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45
45화. 장인들의 섬 (2)
‘아버지와 닮았어…’
김장훈의 눈을 본 순간 백천화 앞에 있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무력 같은 게 아니다.
하나의 길을 걸어 정점에 이른 자의 위엄이 느껴졌다.
“백우진입니다.”
“백우진? 들어본 것 같은데….”
김장훈은 인상을 찌푸리며 턱을 긁적였다.
“할아버지!”
“인아야?”
김장훈이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났다. 그는 이제야 서인아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분이 절 구해주신 분이에요. 휘연검을 드렸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아!”
생각이 났다는 듯 김장훈이 손바닥을 쳤다.
“그 나이에 그 기세가 어디서 나오나 했더니, 귀신가문의 막내로군.”
“하, 할아버지. 우진님 앞에서 그런 말씀은….”
서인아가 백우진의 눈치를 보며 김장훈의 소매를 잡았다.
“괜찮습니다.”
“아니, 지금 백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너 대체 뭐냐? 대체 왜 저 철이 네게 반응한 거냐?”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망치소리를 들으니, 갑자기 오러가 일어나서….”
“오러가 일어났다고?”
“제 오러가 스스로 움직였습니다.”
“으음….”
김장훈은 뒤를 돌아서 조금 전까지 두드리던 금속을 바라보았다.
‘흑암. 저 철에 대해 무슨 말을 하려고 하지 않았어?’
-정확하진 않지만, 저게 나를 만든 금속일지도 모르겠다.
‘뭐?’
-네 오러가 자동으로 일어났듯이 나도 저 금속과 공명했다.
‘허…’
흑암의 말이 사실이라면 저 금속은 이 세계의 것이 아니다. 흑암의 세계에서 온 물건이다.
“너는 왜 이곳에 온 거냐.”
“검의 수리를 부탁드리려고 왔습니다.”
“수리? 휘연검의?”
“예.”
백우진은 휘연검을 뽑아서 날이 상한 것을 보여주었다.
“이리 줘 보거라.”
김장훈은 휘연검을 받아서 검날을 위아래로 살펴보았다.
“끊어내는 오러와 부딪쳤군.”
“그걸 어떻게….”
김장훈은 검의 손상부위를 본 것만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파악하고 있었다.
“상대의 검은 무엇이었지?”
“적령검이었습니다.”
“적령검!”
김장훈의 부리부리한 눈이 굳어버렸다. 적령검은 천하장인 황남회가 만든 검이다.
그 검과 부딪쳐 휘연검이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적령검은 어떻게 됐지?”
“부러졌습니다.”
“부러져? 적령검이? 크하하하!”
김장훈은 허리까지 젖혀가며 광소를 터트렸다.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눈에 눈물까지 고였다.
“큭큭큭, 그 영감이 들으면 속 좀 썩겠군.”
김장훈은 능청스럽게 웃으며 휘연검의 날을 만졌다.
검사들처럼 김장훈은 같은 천하장인인 황남회와 라이벌 구도를 가지고 있었다.
“휘연검으로 적령검을 부러뜨리다니 대단하다. 그 나이에 그런 기세를 가진 이유가 있었어.”
“운이 좋았습니다.”
“운? 적령검은 운으로 부러뜨릴 수 있는 물건이 아니야.”
김장훈은 흐뭇하게 웃으며 휘연검을 검집에 넣었다.
본인이 만든 검으로 황남회의 검을 부러뜨렸다는 것을 듣자 계속해서 웃음이 나왔다.
처음 본 백우진이 벌써부터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걸 고쳐달라고 가지고 온 모양이군.”
“그렇습니다. 수리비는 원하시는 만큼 드릴 테니….”
“수리비는 필요 없어.”
“예?”
“수리는 그냥 해주지. 원한다면 다른 검도 내어주겠네. 대신….”
김장훈이 손가락으로 둥근 금속을 가리켰다.
