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46
46화. 장인들의 섬 (3)
범죄자 길드 제논에 속해 있는 정철민, 정철명 형제는 장인의 섬 전체를 볼 수 있는 산 위에서 해안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쾅!
해안가에서 폭발과 화염이 치솟자 정철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이다. 움직여.”
“나도 알아.”
두 형제는 피어나는 연기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최우선 목적은 ‘불의 화신’이다.”
“알고 있어.”
“화련은신을 운용해.”
“알고 있다고!”
정철명은 신경질을 부리면서도, 자신의 몸에 붉은 기운을 덮었다.
화련은신은 화속성 마나를 이용하는 은신술로 열기가 강한 곳일수록 뛰어난 효과를 발휘한다.
-가자.
산을 내려간 둘은 김장훈의 대장간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더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취했다.
이곳을 지키던 수호자가 나가는 것을 봤지만, 백우진과 그의 호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내가 동쪽으로 들어갈 테니, 넌 서쪽으로 가라. 백우진과 그의 호위를 동시에 죽여야 해.
-알겠어.
-위험할 거 같으면 그냥 바로 빠져.
-알겠으니까. 잔소리 좀 그만해!
정철명이 정철민에게 신경질을 내고 서쪽으로 움직일 때였다.
“어디가?”
“헉!”
등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정철명은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본능이 시키는 대로 바로 몸을 뺐지만 이미 늦었다.
촤아아아악!
번개같이 뽑힌 백우진의 발검술에 정철명의 목이 잘려나갔다.
“커어….”
정철명은 숨이 끊어지는 그 순간까지 누가 자신을 죽였는지 알지 못했다.
“처, 철명아!”
정철민은 넋이 나간 눈빛으로 죽은 동생을 바라보았다. 악몽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너 따위가 어떻게….”
정철민이 전신을 부들부들 떨며 백우진을 노려보았다.
이렇게 열기가 가득한 공간에서는 6등급 능력자들도 화련은신을 파악하지 못한다.
저 어린놈이 어떻게 정철명이의 은신을 알아 차렸는지 알 수가 없었다.
“백우진….”
정철민의 몸에서 붉은 오러가 일렁거렸다. 그의 분노로 인해 화산이 타오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지켜야 할 사람이 많으니, 빨리 끝내자.”
백우진의 전신에도 검은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는 염익을 사용한 채로 정철민을 향해 돌진했다.
콰아아아!
정철민은 어금니를 악물며 허리에 차고 있던 시미터를 꺼내들었다. 그의 시미터에서 붉은 오러가 치솟았다.
쩌어엉!
정철민의 시미터는 백우진의 발검술에도 거의 밀려나지 않았다. 6등급답게 강렬한 오러와 힘이 실려 있었다.
쩡!
쩌정!
백우진과 정철민은 서로의 검술을 사용하며 숨 몇 번 내쉴 시간에 수십 합을 부딪쳤다.
‘대,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정철민의 눈이 파도처럼 요동쳤다.
백우진이 5등급 능력자를 이겼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자신의 검에 맞먹을 검격을 발휘 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거기다 왜 화속성이 먹히지 않는 거냐고!’
화속성 오러의 특징은 강한 파괴력과 화상효과지만 백우진에게는 화상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바위를 상대하는 느낌이었다.
캬앙!
백우진의 한 타이밍 빠른 가로 베기에 정철민의 검이 나오기도 전에 튕겨나갔다.
“이, 이놈….”
정철민의 이빨이 덜덜 떨렸다.
70합이 넘어가면서 백우진이 자신의 검을 뚫어내기 시작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백우진이 자신의 검을 예측하고 있는 것 같았다.
-축하한다. 투현지체의 능력이 발동됐군.
‘저 놈의 검술이 단순한 암살검인 덕도 있겠지만, 검로가 보이고 있어.’
정철민의 검술을 여러 번 보자, 놈이 어디를 노리는지, 어떤 초식을 쓸지가 전부 보이고 있었다.
생각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적의 공격이 파악 되었다.
투현지체의 능력은 그야말로 사기와 다름없었다.
콰아앙!
백우진의 흑왕탄에 정철민의 검이 궤도를 잃어버리고, 부러질 것처럼 흔들렸다.
