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39
39화. 판이 깔리다 (5)
“팔 아픈데? 빨랑 주지?”
백우진은 건들거리는 목소리를 내며 손가락을 까딱 거렸다. 흑암조차 고개를 저을 정도로 얄미운 모습이었다.
“후우….”
송지훈은 백우진의 손가락을 자르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참았다. 던전에서 어떻게든 끝을 봐야했다는 생각에 극심한 후회가 몰려들었다.
“그러게 왜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 내기를 걸어. 내기 안 걸었으면 그냥 망신만 당하고 끝났을 텐데, 지금 이건 개망신이잖아. 저 둘은 댁 때문에 무슨 죄냐고.”
백우진은 송지훈의 양 옆에 선 서진환과 강훈을 가리켰다. 둘은 그 말을 듣자마자, 송지훈에게 고개를 획하고 돌렸다.
‘그러고 보니, 저 놈이 내기만 하자고 안했으면 무기는 안 뺏겼잖아. 이게 뭐냐고!’
‘송지훈이 개 잡종새끼! 이 놈 때문에 내 백혼창을!’
서진환과 강훈은 백우진이 아니라, 송지훈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자신들도 내기에 참여했다는 것을 잊고, 왜 내기를 걸어서 이 꼴을 만들었냐는 한탄이었다.
-와! 너 진짜 미친놈이구나! 그 와중에 이간질을 해?
‘잘 된 거 같아?’
-저 놈들 눈빛을 봐라. 열이 단단히 뻗쳤잖아. 너보다 송지훈이라는 놈을 더 원망하는 것 같은데. 넌 정말…
‘먹혔으면 다행이네.’
저 세 명을 갈라놓고 싶어서 한 번 던져 본 건데 의외로 잘 먹혀들은 것 같았다. 백우진은 씩 웃고서 다시 손가락을 까딱였다.
쾅!
송지훈이 자신의 도를 뽑아 땅에 박아버리고, 도집은 그 아래 던져버렸다.
“…가져가라.”
“고맙게 받지.”
백우진 고개를 옆으로 틀면서 싱긋 웃었다.
“제기랄!”
“아오!”
서진환은 검집 채로 검을 내밀었고, 강훈도 창을 땅에 박아 넣었다.
“넌 오늘 일을 후회하게 될 거다.”
송지훈이 한자 한자 아주 씹어내듯이 말을 뱉었다.
“그 후회 할 거라는 말 많이 들었는데, 실제로 후회한 적이 한 번도 없거든.”
“큭….”
“이런 내기라면 다음에도 환영할게. 일단 무기는 고맙고.”
송지훈에게 잘 가라고 손을 흔들어주었다.
뿌드드득.
송지훈은 사람들에게 소리가 들릴 정도로 이를 갈고서 가버렸다. 그의 등 뒤에서 진한 살기가 일렁거렸다.
“가자.”
“후욱….”
서진환과 강훈도 자신들의 파티원과 호위들을 이끌고 각자 다른 방향으로 사라졌다.
-내가 수백 년을 살았지만, 다른 사람 성질 건드리는 건 네가 최고다. 내가 다 열 받아!
‘저래야 나중에 또 덤빌 거 아니야. 그때는 더 좋은 아이템을 걸고 도전할 거고.’
-벌써 거기까지 생각한 거냐?
‘일종의 양식장이지. 다음엔 악세사리나 방어구였으면 좋겠는데.’
-미친놈…
흑암의 아우라가 쩍 벌어졌다. 양식장이란 말에 기가 찼다. 저 놈의 머리 구조는 보면 볼수록 기가 찬다.
“다행입니다. 저는 도련님이 정말 경매를 하면 어쩌나 했는데.”
문주영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바닥에 있는 유니크 무기들을 챙겼다.
“할 건데.”
“예에?”
“여기서 하면 누가 사겠어. 저 놈들 눈치 보느라 손도 못 들지. 저 세 개 전부 블랙마켓에 내놓을 거야.”
“허억!”
문주영이 마른 침을 삼키며 뒷걸음질 쳤다. 지나가는 말로 경매한다고 했을 때 그냥 장난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백우진의 표정은 진지했다. 진심이라는 뜻이었다.
“저, 저 무기들을 경매에 내놓는 다구요?”
백우진의 말에 놀란 건 문주영만이 아니었다. 다가오던 적연화도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이 무기들로 국 끓여먹을 것도 아니고, 놔둬서 뭐해. 가져다 팔아야지.”
이 무기들의 등급이나, 능력치는 좋지만, 자신과는 맞지 않는다. 팔아서 영약이나, 필요한 아이템을 사는 게 훨씬 좋은 쓰임새다.
“저 길드들 하고 사이가 틀어질 수도 있어요.”
“이미 틀어질 만큼 틀어졌어. 너도 알겠지만, 우리 집안이랑 친한 곳은 없거든.”
“아….”
적연화는 백우진의 말에 대꾸를 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독불장군인 신검백가와 친한 길드가 생각나지 않았다.
“그 부분에선 할 말이 없네요. 그런데 어떻게 보스를 잡으신 거죠? 분명 가장 늦게 움직이셨잖아요.”