“나를 도와다오. 부탁하마.”
**
“이걸로 되는 겁니까?”
“그래. 그곳에서 오러를 운용해 줄 수 있겠나?”
“해보겠습니다.”
김장훈이 백우진에게 부탁한 것은 대장간에서 금속이 반응을 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이었다.
‘흑암. 저 금속 감정 한 번 해봐.’
-이미 했다. 하지만…
[???]백우진의 눈앞에 물음표로 가득 찬 창이 나타났다. 감정을 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시스템이 의도적으로 흑암에게 정보를 주지 않으려는 것 같았다.
‘비밀이 많은 금속이군.’
-그러게 말이다.
흑암도 답답한지 한숨을 내쉬었다.
“저기….”
“뭐냐.”
“그 금속 어디서 얻었는지 알 수 있습니까?”
“서공명이가 전방 어딘가에서 얻었다고 하던데, 나도 잘은 모르겠군.”
서공명은 아케인의 길드마스터다. 그가 거짓말을 하진 않을 테니, 저 금속은 전방에 존재하는 던전이나, 몬스터의 보상일 거다. 그것도 최상급 수준의.
“그럼 시작하겠다.”
“예.”
쩡!
김장훈이 망치로 금속을 내리치자, 단전의 오러가 솟구쳤다. 흑암 역시 움찔 거렸다.
우우웅.
라사둠의 오러, 흑암의 기운, 금속이 김장훈의 망치질로 연결되고 있었다.
“역시!”
김장훈의 입가에 미소가 피워졌다. 지금까지 말을 듣지 않던 금속이 마음을 허락해주고 있었다.
우우웅.
백우진은 김장훈의 반응을 살피며 라사둠의 오러만이 아니라, 흑암의 기운마저 운용하기 시작했다.
이 기회를 이용해서 흑암의 기운에 적응하려 하는 것이다.
흑암의 기운에 익숙해진다면 흑암의 크기를 키우거나, 섬야 이후의 다른 기술을 쓸 수도 있다.
쩌엉!
쩌엉!
김장훈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지어졌다.
백우진이 덕분에 이 기이한 금속이 말 잘 듣는 강아지처럼 자신의 의지를 따라오고 있었다.
“정말 죄송해요. 이런 일이 생길 줄은….”
“괜찮습니다.”
백우진은 미안해하는 서인아에게 손을 내저었다. 김장훈의 검을 얻는 것도 이득이지만,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자신에게 도움이 되고 있었다.
‘오러의 운용과 네 기운을 받아들이는 훈련이 필요했는데 여기서 하게 될 줄이야.’
-이 기회에 내 기운에 익숙해지면 비실거리며 기절하는 일도 줄어들 거다.
‘너 때문에 다시는 기절 안 해!’
-흥. 말은 쉽지.
사실 흑암은 백우진에게 감탄을 하는 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수련을 하고 적응훈련을 하다니, 녀석의 향상심은 정말 끝이 없었다.
“덥지 않느냐?”
“저 신경 쓰지 마시고, 망치질에 신경 쓰시지요.”
“크하하하! 건방진 녀석!”
김장훈이 망치를 다시 잡으며 크게 웃었다. 여태까지 자신에게 저런 말을 한 놈은 처음이었다.
맹랑하지만 마음에 들었다.
“좋다.”
김장훈의 눈빛이 변했다. 이제 다른 것에 신경 쓰지 않고, 망치를 두드리기로 한 것이다.
쩌엉!
쩌엉!
김장훈의 망치소리가 달려졌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처럼 일정하면서도 혼과 힘이 담겨 있었다.
‘나도 시작할게.’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라.
‘당연한 소리.’
백우진은 눈을 감았다. 김장훈의 망치소리가 가슴을 울리는 것처럼 크게 들려왔다.
쩌엉!
우우우웅.
망치소리에 일어나는 라사둠의 오러와 흑암의 기운을 아주 천천히 이끌었다.