퍼억!
백우진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어깨에 오러를 실어서 정철민의 갈비뼈를 깨부숴버렸다.
“크아악!”
정철민은 입에서 피를 토하며 미친 듯이 뒤로 물러났다.
“나도 제대로 못 이기면서 뭘 하겠다고 여기에….”
“이대로 끝날 거 같으냐!”
정철민은 자신의 품에 손을 넣어서 붉은색 비늘 하나를 꺼냈다.
푸욱!
정철민은 알 수 없는 언어를 중얼거리며 붉은색 비늘을 칼로 찔렀다.
콰아아아아!
붉은 비늘에서 거대한 화염폭풍이 튀어나와 백우진과 대장간을 집어 삼켰다.
화르르륵!
화염이 사방으로 뒤덮여 빠져나갈 곳이 보이질 않았다. 숨이 막힐 정도의 열기에 대장간에 숨어있던 사람들이 밖으로 빠져나왔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
“움직이지 마세요!”
“수, 숨이….”
서인아와 홍아라가 무릎을 꿇었고, 문주영도 식은땀을 흘렸다.
제대로 서 있는 사람은 김장훈과 어느새 돌아온 박영진 뿐이었다.
“화련진이라는 거다.”
정철민은 갈비뼈가 부러지고 내상을 입은 상태에서 아무렇지 않게 일어났다. 그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피어났다.
“나 정도로 화속성에 친화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겐 강대한 힘을, 너희처럼 어중간한 놈들에겐 지옥이 되는 진이지.”
“크윽….”
“이 더럽게 비싼 진을 네놈 때문에 쓸 줄은 몰랐지만 동생의 원수를 갚는 돈으로는 싸지. 사지를 가른 뒤 태워 죽여주마.”
정철민은 고개를 숙이고 숨을 몰아쉬는 백우진에게 다가갔다. 그의 팔다리를 자른 뒤 불에 던져버릴 생각이었다.
“어?”
정철민은 백우진에게 다가가며 이상한 괴리감을 느꼈다.
백우진은 힘들어하는 것과 다르게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있었다.
“너 설마!”
“늦었어.”
백우진의 검에서 흑색의 검기가 요동쳤다.
푸카악!
백우진의 흑왕탄이 화염을 가르고 시미터를 들고 있는 정철민의 오른팔을 베어버렸다.
“끄아아아악!”
“그 친화력이라는 거 나도 좀 되거든.”
백우진이 미소를 지으며 검을 휘둘러 화염을 날려버렸다. 이정도 화염지대는 그에게 찜질방과 다를 게 없었다.
후우우욱!
정철민의 팔이 잘리며 시미터가 떨어지자 화련진이 사라졌다.
“아….”
정철민이 절망에 찬 눈으로 뒷걸음질 쳤다.
앞에 있는 괴물을 막을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모든 게 끝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걱정 마. 바로 안 죽이니까.”
“뭐?”
“널 이곳에 데려온 놈은 누구지?”
“그, 그걸 어떻게….”
백우진은 섬의 중앙에 7등급 수호자가 있는 것을 보았다.
이들의 은신은 6등급은 속여도, 7등급은 속일 수 없다.
분명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전투가 벌어지기 전에 섬에 숨어들었을 것이다.
“분명 이 섬 안에 있는 누군가와….”
“멈춰!”
백우진이 정철민에게 다가갈 때 뒤에서 박영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백우진이 고개를 돌렸을 때 박영진은 날카로운 단검으로 서인아의 목을 찌르고 있었다.
당연히 같은 편이라고 생각했고, 백우진에게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문주영조차 반응하지 못했다.
“여, 영진 아저씨?”
“여, 영진아!”
“영진 아저씨!”
박영진은 누구의 부름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겁에 질린 서인아를 안은 채로 정철민의 옆에 붙었다.
예리한 칼날이 서인아의 동맥에 너무 가까이 있어서 뭘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영진아! 너 뭐하는 거냐!”
“이게 전부 스승님 때문입니다!”
김장훈의 물음에 박영진은 오히려 소리를 꽥 질렀다.
