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38
38화. 판이 깔리다 (4)
“그, 그 병은 회복약이잖아요!”
“맞아. 회복약.”
백우진이 들고 있는 병은 회복약이었다. 성수가 깃들어 있는 고급 회복약.
“어떻게 회복약에 가고일이….”
“아까 석상을 칠 때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어?”
“예?”
문주영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럼 직접 봐.”
백우진은 문주영을 데리고 다른 석상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일반 석상을 칠 때나 가고일 석상을 칠 때나 불똥이 튀지. 하지만 가고일 석상을 칠 땐 약간 검은 기운이 있는 불똥이 튀어.”
백우진은 설명을 해주며 앞에 있는 석상을 내리쳤다.
쩡!
검과 석상이 부딪친 순간 아주 작은 불똥이 튀겼다.
“이건 평범한 불똥이니, 진짜라는 거고.”
쩌엉!
두 번째 석상에서도 작은 불똥이 튀겼다. 하지만 불똥의 색에 아주 얇은 검은빛이 돌았다. 알고 보지 않는다면 파악하기 힘들 정도의 차이였다.
“봤지? 이 검은색 불똥은 가고일의 석상화에 악 속성을 깃들었다는 뜻이야. 그래서 이 회복약에 들어있는 성수의 힘을 이용해본 거지.”
“아….”
문주영은 아연해서 입만 벌리고 있었다. 저 작은 불똥의 차이를 이용해서 해결책을 만들다니, 관찰력이 뛰어난 정도가 아니다. 미친 수준이었다.
매번 백우진에게 감탄하지만, 이번 건 그 중에서도 특히 놀라웠다.
“이제 이해가 가?”
백우진은 검에 회복약을 바른 뒤 가고일 석상을 단번에 베어버렸다.
“아, 네!”
문주영은 정신을 차리려는 듯 자신의 뺨을 두들기고 가고일의 마석을 챙겼다.
-너 정말 배우해도 되겠다. 다 알면서 모르는 척 하는 연기는 네가 최고야.
‘정형운을 속인 뒤로는 연기가 무지하게 잘 된다니까?’
-칭찬 아니다…
‘하하!’
계획했던 대로 일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백우진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너한테 내기를 걸었던 놈들이 자신의 힘으로 이 미로를 뚫을 것 같냐?
‘아니. 전혀.’
-역시.
‘그 세 놈 모두 호위를 앞세우고 신나게 달리고 있을 걸.’
보지 않아도 그들이 어떻게 움직일 지는 예상이 갔다. 적연화를 제외하곤 전부 호위의 힘을 빌리고 있을 거다.
-그럼 너보다 빨리 보스에 닿는 거 아니냐?
‘그럴 리는 없지만, 만약 그렇다고 해도 상관없어.’
-뭐?
‘내가 말했지. 이 던전 브레이크 됐다고.’
-그래.
‘브레이크가 발생한 가장 큰 이유는 가고일과 던전의 미로 때문이 아니야. 이곳의 보스가 까다롭고 영리하기 때문이지.’
전생에 던전이 브레이크 된 이후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다. 그 피해 중 대부분은 가고일 보스 때문에 발생한 피해였다.
-그 놈들의 수준으로는 보스를 잡을 수 없다는 거냐?
‘그래. 거기다 가장 중요한 건 우리가 제일 빨리 도착한다는 거지.’
**
탁.
밝은 문을 넘자, 하늘이 뻥 뚫린 정원이 나타났다. 정원의 단상 위엔 이 던전의 보스 플레임 가고일이 거대한 날개를 펼치고 있었다.
‘아무도 없지? 내가 제일 빠르다고 했잖아.’
-아쉽군. 네가 땅을 치고 후회하는 걸 보고 싶었는데.
‘그럴 일은 평생 없을 걸.’
백우진은 가장 늦게 출발하고, 근처의 몬스터들을 전부 사냥하며 왔음에도 제일 먼저 보스에게 도달했다. 준비의 힘이었다.
“도련님. 가고일이 석상화 상태가 아닙니다. 주의하십시오!”
