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373
373화. 마계화 (2)
현 상황은 세계에 닥쳐온 최악의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에 사람들은 집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 승리 소식이 들려오기만을 기다렸다.
-돌격대가 전방에 들어간 지 40시간이 넘었는데 왜 아직 소식이 하나도 없지?
-진짜 기사 한 줄 안 뜨는 건 좀 이상하지 않냐? 우리 다 좆 된 거 같은데.
-좀 진득하게 기다리죠. 능력자들이 목숨 걸고 싸우고 있는데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말고.
-재수 없는 소리가 아니라, 걱정되니까 그렇지. 우리 집 앞에도 마계의 진흙이 올라왔다고.
-세계의 절대자들도 모두 모였으니, 패할 리가 없음. 우린 기다리고만 있으면 됨.
-아니지. 한 명 없잖아. 그것도 가장 중요한 사람이.
-아, 협제….
-ㄹㅇ 백우진이 있었으면 조금도 불안하지 않았을 듯. 백우진 어디 갔냐?
세계의 절대자들을 포함한 강자들이 함께 전방에 갔음에도 사람들은 마족에 대한 불안감으로 몸을 떨었다.
당연한 일이다. 마족이라는 존재는 동급의 몬스터와 비교할 수 없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으니까.
모두가 승리 소식이 전해지기를 손 모아 기다리고 있을 때 새로운 기사가 떴다.
전방의 승리 소식이 아니었지만, 사람들은 그 이상으로 환호를 질렀다.
-시바아아알! 떴다!
-협제가 왔어!
-어이어이! 백우진 믿고 있었다고!
-레알임? 레알 온 거?
-진짜 맞음. 차원문으로 들어가는 사진도 떴음.
-편안.
-백우진이 왔다니까. 이제 잠이 오네.
-백우진 앞에선 마왕이고, 좆이고 다 똑같지!
-카학! 하루만, 하루만 백우진이 되고 싶다. 제발!
딱 한 명. 백우진 딱 한 명이 더 추가되었을 뿐인데, 불안에 떨던 사람들은 이미 승리한 듯 안도감을 느꼈다.
**
“쯧.”
백우진이 짜증을 담아 길게 혀를 찼다.
‘기감이 넓게 퍼지질 않는군.’
전방의 숲 내부는 짙은 마기로 가득해서 기감을 제대로 펼 수 없었다. 감지 범위가 평소의 절반밖에 되질 않았다.
‘살짝 답답한데.’
-마령토가 핵과 닿아 있기 때문이다.
흑암이 검날을 돌려 부글거리는 마령토를 가리켰다.
-서울에 퍼져 있던 마령토와 달리 전방의 마령토는 이미 마계와 연결되었다.
‘확실히 안에서 흐르는 마기의 질이 다르군.’
-마족들은 이 세계로 나오면서 가진 힘의 3분지 2밖에 내지 못했지만, 이 마령토 위에선 마계처럼 모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반대로 인간은 약화되지.
‘좆 됐구만.’
백우진이 인상을 찌푸렸다. 가뜩이나 강한 마족 놈들과 싸우는데 적에게 유리한 땅이라니, 최악의 상황이나 다름없었다.
먼저 들어간 능력자 중 강자가 아닌 사람이 없었지만, 이 상태라면 벨제뷔트에게 닿기도 힘들 거란 생각이 들었다.
우우웅!
기감을 펼친 채로 중계로 향할 때 좌측의 숲에서 마물의 기척이 느껴졌다. 마물은 자신들의 냄새를 맡았는지 이쪽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달려왔다.
콰아앙!
좌측의 나무들이 수수깡처럼 부러지며 온몸이 붉게 타오르는 거대한 멧돼지들이 튀어나왔다.
“크어어엉!”
멧돼지들은 단번에 밀어 버리겠다는 듯 마기를 큼지막한 코에 집중하여 돌진해 왔다. 흡사 마기로 이루어진 벽이 달려드는 느낌이었다.
