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376
376화. 마귀의 왕
“제기랄!”
백은경은 벨제뷔트의 염화가 끝나자마자, 의자를 부수며 일어섰다.
‘완전히 당했어!’
놈은 처음부터 능력자들을 전방에 불러 모은 뒤 빈집을 칠 생각이었던 게 분명했다.
‘그렇게 강하면서 대체 왜!’
누구도 상대할 수 없는 무력을 가진 마귀들의 왕이 왜 이렇게 추잡한 계략을 쓰는 건지, 왜 하필 서울에 온 건지 전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콰앙!
백은경이 가주전의 문을 부술 듯 열고 나갔다.
“지금 가문에서 움직일 수 있는 인원은 모조리 집합시켜! 아니, 집합시킬 시간도 없어! 바로 정문으로 나오라고 전해!”
“알겠습니다!”
호위 한유라가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사라졌다.
쿠구구구궁!
신검백가의 정문을 향해 달려갈 때 지진이 발생한 것처럼 대지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많은 싸움을 치렀지만, 땅이 이 정도로 흔들리는 건 처음이었다.
“으윽!”
불안감에 입술을 질겅 씹으며 정문을 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벨제뷔트의 무시무시한 기운은 바로 앞의 도심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아가씨!”
무너지는 건물들을 보며 벨제뷔트의 기운을 살필 때 뒤에서 한유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부 전했습니다. 곧 이곳으로 모일 겁니다!”
“그럼 하나만 더 전해 줘. 절대로 저 마족의 곁으로 가지 말라고.”
“예? 그럼 검사들을 부르신 이유는….”
“저 빌딩들 바로 옆에 천 가구가 넘는 아파트 단지가 두 곳이나 있어. 그곳의 사람들을 대피시켜.”
“아….”
“저 마기를 보면 누구라도 겁먹을 수밖에 없겠지만, 우리는 신검백가의 검사야. 임무를 확실하게 완수하도록.”
“아, 아가씨. 저도 싸우겠습니다! 함께….”
“무리라는 거 알잖아.”
백은경은 한유라에게 태양처럼 따스한 미소를 보여 주었다.
“부탁할게.”
그 말을 남기고 벨제뷔트가 있는 장소를 향해 전력으로 달렸다.
“아가씨! 제발!”
뒤에서 한유라가 불렀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오러를 극성으로 운용하며 무너져 내리는 빌딩의 중심으로 들어갔다.
“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가 악물렸다. 하늘을 찌르던 빌딩들이 잿더미로 변했고, 보이는 모든 것이 부서져 있었다.
이 근처를 지키던 능력자들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걸 보니, 시체조차 남기지 못하고 죽은 것 같았다.
“도망치지 않고 달려오다니, 그 기상이 놀랍군.”
반으로 갈라지는 건물의 중심에서 등골을 지지는 듯한 오싹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콰아아앙!
바스러지던 건물이 허공으로 떠올라 광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쏟아지는 불길 사이로 검은 정장을 입은 큰 키의 남자가 걸어온다.
흑발흑안. 머리 위엔 하얀빛을 벼린 듯한 관을 썼고, 정장에는 먼지 한 톨 묻어 있지 않았다. 그런 신비로움의 틀 위로 이치의 격을 벗어난 듯한 절세의 미모와 압도적인 마기가 함께했다.
“끄윽….”
백은경이 피 나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벨제뷔트와 눈을 마주친 것만으로 내상을 입을 것만 같았다.
마족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서도 저 정도 기운이라니, 인간이 어떻게 할 수준이 아니다. 피해야만 하는 재해나 다름없었다.
“내 기운을 느끼지 못할 정로도 하등하진 않을 텐데?”
“우윽….”
입을 열리질 않았다. 용암 아래에서 숨을 쉬는 느낌이다.
우우우웅!
오러를 전력으로 끌어 올렸다. 짙은 오러가 전신을 휘감자, 간신히 놈에게서 피어나는 마기를 이겨 낼 수 있었다.
“난 마족을 보면 밟아 죽여야 속이 시원해지는 스타일이거든.”
간신히 입을 떼며 검을 뽑았다.
“당차군. 마음에 드는 성격이야.”
“여긴 신검백가의 영역이다. 네 마음대로 설치게 놔둘 수는 없지. 백가의 검사로서 네놈을 처단하겠다!”
