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374
374화. 마계화 (3)
백우진은 설영검을 어깨에 걸치고 적연화와 풍신단을 살폈다. 다행히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큰 부상을 입은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대,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죠? 당신이 왜 여, 여기에….”
적연화는 적잖게 당황한 듯 눈을 부릅뜬 채로 말을 더듬었다.
“설마 꿈인가? 아니, 내가 벌써 죽은 건가?”
그녀는 넋이 나간 듯 멍한 눈동자로 자신의 뺨을 꼬집었다.
“지, 진짜? 당신 진짜 백우진이었어요?”
“그럼 가짜겠냐? 좀 달라졌나 했더니, 여전하네.”
-그럴 만하잖냐.
‘하긴.’
백우진은 어안이벙벙한 적연화를 보며 피식 웃었다. 딱 좋은 상황에 나타나 목숨을 구해 주었으니, 못 믿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언제 오신 거죠? 그곳의 일은 끝나신 건가요? 여긴 어떻게 오게 된….”
“대화는 일단 저놈을 끝내고 하지.”
백우진이 허공에 뜬 채로 자신을 굽어보는 파이렌을 가리켰다.
“아, 미, 미안해요.”
적연화는 파이렌이 살아 있다는 걸 깨닫고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 고개를 흔들었다.
“저 마족의 이름은 파이렌이고, 마기를 이용해서 무수한 분신을 만들어 낼 수 있어요. 처음엔 분명 중상급 마족이라고 속였지만, 지금 보니 상급, 아니 최상급 수준이에요.”
“그림자라, 예전에 비슷한 놈이 있었지.”
예전 서울에서 사해의 왕이 검은 군단을 소환했던 게 생각났다.
“네놈은 뭐냐. 인간인가?”
파이렌이 백우진을 살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가진 기운을 파악할 수가 없어.’
등장할 때를 생각해 보면 무식한 힘을 가진 게 분명했지만, 지금 저 인간에게선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기운을 감지할 수 없을 정도의 강자라고?’
말도 안 된다.
자신은 최상급 마족. 중계로 들어간 인간 중에서도 자신을 상대할 수 있는 놈은 존재하지 않는다. 저런 어린 인간이 자신보다 높은 수준일 리가 없었다.
“자신만만한 건 좋다만 네놈은 내게 손끝 하나 댈 수 없다.”
파이렌이 손가락을 튕기자, 녹아내렸던 그의 그림자들이 물결치며 솟아올랐다.
“마, 마기가 더 강해졌어….”
적연화가 입술을 깨물었다. 파이렌의 그림자와 마기가 자신과 싸울 때에 비해 한층 더 상승했다. 놈은 마지막까지 자신을 가지고 놀았던 게 분명했다.
“손끝 하나 댈 수 없다고?”
백우진이 피식 웃으며 설영검을 놓아 버렸다.
“지금 뭐 하는….”
“그럼 이건 어때?”
바닥으로 떨어지던 설영검에 의념을 연결했다.
치이이잉!
설영검이 대지에 박히기 직전 포탑을 조종하듯 검의 궤도를 바꿔 이기어검 극리를 쏘아 냈다.
“뭐, 뭐야! 커헉!”
당황한 파이렌이 마기를 뭉친 손을 급하게 펼쳤지만, 늦었다. 설영검은 검은 빛살이 되어 놈의 머리통을 깨부숴 버렸다.
푸드드득!
머리를 잃은 파이렌의 몸통이 바닥으로 떨어졌지만, 백우진은 방심하지 않았다. 놈이 만들어낸 그림자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끄으으윽!”
파이렌은 좀비라도 된 것처럼 전신을 부르르 떨며 일어섰다.
“안 닿는다며. 바로 닿았는데?”
백우진은 파이렌을 비웃으며 되돌아온 설영검을 손에 쥐었다.
“가, 감히! 버러지보다 못한 인간 따위가!”
파이렌이 괴성을 내지르며 마기를 폭발시키자, 놈의 둘러싼 그림자들의 크기가 커지고, 그 숫자가 대폭 늘어났다.
“이, 이번엔 진짜야….”
적연화가 마른침을 삼켰다. 파이렌은 아까처럼 화내는 척이 아니라, 진정으로 분노를 뿜어내고 있었다.
“네게 기회를 주지.”
