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381
381화. 싸움의 끝
사람들은 문을 걸어 잠근 채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속보가 날아오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목 빠지게 기대하던 승전보 대신에 이 사태를 만든 마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왕은 절망을 주겠다는 서늘한 말과 함께 백우진과 싸우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었다.
그 괴물은 백우진에게 목이 베이고, 가슴이 갈라지고, 숨이 끊어져도 아무렇지 않게 되살아났다.
그 괴이한 현상과 지쳐 가는 백우진의 모습에 사람들이 절망하고 공포에 질릴 때, 마왕이 보내주던 영상이 멈춰 버렸다.
모두는 불안감에 덜덜 떨었다. 한 번도 패한 적 없는 백우진도 그 죽지 않는 괴물을 이길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백우진과 벨제뷔트의 거센 전투에 한반도 전체가 뒤흔들리는 충격이 일어난 후 사람들은 더더욱 공포에 떨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밖에서 마족들과 마물들의 괴성이 끝없이 들려오니 겁이 날 수밖에 없었다.
-여기 용인인데 밖에서 마족들이랑, 마물들 울음소리가 계속 들림.
-서울도 마찬가지예요. 밖이 계속 울리고 있어요.
-시발! 우리 다 좆 된 거 아니야?
-마령토가 찌개처럼 부글부글 끓고 있음. 진짜 망한 것 같은데….
-설마 백우진이 진 거?
-어떻게 됐는지 모르니, 답답해서 뒤지겠네. 아….
사람들은 마왕에 대한 공포를 이겨 내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과 댓글을 나눴지만, 오히려 불안감만 커졌다.
전국에서 들리는 마귀들의 울음에 세상이 망할 것만 같다고 생각할 때 바닥에서 백광이 치솟았다.
태양처럼 따스하면서도, 비단처럼 보드라운 빛은 어둠에 물들고, 불안에 휘감긴 사람들의 마음을 봄눈처럼 녹여 주었다.
그 빛이 사라짐과 동시에 밖에서 들리던 마족들의 울음와 마령토가 끓어오르는 소리가 사라졌다.
그리고 나서야 올라왔다.
백우진이 마왕을 베고, 남은 마족과 마령토를 모조리 정화했다는 속보가.
-으아아악! 믿고 있었다고!
-님들 밖에 나가 보셈! 마령토랑 마족 전부 사라졌음. 땅도 원래대로 돌아왔다고!
-그럼 백우진이 그 죽지 않는 놈을 일대일로 벤 거임? 미치고, 지리고, 오졌다.
-ㄹㅇ 쌌다. 빤스 갈아입고 옴.
-님들 전국에서 솟구친 백광도 협제가 한 거라고 함.
-전국이 아니라, 세계임. 여기 일본인데 마령토랑, 마족 사라졌음.
-협제 말고, 이제 무신님이라고 불러라!
-무신! 무신! 무신! 무신! 무신!
-진짜 감탄밖에 안 나오네. ㄹㅇ 인간을 초월했어.
-할머니 전 커서 백우진이 될래요! 할머니 전 커서 백우진이 될래요! 할머니 전 커서 백우진이 될래요!
-하, 하루만 제발! 하루만 백우진이 되고 싶다!
-하루만좌 진짜 징하다.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사람들이 백우진의 이름을 외치며 그를 칭송했다.
**
백우진은 벨제뷔트와의 지독한 전투를 치르고 난 후에도 쉬지 않았다.
신성 능력자들과 함께 서울과 전방을 돌며 조금이라도 남았을지 모를 마령토와 마기를 수색했다.
다행히 시르콘의 성령 팔찌와 엘프와 드워프의 선물의 기운이 제대로 먹혔는지 그 어디에도 마기와 마령토는 남아 있지 않았다.
원래 지구에 숨어 있던 마족이나, 마계와 연결된 작은 통로까지 사라져서 한동안 마족 걱정은 할 필요도 없었다.
수색이 끝난 후 죽은 능력자와 피해자들을 위한 추모식까지 참여한 다음에서야 가문으로 돌아와 죽은 듯 잠을 잤다.
“어욱….”
백우진은 내리 일주일을 잠을 자고 나서야 간신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머리가 아퍼.”
-그러니까 무리하지 말고, 진즉에 처자라고 했잖아!
흑암이 백우진의 귀로 날아와 소리를 질렀다.
