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384
384화. 끝과 시작 (3)
백우진이 균열의 잔재를 살피고 있을 때 청색 전투복을 입은 중년인이 달려왔다.
“협회의 균열대책팀장 박철찬이라고 합니다!”
스스로를 대책팀장이라고 밝힌 눈 밑이 시꺼먼 남자가 직각으로 고개를 숙였다.
“균열을 막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런 인사를 받을 정도는 아니에요.”
자연스러운 웃음을 보이며 손을 저었다.
“그런 겸손함이라니! 소문으로 듣던 그대로십니다!”
박철찬은 감격한 듯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주억였다.
“리자드맨은 영악하고, 흉악한 놈들입니다. 만약 가주님이 나서 주시지 않았다면 많은 피해가 벌어졌을 겁니다.”
“말씀드렸듯이 근처에 있어서 처리했을 뿐입니다. 우연일 뿐이에요.”
“하지만….”
“긴급 균열이 자주 발생하는 모양이군요.”
대단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의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화제를 전환했다.
“아주 죽겠습니다. 전국에서 수시로 열리니, 감당하기 힘들 정도죠. 다들 잠도 못 자고 대기하고 있습니다.”
박철찬은 눈 밑의 다크 서클을 보여 주며 갑갑한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만 참으시면 균열 개방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할 겁니다.”
“저, 정말이십니까?”
“네. 확실합니다.”
마계와의 통로가 억지로 닫히면서 생긴 문제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원래대로 돌아갈 거라고 카렌이 말했으니, 조금만 기다리면 될 거다.
“그래도 힘드실 테니, 저희 검대들에 서울 전역을 순찰하도록 지시하겠습니다.”
“헉! 그, 그러지 않으셔도….”
“도울 수 있는 일은 돕고 살아야죠.”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박철찬과 그의 뒤에 있던 균열 관리 능력자들은 감사하다 말하며 몇 번이고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고생하셨어요.”
백우진은 그들에게 선한 미소를 지어 주고서 카페의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적연화에게 다가갔다.
“아직도 뚱해 있는 거야?”
그녀는 입을 삐죽 내민 채 왼쪽으로 고개를 틀었다.
“졌으니, 입 다물고 있을 뿐이에요.”
“삐진 거 맞구만.”
피식 웃으며 그녀 옆에 등을 기댔다.
“아니라니까요!”
“너 일부러 져 주는 거 싫어하잖아. 승부는 확실하게 내야지.”
“시, 싫어하는 건 맞지만! 리자드맨한테 심검을 날릴 정도로 전력을 다할 필요는 없잖아요! 거기다 오늘 분위기에서는 좀 봐줘도… 읍!”
적연화는 화가 뻗쳐 속마음을 말하다가 입매를 꽉 다물었다.
‘으악! 또!’
흥분한 채로 말을 하다 보니, 속마음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백우진 앞에만 서면 자신도 모르게 실수를 하게 된다.
짝.
또 달아오르기 시작한 볼을 가볍게 두드린 채 고개를 숙였다.
“진즉 그렇게 말했으면 아슬아슬하게 져 줬을 텐데. 미안해.”
백우진은 손톱만큼도 미안하지 않은 흥겨운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시끄러워요!”
“어? 또 존대?”
“시끄러워!”
“어찌 됐든 승부는 났고.”
그는 적연화를 위아래로 살펴보며 히죽 웃었다.
“이젠 소원권이 남았네. 일단….”
“억! 지, 지금 무슨 생각을 한 거예요! 아직은 너무 일러요! 조금만 더 시간을….”
적연화가 길쭉한 팔로 본인의 몸을 감싸며 뒤로 물러섰다.
“또 무슨 착각을 하는 거냐?”
“…넹?”
“소원권은 나중에 쓰고, 일단 옷이나 사러 가자고 하려 한 건데?”
“어어….”
“치마는 찢어졌고, 블라우스에는 피가 묻었잖아. 너 그 상태로 돌아가면 적가주님이 백가 정문을 부수고 쳐들어올걸.”
