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378
378화. 마귀의 왕 (3)
“알아차렸다? 내가 되살아나는 이유를?”
“그래.”
백우진은 벨제뷔트에게서 일렁이는 마기의 흐름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헛소리를 뱉는 걸 보니, 네놈의 정신도 무너지기 시작한 모양이구나.”
벨제뷔트가 코웃음을 쳤다. 허세를 부린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결계.”
“어?”
결계라는 말을 하자, 달려들려던 벨제뷔트가 우뚝 멈춰 섰다. 놈의 시꺼먼 눈동자가 죽었을 때 이상으로 격하게 흔들렸다.
“네놈의 마기로 지구 전체에 거대한 결계를 쳐 놨잖아. 아닌가?”
“그, 그걸 어떻게….”
“조금 전 널 베었을 때 내 기운을 이 공간 전체에 퍼뜨렸다.”
백우진은 벨제뷔트가 부활한 마령토 부근을 노려보았다.
“네가 죽자마자, 마령토 아래에 깔려 있던 마기가 활성화되어 네게 뭉치더군. 그 흐름은 결계의 작용. 네놈은 미리 깔아 둔 결계의 힘으로 부활하고 있었어.”
“고작 오러를 흩뿌려 놓은 것으로 결계라는 걸 파악했다고? 대체 네놈은….”
-으음, 나도 몰랐는데….
‘내겐 결계역장이 있잖아.’
결계와 상극인 결계역장의 기운 덕분에 놈이 바닥에 깔아 놓은 마기가 거대한 결계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여튼 씹사기가 아닌 능력이 없다니까. 저 파리 놈보다 더해….
흑암은 질렸다는 듯 헛바람을 뱉어 냈다.
“그리고 그 거대한 결계를 구성하는 마기는 내가 베었던 고치 안에 있던 마기 맞지?”
“너 뭐야….”
벨제뷔트의 목소리가 바르르 흔들렸다.
“네가 힌트를 줬잖아. 네 부활에는 내 도움이 있었다고. 잘 살펴보니, 고치에 있던 마기와 땅 전체에 깔린 마기가 같다는 걸 알 수 있었지.”
“…큭!”
벨제뷔트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잠시 뒤 놈의 어깨가 들썩이며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크하하하하!”
“뭐가 웃기지?”
“감탄의 웃음이다. 내 말을 기억했다가 이렇게 되돌려 줄 줄은 몰랐어. 이렇게 당한 느낌이 드는 건 처음이야.”
벨제뷔트는 키득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그래서?”
“뭐?”
“그걸 알아서 어쩔 거냐는 말이다.”
놈이 오른손을 들어 올려 손가락을 튕겼다. 그 울림이 대지로 퍼지자, 바닥 전체에서 마기로 이어진 검은 선이 치솟았다.
화아아아아!
이 마기다. 벨제뷔트가 부활할 때 작용했던 마기의 흐름이 바로 이 선이었다.
‘음….’
우측을 봐도, 좌측을 봐도 마기의 선은 끝도 없이 이어져 있었다. 예상대로 이 결계는 지구 전체에 퍼져 있는 게 분명했다.
-이, 이 범위는 뭐야! 정신 나갔잖아!
“네 말대로 내 결계는 이 별 전체에 깔려 있다. 설마 이걸 지우겠다는 개소리를 하진 않겠지?”
“그런 소리를 하진 않지. 대신 몸으로 보여 주마.”
백우진이 서늘하게 웃으며 설영검과 흑암을 동시에 땅에 박아 넣었다.
우우웅!
대지를 두부처럼 가르고 들어간 두 자루의 칼날 위로 결계역장의 기운을 주입했다.
찌지지직!
하지만 결계역장의 기운을 쏟아부어도 결계가 갈라지질 않았다. 벨제뷔트의 마기가 지독했고, 결계가 너무 장대하게 펼쳐졌기 때문이다.
“내 결계 앞에서 그 검들은 이쑤시개만도 못해. 네놈에게 승산은 없다.”
“아직이다.”