“그거야 비밀이지.”
“아, 죄송해요.”
적연화가 자신의 입을 막았다. 신 던전의 정보는 하나하나가 돈과 다름없다. 가볍게 물어 볼만한 것이 아니었다.
“뭘 또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여. 이게 큰 도움이 됐어.”
백우진은 연기구슬을 꺼내서 적연화에게 보여주었다.
“어? 다, 당신이 연기구슬을 썼던 거예요?”
적연화도 던전에서 연기 구슬의 실을 보았지만 던전을 살피러 온 다른 능력자의 장비라고 생각했다. 백우진이 연기 구슬을 썼을 줄은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다.
“어떻게 이런 준비를….”
“여긴 새로운 던전인데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당연히 준비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난 맨몸으로 온 네가 더 신기한데?”
“그, 그건….”
적연화가 고개를 푹 숙였다. 백우진이 자신보다 강하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준비성까지 가지고 있을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부끄러워서 얼굴이 뜨거워졌다.
“저 구슬이 백우진 꺼였어? 저 친구 정말 장난 아니네.”
“호위 하나 데리고 와서 광도문, 영웅, 불사조를 꺾어 버린 것도 놀라운데, 저런 준비성까지 가지고 있었다니.”
“그러게 말이야. 단순히 강한 것만이 아니야. 다른 백가의 직계와는 다르군.”
“그거야 지난번 다단계 길드 때부터 밝혀진 거잖아.”
던전 주변에 있던 구경꾼들은 백우진과 적연화의 대화를 들으며 백우진에 대한 호감도를 더욱 올라갔다.
-너한테 다들 놀아나는 구나. 놀아나.
**
백우진은 신검백가에 돌아오자마자 가주전으로 불려갔다. 그는 익숙한 걸음으로 가주전의 문을 열었다.
“가주께서 내려주신 임무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백우진은 감정을 내버린 백천화의 눈을 올려보며 던전에서 있었던 일들을 모두 보고했다.
“그 도구들은 무슨 생각으로 챙겨간 거지?”
“새로운 던전이니 연기구슬은 당연히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3등급 이상의 던전에서 마법을 사용하는 몬스터가 나오는 경우가 잦아서 4등급 대마법 전투복을 챙겨갔습니다.”
“나쁘지 않구나.”
백천화는 묵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히 무력만으로 깨부순 줄 알았는데, 여러 준비를 한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받아온 무기는 어쩔 것이냐. 네게는 맞지 않는 무기들일 텐데.”
“경매에 넘기려고 합니다.”
“뭐?”
백천화가 깜짝 놀라서, 괴고 있던 턱을 떼고 고개를 앞으로 들이밀었다.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블랙 마켓에 경매로 내놓으려고 합니다.”
“큭큭, 크하하하하!”
백천화가 손걸이를 내려치며 광소를 터트렸다. 정말 생각도 해보지 못한 대답에 자연스럽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큭큭, 그래. 왜 경매로 내놓으려는 거지?”
“도와 창은 제가 쓸 일이 없습니다. 검 역시 제가 사용하는 검과 모양새가 다르기 때문에 필요가 없습니다. 비싸기만 한 물건들이니, 내다 팔고 제게 필요한 물건을 사는 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무기를 뺏긴 놈들이 네게 더욱 악감정을 품을 텐데, 상관없느냐?”
“전 한 번 이긴 상대에겐 절대 지지 않습니다. 다음엔 더 좋은 물건을 받아오겠습니다.”
단순히 아부를 위해 한 말이 아니었다. 이건 백천화 앞에서 하는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었다. 패배하지 않겠다는 다짐.
“크하하하하!”
백천화가 고개를 저으며 가주전을 울리는 웃음을 터트렸다. 통제되지 않은 오러가 피어나와 가주전의 기둥이 흔들릴 정도였다.
“한 번 이긴 자에겐 지지 않는다니, 정말 마음에 드는 말이구나.”
백천화는 백우진의 대답이 정말로 마음에 들었는지, 목소리가 한 톤 올라갔다.
“가주님.”
백우진은 백천화의 상태를 확인하고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그의 기분이 고조되어 있는 지금이 말을 꺼낼 기회였다.
“제가 가주님이 만들어주신 판에서 잘 놀고 왔습니까?”
“그래. 내 생각이상으로 훌륭하게 해주었다. 네가 선언했던 대로 백가가 그들보다 위에 있음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백우진은 백천화의 칭찬에 가슴이 격동하는 것을 느꼈다.
“아쉬운 점은 그 두 길드가 참여하지 않은 거지만, 네가 무서워 도망쳤다 생각하면 되겠지.”
백천화는 4대 길드 중 패력적가를 제외한 나머지 두 길드를 말하고 있었다.
“그럼 부탁 한 가지만 들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선을 넘을 수도 있는 말이지만, 백천화가 자신의 부탁을 들어 줄 거라 확신했다.
“한 번 말해 보거라.”
“검각을 가지고 싶습니다.”
“검각?”