“제가 대체 언제까지 스승님의 뒤에만 쳐 박혀 있어야 합니까!”
“영진아….”
“스승님이 저 금속을 다룰 때 깨달았습니다. 당신은 내게 자리를 넘겨 줄 생각이 없다고. 10년이 지나도 난 당신의 발만 핥고 있을 거라고! 당신 밑에 있으면 내 시대는 절대 오지 않겠다고!”
박영진은 이를 갈며 김장훈을 노려보았다. 그 때문에 서인아의 목에서 많은 피가 흘러내렸다.
“너는….”
제자의 배신에 김장훈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스승님을 보고 있으면 답답한 게 한두 개가 아닙니다! 혼자 불의 화신을 독점했으면 훨씬 좋은 무기를 만들 수 있었는데, 모두와 나누겠다고 땅에 묻어놓다니! 그게 뭐하는 짓이야!”
“설마 불의 화신을!”
“찾았습니다. 아주 꽁꽁 숨겨두셨더군요.”
박영진은 기괴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왼쪽 주머니를 흘낏 쳐다보았다.
“스승님이 마장이 되지 않게 조심하라고 하셨죠? 당신 밑에서 자리를 넘겨줄 때까지 기다리느니, 이 자들을 따라가 마장이 되겠습니다. 화신의 힘으로 스승님은 상대조차 되지 않을 마검을 만들 겁니다!”
“아….”
김장훈은 극심한 두통을 느꼈다. 지난 20년간 봐왔던 제자가 너무도 멀게 느껴졌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장인께선 이번 일이 끝나고 당신에게 자리를 물려주려고 했어!”
“이제 와서 개소리 하지 마!”
박영진의 눈동자는 반쯤 돌아가 있었다. 제정신이 아니었다.
“워프는 준비됐습니까?”
“그, 그래. 네가 설치해놓은 것만 작동하면 바로 갈 수 있다.”
정철민이 왼손에 있는 팔찌를 흔들었다.
그는 박영진에게 구함을 받을 줄은 생각도 못했는지, 구원자라도 만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화신은 챙겼으니까. 바로 갑시다.”
이 섬에서 워프를 쓸 수 있는 건 아케인 길드뿐인데, 그 대비도 미리 해놓은 것 같다.
“영진 아저씨.”
이들을 이대로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백우진이 앞으로 나왔다.
“칼 내려놔! 정말 죽일 거야!”
박영진은 서인아의 목에 단검을 더 깊숙이 가져다대며 백우진을 견제했다.
“알겠습니다. 내려놓을 게요.”
백우진은 들어 올린 검을 어깨 뒤로 넘겨서 떨어뜨렸다.
툭.
백우진의 검이 땅에 떨어진 순간 박영진의 몸과 단검이 서인아에게서 살짝 떨어졌다.
‘흑암!’
-알겠다.
서인아와 박영진의 몸에 틈이 생긴 순간 흑암을 현신시켰다.
지지지직!
흑암에서 검은 오러가 번쩍였다. 섬야가 아니다. 흑암으로 펼치는 비뢰섬이다.
번쩍!
비뢰섬의 검기가 미세한 틈을 뚫어버리고, 칼을 들고 있는 박영진의 팔을 베어버렸다.
“끄아아악!”
박영진이 잘려나간 팔을 부여잡고, 뒤로 넘어갔다.
“젠장!”
정철민이 팔찌를 발동시키려는 순간 백우진이 돌진해서 정철민의 팔찌를 깨버린 뒤 그의 어깨에 검을 박아 넣었다.
“크허억!”
백우진은 턱을 날려 정철민을 기절시켜버린 뒤 서인아를 보호했다.
“오, 오지 마!”
박영진은 덜덜 떨면서 왼팔로 주머니에 있던 큼지막한 붉은색 도장을 꺼냈다.
저 도장이 불의 화신인 모양이다.
“이게 터지면 이 섬 전체에 있는 모든 게 죽는다! 오지 마!”
박영진은 도장을 부술 것처럼 들어올렸다.
“화신을 만져선 안 된다! 당장 내려놔!”
“개소리 마요! 이대로 죽을 수는 없어!”
