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380
380화. 마귀의 왕 (5)
[이미 늦었다!]벨제뷔트는 승리를 자신했다.
버러지 같은 인간들이 결계 외벽을 뚫고 구멍을 냈지만, 자신이 펼친 결계를 무너뜨리기엔 너무도 작은 틈이었다.
거기다 마광포는 이미 발동되었다.
백우진과 결계를 깬 인간들 모두는 한 줌 핏물조차 남기지 못하고 녹아내릴 것이다.
콰아아아아!
백우진을 향해 이글거리는 마기를 쏘아 냈다. 마광포는 발동시킨 자신이 뒤로 밀려날 정도로 어마어마한 파동을 일으키며 나아갔다.
[어?]하지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공간을 찌그러뜨리면서 날아간 마광포가 조금씩 느려지더니, 백우진 앞에선 아예 멈춰 버렸다. 흡사 시간이 멎은 것처럼.
[이건!]벨제뷔트가 눈을 부릅떴다. 그거다. 자신의 혼을 베었던 세계의 이치에 간섭하는 검술. 놈이 또 한 번 그 검술을 쓴 게 분명했다.
[이젠 통하지 않는다!]이미 두 번이나 자신의 숨통을 노려 왔던 검술이다. 또 당한다면 마왕 때려치워야 한다.
고오오오오!
백우진과 똑같이 세계의 이치에 간섭해 자신의 영혼을 그 무엇보다도 단단하게 세웠다. 단단하게 굳은 영혼은 용암에도 녹지 않고, 빙하에도 뚫리지 않을 것이다.
우우우웅!
다시 마광포가 움직인다. 떨어지는 막대한 마기를 보며 다 끝났다고 생각할 때 백우진의 눈동자가 보였다.
‘어?’
놈의 눈빛은 승리를 믿는 듯 조금의 흔들림도 없는 단호함을 담아 내고 있었다.
[큭! 죽어라!]등골을 적시는 불안감을 억누르며 마광포를 모조리 쏟아부었다.
그 순간.
세계가 다시 멈추며 백우진의 전신에서 다채로운 빛이 피어났다.
‘어, 어째서!’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자신과 백우진은 분명 같은 경지에 올랐을 터 놈만 움직이는 건 말이 되질 않았다.
‘설마….’
하나의 가설이 생각났다.
백우진이 힘겨운 전투를 겪으며 한 단계 위로 올라갔다는 미친 생각이.
그럴 리가 없다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했지만, 백우진은 이 영역에서 홀로 움직이고 있었다.
[말도 안 돼!]벨제뷔트가 악을 내지르며 쌓아 올린 모든 마기를 폭발시켰지만, 그 마기조차 백우진에게 닿지 못했다.
그 앞에 거대한 철벽이 세워진 것 같았다.
콰아아아아!
백우진의 주변을 휘돌던 오색찬란한 빛들이 어우러지며 짙고 깊은 어둠이 피어난다. 촛불처럼 타오르던 작은 빛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온 세상을 뒤덮을 장엄한 빛이 펼쳐지며 시야에 보이는 모든 것이 지워졌다.
[아!]시간 감각이 되돌아왔지만,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 발조차 움직일 수 없었다. 백우진이 펼쳐 낸 빛이 자신의 혼을 완전히 갈라 버린 것이다.
[이렇게 끝날 줄이야….]벨제뷔트가 흩어지는 자신의 영육을 보며 허무한 목소리를 흘렸다. 그에게 남아 있던 생기가 안개처럼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
스르르릉.
백우진은 설영검을 검집에 넣었다.
-끝났군.
‘그래.’
고개를 끄덕였다. 벨제뷔트의 혼을 확실하게 갈랐다. 저 거대한 육체도, 끝없는 마기도 사라지게 될 거다.
[하나만 묻지. 나와의 전투를 통해 새로운 경지에 오른 건가?] “네가 두 번째 마기의 광선을 쏘아 낼 때 죽음을 보았다. 펼쳐지던 주마등 속에서 새로운 경지에 오를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았지.”날개를 파드득 떠는 벨제뷔트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사람들은 죽기 전 마지막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서 주마등을 본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뇌가 구명의 방법을 찾기 위해 과거를 훑어보는 게 주마등의 정체였다.