스르르릉!
백우진이 쇄도해 오는 멧돼지들을 향해 설영검을 뽑았다. 바람을 가르듯 가볍게 휘두른 검격에 마물들은 반으로 갈라져 돌진해 오던 그대로 바닥에 처박혔다.
꾸그그그.
상처에서 번지는 라사둠의 오러 때문에 멧돼지들은 몸을 재생시키지도 못하고 그대로 회색 재가 되어 흩어졌다.
“우어어어….”
“역시!”
도망치려던 무영객은 멍하니 섰고, 검을 뽑으려던 문주영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쪽으로 가자.”
백우진은 좁게 난 소도를 이탈하여 중계에 빨리 닿을 수 있도록 숲을 가로질렀다.
-많이 죽었군.
‘음….’
흑암의 말대로 바닥엔 능력자들의 시체와 장비들이 떨어져 있었다. 이곳을 뚫으며, 혹은 지키며 죽은 것이다.
우우웅!
갑자기 우측에서 발생한 마기에 백우진이 인상을 찌푸리며 몸을 돌렸다.
“아직도 남은 인간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바싹 마른 나무 위에서 하나의 뿔을 단 마족이 솟구쳤다. 마령토를 이용하여 기척을 죽이고 나타난 것 같았다.
“문주영.”
백우진은 마족의 마기를 살핀 뒤 문주영을 불렀다.
“예.”
“마기를 보니 중상급 수준의 마족이다. 저 정도를 혼자 처리할 수 없다면 돌아가라.”
저 마족의 원래 수준은 중급이지만, 이곳의 힘을 받아 중상급 수준의 마기를 가졌다.
이 앞에 저놈보다 약한 마족은 없을 테니, 저걸 홀로 벨 수 없다면 여기서 돌려보내는 편이 나았다.
“그럴 일은 없습니다.”
문주영이 자세를 낮춘 뒤 뛰어올랐다. 순식간에 나무 위로 파고들어 마족에게 검을 내리쳤다.
“굼벵이 같군!”
마족은 환영처럼 사라져 문주영의 뒤에서 나타났다. 조금의 지체도 없이 마기 가득한 손톱으로 문주영의 등을 긁었다.
“너 말이냐?”
문주영은 당황하지 않고 몸을 돌렸다. 예상했다는 듯 검으로 곡선을 그려 마족의 손톱을 튕겨냈다.
“흥!”
마족이 뒤로 물러서며 손을 쫙 벌리자, 그의 손가락에서 손톱 형태의 마기가 쏘아져 나왔다.
타앙!
문주영은 묘기를 부리듯 나무를 타올라 마기들을 피해 낸 뒤 마족을 향해 뛰어들었다.
“멍청한 놈!”
마족의 손톱이 절벽의 고드름처럼 길고 두껍게 자라났다.
“그대로 갈라 주마!”
“내가 할 소리다.”
문주영이 내뻗은 검신 위로 시퍼런 강기가 타올랐다. 유형화된 기운이 마족의 두꺼운 손톱을 부수고, 놈의 가슴을 갈라 버렸다.
“끼아아아악!”
마족이 비명을 지르며 등을 돌려 도망치려 했지만, 문주영은 들개처럼 달려들어 강기의 칼날로 마족의 목을 베어 버렸다.
“이, 이 망할 놈….”
문주영은 떨궈진 마족의 머리를 터트려 확실하게 마무리했다.
-시험이라고 말했는데도 적의 방심을 유도해서 가볍게 끝내다니,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군. 저 녀석도 다른 사람이 되었어.
‘괜히 내 호위가 아니지.’
백우진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문주영은 자신의 곁에서 수많은 전투를 보았고, 죽음의 순간을 겪어 본 검사다. 저 정도 되어 주지 않으면 곤란하다.
“가주님의 지시대로 마족의 숨통을 끊었습니다. 시험은….”
“당연히 합격이다.”
“뭐, 썩 괜찮더만.”