백우진은 담담한 눈빛으로 적연화의 복장을 확인했다.
“난 네 옷이 찢어진 걸 본 건데, 넌 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거지?”
“그, 그렇군요. 그랬어! 아하하하!”
적연화는 나침반처럼 팽그르르 돌아가는 시선을 아래로 둔 채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일단 가자. 옷은 내가 사 줄게.”
“아, 네.”
백우진이 적연화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앞장섰다. 침을 꼴깍 삼키고서 그를 따라갔다.
‘후우, 다행이야….’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조금 전에 자신이 한 말을 캐물을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근데 뭐가 이르다는 거야?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게 뭔데?”
앞에 가던 백우진이 걸음을 늦춰 자신의 옆으로 붙었다. 그의 입가에는 얄미울 정도로 능글맞은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설명 좀….”
“끄악! 나도 몰라! 모른다고!”
적연화는 비명을 지르며 펄쩍 뛰었다. 그녀는 얼굴을 장밋빛으로 물들인 채 보법을 밟아, 벽을 타고 건물을 넘어갔다.
“오, 빠른데?”
백우진은 적연화의 뒷모습을 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연무장에서 대련할 때보다 훨씬 빠른 보법이었다.
“다만 그쪽이 아니야.”
씩 웃고서 그녀의 뒤를 쫓았다.
**
광화문 광장에선 행사나 축제, 시위가 자주 열리기 때문에 주말마다 단상이 올라서지만, 오늘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단상이 솟구쳐 있었다.
먼지 하나 없는 순백의 단상이 올라섰고, 단상을 감싸는 기둥과 천장은 황금과 적색이 어우러져 화려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자태를 선보였다.
단상 아래로 광화문 대로를 따라 수백의 깃대가 첨탑처럼 세워져 있었고, 깃대의 끝에 걸린 깃발에는 오늘 참여하는 길드의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다.
“드디어 오늘이군.”
백연휘가 단상 주변을 둘러보며 턱 끝을 긁적였다.
오늘이 바로 마족과 전쟁을 치른 전 세계의 영웅들이 세계 협회와 국제 연합에 감사패와 격려금을 받는 날이었다.
“이런 행사가 필요해? 우진이는 명실상부 세계 최강인데. 지네들이 뭐라고 상을 줘, 상을 주긴!”
백은경은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팔짱을 낀 채로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너도 많이 변했네.”
백연휘는 백은경의 반응을 보며 픽 웃었다. 모든 일에 냉소적이고, 마족만 노렸던 마족 사냥꾼은 이제 동생 바보가 되어 있었다.
“변하기는 무슨!”
민망한지 백은경이 고개를 홱 돌렸다.
“세계 협회나 국제 연합의 행사는 항상 미국이나 유럽에서 열렸잖아. 아시아에서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야. 그들도 최선을 다해서 우진이에 대한 예우를 해 주고 있다는 거지.”
“그거야 당연히 해야 하는 거고.”
“거기다 우진이갸 이 행사에 참여하는 건 명예나 상금, 협회 때문이 아니라, 일반인들 때문이야.”
백연휘가 마족 전쟁 참여자들의 뒤에 있는 관중 라인을 가리켰다.
“마족과의 전쟁이 끝났지만, 균열과 던전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어. 실제로 사회에 복귀하지 않고 집에만 박혀 있는 사람들도 많지. 우진이는 그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여 주고, 공포를 몰아내기 위해서 이 행사에 참여한 거야.”
“나도 알거든요.”
백은경이 콧등을 찡그려 샐쭉한 표정을 지었다.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니, 이쪽으로 오거라.”
단상 바로 옆 귀빈석에 앉은 백천웅이 부드럽게 손짓을 보내 왔다.
“예!”
“네.”
백연휘와 백은경은 고개를 끄덕이고서 백천웅의 옆자리에 가서 앉았다.
행사 개최 시간이 다가옴에 따라, 참여자들이 하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권황 적위진과 적경훈, 적연화가 백가의 반대편에 앉았고, 전쟁 물자를 지원했던 아케인의 마스터 서공명과 서인아, 김장훈이 그들의 옆자리로 향했다.
