치에 닿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쿠웅!
백우진과 흑암은 원수를 만난 것처럼 서로의 숨통을 노리는 검격을 쏟아 내다가 다섯 발씩 뒤로 물러섰다.
치이이잉!
백우진의 검에서 타오른 빛이 지평선처럼 펼쳐지고, 흑암의 검극에서 이글거리는 태양이 치솟았다.
쿠와아아아아아!
두 사람이 낼 수 있는 최강의 검격 신살과 흑일이 각자의 승리를 위해 쏟아졌다.
검은 태양이 찌부러지고, 신을 베는 칼날이 부러진다. 초월에 이른 두 검격이 맞부딪치며 공간 자체의 축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앙!
공간이 분쇄되고 있음에도 백우진과 흑암은 멈추지 않았다. 강기가 요동치는 중앙으로 파고들어 서로의 목을 향해 검을 내리쳤다.
“좋구나! 키운 보람이 있어!”
“너 혼자 키운 거 아니잖아!”
[미쳤어….]
카렌은 웃으며 검을 휘두르는 두 사람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참마를 막다니….’
백우진이 입꼬리를 가늘게 말아 올렸다. 틈을 노리고 참마를 썼건만, 흑암은 짧은 순간 흑현금으로 펼쳐 참마를 상쇄시켰다. 역시 대단한 놈이다.
“후욱….”
흑암이 거친 숨을 뱉으며 검을 휘돌렸다. 지쳐 보이지만, 얼굴은 비할 수 없이 밝았다.
“공간이 무너지고 있군. 볼 건 다 보았으니, 다음으로 가 볼까?”
“뭐?”
“네 삶과 함께하며 많은 검을 보았다. 그건 너만이 아니라, 나도 성장시켰지.”
“갑자기 무슨 소리를….”
“그 깨달음을 이 검에 담아내겠다. 이게 내 일곱 번째 검이다.”
흑암이 휘돌리던 검을 중단으로 세워 자신을 겨누었다. 그의 검극에서 검은 기류가 피어난다.
콰아아아아!
아지랑이처럼 얇게 피어나던 가닥이 승천하는 이무기처럼 장대한 빛을 뿜어냈다.
“일검 승부다. 도망치지 마라.”
흑암이 느릿하게 검을 지른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기운은 이미 백우진의 눈앞에 이르렀다.
“큭!”
숨이 턱 막히는 압박과 속도다. 위력까지 어마어마해 닿지도 않은 피부가 쓸려 나가는 것 같았다.
‘여기선….’
신살을 사용한다면 이 기운의 흐름을 벨 수 있다. 설영검을 들어 올리려 할 때 흑암과 눈을 마주쳤다.
녀석의 눈이 백우진에게 묻는다.
그걸로 됐냐고.
난 위로 향했는데 넌 그대로 있을 거냐고 묻는다.
‘아니지.’
그럴 순 없다. 녀석은 자신을 위해 한계를 넘어 이름도 모를 최강의 검을 꺼내 들었다. 최소한 그 보답은 해야 한다.
“후욱….”
호흡을 가다듬으며 북명신공을 극성으로 휘돌렸다. 오러 순환이 가속되며 시야에 보이는 모든 게 멎었다.
‘여기까진 되지만….’
북명신공을 가속하여 지금의 순간에 이를 순 있었지만, 심검을 끌어 올리진 못했다. 항상 여기서 막혔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들끓는 가슴 속. 그 안에 시퍼런 칼날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흑백으로 닫힌 공간 위로 하나의 흐름이 보인다. 의념이 향하는 직선의 길이다.
‘그랬군. 그거였어.’
백우진이 시원스럽게 웃었다. 카바론을 죽인 이후 심검을 쓰지 못한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다 끝났다고 자만했어.’
심검은 단순한 휘두름이 아닌, 마음의 진의. 진정한 의념과 의지가 있지 않는다면 발휘할 수 없었다.
흑암을 보았다. 녀석이 그걸 알고 이런 준비를 하진 않았겠지만, 덕분에 진정한 의미의 심검을 깨달을 수 있었다.
‘고맙다.’
설영검을 손에서 놓으며 마음의 검을 벼렸다.