신검백가의 이름을 외칠 때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끓어올랐다. 이전에는 그렇게 싫어하던 이름이건만, 백우진의 영향인지 자부심이 피어났다.
“신검백가라면 이 세계에서 가장 강하다는 백우진의 가문이군. 그는 어디에 있지?”
“널 잡으러 갔다.”
“아, 역시 그인가? 디아볼로스를 잡고, 내가 만든 가짜 고치에 닿은 인간? 확실히 격이 다르더군.”
벨제뷔트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큭큭 웃었다.
“재미로 저지른 일이지만, 더 잘됐어. 그 인간이 돌아왔을 때 네 시체와 무너진 도시를 보여 주면 어떤 표정이 될지 벌써 궁금하군.”
벨제뷔트가 들어 올린 손가락 위로 마기의 아지랑이가 피어났다. 피가 말라붙을 것 같을 정도로 지독한 기운이다.
“끄으윽….”
백은경이 탁한 숨을 뱉으며 검을 쥔 손에 힘을 더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시간을 끌어 백우진이 올 때까지 버텨야 했다.
뚜벅.
긴장을 놓지 않고 있을 때 뒤에서 누군가의 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어?”
옆으로 눈동자를 돌리자, 용의 가면을 쓴 황색 무복의 남자가 손목을 돌리고 있었다.
“과, 광룡?”
“백우진에게는 큰 빚이 있지. 함께 싸워 주겠소.”
대연문의 문주가 된 광룡이 손을 펼치며 강맹한 오러를 불태웠다.
우우우웅!
그의 손아귀 위로 애드벌룬처럼 거대한 강기의 구체가 치솟았다.
“나도 함께하지.”
이번엔 좌측의 땅이 갈라지며, 작은 키의 중년인이 솟구쳤다.
“황색탑주!”
중년인은 루카스의 황색탑주였다. 서울에 남아 있던 강자 세 명이 모두 이곳에 모였다.
“그거 알고 있나?”
벨제뷔트는 세 사람을 훑으며 빙긋 미소 지었다.
“벌레는 모여도 벌레라는 거?”
“한국의 벌레가 얼마나 독한지 보여 주마!”
백은경, 광룡, 황색탑주가 동시에 벨제뷔트를 향해 돌진했다.
**
[우진 님.] ‘카렌!’백우진이 헉 소리를 뱉었다. 뇌리에 울린 청아한 목소리는 카렌이었다.
[늦어서 미안해요.] -뭐, 뭐야! 너 설마 알고 있었어?[아니, 나도 둘을 이곳에 보내고 나서야 마계의 간섭이 있다는 걸 알았어.]
카렌은 아니라는 듯 목소리를 한 톤 높였다.
-그럼 뭐가 늦었다는 건데?
[마계와 지구의 간섭을 만들어 낸 게 벨제뷔트라는 걸 알자마자, 바로 준비를 시작했거든.]
‘준비요?’
[벨제뷔트는 강하면서도, 사악하고, 비겁해요. 두 마계의 왕이면서도 그 위치에 만족하지 않을 정도로 욕심이 많고, 술수를 가리지 않죠.]
카렌의 목소리엔 벨제뷔트에 대한 혐오가 담겨 있었다.
[이런 술수까진 예상하진 못했지만, 혹시 몰라서 몇 가지 준비를 해 놨어요. 그중엔 당연히 순간이동도 있죠.] -이야, 카렌. 너 좀 하는데?흑암은 대견하다며 허허 웃었다.
[난 원래 대단하다고! 어쨌든 지금 벨제뷔트의 위치는 신검백가 근처예요. 가실 수 있겠어요?] ‘물론입니다! 당장 갈 수 있어요!’[그럼 10초 뒤에 보내 드릴게요.]
카렌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전신에 흑색 알갱이들이 모여들었다. 이 알갱이들이 전신을 덮었을 때 이동하는 것 같았다.
“우, 우진아!”
“네 몸이….”
“부가주님. 형.”
백우진은 자신을 상태를 보고 당황하는 두 사람을 불렀다.
“걱정하지 마세요. 서울로 이동하기 위해서 아이템을 쓴 거니까.”
두 사람이 걱정하지 않도록 카렌의 이동 마법을 아이템이라고 말했다.
“자, 잠깐 너 혼자서는 위험해! 그놈은….”
“괜찮아요.”
“하지만!”
“이길 수 있어요. 절 믿어 주세요.”