윤우민과 정근호, 창왕 황병훈과 전방의 능력자들은 백가의 옆에 자리를 잡았다.
그들 외에도 마족 전쟁에 참여한 전 세계의 길드와 영웅들은 귀빈석과 단상 아래의 영웅석에 차례로 앉았다.
아직 행사가 시작하지 않았지만, 귀빈석과 영웅석 그리고 관중들까지 모두가 꽉꽉 들어찼다.
특히 관중 라인은 이미 20만 명 가까이 모여들어 앞으로 걸어가기도 힘들어 보였다.
“능력자들이 이 정도로 모여 있는 건 처음 봐.”
서인아가 옆자리에 앉은 적연화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입을 열었다.
“전방에 진입할 때 이상의 숫자야. 세계의 강자들이 모여들었으니 당연한 일이지만.”
적연화가 영웅석에 앉은 능력자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연화야. 근데….”
“응?”
“백가주님이랑 데이트했다는 거 진짜야?”
“억!”
적연화가 가슴에 화살을 맞은 듯 몸을 움츠렸다.
‘역시 다 들켰어!’
그날 있었던 균열 때문에 자신과 백우진이 함께 있었다는 소문은 한국에 퍼지는 걸로 모자라 전 세계에 뿌려졌다.
그 때문에 인터넷과 TV에선 둘이 어떤 관계인지에 대한 특집까지 나올 정도였다.
“데, 데이트라기보다는 같이 밥 좀 먹은 거지.”
적연화는 자신에게 집중되는 시선들을 느끼며 손을 저었다.
“그럼 사귀는 것도 아니야?”
“그, 그 얍실한 사람이랑? 당연히 아니지!”
“그럼 아직 기회가 있네.”
서인아가 어색하게 미소 짓는 적연화의 눈빛을 직시했다.
“연화랑은 친구지만, 백가주님은 이대로 양보 못 해.”
“엑?”
“지지 않을 거야.”
당황하고 있을 때 서인아가 떨고 있는 자신의 손을 당겨 악수했다.
“너, 너도 설마….”
“‘너도’라고 말하는 거 보니까. 역시 백가주님에게 마음이 있나 보네.”
“아니! 그게 아니라!”
“확실하게 결착을 짓고, 패자가 승자를 축하해 주자.”
서인아는 그렇게 말하며 방긋 웃었다.
“어….”
적연화가 혼이 반쯤 빠져나간 표정으로 입을 쩍 벌렸다.
‘어, 어른? 이게 어른인가?’
귀엽고 상큼한 외모와 달리 서인아의 마인드는 자신보다 훨씬 어른스러웠다.
“알겠지?”
“아, 난….”
“왔다!”
“백우진이 왔어!”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머리가 돌아가지 않을 때 관중들이 있는 곳에서 비명 같은 외침이 들려왔다.
도서관의 책장처럼 가득 찬 인파가 홍해처럼 갈라지며 오늘의 주인공이 걸어온다.
“와….”
적연화가 마른침을 삼켰다. 심플한 검은 정장을 걸치고 머리를 올렸을 뿐인데, 사람이 달라진 것처럼 우아하면서도 고귀한 멋을 뿜어내고 있었다.
“검사님이 다음 주에 설영검의 정비를 위해 아케인에 찾아오신다고 들었어.”
서인아는 걸어오는 백우진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입을 뗐다.
“그때 나도 데이트 신청할 거야.”
“나, 난 별 상관 없는데에?”
적연화는 꽈배기처럼 꼬여 가는 눈동자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휘파람을 불었다.
“우후후.”
서인아는 그런 모습이 귀여운지, 적연화의 손을 꼭 잡았다.
**
마족 전쟁의 영웅들을 격려하기 위한 세계 협회의 행사는 모두의 환호를 받으며 개최되었다.
길드와 단체의 대표들이 단상으로 올라와 세계 협회가 주는 감사패와 격려금을 받았고, 이제 그 마지막 순서인 신검백가만이 남았다.