가슴 깊은 곳에서 검이 피어난다. 예리하면서도 무겁고, 빠르면서도 가벼운 검. 배우고 익힌 무리가 녹아 있는 자신만의 검이다.
심검은 시공을 흘러가 흑암이 펼쳐 낸 새로운 검격의 결을 갈랐다.
다시 시간이 흐른다.
정신세계 전체를 뒤덮은 흑암의 검격이 봄바람 앞의 서리처럼 녹아내린다.
“…이게 심검인가?”
흑암은 허무하게 가라앉는 기운을 보며 눈동자를 떨었다.
‘모든 게 없어졌어.’
가진 모든 기운과 묘리를 쏟아부어 완성시킨 검격이 물안개처럼 사그라들고, 싸울 의지마저 지워 버렸다.
백우진이 마음만 먹었다면 방금 수백 번도 더 죽었을 거다.
“하아….”
흑암이 고개를 저으며 주저앉았다.
“졌다. 지금으로선 그 검을 깰 자신이 없군.”
[카인….]
카렌이 한숨을 내쉬는 카인을 보며 손톱을 만지작거렸다.
“걱정하지 마세요.”
백우진이 옅게 웃으며 설영검을 검집에 넣었다.
“저 녀석 아직 포기 안 했어요. ‘지금은’이라고 했잖아요.”
[아!]
“물론이다. 따라잡혔지만, 다시 추월하지 말란 법은 없지.”
“그래. 다만 그 전에….”
백우진이 콧노래를 부르며 흑암의 뒤로 이동했다.
“끝은 맺어야지!”
히죽 웃으며 흑암의 뒤통수를 위에서 아래로 후려쳤다.
빠가각!
과한 힘이 들어갔기에 흑암의 머리가 바닥을 뚫고 내리박혔다.
“끄아아악! 더럽게 아프잖아!”
흑암이 뒤통수를 빨래하듯 문지르며 벌떡 일어섰다.
“이 반응, 이 타격감! 역시 이 맛이야!”
백우진이 옅은 연기가 피어나는 손을 부르르 떨었다. 세뇌당했던 흑암을 칠 때와는 딴판이다. 그 누구를 후렸을 때보다 기깔나는 손맛이다.
“이 망할 놈아! 다시 붙어!”
[어휴, 그럴 시간 없어!]
카렌이 어깨가 흔들리도록 한숨을 내쉬었다.
[니들 때문에 여기 무너지고 있다고! 빨리 안 돌아가면 진짜 죽어!] “끄으윽, 젠장!”흑암은 말아 쥔 주먹을 부르르 떨며 이를 갈았다.
“들었지?”
백우진이 흑암의 이마를 탁 치며 웃었다.
“가자. 보고 싶어 하는 드라마 다 틀어 줄게.”
“저, 정말이냐?”
불길에 소화기를 뿌린 듯 분노에 타오르던 흑암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그래. 플랫폼마다 결제해서 네가 보여 달라는 거 다 보여 주마.”
“스포 한 게 마음에 걸렸구만!”
“그것도 있고, 일이 다 끝났으니까.”
스포 한 게 미안한 것도 있지만, 예전부터 일이 끝나면 질릴 정도로 드라마를 보여 줄 생각이었다. 생각보다 늦어져서 미안할 뿐이다.
“커흠, 그럼 마음이 넓은 내가 또 받아 줘야지.”
“그래. 가자고.”
이미 흑암의 그릇이 간장 종지라는 걸 확인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둘이 똑같아. 저래서 친해진 건가.]카렌은 싱긋 웃으며 백우진과 흑암에게 손짓했다.
[이제 그곳으로 향하는 문을 열게요. 이쪽으로 오세요.]**
‘음?’
백우진은 눈을 뜨자마자, 인상을 찌푸렸다. 하늘의 색이 기괴했다. 보라색 물감과 검은색 물감을 뒤섞은 듯한 괴이한 색이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뭐지?’
한국에 살며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하늘이다. 카렌이 실수했다는 생각에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아니었다.
깨어난 곳은 마루툰 대륙으로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들렀던 자신의 연무장이었다.
철퍽.
일어서기 위해서 바닥에 손을 짚는데 진흙 같은 게 느껴졌다.
“어?”
바닥으로 고개를 돌린 백우진이 눈을 부릅떴다.
“이건 또 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