“그래.”
플레임 가고일은 머리위에 붉은색의 뿔 두 개를 달고 있었고, 피부가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덩치와 날개가 일반 가고일 보다 2배는 커서 보는 것만으로 마른침을 삼키게 만들었다.
“크르르….”
플레임 가고일은 마름모꼴의 눈알을 굴리며 백우진과 문주영을 노려보았다.
“내가 잡을 테니, 나서지마.”
“조심하십시오. 분명 특별한 능력이 있을 겁니다.”
백우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천천히 플레임 가고일에게 접근했다.
-플레임 가고일이었군.
‘역시 알고 있네.’
-플레임 가고일은 일반 가고일보다 훨씬 빠르고, 방어력이 높다. 손톱과 발톱을 사용하는 가고일과 다르게 입에서 화염 브레스를 내뿜을 수 있다.
‘알고 있어.’
-정말 중요한 건 놈의 학습능력이다. 한 번 본 공격은 잘 통하지 않아. 단숨에 끝내야 한다.
‘그것도 알고 있어.’
플레임 가고일은 3등급 던전의 보스임에도 불구하고 4등급, 5등급 능력자들을 죽였던 놈이다. 검로에 익숙해지기 전에 죽이는 게 최선이다.
[라사둠의 오러 특성‘흑풍’이 발동 됩니다.]백우진은 흑풍을 발동시키고, 검 손잡이를 잡았다.
“크르르르….”
플레임 가고일의 눈동자는 백우진이 이동하는 방향을 계속 쫓아왔다.
탁.
플레임 가고일이 올라가 있는 단상에 돌 조각이 떨어지는 순간 백우진의 발이 튀어나갔다.
파아앙!
백우진은 빛살처럼 내달려. 플레임 가고일에게 검을 휘둘렀다.
촤아악!
발검술이 번쩍였지만, 베이는 감각은 느껴지지 않았다. 플레임 가고일이 그 거대한 날개를 펼쳐 하늘로 비상했기 때문이다.
‘역시!’
백우진은 당황하지 않았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단상을 밟으며 양다리에 모아놓은 오러를 폭발시켰다.
콰아아앙!
단상이 무너지며 비상하는 매처럼 백우진의 몸이 하늘로 솟구쳤다.
“키아아아악!”
플레임 가고일은 백우진이 도약한 것을 보고, 깜짝 놀라서 더 높은 하늘로 올라갔다.
“젠장!”
백우진의 도약은 엄청났지만, 날개가 있는 가고일을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키이익!”
플레임 가고일은 떨어지려 하는 백우진을 비웃으며 입에서 화염을 내뿜었다. 플레임 가고일의 특성 화염 브레스다.
‘지금!’
가고일이 입을 벌리며 다가올 때 백우진의 눈이 시퍼렇게 빛났다. 그가 생각한 가고일을 잡을 최적의 순간이 바로 지금이었다.
화아아악!
단전에 있는 오러가 미친 듯이 빨려 들어가 휘연검을 뒤덮었다. 공간 그 자체를 튀겨버릴 것 같은 흑색의 뇌기가 검날에 내려앉았다.
‘비뢰섬.’
백우진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플레임 브레스를 향해 뇌기를 담은 검을 휘둘렀다. 드디어 첫 개시를 하는 비뢰섬이다.
빠지지직!
비뢰섬은 단순히 위력만 좋은 가로 베기가 아니라, 검날에 실린 뇌기를 날리는 원거리형 검로다. 비뢰섬은 화염을 가르고, 더욱 빨라진 속도로 가고일의 목을 향해 쇄도했다.
촤아아악!
몰아치는 화염이 찢겨나가고, 당황하여 눈을 부릅뜬 플레임 가고일의 모습이 드러났다. 가고일은 지금 자신에게 일어난 상황을 믿지 못했다.
“키아아악!”
가고일은 강철 같은 날개로 자신의 몸을 감쌌다. 하지만 그건 최악의 선택이었다.
파지지직!
비뢰섬의 검기는 플레임 가고일의 날개를 찢어발기며 놈의 목까지 단숨에 베어버렸다.