백우진은 파이렌의 지독한 기세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망설임 없이 그림자들을 향해 다가갔다.
“너희 왕이라던 벨제뷔트의 약점과 위치 그리고 상황을 말해라. 최상급이라고 했으니, 그 정도는 알고 있겠지.”
“큭, 크흐흐흐흐!”
파이렌이 긴 손톱으로 머리를 긁으며 기괴한 웃음을 흘렸다.
“벌레 따위가 내게 명령을 내리는 거냐? 이 파이렌을 뭐로 보는 거야!”
“마족. 그것도 추하고 허접한 마족으로 보는데?”
“닥쳐라! 네놈은 그냥 죽이지 않아! 겪을 수 있는 모든 고통을 느끼고 죽게 해 주마! 마령전개!”
파이렌이 합장하듯 양손을 모았다. 그가 모은 손아귀의 중심에서 어둠이 안개처럼 펼쳐졌다.
투웅!
무거운 쇳덩이가 우물로 가라앉는 듯한 소리와 함께 보이는 모든 것이 그림자로 가득 찼다.
“이 공간은 내가 지배하는 곳이다. 네놈이 얼마나 빠르든, 얼마나 강하든 여길 벗어날 순 없어.”
“그렇군.”
백우진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설영검을 하단에 두었다.
“허세를 부리는 것도 거기까지다! 이제 네게 남은 건 지독한 고통뿐….”
“협상은 결렬이라는 거지?”
설영검의 검극에 결계역장의 기운을 두른 채로 가볍게 검을 그었다.
촤아아아악!
그림자보다 짙은 흑선이 치솟으며 파이렌이 만들어 낸 결계가 반으로 쪼개졌다. 온 세상을 덮었던 그림자가 모조리 사라지고, 원래의 숲이 모습을 드러냈다.
“뭐, 뭐야. 이게….”
파이렌의 눈동자가 폭풍을 맞은 듯 격렬하게 흔들렸다.
“그만 가라.”
백우진이 들어 올린 설영검을 천천히 내렸다. 그 안에 담긴 건 무거움. 그것도 대지 전체를 짓누를 압력이었다.
우우웅!
쏟아져 내리는 검격 위로 백색의 광채가 어린다. 왼팔에 착용한 시르콘의 성령팔찌의 기운이었다.
쿠와아아아!
무령참의 기운이 폭발하며 파이렌이 펼쳐 놓은 그림자들이 모조리 터 갔다.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끄아아아악!”
파이렌이 비명을 지르며 마기를 폭주시켰지만, 성령의 기운이 흐르는 무령참을 버틸 수는 없었다.
콰아아아앙!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파이란은 흔적조차 없이 지워졌다.
-휘우!
흑암은 바닥에 생겨난 거대한 구덩이를 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결계와 마기로 만든 그림자라니, 상성 그 자체였구만.
결계는 결계역장으로, 나누어진 마기는 시르콘의 성령 팔찌 앞에서 맥을 못 춘다. 실력을 떠나 저 마족과 백우진은 완벽한 상성 관계였다.
‘이게 검술이라니….’
적연화는 백우진의 검격이 만들어 낸 폐허를 보며 뒤로 자빠졌다.
‘마법의 위력과 범위조차 넘어섰어.’
한 번의 휘두름으로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내다니, 솔직히 말해서 눈앞에서 봤음에도 믿을 수가 없었다.
“적연화.”
“아, 네!”
백우진의 부름에 적연화가 부하라도 된 듯 벌떡 일어나서 대답했다.
“상황은?”
“절대자들과 그들을 보조하는 능력자들은 전부 중계로 진입했어요. 우리는 계획대로 여기서 그들을 방해할 마족들을 막고 있었어요. 방금 같은 놈이 나올 줄은 몰랐지만.”
“그렇군.”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대로 이 바로 앞에 중계가 있는 것 같았다.
“중계로 가실 건가요?”
“그래.”
“문을 열려면 꽤 힘들 거예요. 신성 능력자나, 성수가 많이 필요해요.”
“음.”
그녀의 말을 들으며 왼 손목에 착용한 ‘시르콘의 성령 팔찌’와 오른손가락에 낀 ‘엘프와 드워프의 선물’을 보았다.
엘프와 드워프의 선물은 아직 발동되지 않았지만, 이 두 개가 있으면 그 문을 여는 건 어렵지 않을 거다.