자신을 바라보는 능력자들에게 믿음직스러운 미소를 지어 주었을 때 검은 빛이 전신을 휘감았다.
[지금 이동합니다.]카렌의 목소리가 다시 들리며 시야가 급변한다. 눈 깜짝할 사이에 수풀들이 깔려 있던 바닥이 아스팔트로 변했다.
고개를 들어 올렸다. 이곳은 분명 서울이다. 다만 자신이 알고 있던 장소와는 전혀 다른 서울.
“벌써 이 정도로 망가지다니….”
백우진의 눈동자에 핏발이 섰다. 눈앞에 보이는 건물들이 모조리 내려앉아 있었다. 놈은 이 짧은 시간에 수십 개의 건물을 부숴 버렸다.
-놈의 기운이다!
‘알아.’
무너진 건물들의 중심에서 벨제뷔트의 마기라 풍겨 나왔다. 그곳을 향해 전력으로 달려갔다.
“이렇게 빨리 오는 건 예상하지 못했는데?”
정장을 입은 큰 키의 남성이 백은경의 목을 쥐고 있었다. 그의 아래에는 광룡과 황색탑주가 피를 흘린 채로 쓰러져 있었다.
“끄으윽….”
백은경 역시 복부와 입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깜짝 선물을 준비하려고 했는데, 아쉽게 되었어.”
남자가 뒤를 돌았다. 일렁이는 검은 눈동자를 보자, 순간 심장이 꽉 조여들었다. 놈은 초월에 닿은 자신에게 압박을 줄 정도로 어마어마한 마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 손 놔.”
백우진이 설영검의 검병을 쥐며 라사둠의 오러를 천천히 끌어 올렸다.
“네가 그 백우진이겠지?”
“그렇다면?”
“역시 차원이 달라. 그 어디서도 느껴 본 적 없는 힘이야.”
“닥치고 그 손 놔!”
“손? 아, 그래.”
벨제뷔트가 고개를 끄덕이고서 왼손으로 바닥에 누워 있던 광룡과 황색탑주의 머리카락을 동시에 잡아당겼다.
“골라라.”
“뭐?”
“이 셋 중 누굴 살릴지 고르라고.”
놈의 입가로 광기가 어린 호가 그려졌다.
“지금 무슨 개소리를!”
“이 두 남자를 선택할지, 너희 식구라는 이 여자를 선택할지 골라라. 딱 한쪽만 살려 주지.”
-저 미친놈이!
“너 이 새끼.”
백우진이 바드득 이를 갈았다. 놈의 눈동자에 어린 감정은 농이 아니다. 진심으로 죽일 생각이었다.
“대체 왜 그딴 짓을 하는 거지?”
“악마니까.”
“뭐?”
“난 악마다. 악마가 인간을 농락하고, 죽이는 건 숨 쉬듯 당연한 일이야. 넌 지금 인간에게 왜 밥을 먹냐 물어본 것과 다를 바가 없는 질문을 한 거다.”
“왕이라고 하지 않았나? 왕이라는 놈이 그렇게 추잡한 짓을….”
“악귀들의 왕이라면 그 어떤 마보다 더럽고, 야비하며, 악랄해야 하지. 추잡하다는 건 내게 칭찬일 뿐이다. 거기다 이 정도로 놀라면 곤란해. 내가 준비한 건 이게 전부가 아니니까.”
“큭….”
카렌의 말대로다. 저놈은 비겁한 행동에 대한 부끄러움이 없었다. 진정한 악 그 자체였다.
“난 내가 재밌기만 하면 돼. 마계를 정복한 것도, 너희 세계를 침범한 것도, 인간들을 단숨에 몰살시킬 수 있으면서 농락하는 것도 전부 내가 즐기고 싶어서 할 뿐이다.”
벨제뷔트가 히죽이며 말을 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 이렇게 재밌는 상황이 만들어졌는데 그냥 보낼 수는 없지. 어떻게 하겠느냐. 누굴 살릴 거지?”
-이놈은 무력만이 아니라, 정신이 위험하다. 어떻게든 죽여!
“큭….”
백우진이 마른침을 삼키며 세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백은경을 선택하는 게 맞지만, 마족의 협박 따위에 넘어갈 순 없었다.
“여유롭게 생각할 시간을 주면 재미없지. 지금부터 10초를 세겠다. 그 안에 고르지 않으면 셋 다 죽는 거야. 십, 구.”