백우진이 두 눈을 빛냈다.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서 아이템의 기운을 아껴 둔 보람이 있었다.
결계역장의 기운을 모조리 끌어 올리며 좌측에 착용한 시르콘의 성령 팔찌와 우측에 낀 엘프와 드워프의 선물을 동시에 발동시켰다.
우우우우웅!
성령의 백색 기운이 흑암의 칼날에 어리고, 세계수의 자연기가 설영검의 검신을 휘감았다.
촤아아악!
두 신성한 기운이 어린 검으로 대지를 둥글게 베어 냈다. 묵직한 절삭음이 울리며 결계를 구성했던 마기의 불길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먹물 위로 흰색 물감을 부은 것처럼 검은 마기가 회색이 되어 녹아내렸다.
캬아아아앙!
발로 밟고 있는 대지가, 아니 이 세계 전체가 뒤흔들리며 벨제뷔트가 설치한 부활의 결계가 바스러졌다.
치이이잉!
백우진은 결계가 완전히 녹아내린 후에야 검을 뽑았다. 너무 큰 힘을 사용했기 때문인지 결계역장의 기운도 동이 났고, 두 아이템도 빛을 잃었다.
“아….”
벨제뷔트는 넋이 나간 듯 턱이 빠질 정도로 입을 떡 벌렸다. 놈의 경악한 표정을 보자, 속이 시원해졌다.
“어때? 그토록 자신했던 결계가 깨진 기분은?”
“너 뭐 하는 놈이야….”
벨제뷔트가 오른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저게 인간이라고?’
자신이 66일간 준비했던 마염결을 검으로 갈라 버리는 인간이라니, 눈앞에서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이대로 끝낼 수는 없어….’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 백우진이 결계를 찢은 건 분명하지만, 모든 마기를 정화시키진 못했다. 흩어진 마기를 끌어모아 새로운 수를 준비해야 했다.
“자, 그럼….”
백우진이 흑암을 세워 벨제뷔트를 겨누었다.
“둘 다 칼 맞으면 뒈지는 상황에서 2라운드를 시작해 보자고.”
회복의 호흡을 발동시키며 벨제뷔트에게 돌진했다.
“크아아아!”
벨제뷔트가 얼굴을 가리던 손을 내리며 왼 주먹을 휘둘렀다. 이전보다 더 지독한 마기가 어린 권격이다. 놈이 부활하는 걸 보고 사람들이 더 큰 공포를 느낀 것 같았다.
쩌어어엉!
설영검의 검면으로 놈의 주먹을 막아 낸 후 흑암으로 암인을 그었다.
치이이잉!
벨제뷔트는 바닥에서 솟구치는 검은 칼날들을 흑골로 막아 낸 뒤 마수의 붕옥을 날려 왔다.
콰아아아!
낙일참으로 마수의 붕옥을 내리쳤지만, 벨제뷔트가 마기를 증폭시키고 호흡을 변화시킨 탓에 한 번에 베이지 않았다. 역시나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시간이 좀 필요하겠어.’
벨제뷔트의 변화한 호흡과 강해진 마기를 파악하기 위해선 약간의 탐색이 필요했다.
흐름을 보는 눈을 최대로 발동시킨 채 마수의 붕옥을 가르고 벨제뷔트의 우측으로 짓쳐 들었다.
캬앙!
벨제뷔트의 주먹을 흑암으로 흘리려 했지만, 그 안에 어린 기운이 너무 강해 각도만 비틀었다.
“결계를 깼다고 네놈이 이긴 게 아니다!”
벨제뷔트는 백우진의 자세가 무너진 걸 노리고 발을 뻗어 왔다. 짙은 마기와 날카로운 투로가 어린 각법이었다.
콰아아앙!
설영검으로 무령참을 내리쳐서 벨제뷔트의 발을 밀어 버렸다.
터엉!
밀려나는 벨제뷔트에게 쇄도해서 낙성위화를 펼쳐 냈다.
콰과과광!
벨제뷔트는 쏟아지는 검격의 별무리를 주먹으로 모조리 으깨 버렸지만, 그 뒤를 이어 개화하는 수천 개의 검화를 버티지 못했다.