아이에게 길을 알려주는 것처럼 기운들을 세밀하게 운용했다.
쩡!
김장훈의 망치소리는 백우진에게 기연과 다름없었다. 오러와 흑암의 기운을 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띵!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홀로그램 창이 나타나는 소리를 들으며 눈을 떴다.
[오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습니다.] [마나 능력치가 1 상승 합니다.] [오성 능력치가 1 상승 합니다.] [흑암의 기운에 대한 적응력이 상승하셨습니다.] [흑암과의 친화력이 상승하셨습니다.]홀로그램 창을 보자마자, 주먹이 꽉 쥐어졌다. 수련 방법이 옳았다는 것에 미소가 절로 나왔다.
“어?”
백우진은 홀로그램 창이 사라지고 나서야 망치소리가 멎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김장훈은 망치를 내려놓고 묘한 눈길로 백우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 그 귀신 집안 출신치고는 좀 다르구나.”
“그런 소리 좀 듣습니다.”
“클클.”
김장훈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더하시지 않습니까?”
“며칠 내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쉴 곳을 일러줄 테니, 내일 새벽에 다시 보자꾸나.”
**
“저, 정말 괜찮을 까요? 백가의 막내가 3주째 섬을 떠나질 않고 있습니다.”
남자가 입에서 달달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거 설치는 했나?
핸드폰에서 무언가에 갈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 네. 했습니다.”
-그럼 상관없다. 방해되면 죽이면 그만이야. ‘불의 화신’의 위치는 파악해두었지?
“그, 그게 2곳 중 하나입니다.”
-2곳?
“영감이 정확하게 말을 해주질 않아서….”
-멍청한 놈! 어쩔 수 없이 고문을 해야겠군. 시간이 중요하겠어.
“워낙에 완고한 영감이라 고문이 통하질 않을 겁니다. 대신….”
남자는 입술을 깨물면서 말을 이었다.
“이곳에 그 영감이 손녀처럼 아끼는 아케인 길마의 외동딸이 와있습니다. 그 아이를 인질로 잡으면 분명히 화신의 위치를 알 수 있을 겁니다.”
-서인아 말인가?
“네. 맞습니다.”
-이거 복이 절로 굴러들어왔군. 인질로 쓰면 되겠어. 큭큭.
쇠가 갈리는 웃음소리를 끝으로 전화가 끊어졌다.
“음….”
전화를 끊은 남자는 눈치를 보며 산 아래에 있는 대장간으로 내려갔다.
**
장인의 섬에 들어 온지 한 달이 흘렀다.
백우진은 홍아라에게 수련을 시키는 시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을 대장간에서 보냈다.
그 덕분에 흑암의 기운에도 조금은 적응했고, 오러의 감각과 통제 능력도 크게 늘었다.
백우진이 달라진 만큼 금속도 달라져 어느새 검의 모양이 잡혔다.
검의 형태가 잡힐수록 김장훈은 사람의 형태를 잃어가고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그의 눈 밑이 검어졌고, 볼이 움푹 패여 있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군.
‘그래. 조만간 완성되겠어.’
백우진은 김장훈의 망치 소리 덕분에 기감이 크게 늘었다.
이제 섬에 숨어있는 무인들의 위치도 거의 정확하게 찾을 수 있을 정도였다.
“오늘부터는 나가 있어도 된다.”
김장훈이 망치를 들며 입을 열었다.
“예?”
“네 덕분에 이 철도 내 망치에 익숙해졌다. 지금부터는 네 수련을 해도 된다.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다.”
백우진을 바라보는 김장훈의 눈빛에 고마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한 달 동안 김장훈도 백우진에게 정이 쌓인 상태였다.
“괜찮습니다. 저도 그 검의 완성을 보고 싶습니다.”
“후후, 하긴 이게 내 마지막이 될 테니, 지켜보는 사람이 있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마지막이요?”