벨제뷔트가 ‘죽는 거야’라는 말을 할 때 진한 살기가 묻어나왔다. 놈은 진심이었다.
“후….”
깊게 한숨을 내쉬며 설영검을 뽑았다.
“나에게 검을 겨누기만 해도 셋 모두 죽는다. 육, 오.”
“알고 있다.”
고개를 끄덕이고서 설영검을 놓았다. 검이 떨어져 땅에 박히는 모습에 벨제뷔트의 입꼬리가 진하게 올라갔다.
“이제 골라라. 누굴 살릴 거지?”
“세 번째다.”
“세 번째? 이 남자를 말하는 거냐?”
벨제뷔트가 황색탑주를 들어 올릴 때 놈에게서 퍼져 나오는 마기가 한순간 옅어졌다. 이 찰나의 방심을 이용할 때였다.
“아니. 테러범과 협상은 없다는 말이다!”
휘돌리던 오러의 순환을 극성으로 가속시켰다. 세계가 물결치며 시간의 흐름이 무한에 가깝게 느려지기 시작한다.
우우우웅!
일그러지는 흐름의 틈새로 놈의 혼을 가를 심검이 타올랐다.
‘엄청나군.’
예리하게 벼린 심검을 꺼내자, 벨제뷔트가 가진 거대한 혼의 그릇이 느껴진다. 놈은 예상대로 많은 힘을 감추고 있었다.
‘그래 봐야 죽으면 끝나.’
저 힘과 제대로 겨뤄 보고 싶기도 했지만, 너무 위험했다. 죽일 수 있을 때 죽여야 했다.
벨제뷔트의 혼을 향해 심검을 쏘아 냈다. 마음의 검은 막대하기 그지없는 놈의 혼을 사정없이 갈라 버렸다.
우우우웅!
일었던 파문이 가라앉으며 시간의 흐름이 재개된다. 벨제뷔트의 가슴에서 피 분수가 뿜어지며 놈이 무릎을 꿇었다.
“끄윽….”
벨제뷔트는 단말마도 지르지 못한 채 잡고 있던 세 사람을 떨어뜨리고 그을린 대지에 쓰러졌다.
“…….”
백우진은 방심하지 않고 벨제뷔트를 살폈지만, 놈은 다른 마족처럼 재가 되어 흩어졌다.
“죽었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쓰러진 세 사람을 살폈다. 다행히 모두 살아 있었다.
-이야, 마왕 이상의 야비함이라니, 역시 백우진 대협이십니다!
‘치사한 놈한테는 더 치사하게 나가야지.’
씩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도 다행이군. 저 멍청한 놈이 마족의 육체를 드러내서 싸웠다면 심검이 막혔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그래. 다행이었어.’
놈이 본체로 싸웠다면 이렇게 쉽게 끝나지 않았을 거다. 저 셋은 죽고, 서울이 완전히 무너졌겠지.
“일단 깨우자.”
백우진은 세 사람을 깨우기 위해 오러를 흘려 넣으려다가 멈춰 섰다.
“어?”
누군가가 등 뒤에 칼을 가져다 댄 것처럼 서늘한 감각이 전신을 휩쓸었다. 이마 위로 흐르는 식은땀을 느끼며 뒤를 돌았다.
“뭐, 뭐야.”
시간을 되돌린 것처럼 재가 되었던 벨제뷔트의 육체가 완벽하게 재생된다. 감겨 있던 놈이 눈을 뜨자, 시꺼먼 안구가 번쩍였다.
“죽는 건 오랜만이로군. 그것도 원인을 알 수 없이 심장이 터진 건 처음이야.”
“뭘 한 거지?”
“아까 말했잖나. 내가 준비한 건 아직 남아있다고. 참고로 말해 주자면 이건 네 덕분이다.”
“그게 무슨 소리야!”
“글쎄?”
벨제뷔트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목을 돌렸다. 그의 입가엔 이전보다 더 진한 비웃음이 어려 있었다.
‘흑암!’
-나도 모르겠다. 마기가 작용한 건 분명한데….
‘어쩔 수 없지.’
백우진은 의념으로 뒤에 있던 세 사람을 멀리 보내 버린 뒤 설영검의 검파를 움켜쥐었다.
“그럼 죽을 때까지 죽여 주마.”
북해의 서늘함이 피어오르는 검극으로 벨제뷔트의 목을 겨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