촤아아악!
놈의 오른팔이 갈가리 찢어진 채 떨어져 내렸다.
‘지금!’
벨제뷔트가 팔을 재생시키기 전에 놈의 목을 치기 위해 땅을 박찼다.
‘버, 벌써 재생을?’
하지만 두 검을 내리치기 전에 놈의 오른팔은 이미 재생이 끝나 있었다. 찰나의 순간에 완벽한 재생이라니, 눈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흥.”
벨제뷔트가 새롭게 돋아난 팔로 주먹을 쥐며 피식 웃었다.
“내 재생력은 마계 제일이다. 지금까진 일부러 놀아 줬을 뿐이다.”
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바닥에서 흑골이 솟구쳤다.
우우웅!
시야를 막아서는 흑골을 베었을 때 벨제뷔트가 마수의 붕옥을 쏘아 냈다.
캬갸갸걍!
설영검으로 풍벽검흔을, 흑암으로 흑현금을 펼쳐 흑골과 마수의 붕옥을 동시에 차단했다.
“아직이다!”
두 공격을 막자마자, 벨제뷔트가 풍벽을 뚫고 주먹을 내질러 왔다.
‘섬야!’
흑암으로 섬야를 펼쳐 밀어닥치는 벨제뷔트의 권격을 갈라 버렸다.
콰아아아아!
섬야의 파동이 벨제뷔트를 압박할 때 만상보로 다가가 수왕무 우형고를 펼쳐 어깨로 놈의 가슴을 후려쳤다.
“커헉!”
벨제뷔트가 신음을 흘리며 뒤로 밀려났다. 그 순간 설영검을 손에서 놓고 극리를 발동시켰다.
“으아아아!”
극쾌의 검공 극리가 벨제뷔트의 심장을 뚫기 직전, 놈이 수도를 세워 검신을 쳐내 버렸다.
캬앙!
튕겨 나오는 설영검의 검병을 밟으며 벨제뷔트에게 쇄도했다.
“헉!”
몸을 틀어 놈이 내지르는 주먹을 회피한 후 라사둠의 오러와 흑암의 기운을 조화시킨 검격을 내리쳤다.
콰아아아아!
흑암과 자신의 첫 번째 검 천의가 벨제뷔트가 펼쳐 낸 마기의 갑옷을 뚫고 놈의 몸을 갈랐다. 베어진 검흔에서 핏줄기가 뿜어지기 전에 내려친 검을 다시 올려 그었다.
쩌어어억!
천의에 이은 두 번째 검 인의의 참격이 벨제뷔트의 가슴을 훑고 지나갔다.
푸카악!
벨제뷔트의 가슴 위로 두 개의 검흔이 돋아나며 붉은 피가 분수처럼 뿜어졌다.
“끄으윽….”
하지만 놈의 몸은 그 찰나의 순간에 또 재생되고 있었다. 놈의 말대로 부활을 잃은 대신 재생력에 엄청난 능력이 추가된 것 같았다.
-물도 아니고, 무슨 재생력이 저따위야!
천의와 인의를 연속으로 맞고도 몸을 재생시키다니, 흑암의 말대로 베자마자 다시 차오르는 물을 보는 느낌이다.
‘괜찮아. 뒈질 때까지 죽이면 되니까.’
벨제뷔트가 물 같은 재생력을 가지고 있다면 증발시킬 때까지 베면 그만이다.
“재생이라는 능력을 저주하게 만들어 주마.”
“후욱….”
벨제뷔트가 입가로 붉은 피를 쏟으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놈의 광기가 어린 눈동자에 새로운 흥분이 차오르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몰린 건 오랜만이야. 하지만 벌써 승리를 생각하는 건 이르지 않나?”
“뭐?”
“고맙다. 덕분에 네 오러와 내 마기가 섞인 최고의 재료가 완성되었다.”
히죽이던 벨제뷔트가 바닥을 물들인 뻘건 피를 가리켰다.