[아쉽군.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서 네놈을 죽였어야 했는데….] “그래도 내가 이겼을 거다.”[그럴지도 모르지.]
벨제뷔트는 다 포기한 듯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내 혼을 베었던 그 검술의 이름은 뭐지?] “방금 만들어진 검로이니, 아직 없다.”백우진이 고개를 저었다. 방금 자신이 무얼 했는지 정확히 파악되지 않을 정도인데 그 검에 이름이 있을 리가 없었다.
[만상(萬像)이 어떤가.] “만상?”[네가 펼쳤던 검이 다가올 때 온 우주의 물질이 내 적이 된 느낌이었다. 어디로 도망쳐도 피할 수 없었고,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었지.] -예상외로 나쁘지 않은데?
“생각해 보지.”
새로운 심검에 죽은 벨제뷔트가 그 감상을 말하며 정해 준 만상이라는 이름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바로 거절하지 않는 걸 보면 괜찮은가 보군.]벨제뷔트가 허무가 담긴 목소리로 키득거렸다. 놈의 육체는 이제 반밖에 남지 않았다.
[마계를 두 곳이나 정복하고, 어떤 차원이라도 집어삼킬 자신이 있던 내가 인간 하나에게 패할 줄은 몰랐다. 인정하지. 네가 최강이다.]놈은 이제 몇 개 남지 않은 다리를 비비며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인정을? 죽을 때가 되니 괜찮아진 건가?
“음….”
죽기 직전 발악하지 않고, 패배를 인정하다니, 예상외였다.
[난 여기서 네게 패해 죽는다. 하지만!]벨제뷔트가 목소리를 높임과 동시에 사그라들었던 악의의 불길이 다시 타올랐다.
[마계의 침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뭐?”[네가 여기에 도착하기 전 마령토를 이용해서 마계와 너희 세계를 완전히 연결했다. 몬스터 이상으로 마족과 마물이 튀어나올 테니, 앞으로 정신없을 거야! 크하하하하!] -아, 아까 한 말 취소다! 저건 그냥 미친놈이야!
“다 포기한 거 아니었나?”
백우진이 인상을 찌푸렸다. 조금 전 벨제뷔트의 목소리엔 다 포기한 듯한 허무함이 담겼지만, 지금은 다시 광기에 물들어 있었다.
[몇 번을 말하는 거지? 난 마귀들의 군주이자, 죽기 직전까지 발악하는 파리의 왕이다! 난 네놈과의 싸움에선 패했지만, 전쟁은 우리가 이길 것이다. 절대로 지지 않….]벨제뷔트는 말을 잇지 못하고 먼지가 되었지만, 똘똘 뭉친 놈의 악의는 남았다.
빠지지직!
뒤에 남았던 결계가 바스러지고, 백천웅을 비롯한 능력자들이 달려왔다.
“우진아!”
“백우진!”
백천웅과 백은경이 다가와 자신의 전신을 살폈다.
“피, 피를 많이 흘렸는데….”
“괜찮으냐?”
“다친 곳은 없으세요?”
그 뒤로 백연휘와 황병훈, 적연화가 달려왔다. 그들 역시 마왕보다 자신의 상태를 먼저 확인했다.
“전 괜찮습니다. 오히려 여러분이….”
백우진이 능력자들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모두의 손아귀나, 주먹은 찢어져 피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 저 정도가 되도록 힘을 썼다니, 뭐라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고마웠다.
또한 미안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야 했으니까.
-늦을수록 귀찮아질 거다.
‘그래.’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능력자들을 보았다.
“마왕 벨제뷔트는 죽었습니다.”
“우와아아아!”
“가주님! 믿고 있었습니다!”
“역시! 이름값을 한다니까!”
“전방에 이어 이젠 세계를 구하셨군요!”
능력자들은 환호를 내지르며 무기를 던졌다.
“쟤가 내 동생이야! 쟤가 마왕 터트리는 거 다들 봤지! 엉?”
백은경은 팔과 다리에 피를 흘리면서도 히죽거렸다.
“그래. 네 동생 잘났구나.”
백연휘는 어깨로 그녀를 받치며 빙긋 웃었다.
“후우….”