“무영객.”
문주영에게 휘파람을 불어주는 무영객을 불렀다.
“돌아가는 길은 찾을 수 있겠어?”
“이 땅엔 결계도, 진법도 아닌 마기의 무언가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그걸로 제 코를 속일 순 없습죠. 언제라도 빠져나갈 수 있게 향을 뿌리고 왔습니다.”
“좋아. 계속 기억해 놓도록.”
“옙!”
무영객을 데리고 온 이유는 부상자나 싸울 수 없는 사람들을 밖으로 빼내기 위해서였다. 그는 그 역할을 충분히 완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부터 진짜 시작이니, 마음 단단히 먹고 따라와.”
백우진이 만상보를 밟으며 짙은 마기를 풍기는 중계를 향해 내달렸다.
‘이제 지체할 시간은 없어.’
**
“후욱!”
적연화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거친 숨을 뱉어 냈다.
“단주님! 괘, 괜찮으십니까?”
“걱정하지 마.”
“하지만!”
“괜찮다고. 앞은 내가 맡을 테니, 다른 방향을 부탁해.”
입술을 질겅 씹으며 전방을 가득 메운 시꺼먼 마물들을 노려보았다.
‘끝이 없어. 끝이!’
단호하게 말한 것과 달리 마물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더 큰 문제는 그 마물들을 만들어 낸 마족에게 다가가지도 못한다는 거였다.
“괜찮다고? 허세를 부리는군.”
마물들의 머리 위에 떠 있는 붉은 눈의 마족 파이렌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네놈들의 무식한 주먹은 내 털끝 하나 닿지 못한다. 바닥에서 벌레처럼 짓눌려 죽을 뿐이야.”
“으….”
적연화는 인상을 찌푸릴 뿐 대답하지 못했다. 저 얄미운 마족 놈의 말대로 힘겨운 상태였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어. 여기에 쏟아부어야 해.’
오러를 아껴 두고 싶었지만, 이 이상 시간을 끌면 오히려 손해였다. 숨을 꽉 들이마시며 전방으로 뛰어들어 새롭게 익힌 명화권을 내질렀다.
콰앙! 콰아앙!
불처럼 강맹하면서도, 물처럼 유려한 권격에 마물들의 육체가 풍선처럼 터져 나갔다.
하지만 적연화의 표정에 여유는 보이지 않았다.
‘역시 오러 소모가 빨라. 빨리 끝내야 해.’
명화권은 강기지경의 무예로 위력과 정확성이 상승하고, 다양한 변화를 펼칠 수 있지만, 그만큼 체력과 오러를 많이 소모한다. 최대한 빨리 마족을 죽여야 했다.
콰아앙!
명화권의 연계기로 전방을 가득 메운 마물들의 벽을 깨부쉈다.
‘지금이야!’
적연화는 쓰러지는 마물의 어깨를 박차고 공중에 떠 있는 파이렌을 향해 뛰어올랐다.
‘대명살!’
파이렌의 심장을 향해 명화권 절기 대명살을 내질렀다. 전사경이 실린 막대한 권격이 놈의 심장을 향해 휘몰아쳤다.
“흥!”
파이렌이 코웃음을 치며 방어하지 않고, 허공으로 떠올랐다.
‘걸렸어!’
적연화가 이를 악물고 왼 주먹에 담긴 기운으로 허공을 격했다. 그 추진력을 이용하여 마족의 좌측 상체에 대명살의 권격을 꽂아 넣었다.
뻐어어억!
마족이 다급히 마기로 방어를 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대명살의 기운이 놈의 마기를 뚫고, 놈의 상체를 부숴 버렸다.
“허억!”
적연화는 땅에 내려서자마자, 꽉 찬 숨을 내뱉으며 피 나도록 주먹을 쥐었다.
“젠장….”
파이란의 신체를 터트렸음에도 전혀 기쁘지 않았다.
‘심장을 이동시켰어.’