검각은 백가의 개인 연무장으로 5등급 이상의 직계나, 무력 단체의 장(長)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만 가질 수 있다.
개인 연무장이지만, 일반 연무장보다 훨씬 넓고, 장비와 시설도 많아서, 검대를 키우기엔 최고의 장소다.
-갑자기 왜 검각을?
‘지금 검각은 꽉 차있거든.’
-그런데 왜 달라고 하는 거냐?
‘들으면 알게 될 거야.’
백우진은 어깨를 당당하게 펴고, 백천화를 바라보았다.
“지금 검각은 모두 차 있는 상태다. 빈 곳이 없다.”
“한 자리가 부재중이지 않습니까.”
“허!”
백천화의 입가에 흥미로운 미소가 지어졌다.
“선아의 것을 뺏겠다는 거냐?”
“그렇습니다. 어차피 그쪽에서 시작한 싸움이니까. 뺏을 수 있을 때 뺏고 싶습니다.”
-이제 싸움을 거는 거군.
검각은 인정받은 직계의 증표고, 그걸 뺏긴다는 건 치욕이나 다름없다. 백우진은 백선아에게 정면으로 도전하는 행동을 하고 있었다.
“공도 세웠고, 그 자신감도 마음에 드는군. 좋다. 지금부터 제 7 검각은 너의 것이다.”
“감사합니다.”
백우진이 예를 취한 뒤 가주전을 나갔다. 백천화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초승달 같은 미소를 피워 올렸다.
“더 재밌어지겠군.”
**
“응?”
가주전을 나온 백우진이 백위전을 들어가려 할 때 정말 오랜만에 보는 여자가 입구에 서있었다.
-저거 네 오러를 보자마자, 칼을 휘두른 네 미친 누나 맞지? 백은경이었나?
‘맞아. 벌써 6개월이 지났군,’
백위전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백우진의 둘째 누나 백은경이었다. 그녀는 6개월간의 면벽을 끝내고 돌아온 것이다.
-또 칼 날리기 전에 도망가는 게 어때? 여긴 너 보호해줄 사람도 없는데.
‘시끄러워.’
백우진은 못 본척하고 지나가려 했지만, 백은경이 그의 앞을 막았다.
“요즘 바쁜가 보구나.”
“이 집안에서 살아남으려면 바쁘게 살아야지.”
“뼈가 있는 말이로군.”
“발현식을 하다가 누구에게 죽을 뻔했으니까.”
“후….”
백은경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고 백우진을 바라보았다.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검을 휘둘러서 미안했다.”
“음….”
확실치는 않지만, 백은경이 진심을 담아 사과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뭐라 말을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내가 착각을….”
백우진의 앞으로 다가오던 백은경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잠잠하던 그녀의 눈빛이 지진 난 것처럼 흔들렸다.
‘무슨!’
백은경은 백우진의 달라진 무력을 느끼고 굳어버렸다. 면벽이후 가장 먼저 들린 소문은 백우진이 강해졌다는 내용이었지만 별 신경 쓰지 않았다.
갓 오러를 배운 녀석이 강해져봤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백우진은 그녀의 상상 자체를 아득히 뛰어넘었다.
“너 대체 뭘 한 거지?”
“갑자기 뭔 소리야.”
“신체와 오러, 기세까지 차원이 달라졌어. 이 짧은 시간동안 이런 성장이라니….”
백우진은 6개월이 아니라, 2년이라고 해도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성장을 이뤄냈다.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이건 너무 빨랐다.
“바쁘게 살았다니까.”
“아….”
백은경은 백성현과 백소희를 제외하고 동생들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들이 아무리 성장해도 자신을 따라 올수도, 그 일에 도움이 될 수도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백우진을 보고, 그 생각이 바뀌었다.
‘이 녀석은 다른 아이들과 달라. 이대로만 성장해 준다면, 분명…
“백은경은 흥분으로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백우진이 지금의 성장세를 유지한다면 그의 무력은 언젠가 자신과 맞을 정도가 되어 ‘그곳’에 닿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만 되면…
“누나가 칼을 날리던 순간은 평생 잊지 못하겠지만, 일단 사과는 받을게.”
백우진은 자신을 멍하니 쳐다보는 백은경을 지나서 안으로 들어갔다.
“백우진.”
백은경의 목소리에 백우진이 뒤를 돌았다. 그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파란 무언가를 손으로 잡았다.
“수련할 때 착용하면 도움이 될 거다.”
“엉?”
백우진이 손을 펴보았다. 백은경이 던진 물건은 푸른 보석이 박혀 있는 목걸이였다.
“갑자기 무슨… 없네?”
백은경은 목걸이를 던지고 바로 사라져 버렸다. 무슨 물건을 이렇게 쿨하게 주고 사라지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흑암. 이거 감정해봐. 분명히 저주에 걸렸을 거야.”
-설마…
“너도 봤잖아. 이 집안엔 제대로 된 사람이 없다니까.”
-내가 볼 때는 네가 제일 미친 거 같은데?
“빨리!”
-으이그, 알겠다.
5초 후 백우진의 눈앞에 목걸이의 정보가 나타났다.
-유니…
“유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