백우진이 한숨을 내뱉으며 손을 들어 올렸다. 웃고 떠들던 모두가 입을 다물며 자신을 바라보았다.
“마왕은 확실히 죽었지만,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진아?”
“그게 무슨 소리죠?”
“다 끝난 거 아닌가? 하늘도 걷히고 있는데….”
능력자들은 당황한 얼굴이 되어 마른침을 삼켰다.
“마령토로 인해서 이 세계와 마계가 연결되었다고 합니다. 곧 대량의 마족과 마물이 튀어나오게 될 겁니다.”
“허억!”
“대, 대량의 마족?”
“전방보다 더 나온다고?”
“놈은 완전히 통로가 연결되었다고 했습니다. 인간을 노리는 마족들이 우르르 나오겠죠.”
마왕이 죽었으니, 이제 마족을 통제할 자는 없었다. 놈들은 대놓고 난동을 부리거나, 인간들 사이에 숨어서 지독한 짓들을 벌일 거다.
“지금 싸울 여력이 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데….”
“대놓고 덤비는 놈들보다 숨는 마족이 위험해. 놈들은 힘을 키워서 나타날 테니까.”
황병훈이 인상을 찌푸렸고, 윤우민이 한숨을 내쉬었다.
“겨우 끝났나 싶었는데. 젠장!”
“어, 어떻게 해야 하지….”
“으음….”
능력자들은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입술을 깨물고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래도 막아야 합니다. 사람들이 죽도록 놔둘 수는….”
백우진은 막자는 말을 하다가 말고 눈을 부릅떴다.
우우우웅!
죽은 듯 가라앉았던 시르콘의 성령 팔찌와 엘프와 드워프의 선물이 은은한 빛을 펼쳐 내고 있었다.
-야, 그러고 보니 저 아이템 옵션….
흑암은 엘프와 드워프의 선물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그래. 정화가 있었어.’
팔찌에 담긴 성령의 기운과 엘프와 드워프의 선물에 어린 정화의 기운을 잘 운용하면 마령토로 가득 찬 이 지구를 정화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방법이 있습니다!”
백우진의 선언에 가까운 말에 능력자들의 얼굴이 동시에 돌아갔다.
**
“크어어어!”
“끼아아악!”
마령토를 차원문 삼아 나타난 마족과 마물들이 마기를 줄줄 흘리며 달려든다. 벨제뷔트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저들에게 명령을 내려놓은 것 같았다.
“이쪽은 신경 쓰지 마라!”
“그래. 넌 힘을 모으는 데에만 집중해!”
백천웅과 백은경은 돌진해 오는 황소 형태의 마물을 가르며 소리쳤다. 백연휘는 믿으라는 듯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어떻게 해서든 막아 드릴게요!”
“우리가 불리한 싸움을 한두 번 하는 게 아니잖느냐!”
적연화와 황병훈을 비롯한 다른 능력자들도 신뢰가 어린 눈동자를 빛내며 자신의 앞을 막아섰다.
‘항상 도움만 받네.’
백우진은 마족들과 힘겨운 전투를 벌이는 능력자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지.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거다.
흑암이 혀를 쯧 차고서 눈앞으로 다가왔다.
-네가 저들에게 도움을 주고, 저들이 네게 도움을 주고 그게 반복될 뿐이야. 그게 인생이고, 네가 곧게 살아왔다는 증명이다.
‘그런가.’
그의 말에 위로를 느끼며 눈을 감았다. 숨을 들이마시며 전신의 모공을 열어 대자연의 마나를 받아들였다.
새로운 깨달음 얻은 덕분인지 한 호흡 만에 자연의 마나가 충만하게 차올랐다.
우우우웅!
북명신공을 운용하여 마나의 순도를 높이면서 계속해서 대자연의 마나를 흡수했다.
고오오오오!
백우진은 육체가 부풀어 오를 정도로 많은 양의 마나를 받아들인 뒤 눈을 떴다.
자연기를 그대로 운용했기 때문인지 시르콘의 성령 팔찌와 엘프와 드워프의 선물이 그 어느 때보다 성스러운 빛을 피워 내고 있었다.
‘하나라도 패할 수는 없지.’
벨제뷔트는 싸움에선 졌어도 전쟁에선 이기겠다고 말했다. 놈이 승리한 채 죽게 놔둘 수는 없다. 이기려면 완벽하게 이겨야 한다.