“키이이이….”
목과 몸이 분리 된 플레임 가고일은 힘을 잃고, 백우진보다 빠르게 땅으로 추락했다.
콰아아앙!
대지에 거대한 흔적을 남기며 플레임 가고일이 자신의 죽음을 알렸다.
후우웅.
백우진은 전생에 수백 명의 인명피해를 내고, 수십 명의 능력자를 잡아먹은 플레임 가고일을 10초도 되지 않아 처리해 버렸다.
툭툭.
그는 별거 아니라는 듯 자신의 몸에 붙은 불을 손으로 쳐서 꺼버렸다.
-안 뜨겁지?
‘난로 수준이야. 따습네’
-네 속성 저항력이 미친 수준인데, 대마법 전투복까지 입고 왔으니. 통할 리가 없지.
백우진은 이곳에 올 때 마법에 저항력을 가지는 전투복을 대여해 왔다. 그 덕에 가고일의 화염 속에서도 아무런 통증이 없었다. 살짝 얼굴이 붉어진 게 전부였다.
-어쨌든 수고했다. 완벽했어.
‘웬일로 군말없이 칭찬을?’
-내가 싫어하는 건 네가 운으로 다 쳐 먹는 거다! 잘 한건 잘했다고 해.
‘운을 왜 싫어하는 거지? 이해가 안 돼.’
“도련님! 괜찮으십니까?”
문주영이 회복약을 손에 들고 황급하게 달려왔다.
“가고일의 불꽃이….”
“이 전투복 덕분에 괜찮아.”
“어?”
문주영은 웃고 있는 백우진을 보고 얼이 빠졌다. 그는 분명 화염에 휩싸였다. 아무리 전투복이 있다고 해도 통증이 있을 텐데, 백우진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차분했다.
고통을 참는 건지, 정말 안 아픈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쿠구구구구!
던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던전 공략이 끝났다는 뜻이다. 이제 미로가 없어져서, 출구까지 직진으로 나갈 수 있을 거다.
‘감정사님?’
-…
백우진은 프레임 가고일 옆에 떨어진 반지를 주워 흑암에게 내밀었다. 흑암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감정을 준비했다.
[플레임 가고일의 반지] 플레임 가고일의 특성이 들어있는 반지다. 화속성 저항력과 감응력을 상승시켜 준다.등급 : 레어.
착용가능 조건 : 없음.
화속성 감응력 +5
화속성 저항력 +10
‘아, 또 레어네.’
-또 레어네? 또오 레어네에?
‘왜, 왜 그래?’
-보스라고 무조건 레어 주는 것도 아니던데, 맨날 레어 이상만 뜨는 놈이 불평을 해?
‘유니크 뜨는 게 더 좋잖아.’
최근 보상 3개 중에 유니크와 레전더리가 뜬 놈이 또 유니크를 바래? 양심이 출타했냐?
‘그럴 수도 있다는 거지. 커흠…’
**
송지훈, 서진환, 강훈은 거의 비슷한 때에 보스가 있는 정원에 도착했다.
“아….”
“이, 이런….”
그들이 도착하고 나서 처음으로 본 장면은 거대한 가고일의 목을 검기로 베어버리는 백우진의 모습이었다.
“헉!”
그 모습을 보고, 송지훈은 들고 있던 도를 떨어뜨렸다.
완벽에 이른 가로 베기, 극한의 파괴력을 담은 흑색 오러, 정확하고 깔끔한 검기의 운용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저게 정말 16살인지, 백가의 호적을 파보고 싶었다.
쿠우웅!
송지훈은 머리 잘린 가고일이 땅에 떨어졌을 때의 소리가 자신의 심장이 내려앉는 소리 같다고 생각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윽!”
“음….”
백우진은 가고일의 마석을 빼낸 뒤 세 명이 서 있는 장소로 걸어왔다.
그와 그의 호위는 세 사람을 한 번씩 쳐다보고선 별말 없이 밖을 향해 걸어가 버렸다.
“젠장!”