-진짜 너란 녀석은….
체력과 오러, 정신력까지 모조리 쏟아부어 금방이라도 쓰러질 몸 상태로 마기를 수색하고, 다른 사람들을 위로하다니, 징글징글한 놈이다.
‘카렌이 괜히 이 녀석을 고른 게 아니라니까.’
자신도 정신력 하나는 자신 있지만, 백우진은 그 이상이었다. 이제 무력만이 아니라, 정신력도 따라갈 수가 없게 되었다.
“너무 많이 잤나?”
백우진이 관자놀이를 매만지며 몸을 일으켰다.
-일주일을 처자기만 했으니, 많이 자긴 했지.
“일주일이나?”
-덕분에 내가 놓친 드라마가 산더미다. 당장 VOD를 틀어!
“확실히 오래 잔 느낌이긴 하네. 배가 등가죽에 달라붙겠어.”
기지개를 켜자, 배에서 천둥 치는 소리가 울렸다. 속이 텅 빈 허무함을 채우기 위해서 이불을 걷고 밖으로 나갔다.
“가, 가주님!”
“우진아!”
“일어나셨습니까!”
방을 나서자마자, 문주영, 백천웅, 의검대가 우르르 몰려왔다. 사람들의 눈 밑이 꺼먼 것을 보니, 자신이 일어날 때까지 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 같다.
“다들 왜 여기에….”
“가주님이 깨어나질 않으셔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몸은 좀 괜찮으냐?”
모두가 걱정을 담아 눈썹을 축 내리고 있었다.
-저놈들 매일매일 의사나 치료사를 닦달하면서 널 깨우라고 난리 쳤다. 그저 잠만 잤을 뿐인데.
흑암은 질렸다는 듯 혀를 길게 찼다.
“음….”
백우진이 귀밑머리를 긁적였다. 걱정이 가득 담긴 그들의 눈을 보자, 빈속이 밥을 먹은 것처럼 따스해졌다.
“피곤해서 잠을 잤을 뿐입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평소보다 주름이 2배로 늘어난 백천웅에게 고개를 저어 주었다.
“그럼 다행이구나. 일주일 동안 잠만 자니, 무슨 이상이 없나 싶었다.”
“가주님의 눈을 보니, 이제야 마음이 좀 놓이네요.”
백천웅과 문주영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괜찮은 거 맞아? 혈색이 별론데?”
백은경이 입을 삐죽 내밀려 다가왔다.
“괜찮아. 지금 필요한 건 밥….”
그 말을 할 때 쪽팔리게도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울렸다.
“밥! 밥이다! 밥을 준비해!”
“아예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차리겠습니다!”
“저는 닭 한 마리 잡아 오겠습니다!”
“난 돼지를!”
“어, 잠깐….”
말릴 새도 없이 백은경과 문주영, 의검대가 튀어 나갔다. 다른 사람들은 그렇다 치고 백은경이 저렇게 격한 반응을 할 줄 몰랐다.
“아무리 네가 세계를 구했다고 해도 저렇게 난리 칠 필요까진 없는데 말이야.”
백천웅은 달려가는 사람들을 보며 허허 웃었다.
“그러니까요. 그냥 평소처럼 대해 주면 되는데.”
역시 백천웅은 말이 통한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그래서 난 소 한 마리 잡아 오면 될까?”
-……?
“…예?”
**
“음….”
백우진은 오랜만에 하는 식사임에도 음식을 제대로 넘기지 못했다.
진짜 소와 돼지를 한 마리씩 잡았는지 혼자 먹는데 음식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많은 사람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를 보며 밥을 먹다 보니, 먹은 음식이 얹힐 것 같았다.
“야! 너희들 때문에 우진이가 제대로 먹질 못하잖아! 다 나가!”
“엑!”
“아, 알겠습니다.”
백은경이 테이블을 쾅 내리치며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구경꾼처럼 몰려들었던 검사들이 도망치듯 식당을 나갔다.
사람들을 내보냈음에도 백천웅, 백연휘, 백은경, 문주영, 무력 단체의 수장들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아직도 시선은 가득했다.
-아주 동물원의 원숭이네.
흑암은 자신과 사람들을 훑어보며 낄낄 웃었다.
“크흠.”
이대로 시선을 받으며 밥을 먹으면 체할 것 같아서 고기를 천천히 씹어 삼키고 옆에 앉은 백연휘에게 고개를 돌렸다.