파이란은 대명살의 권격이 닿기 직전에 심장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켰다. 놈의 몸은 액체라도 된 것처럼 벌써 재생을 시작하고 있었다.
“감히!”
다시 머리가 생겨난 파이란의 붉은 입술이 비틀어져 올라갔다.
“감히! 인간 주제에 나를! 내 몸을!”
파이란은 이성을 잃은 듯 눈알에 검은 핏줄기가 도드라졌다.
“단번에 죽여 주마!”
파이란이 양손을 모으자, 바닥에 막대한 마기가 일렁이며 놈과 같은 형태의 그림자가 치솟았다.
고오오오오!
수를 헤아릴 수 없는 그림자들 모두가 파이란 본체처럼 지독한 마기를 흘려 냈다.
“죽여라! 눈앞에 보이는 벌레들을 밟아 버려!”
“그르르르.”
파이란의 손짓에 바닥에서 솟구친 그림자들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왔다.
“망할!”
적연화가 다급하게 숨을 들이켜며 그림자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풍신단으론 안 돼. 내가 막아야 해.’
풍신단의 실력이 많이 상승한 건 사실이지만, 저 마족의 그림자를 상대하기엔 역부족이다. 저들은 자신이 막아야 했다.
콰아앙!
오러도 체력도 달려 폐가 끊어질 듯 아파 왔지만, 꾹 참고 주먹을 내뻗었다.
퍼어억!
명화권의 초식을 연계시켜 그림자들을 지웠지만, 큰 문제가 있었다.
‘이, 이놈들….’
그림자들은 파이란처럼 강기의 권격을 맞아도 순식간에 몸을 재생시켜 반격을 가해 왔다. 이대로는 끝이 나질 않는다.
‘그 사람도 이런 싸움을 했었는데….’
기억난다. 백우진도 예전에 이런 능력을 가진 괴물과 싸웠던 적이 있었다. 그는 검을 연속으로 그어 적의 모든 것을 베어 버렸었다.
‘나도 할 수 있어.’
백우진이 보였던 검격을 기억하며 주먹을 내뻗었다. 소모하는 호흡을 줄이고, 근육의 움직임을 최소화했다.
낭비되는 오러와 체력을 줄이면서 공격의 면을 넓혀 그림자들의 재생 시간을 조금이라도 늘렸다.
‘흐윽!’
근육이 끊어지고, 폐가 갈려 나갈 것 같았지만, 견뎠다. 여긴 한 발만 물러서면 죽는 낭떠러지다. 순간마다 목숨을 걸고 싸워야 했다.
‘지금!’
틈을 노리던 적연화는 그림자들이 자신의 사방을 둘러쌌을 때 명화권 열여덟 초식을 하나의 흐름처럼 쏟아 냈다.
콰아아아아아!
붉은 권격이 태양처럼 번지며 그림자들을 모조리 녹여 버렸다.
“이, 이 무슨!”
“흐아아압!”
적연화가 포효를 내지르며 뛰어올라, 파이렌에게 명화권의 마지막 절기 명류포를 쏘아 냈다.
화아아아아!
전사경과 강기가 어우러진 권격의 파동이 파이렌의 전신을 향해 쇄도했다.
“어?”
명류포의 권격이 놈을 휩쓴다. 이겼다고 생각했을 때 파이렌의 눈동자가 뻘겋게 번쩍였다.
우우웅!
놈의 손끝에서 피어난 그림자가 거대한 호를 그리자, 쏘아진 명류포가 새벽 안개처럼 사그라졌다.
“뭐, 뭐야….”
“크하하하하하!”
파이렌은 기다란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며 광소를 터트렸다.
“내가 정말 이성을 잃었다고 생각한 거야?”
파이렌은 불길한 웃음을 흘리며 턱을 치켜올렸다.
“멍청하긴. 그저 놀았을 뿐이다. 아까도 지금도.”
“아….”
놈의 말이 맞았다. 놈의 검은 눈동자에 피어났던 분노는 농락의 광기로 변해 있었다.