“넌 스스로의 선택으로 최악의 죽음을 보게 될 거야. 명계개현.”
벨제뷔트가 합장을 하듯 두 손의 손가락 끝을 모아, 삼각형을 만들었다.
화아아아아!
놈이 손으로 만든 삼각형 안에서 곤충의 눈 같은 게 튀어나왔다.
감겨 있던 눈꺼풀이 올라가자, 그 안에 어려 있던 어둠이 쏟아져 나와 보이는 모든 것을 검게 물들였다.
바닥도, 하늘도 시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검었다. 달이 없는 어둑한 밤바다 위에 떠 있는 느낌이다.
-이건 뭐지?
‘다른 결계 같아….’
백우진이 콧등을 찡그렸다.
‘하필 지금….’
회복의 호흡을 사용했어도 결계역장의 기운은 회복되지 않았다. 성령 팔찌와 반지의 기운도 소모했기에 당장에 이 결계를 지울 수가 없었다.
거기다 이 결계 내부는 진짜 마계라도 되는 듯 지독한 마기로 가득했다. 속이 울렁이고, 머리가 지끈거릴 지경이다.
‘외부와 완전히 차단됐어.’
가장 큰 문제는 이 망할 결계 때문에 자연의 마나를 흡수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근데 놈은 어디갔지?
‘모르겠어.’
마기가 너무 짙어서 벨제뷔트의 위치를 파악할 수가 없었다.
둥.
기감을 좀 더 넓게 펼치려 할 때 전방의 바닥에서 파문이 일어났다. 바닥을 울리는 흐름이 거세지며 검은 대지 위로 거대한 무언가가 솟구쳤다. 인간도, 마족의 형상도 아니다.
-으음….
“뭐, 뭐야 저게!”
카멜레온처럼 눈두덩이가 튀어나왔고, 입에는 칼날 같은 네 개의 주둥이가 달렸으며, 머리 위엔 뿔처럼 세워진 세 쌍의 더듬이가 흔들렸다.
등에는 허옇게 반짝이는 열 장의 날개가 흔들리고 있었고, 12개의 틀로 이루어진 몸통은 검은 털이 수북했다. 다리는 지네라도 되는 듯 셀 수 없이 많았다.
“파, 파리?”
곤충의 모습은 기괴 그 자체였지만, 가장 닮은 건 여름에 자주 보는 파리였다.
-드디어 등장하셨군. 저 똥파리가 벨제뷔트의 원래의 모습이다.
‘어? 뭐?’
-놈의 본체가 저 파리라고! 벨제뷔트라는 이름이 원래 파리의 왕이라는 뜻이다!
‘파리가 본체였다니….’
-다만 마계도 아닌 이곳에서 본체가 되는 건 불가능할 텐데, 이 결계 때문인가?
흑암이 불가능하다고 중얼거릴 때 파리가 된 벨제뷔트의 눈동자가 자신을 향했다.
[결국 이 모습까지 보이게 하는구나.]벨제뷔트가 날개를 바르르 떨며 주둥이를 열었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네가 내 결계를 가를 때 흩어진 마기를 끌어모아, 이 세계를 구현했다. 일시적이지만, 이 공간은 마계와 완전히 같은 곳이지.]
-지독한….
“으음….”
결계가 사라져서 절망할 줄 알았지만, 그새 새로운 방법을 찾다니, 괜히 마계의 왕이 아니었다.
‘위험한데….’
백우진이 마른침을 삼켰다. 결계 내부에서 일렁이는 마기 때문에 몸이 짓눌리는 느낌이다. 본래 무력의 8할 정도밖에 낼 수 없을 것 같았다.
-저런 파리 새끼는 엑스킬라가 짱인데.
‘그러게 말이다.’
벌레는 엑스킬라와 라이터의 조합으로 날개를 태워 버리는 게 최고였다. 혹시나 해서 이그니스를 불러 봤지만 소환되지 않았다.
“그러면….”
바로 뒤로 물러난 후 뒤에 있는 벽을 향해 신살을 내리쳤다.
“힘으로 나가면 그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