“형. 그 이후에 문제는 없었어?”
“네가 직접 확인했듯 마족이나, 마물은 완전히 사라졌다. 그놈들에게 당했다는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어.”
“대신 던전 출현이 조금 더 늘어났지만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
백연휘와 백은경이 차례로 대답했다. 다행히 그동안 큰 문제는 일어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네게 온 연락이 있다.”
“연락? 어디서?”
“세계 능력자 협회와 국제연합이다. 이번 마왕과 마족 사건에 대해 정식으로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더군.”
백연휘가 커피를 한 입 마시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국제연합은 그렇다 치고 세계 능력자 협회는 유명무실한 단체잖아.”
“그랬었지만, 이번 마족과의 전쟁에서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각국의 능력자들을 연결한 건 세계 능력자 협회다.”
“협회가 주는 상 따위야 네게 별 의미 없겠지만, 그 관종 마왕 때문에 아직 불안해하는 사람들은 많아. 네 모습을 보여 줘서 그들은 안심시켜 주는 건 나쁘지 않을 것 같구나.”
백천웅이 턱수염을 쓸며 미소를 지었다.
-저 영감 말이 맞다. 인간들은 분위기에 잘 휩쓸리니까. 네가 확실히 끝났다고 못을 박으면 원래의 삶을 살 수 있겠지.
‘그건 그렇네.’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일이 끝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으니, 피해는 복구되지 않았고, 아직도 겁에 질린 사람도 있을 거다.
그들을 위해서 자신이 확실하게 다 끝났다고 말하는 건 괜찮을 것 같았다.
“알겠어. 그쪽에서 날짜를 정하라고 해.”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백연휘가 옅게 웃으며 품에서 수첩을 꺼내 펜으로 끄적였다.
덜컹!
식사를 마치고 일어서려 할 때 식당의 문이 부서질 듯 열리고 무영객이 나타났다.
“검솨아님!”
그는 포효를 내지르며 자신에게 달려왔다.
“괜찮으십니까!”
“그냥 피곤해서 잤을 뿐이야. 걱정할 필요 없어.”
백우진은 오늘만 열 번 이상 했던 말을 또 반복했다.
“그게 다 정기가 부족해서 그렇슴다!”
무영객은 ‘불쌍한 우리 검사님’이라고 중얼거리며 품을 뒤적였다.
-뭔 헛소리야. 그렇게 싸우고 멀쩡한 놈이 인간이 아니지!
“이걸 드십시오.”
무영객은 품에서 커다란 인삼을 하나 꺼내서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엉?
“음….”
보통의 인삼이 아니다. 크기는 성인 남성의 팔뚝만 했고, 색은 첫눈처럼 희고 고왔다.
“이거 설마….”
“옙! 만년설삼입니다!”
무영객이 히죽 웃었다.
“마, 만년설삼? 너 이거 어디서 훔쳤어!”
백우진이 인상을 찌푸리며 무영객의 멱살을 쥐었다.
“지인짜로 힘들게 구해 왔는데 훔쳤다고 하시다니! 정말 너무하십니다!”
무영객은 억울하다는 듯 가슴을 쿵쿵 두드렸다.
“음, 우진아. 이번엔 네가 말이 좀 심했구나.”
“그래. 저 녀석 네가 쓰러지자마자, 튀어 나가서 지금 돌아온 거다.”
백천웅과 백연휘도 무영객이 불쌍했는지 고개를 저었다.
“그, 그러면 미안하다. 내가 잘못 생각을….”
“뭐, 훔친 건 맞지만요.”
멱살을 놓아주자마자, 무영객이 히히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하….”
-크하하하! 역시 저놈이 너희 세계 최고의 또라이야!
백우진이 입을 쩍 벌리고, 흑암은 허공을 노니며 키득거렸다.
“이럴 줄 알았다! 이제 백가 망신 그만 시키고 그냥 뒈져!”
조용히 지켜보던 문주영이 무영객의 목덜미를 휘어잡고 코브라처럼 조였다.
“케엑! 아, 아냐! 다크문 잔당 놈들 거 빼 온 거라고….”
“다크문? 그놈들이 아직도 남아 있었나?”
다크문은 제논과 함께 세계 삼대 범죄 길드 중 하나였지만, 자신에게 멸망당했었다.