“수고했어. 너희는 그만 돌아가도록.”
“가, 갑자기 그게 무슨….”
“갑자기가 아니지. 다리가 후들거려서 제대로 서 있지도 못 하구만.”
적연화의 떨리는 다리를 가리켰다.
“이, 이건 당신의 검술 때문에….”
“체력도, 오러도 다 썼잖아. 그만하면 됐어. 저 녀석을 따라 숲 밖으로 나가.”
손가락으로 적연화 뒤에 있는 무영객을 가리켰다.
“음?”
적연화가 백우진의 손가락을 따라 뒤를 돌았다. 뒤에는 문주영과 무영객만이 아니라, 자신처럼 중계 주변을 막고 있던 능력자들이 모여 있었다. 모두 백우진에게 구함을 받은 것 같았다.
“걱정하지 말고 돌아가. 내가 전부 끝낼 테니까.”
백우진은 자신감이 흐르는 눈빛으로 적연화와 눈을 마주쳤다.
“무영객. 부탁한다.”
“맡겨 주십셔!”
무영객은 바로 고개를 끄덕이고서 사람들에게 손짓했다.
“모두 이쪽으로 오세요! 숲을 가로질러서 나갈 테니까 놓치지 않게 조심해서 따라오슈!”
“문주영. 가자.”
“예!”
백우진은 무영객과 능력자들을 잠시 바라보다가 등을 돌렸다. 그는 망설임 없이 숲의 중심을 향해 뛰었다.
“전부 끝낸다니….”
적연화는 백우진이 마지막에 한 말을 그대로 중얼거렸다. 다른 사람이 했다면 개소리라고 생각했겠지만, 그의 입에서 나오자, 정말 그렇게 될 것만 같았다.
“히, 힘내세요! 부탁할게요!”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자, 백우진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손을 흔들었다. 곧 마기의 안개에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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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주님! 저기 보이는 거대한 검은 기둥이 중계인 것 같습니다!”
“그래. 밖에서 본 거야.”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밖에서 보았던 하늘에 닿는 검은 기둥이 바로 눈앞에 나타났다. 이 너머가 절대자들이 모여 있는 중계였다.
-지독하군. 이 대지에 깊숙이 가라앉아 있던 마기를 모조리 뽑아내고 있다.
흑암은 검은 기둥을 올려다보며 검날을 저었다.
“그냥 들어갈 순 없겠어.”
백우진은 설영검의 칼날 위로 시르콘의 성령 팔찌의 기운을 둘러 사선으로 내리쳤다.
촤아아악!
검은 강기를 휘감은 성령의 기운이 불길처럼 번지며 중계와 원계를 나누는 기둥에 큼지막한 틈이 벌어졌다.
“간단하네.”
적연화에게 들었던 것과 달리 어려움이 없었다. 틈이 닫히기 전에 벽을 넘어 안으로 들어갔다.
“으윽….”
중계로 들어온 문주영이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더 강해진 마기에 호흡이 어려운 것 같았다.
‘난 이제 적응됐는데.’
마기에 익숙해졌는지, 호흡하기 점점 편해졌다. 좁아졌던 기감의 범위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다.
-다 너 같은 괴물인 줄 아는 거냐? 저놈도 강해지긴 했지만, 너랑은 차원이 달라!
‘하긴.’
백우진이 피식 웃으며 중심을 향해 걸었다. 기감을 펼치며 움직이다 보니, 안쪽에서 절대자급의 능력자와 상급 이상 마족들이 격돌하는 힘의 파동이 느껴졌다.
“바로 간다. 따라와!”
“예!”
아쉽지만 문주영에게 적응 시간을 줄 여유는 없었다. 숨을 뱉으며 마기가 터지는 곳으로 내달렸다.
“크허허헝!”
“끼에에에엑!”
백우진과 문주영이 중앙을 향해 달려가는 도중에 조류나 용의 형태를 한 거대한 마물들이 나타났다.
치리리링!
백광을 펼치는 설영검이 저절로 뽑혀 나와 달려드는 마물들을 갈라 버렸다. 백우진이 이기어검과 성령을 동시에 운용하여 마물들을 처리한 것이다.
퍼어어엉!