“그 물건은 영물이다. 주인이 아닌 자의 손길을 허락하지 않아!”
“닥쳐!”
박영진은 피를 토하며 도장을 깨버릴 것처럼 흔들었다.
“정말 끝까지 가보자는 건가?”
“네 놈이 오지만 않았어도 아니, 빨리 나가기만했어도 이런 일은 없었…어?”
불의 화신을 잡고 있던 박영진의 팔에 불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으어억!”
박영진이 불의 화신을 던지고 손을 흔들었지만, 불은 꺼지지 않았다.
화르르륵!
화염은 순식간에 그의 전신에 옮겨 붙었다.
“끄아아아악!”
박영진은 팔이 잘렸을 때 보다 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몸을 비볐지만, 불은 더욱 크게 일어났다.
“사, 살려줘! 크아아아!”
박영진이 온 몸을 털며 날뛰었지만, 불은 절대 떨어지지 않았다.
지옥의 불길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의 모든 것을 태워버렸다.
“으어어어….”
박영진은 스승인 김장훈과 조카 같았던 서인아를 배신한 대가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최악의 고통을 느끼며 절규하다가 숨이 끊어졌다.
후우우욱.
화신의 불꽃은 박영진의 모든 것을 재로 만들고 거짓말처럼 사그라졌다.
-배신자에게 어울리는 최후로군.
**
박영진이 죽은 이후 김장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하루 종일 바다만 보고 있었다.
그는 이틀째가 되는 새벽에 불의 화신을 들고 대장간으로 들어갔다.
누구의 출입도 금지한 채로 홀로 망치를 두드렸다.
쩌엉!
김장훈의 망치소리는 똑같았지만 울적했고, 씁쓸했으며, 침울한 감정이 느껴졌다.
“가시게요?”
“여기에 오래있기도 했고, 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
이런 상황에 수리를 해달라고 하거나, 검을 달라고 말할 수가 없어서 백우진은 일단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지금 아버지가 전파가 통하지 않는 곳에 계셔서 연락할 방법이 없네요. 돌아오시면 바로 연락을 해서 휘연검보다 좋은 검을 가져다드릴게요. 아라 것도 같이요.”
“감사합니다.”
“제가 감사하죠. 벌써 2번이나 목숨을 구해주셨잖아요. 저 할아버지한테는….”
“그냥 갈게요.”
백우진은 미소를 지으며 대장간을 바라보았다. 김장훈이 어떤 감정일지 알기 때문에 말없이 가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쾅!
인사를 하고 돌아설 때 사흘 간 닫혀있던 대장간의 문이 활짝 열렸다.
그 안에서 비쩍 마른 김장훈이 검 한 자루를 들고 나왔다.
“네 검이다.”
“예?”
“네 기운이 너무 스며들어서 다른 주인은 받지 않겠다는구나.”
김장훈은 입술을 틀어 올려 억지로 미소를 만들었다.
“팔 떨어진다. 안 받고 뭐하느냐.”
“이건 아케인에서 구한 새로운 금속이잖아요. 장인께서 만드신….”
“무기가 귀한들 사람 생명만 하겠느냐. 네가 나와 인아의 목숨을 구했으니, 서공명이도 받아들일 거다. 가져가거라.”
백우진은 김장훈을 바라보았다.
그는 아직 슬픔을 이겨내지 못했지만 주저앉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이 검을 완성시킨 것이다.
“감사합니다.”
백우진은 김장훈의 마음을 느끼고, 공손하게 검을 받아들었다.
“이게 내 마지막 검이라 생각했는데, 그럴 수 없게 되었구나.”
“음….”
김장훈이 이검을 마지막으로 물러날 거라고 말한 게 생각났다. 혀에서 씁쓸한 맛이 느껴졌다.
“받았으면 뽑아보지 뭐하는 거냐.”
“아, 네.”
처음 잡는 손잡이에서 수백, 수천 번 잡은 것 같은 친숙함이 느껴졌다.
채앵!
회색과 검은색이 섞인 신비로운 색의 검날이었다.
검날의 빛을 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감정을 해주마.
흑암의 감정이 끝난 뒤 백우진의 눈앞에 붉은색 이름이 번쩍였다.
‘레전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