“이제 영진이에게 대장간을 넘겨주려 한다.”
“아직 정정하시지 않습니까. 조금 더….”
“예끼! 이놈아!”
김장훈이 익살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영진이 녀석이 내 밑에 온지도 20년이다. 녀석도 45살이니, 넘겨줄 때도 됐지.”
“아, 그거였군요.”
백우진이 미소를 지었다. 물러나는 게 아니라, 계승이었다.
“20년이면 장인들의 세계에선 꽤나 빠른 편이네요.”
“그녀석이 조금 조급하긴 해도 재능이 있거든. 그 조급함은 스스로 고쳐나가야겠지.”
“그런데 오늘은 영진 아저씨가 안 계시네요.”
박영진은 항상 새벽에 대장간을 정리한 뒤 김장훈이 작업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았는데, 오늘은 보이질 않았다.
“몸이 좋지 않다고 하더구나. 완성까지 며칠 남았으니, 가서 쉬라고 했다.”
“그렇군요.”
백우진은 오늘 작업이 끝나고, 박영진의 방에 들러서 그의 상태를 좀 봐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시작하마.”
“예!”
쩌엉!
김장훈이 망치질을 시작했다. 백우진 역시 눈을 감고, 오러와 흑암의 기운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음?’
한참 동안 오러를 운용하고 있을 때 외부에서 살기 짙은 마나가 느껴졌다.
감이 아주 예민한 지금이였기에 때문에 느낄 수 있는 마나였다.
‘흑암. 밖에 무슨 일이 있는 거 같은데.’
-너 설마 느낀 거냐?
흑암은 백우진이 이 거리에서 적을 느꼈다는 점에 경악을 했다. 녀석의 수준으로 느낄 수 있는 거리가 아닌데, 말이 되질 않았다.
백우진은 망치를 두드리는 김장훈을 잠시 바라보다가 대장간을 나왔다.
‘전투가 벌어진 건가?’
-섬 외부에서 능력자들이 침입해온 거 같다. 섬을 수호하던 능력자들이 사방으로 흩어져서 침입을 막고 있다. 이곳에 있던 수호자도 밖으로 나갔군.
‘그럼 난 이곳에 있는 게 낫겠어.’
섬을 수호하는 능력자들의 숫자와 수준은 상당히 높다. 자신은 이곳에서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쾅!
콰아앙!
외부 여기저기에서 거대한 소음과 함께 연기가 피어나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전투가 시작됐다는 뜻이었다.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죠?”
뒤편에서 같이 있던 서인아와 홍아라가 달려 나왔다.
“누가 침입한 거 같습니다.”
“말도 안 돼….”
서인아가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며 중얼거렸다. 이곳에 많은 보물들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만큼 많은 호위들이 존재한다.
초대형 길드가 아닌 이상 쳐도 손해만 볼 텐데, 이해가 가질 않았다.
“숫자로 봐선 집단입니다. 그것도 길드.”
백우진의 머릿속에 몇 가지 범죄자 길드들의 이름이 스쳐지나갔다. 저 정도 인원이라면 분명히 자신이 이름을 알만한 길드일 거다.
“인아씨. 영진 아저씨가 방에 계실 거예요. 불러오세요.”
“아, 네!”
서인아가 박영진의 방에 들어갔다가 바로 나와서 고개를 흔들었다.
“안 계세요!”
“예?”
아프다는 사람이 말도 없이 어딜 갔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음, 일단 인아씨는 아라와 함께 대장간 안에 들어가 계세요. 문주영. 대장간에 누구도 출입하지 못하게 보호하도록.”
“알겠습니다.”
“우진씨는요?”
“저는 앞에 있겠습니다.”
백우진이 대장간에 세워져 있는 검 하나를 들어서 허리에 찼다.
“누가 이쪽으로 오고 있거든요.”
백우진의 새로운 감각은 섬의 수호자조차 눈치 채지 못한 존재들을 잡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