이기어검의 위력이 무지막지했기에 마물들은 재생할 시간도 없이 터져 나가 바닥에 가라앉았다.
마물들은 여름철 벌레처럼 끝없이 나타났지만, 백우진의 의념이 어린 이기어검을 피할 수는 없었다.
덕분에 두 사람은 조금도 지체하지 않은 채 중계의 중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콰아아아아!
내부를 살피려고 천천히 다가갈 때 굉음이 울리며 좌측의 숲이 터져 나갔다.
치이이익!
무너지는 나무들 사이로 한 남자가 피를 흘리며 뒷걸음질 쳤다. 흰 머리에 단호한 인상. 백천웅이었다.
“아직 멀었다! 늙은이!”
내상을 입은 백천웅을 노리고 뿔이 두 개인 마족이 손에 든 검은 창을 내질렀다.
캬갸갸걍!
수십 개로 변한 창극이 백천웅을 휩쓸려는 찰나 백우진이 튀어나가 창들을 모조리 쳐내 버렸다.
“넌 누구… 끄어어억!”
당황한 마족이 창을 뒤로 뺄 때 뛰어올라 놈의 목을 베어 버렸다.
퍼어엉!
머리를 잃은 마족의 심장에 검을 박아 넣어 그대로 터트려 버렸다.
“우, 우진아….”
자신을 본 백천웅의 눈동자엔 반가움 이상의 당황이 어려 있었다.
“네가 어떻게 여길….”
“문제가 생겼다고 해서 바로 왔습니다. 지금 상황은 어떻게 돼 가고 있죠?”
백우진은 백천웅과 함께 자세를 낮췄다.
다행히 마족들은 내부에서 싸우느라, 자신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쾌검으로 마족을 처리해서 다행이었다.
“마왕은 흑목이 뿌리를 박은 지하, 심계에 숨어서 힘을 모으고 있다.”
“그럼 마족과 마물들이 방해해서 들어가지 못하는 겁니까?”
“그래. 마족들이 계속 방해를 하다 보니, 바닥을 뚫을 수가 없구나.”
백천웅은 평소의 느린 말투와 달리 재빠르게 상황을 알려 주었다.
“일단 마족들을 처리해야 한다는 거네요.”
백우진이 낮은 한숨을 뱉었다. 백천웅의 말대로 일단 저 안에서 난리를 치는 마족들을 정리해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기척을 지우고 절 따라와 주세요.”
발걸음 소리를 죽이고 무너지지 않은 나무 뒤에 몸을 숨겼다.
‘저기가 심계로 가는 바닥이군.’
백천웅의 말대로 흑목의 밑동이 있던 장소엔 구역질이 날 정도로 지독한 마기가 어려 있었고, 그 좌측에는 신성 능력과 성수로 만든 새하얀 결계가 설치되었다.
무인과 마법사들은 결계 내부에서 마족들과 치열한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전부 아는 사람이군.’
황병훈, 백연휘, 적위진, 윤우민, 검후만이 아니라, 영상이나 기사로 보던 전 세계의 절대자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강자가 아닌 사람이 없었지만, 마족들의 막강함과 마령토의 능력 저하 때문에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것 같았다.
-쟤들 힘겨워 보이는데, 안 가냐?
‘기회를 이용해야지.’
당장 도와주는 것도 좋지만, 마족들이 자신을 눈치채지 못한 이 기회를 이용해야 한다.
백우진은 피아노 줄처럼 미세한 기감을 펼쳐서 마족들을 살폈다.
허공과 대지에 최상급으로 보이는 마족이 열 마리 있었고, 그 위로 몸을 숨긴 상급 마족들이 가득했다.
‘하나하나 상대할 시간은 없어.’
이곳까지 오는 데만 해도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저 수준의 마족 열 마리를 하나씩 상대하다간 마왕이 깨어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벨제뷔트와의 전투가 남았는데, 저들 모두에게 심검을 사용하는 것도 무리다.
‘그렇다면….’
백우진은 계속 기감을 펼친 채로 마족들의 움직임을 살폈다.
고오오오.
마법을 쓰는 마족, 육체로 돌진하는 마족, 기이한 술수를 부리는 마족들의 흐름을 파악한 뒤 북명신공과 성령의 기운을 아주 천천히 끌어 올렸다.