뿌드드득!
기괴한 소리와 함께 파이렌의 등 뒤로 한 쌍의 날개가 더 튀어나왔다.
“인간들은 어쩜 이리 멍청할까.”
“히, 힘을 숨기고 있었던 거야?”
“적당한 힘으로 놀아 준 거지. 너희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을 때 압도적인 힘을 보이는 게 너무 즐겁거든.”
“아….”
적연화가 마른침을 삼키며 물러섰다. 놈의 마기는 이전보다 2배 이상 커졌다. 짙은 마기에 몸이 짓눌릴 것 같았다.
“그래. 그 표정. 그런 표정이 재밌어서 이걸 그만둘 수가 없다니까!”
파이렌은 피에로처럼 입을 찢으며 헤죽거렸다.
“여기까지 나온 보람이 있는 얼굴이야.”
“크윽!”
간신히 지워 버렸던 그림자들은 이미 재생을 끝냈고, 마족의 기운은 점점 상승한다. 방법이 없었다.
“재미는 충분히 봤으니, 그만 가거라.”
파이렌이 손을 들어 올렸다. 주변의 그림자들이 그의 손아귀로 모여들며 어마어마한 마기를 응집시켰다.
‘아….’
적연화가 말아 쥔 손을 떨었다. 저 마기에 담긴 기운은 자신의 무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났다.
“사라져라!”
“으윽!”
파이렌이 검은 혓바닥을 내밀며 마기의 구체를 쏘아 냈다. 그 막대한 파동에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끝났어.’
다가오는 검은 기운을 막을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가진 오러를 모조리 터트려도 방패조차 될 수 없을 것이다.
‘방법이 없다고….’
적연화가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죽음이 코앞에 닥친 이 순간 생각난 건 오빠도, 아빠도 아니다. 이곳에 없는 백우진이다.
던전에서 처음 만났던 그라면. 다른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 싸우는 그라면.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순간에도 방법을 찾아 싸우고 있으리라.
‘망신이야.’
그리 생각하니,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이대로 포기해서는 안 되지.’
적연화가 피 나도록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심장을 터트릴 것처럼 오러를 끌어 올려 마기의 구체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초식도 무엇도 아니다.
그저 휘두름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강하고 아름다운 파동을 일으키며 마기의 구체에 맞섰다.
다만 모든 오러와 체력을 쏟아부었음에도 파이렌의 마기는 자신의 권격을 뚫고 다가오고 있었다.
“커헉!”
내상으로 피를 토했지만, 멈추지 않았다. 이곳을 지키고, 저 마족이 중계로 넘어가지 못하도록 1초라도 더 잡고 있어야 했다.
“발악하는 건 좋아하지 않아.”
파이렌이 서늘한 웃음을 흘리며 손을 밀었다. 마기의 구체가 폭발할 듯 요동치며 더 강한 압력을 만들어 냈다.
캬아아앙!
권격이 잘근잘근 끊기고 이글거리는 마기의 구체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다 했어. 이제 난….’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었기에 후회는 없었다. 하지만 눈은 감지 않았다. 무인으로서 자신의 마지막을 지켜볼 생각이었다.
“훌륭한 자세야.”
죽음을 각오한 순간, 이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콰르르릉!
그 잔잔한 목소리 뒤로 마기를 가르는 칠흑의 벼락이 내리꽂혔다.
파이렌이 쏘아 낸 마기가 갈라지고, 바닥을 물들인 마령토가 녹아내린다.
쿠구구구.
장대하게 펼쳐진 뇌전의 중심으로 검은 코트를 걸친 남자가 내려선다.
콰아아아아!
그가 검을 뽑았다. 웅대한 검명과 함께 치솟은 흑해가 파이렌의 그림자들을 모조리 지워 버렸다.
“무인은 적 앞에서 고개를 숙이지 않는 법이지.”
누구보다 보고 싶었던 그 남자가 자신을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수고했다. 적연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