“그 잔당들이 이 만년설삼을 팔아서 복귀 자금을 만들려고 하더라구요. 놈들이 행동하기 전에 쌉쌀하게 훔쳐왔습죠.”
“진짜야?”
“예압!”
백우진은 무영객의 눈을 살폈다. 마룡의 피를 준 이후 녀석은 자신 앞에서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진짜인 것 같았다.
‘근데 이걸 어떻게 훔친 거지? 진짜 신기한 놈이라니까.’
-동의.
범죄자 놈들이 신줏단지처럼 보호할 만년설삼을 어떻게 훔쳤는지는 상상이 가질 않았다.
“그놈들에게 훔쳤다면 상관없겠지. 고맙다.”
“아닙니다! 검사님은 저한테 더 귀한 거 쓰셨잖슴까!”
이전에 마룡의 피로 치료해 준 것을 말하는 것 같았다.
“어쨌든 좋게 끝났으니, 이것 좀 놓아 줄래? 난 의적….”
무영객이 아직도 목을 쥐고 있는 문주영의 팔을 툭툭 쳤다.
“의적이고 나발이고. 넌 이대로 죽어!”
“으헉!”
문주영이 다시 팔에 힘을 주었고, 무영객이 끄헉 비명을 지르며 혀를 내밀었다.
“후후.”
백우진은 문주영과 무영객 그리고 그 둘을 보며 웃는 사람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제야 돌아온 것 같네.’
**
우가가가가.
신검백가의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가주의 방에서 음식을 씹어 삼키는 소리가 과할 정도로 적나라하게 들려왔다.
“캬아아!”
“캬우후!”
이그니스는 주방 바로 옆에서 순살 치킨을 물처럼 삼켰고, 설빙은 가장 큰 아이스크림 통에 몸을 박아 넣고 나오지 않았다.
“크릉!”
“끼이잉!”
크롬은 아이가 목욕해도 될 정도의 대야에 담긴 국밥을 후루룩 마셨고, 레오는 꼬리를 프로펠러처럼 흔들며 쟁반에 가득 깔린 사탕과 젤리를 씹었다.
정령들은 오랜만에 제대로 된 간식들을 즐기며 기분 좋은 울음소리를 흘렸다.
[아버지! 대체 왜 결혼을 반대하시는 겁니까! 얼마 전까진 마음에 든다고 하셨잖아요!] […….] [이유라도 말씀해 주십시오! 설마 어머니 때문입니까? 그 이유로는 절대 애련 씨와 그냥 헤어질 수는 없어요!] [하아….]벽에 걸린 대형 TV에선 이미 종영되었지만, 시청률이 30%를 넘었던 인기 드라마 오빠의 유혹이 재생되고 있었다.
[애련씨 집안이 저희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해도 제가 최선을 다해서….] [하아, 그게 아니다. 애련이라는 아이는 사실… 내 딸이다.]-끄아아아악! 이런 시발!
쇼파에 누워 있던 흑암이 돼지 멱따는 듯한 괴성과 함께 벌떡 일어섰다.
-그 스포가 진짜였잖아!
“말했잖아. 거짓말 아니라고.”
백우진이 손가락을 흔들며 코웃음을 쳤다.
-너무 지랄 맞은 전개라서 당연히 거짓말인 줄 알았지! 이 명작을 마지막에 똥구덩이에 처박다니! 애련이가 불쌍해!
“남주도 불쌍하지. 그쪽도 사실 친부모가 아니라….”
-닥쳐! 제발 입 좀 다물어!
흑암은 벨제뷔트와 싸울 때보다 더 분노한 채로 자신에게 달려들었다.
“하하하!”
백우진은 흑암의 내려치기를 피하며 웃었다. 평화로운 오후에 정령들이 간식을 먹는 소리를 들으며 흑암을 놀리고 있으니,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다.
-끄으윽….
“그만 볼까?”
-됐어! 계속 볼 거야. 이 지랄이 났어도 끝은 봐야지.
흑암은 검날을 젓고서 다시 소파에 누웠다. 피식 웃으며 드라마를 재생시키려고 할 때였다.
[여전하네.]머릿속으로 카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카렌!
“카렌 님.”
현관에서 치솟은 검은 기둥이 열리며 카렌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만이에요. 우진 님.]오랜만에 본 그녀는 혈색 좋은 미소를 그리며 흑암을 보았다.
[카인. 때가 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