오러의 순환 속도를 상승시키며 대기하다가 놈들의 동선이 하나로 이어지기 직전에 그 흐름을 극성으로 가속시켰다.
두웅!
시간의 흐름이 멈춘 것처럼 느리게 보이는 초월의 경계. 그 틈을 이용하여 설영검과 흑암을 이기어검으로 쏘아 냈다.
“어?”
“무, 무슨!”
“검이 갑자기 어디에서!”
마족들이 갑자기 나타난 설영검과 흑암에 당황하고 있을 때 두 검에 가득 모은 기운을 폭발시켰다.
콰아아아아!
설영검과 흑암은 신살과 참마의 궤적을 그리며 광대한 검격을 펼쳐 냈다.
“크윽! 피해!”
“물러나라!”
마족들이 다급하게 날개와 다리를 놀려 도망치려 했지만, 참격의 범위는 그들의 도주 범위를 완벽하게 덮고 있었다.
“이, 이미 늦었어!”
“젠장! 마기를 모아!”
마족들은 후퇴를 포기하고 각자의 마기를 원형 그대로 내뿜어 막강한 벽을 생성했다.
찌지지직!
하지만 성령의 기운을 두른 무시무시한 검격은 마족들이 펼쳐 낸 마기의 벽을 찢어발기고, 놈들의 전신을 휩쓸었다.
콰아아아아!
그 어마어마한 기운은 마족들을 녹이고도 모자라, 그들의 뒤에 있던 숲 전체를 지워 버렸다.
“끄어억!”
“뭐, 뭐야 이게!”
좌측에 남아 있던 마족 두 마리가 기겁하며 날아올랐다.
‘흑암!’
-이미 준비됐다!
백우진은 반원을 그려 두 검의 방향을 전환한 뒤 설영검으로 극리, 흑암으로 암극을 펼쳤다.
치이이잉!
백검과 흑검이 각기의 섬광을 펼치며 도망치려던 마족들의 심장을 꿰뚫었다.
“끄어어억!”
“아아아….”
심장이 터진 마족들은 마기를 제어하지 못한 채 땅에 박혀 재로 변하기 시작했다.
“아….”
“우, 우진아? 네가 어떻게….”
“저, 저 괴물들을 한 번에 쓸어 버렸다고?”
“이게 가능해?”
백우진을 아는 능력자, 모르는 능력자 할 거 없이 모두가 혼이 빠져나간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았다. 경악을 넘어서 이 상황을 믿지 못하는 표정들이었다.
‘놀랄 수밖에 없지….’
백천웅은 절대자들의 벙찐 얼굴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족들과 수 시간 동안 싸워서 겨우 다섯 마리를 잡은 게 다였는데, 백우진은 한 번에 10마리를 베었으니, 저렇게 기겁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우우우웅!
절대자들과 싸우던 마족들이 죽자마자, 몸을 숨기고 있던 다른 마족들이 우수수 튀어나왔다. 이전보다 수준은 낮지만, 그 숫자가 배는 넘어 보였다.
“끄으윽!”
“아직도 남아 있었다고?”
“젠장! 언제까지 싸워야 하는 거야!”
능력자들은 기뻐할 틈도 없이 다시 나타난 마족들에게 이를 갈며 무기를 들어 올렸다.
“역시 오는군.”
백우진은 당황하지 않았다. 서늘한 눈동자를 빛내며 손가락을 튕겼다.
쿠웅!
묵직한 굉음과 함께 그의 등 뒤 공간이 맹수의 아가리처럼 벌어진다.
쿠구구구구!
갈라진 틈 위로 불길이 치솟고, 서리가 내리며, 녹풍이 번지고, 대지가 진동했다.
[크오오오오!] [캬아아아!]이그니스와 설빙이 천공으로 비상하며 포효를 내질렀고, 레오와 크롬은 천년 묵은 나무처럼 우뚝 서서 숲에 흐르는 마기를 흩뜨렸다.
“이, 이것들은 뭐야!”
“사대 정령? 무슨 인간이 사대 정령을….”
“그것도 보통 놈들이 아니다. 그, 그릇!”
마족들은 정령들이 가진 막대한 기운을 느끼고 기겁하여 뒤로 물러섰다.
화르륵!
백우진의 흑안에서 피어난 불꽃이 마족들의 심혼을 꿰뚫었다.
“모두 죽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