송지훈이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백우진이 보스를 잡는 것을 직접 봤기 때문에 뭘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혼자 있다면 기습이라도 하겠지만, 이곳엔 다른 길드까지 있어서 불가능했다.
콰과과광!
송지훈이 도를 뽑아서 주변을 마구 헤집었다. 포탄을 맞은 것처럼 벽과 바닥이 터져나갔다.
“하아, 그래도 다행이군.”
서진환은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보스도 제대로 못보고 끝나버렸는데, 뭐가 다행이라는 거지? 정신이 나갔나?”
강훈이 서진환을 보며 이죽거렸다.
“백우진이 우리 무기를 뺏을 생각은 없어 보이잖아.”
“아, 그 내기….”
“하긴 아무리 내기라고 해도 정말 무기를 뺏는 건 심하지. 지금도 얻은 게 많으니까. 그냥 넘어가 주는 것 같네.”
서진환은 혼자 납득을 해버리며 출구로 향했다.
**
“음….”
적연화는 던전이 공략되자마자 가장 먼저 밖으로 나왔다. 그녀가 나온 뒤 10분 정도가 지나자, 백우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가씨. 저분이 보스를 잡은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음….”
적연화가 인상을 찌푸렸다. 백우진의 얼굴에 여유로웠던 미소가 사라져 있었고, 손에 들고 있던 검도 보이지 않았다. 내기에서 져서 무기를 뺏긴 것 같았다.
“그러게 빨리 가라니까…으휴!”
백우진이 졌다는 생각이 들자, 이유를 모르겠지만, 화가 나기 시작했다. 자신의 무언가를 빼앗긴 느낌까지 들었다.
백우진은 자신을 노려보는 적연화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중간쯤에 멈춰서 던전을 바라보았다.
치이잉.
잠시 후 다른 대형 길드의 능력자들이 동시에 밖으로 나왔다. 순식간에 입구가 분주해졌다.
“응?”
적연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송지훈, 서진환, 강훈 모두 무기를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뭐지? 이게 어떻게 된….”
적연화가 백우진을 돌아보았을 때 그는 처음의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대형 길드의 능력자들에게 다가갔다.
“내기의 대가를 받겠다. 너희 셋 지금 들고 있는 무기를 내놓도록.”
“어?”
“아….”
송지훈, 서진환, 강훈 모두가 당황하여 넋이 나가버렸다. 여기서 무기를 달라고 할 줄은 상상도 해보지 못한 표정이다.
-악마 같은 놈…
‘뭐가?’
-네가 보스를 잡았다는 소문을 더 극적으로 퍼트리기 위해 안에서 안 뺏고 여기서 무기를 달라고 하는 거잖아. 너도 정말 대단한 놈이야.
‘그것도 있고, 저 무기들 전부 유니크니까. 쟤들한테 안전 배송 시킨 거지.’
-허, 넌 정말…
흑암이 질렸다는 듯 혀를 내둘렀다.
“저, 저게 무슨 소리야? 백우진이 왜 무기를 달라는 거지?”
“그, 글쎄?”
“아까 던전 안에서 내기를 했어. 저 길드들이….”
던전에 다녀온 능력자들이 사람들에게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미친!”
“그럼 저기서 제일 어린 백우진이 보스를 잡은 거야? 진짜 돌았네!”
“저 길드들이 많이 컸다고 해도 신검백가는 잡을 수 없는 건가?”
“백가에 진정한 천재가 나타났군. 5등급 범죄자를 잡은 게 거짓이 아니었어.”
구경꾼들의 눈에 다른 길드는 들어오지 않았다. 대형 길드 앞에서 당당히 손을 내미는 백우진에게 시선이 집중 되었다.
“그, 그냥 넘어가 주는 거 아니었어?”
“맞아. 아깐 분명히….”
“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
“끄으윽….”
“이놈….”
“잘난 길드들의 기대주들께서 거짓말을 하진 않겠지?”
백우진은 빨리 무기를 내놓으라는 듯 손바닥을 흔들었다.
“내놔.”
-동네 양아치가 애들 삥 뜯는 장면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