“오늘 행사의 마지막 순서입니다. 마왕 벨제뷔트를 홀로 벤 무신! 신검백가의 백우진 가주님! 단상 위로 올라 주십시오!”
“우와아아아아아!”
“무신! 무신! 무신! 무신!”
“백우진 만세! 신검백가 만세!”
사회자의 외침에 귀빈석, 영웅석, 관중 가릴 거 없이 어마어마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다녀와라.”
“네.”
백우진은 백천웅, 백연휘, 백은경과 눈을 마주치고서 단상으로 올라갔다.
“이야아아아아!”
“신검백가! 신검백가!”
“백우진! 백우진! 백우진!”
단상 위에 올라가자, 이전보다 더욱 거대한 함성이 폭발했다. 바로 앞에 있는 세계 협회장과 국제 연합 의장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여러분 진정해 주십시오!”
“아직 행사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협회의 능력자들이 관중들을 자제시키고 나서야 사람들의 함성이 잦아들었다.
“세계 능력자 협회장 하비엘 발락이라고 합니다.”
“국제 연합 의장 안토니오 후안입니다.”
하비엘과 안토니오가 예를 담아 고개를 숙였다.
“신검백가의 백우진입니다.”
백우진은 마주 인사를 하고서 두 사람의 앞으로 한 걸음 다가갔다.
“백가주님의 활약을 모르는 사람은 없으니, 짧게 말씀드리겠습니다.”
하비엘이 생기 있는 웃음을 지으며 앞으로 나왔다.
“마귀의 왕 벨제뷔트를 베고, 마계와 연결된 통로를 갈라 세계를 구한 영웅에게 능력자들을 대표하여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마의 구렁텅이에 빠진 세계를 구해 주신 구원자께 인류를 대표하여 감사 인사를 보냅니다.”
하피엘의 뒤를 이어 흥분으로 목이 빨개진 안토니오가 감사패를 내밀었다.
“무신께 경의를 표합니다!”
감사패를 받자, 하비엘과 안토니오가 오른손으로 왼쪽 가슴을 가리며 허리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백우진은 진심을 표현해 준 두 사람에게 고개를 숙인 후 뒤를 돌았다.
“우와아아아아아!”
“백우진! 백우진!”
“무신! 무신! 무신!”
이전보다 2배는 커진 함성 때문에 이명이 들릴 지경이었다. 천둥 같은 함성을 들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살폈다.
백천웅과, 백연휘, 백은경은 자랑스러움이 어린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았다.
윤우민은 뿌듯해 보이는 미소를 지었고, 정근호는 아직도 부러움을 버리지 못한 것 같았으며, 황병훈과 전방의 능력자들은 호쾌한 웃음과 함께 뿔피리를 불었다.
반대편에 앉은 적가와 아케인은 다른 사람들처럼 함성을 질렀고, 적연화와 서인아는 서로의 손을 잡은 채 어색하게 웃고 있었다.
파아아앙!
관중들의 좌우로 배치되어 있었던 깃대의 끈이 내려가며 길드들의 깃발이 펄럭인다. 깃발들은 거센 바람이 부는 것처럼 나부끼며 각자의 문양들을 화려하게 펼쳐 냈다.
멈춰 있던 깃발들이 지금 펄럭이는 건, 저 길드들이 자신을 지지한다는 뜻이었다.
“후….”
백우진이 천천히 숨을 골랐다. 장대한 함성과 팽팽하게 피어난 깃발들을 보자, 가슴 속에서 웅심이 끓어올랐다.
뜨겁게 약동하는 심장을 느끼며 손을 들어 올렸다. 사람들은 하나가 된 듯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올해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마귀의 왕이 강림했고, 대지가 마령토에 물들었으며, 지구와 마계가 연결되기까지 했습니다.”
의념이 실린 진중한 목소리가 광장 전체로 퍼져 나갔다.