퍼어억!
두 검을 역수로 잡은 뒤 벨제뷔트가 죽었던 그 장소에 검을 박아 넣었다. 다른 곳보다도 이곳에 놈의 악의와 마기가 가장 많이 남아 있었다.
우우우우웅!
극한으로 순환시킨 자연기를 시르콘의 성령 팔찌와 엘프와 드워프의 선물 반지에 밀어 넣었다.
위이이잉!
이미 한계량이 넘은 듯 반지와 팔찌의 보석에 진동이 일었지만, 계속해서 주입했다.
‘한 번에 해야 해.’
깔짝거리는 건 의미 없다. 한 번에, 완벽하게 정화시켜야 한다.
콰아아아!
시르콘의 성령 팔찌에 달린 성석과 엘프와 드워프의 선물에 녹여진 세계수의 씨앗이 장엄하면서도 성스러운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키이잉!
팔찌와 반지에 박힌 보석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
백우진이 이를 악물었다. 반지와 팔찌에 가득 쌓인 신성한 기운을 두 검의 칼날로 전해 땅에 내리쏟았다.
쿠웅!
지축이 크게 뒤틀린다.
콰아아아아아!
두 자루의 검극에서 타오른 백색의 휘광이 사위로 퍼져 나간다. 대지에 깊게 박혔던 마기와 악의가 지워지고, 마령토가 녹아내렸다.
“헉! 피, 피해라!”
“끄아아아악!”
“커어억!”
능력자들에게 달려들던 마족들은 그 성스러운 파랑을 견디지 못하고 회색 재가 되어 흩날렸다.
“피, 피해!”
“물러나라!”
그 모습을 본 마족들이 다급하게 도망을 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자신이 펼쳐 낸 빛은 심검의 묘리를 담아 그 어떤 벽과 공간도 초월했다.
화아아아아!
일순간 지구 전체에 백색의 광휘가 오로라처럼 퍼지며 대지를 덮은 마령토와 마기, 숨은 마족들을 모조리 녹여 버렸다.
“커헉!”
백우진이 피를 토하며 주저앉았다. 좋지 않은 몸 상태에서 너무 많은 힘을 끌어 썼기 때문인지 머리가 아찔하고,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도 힘들었다.
‘어떻게 됐… 지?’
-저, 전부 지워졌다! 차원의 통로도 닫혔어! 완벽하게 성공했다!
‘다행이네.’
소매로 식은땀을 닦으며 다른 능력자들이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방금 대체 뭐가 일어난 거지….”
“여, 여기만 번쩍인 게 아니야. 지구 전체가….”
“이게 인간에게 가능한 일이라고?”
그들은 벨제뷔트를 쓰러뜨렸을 때보다 더 경악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았다.
-후우….
흑암은 소름이 돋아올라 검날을 부르르 떨었다.
-진짜 미친놈이라니까.
아무리 신화급, 레전더리급 아이템과 검을 이용한다고 해도 이 별 전체에 퍼진 마령토를 한 번에 지워 버리다니, 백우진을 키운 카렌이 봐도 기절할 정도의 업적이었다.
“끝났어….”
백우진이 힘없이 웃었다. 짓눌렸던 폐가 펴지며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찌직!
가쁜 호흡을 하고 있을 때 무언가가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캬앙!
소리가 격해지며 시르콘의 성령 팔찌가 깨지고, 손가락에 끼고 있던 엘프와 드워프의 선물이 바스러졌다.
너무도 많은 힘을 운용했기에 버티지 못하고 깨진 것 같았다. 그 안에는 조그마한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정말 고마웠다.’
정화할 때 가장 큰 도움이 된 건 자신이 아니라, 이 두 아이템이었다. 팔찌와 반지가 없었다면 정화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부서진 두 아이템의 잔해를 곱게 챙겨 흑전호포의 주머니에 넣었다.
“벨제뷔트.”
백우진은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벨제뷔트가 죽은 장소를 보았다.
“너와의 싸움은 내가 이겼고, 마족과의 전쟁은 우리가 이겼다.”
저승에 있을 벨제뷔트가 땅을 치고 분노할 말을 뱉으며 씩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