“많은 희생과 노력 끝에 마왕을 꺾고, 지구는 원래의 푸름을 되찾았지만, 아직 마족과 마왕 그리고 몬스터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모두가 자신에게 집중했기에 수십 만의 사람들이 있음에도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그 사람들은 말합니다. 앞으로 무슨 위기가 닥칠지 모르는데 백우진은 한 명이라고. 홀로 마왕을 벤 백우진이 주변에 없어서 무섭다고. 모든 능력자가 백우진이 아니기에 두렵다고. 그분들을 위해서 해야 할 말이 있습니다. 전 마왕을 홀로 베지 않았습니다.”
“어?”
“그, 그게 무슨 소리야!”
“왜 그런 말을….”
“혼자 벤 게 아니라고? 방금 베었다고 했잖아!”
“거, 거짓말!”
백우진은 관중과 능력자들이 당황하여 떠드는 걸 놓아두었다. 그들의 당혹스러움이 극에 올랐을 때 기세를 펼쳐 냈다.
고오오오오!
초월에 오른 막대한 기파가 펼쳐지며 사람들은 홀린 듯 입을 다물고 자신을 바라보았다.
“거짓이 아닙니다. 전 벨제뷔트를 홀로 베지 못했습니다. 놈이 펼친 결계 속에서 죽을 위기에 처했고, 마지막이라고 생각했을 때 이곳에 있는 제 동료들이 나서서 절 구해 주었습니다.”
귀빈석과 영웅석에 앉은 능력자들을 가리켰다.
“이들은 절 구하기 위해서 벨제뷔트가 만들어낸 결계를 깨부쉈습니다. 저조차 부수지 못한 마왕의 결계를 말입니다.”
능력자들과 관중들이 숨 쉬는 것도 잊은 채 자신에게 시선을 집중하는 게 느껴졌다.
“피를 토하면서까지 결계를 깨 준 동료들이 아니었다면 그곳에서 쓰러진 건 마왕이 아니라, 저였을 겁니다. 그 이후에도 그들이 마족들을 막아 준 덕분에 마계와의 통로도 닫을 수 있었습니다.”
백우진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뜨며 말을 이었다.
“제가 혼자 마왕을 벤 게 아니라, 저와 동료들이 마왕을 벤 거고, 제가 혼자 차원을 막은 게 아니라, 저와 동료들이 함께 차원을 막은 겁니다. 이 기회를 빌려 목숨을 걸고 함께 싸워 주신 저의 동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백가주님….”
“다, 당연히 할 일이었잖아요!”
“맞습니다! 띄워 주시지 않아도 됩니다!”
능력자들은 이곳에서 감사의 말을 들을 줄은 몰랐는지, 당황하면서도 감격한 눈빛들을 하고 있었다.
“능력자들은 각자의 욕망에 따라 살아가지만, 그들 대부분은 몬스터로부터 이 세계를 보호해야 한다는 욕망보다 높은 사명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백우진은 신뢰가 담긴 눈빛으로 귀빈석과 영웅석의 능력자들을 바라보았다.
“저와 마족 전쟁의 영웅들은 그 어느 때라도 여러분의 앞에 설 것입니다. 그 어느 장소에서라도 저희가 숨이 다하기 전에는 여러분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저희를 믿고 일상 생활로 돌아가 주시길 바랍니다.”
백우진은 설영검을 뽑아 허공을 겨누었다.
“신검백가주. 무신 백우진의 이름으로 이 자리에서 약속드리겠습니다.”
새하얀 검신에서 타오른 칠흑의 칼날이 구름으로 가득 찬 천공을 꿰뚫었다.
우우우웅!
그를 지지하는 수백 개의 문양이 봉황의 깃털처럼 펄럭이고, 용명처럼 웅장한 뿔피리 소리가 광장을 가득 채웠다.
쿵!
능력자들은 등줄기를 관통하는 전율에 벌떡 일어났고, 관중들은 솜털이 곤두서는 소름에 주먹을 말아 쥐었다.
“우와아아아아!”
“이야아아아아!”
세계를 구원한 영웅이자, 절대의 무신이 펼쳐 낸 신위에 관중들은 참았던 함성을 폭발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