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48
48화. 사냥꾼을 사냥하다
“말해 보거라.”
백천화가 손가락으로 팔걸이를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4등급 던전 하나를 공략하고 싶습니다.”
“던전?”
백천화의 손가락이 멈췄다. 던전을 공략한다니, 예상 밖의 대답이었다.
“무슨 던전을 말하는 거냐?”
“루카스 길드와 저희 영역 사이에 생긴 던전입니다.”
“멘티스 던전을 말하는 거냐?”
“그렇습니다. 그 던전을 공략하고 싶습니다.”
“허….”
루카스라는 말에 백천화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백우진이 스스로 루카스와 경쟁을 하려들다니, 생각도 해보지 못했다.
-루카스 길드가 뭐 길래. 네 아버지가 저런 반응을 하는 거냐?
‘전에 말해줬잖아. 마법사 길드라고.’
-너희 집이랑 맞먹는다고 말한 곳?
‘그래.’
루카스는 패력적가, 신검백가, 대연문과 함께 4대 길드에 속해 있는 초대형 길드다.
길드원 대부분이 마법사이며, 신검백가 이상으로 길드원을 까다롭게 골라 받는다.
루카스에 들어간 순간 천재라고 인정받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루카스를 제치고, 네가 그 던전을 공략해 오겠다는 거냐?”
“그렇습니다.”
“멘티스가 마법사에게 유리한 몬스터라는 것을 알고 있느냐?”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핸디캡이 있어야 더 재밌지 않겠습니까.”
“크하하하하!”
백천화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백우진의 대답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언제 그런 생각을 했느냐.”
“가문으로 돌아오는 길에 공략할만한 던전을 찾다가 멘티스 던전에 최재영의 이름이 올라가 있는 걸 보았습니다.”
“최재영?”
“적탑주의 제자입니다.”
루카스 길드의 마스터는 한 명이 아니다.
사대탑주가 공동으로 마스터의 역할을 하는데, 그 중 적탑주의 다섯 번째 제자가 최재영이다.
“최재영은 홀로 던전을 공략해가며 명성을 쌓고 있는 중입니다. 그를 꺾고 루카스 길드 위에 신검백가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오겠습니다.”
“크하하하!”
백천화가 기세마저 풀어헤치며 광소를 터트렸다. 그의 웃음에 가주전 전체가 흔들렸다.
“훌륭하다!”
백천화의 입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그려졌다. 여태까지 봤던 미소 중 가장 큰 것 같았다.
“이제야 백가의 검사다운 자세를 가지게 되었구나.”
백천화의 안면에 화색이 돌았다. 백우진은 자신의 생각을 꿰뚫는 것처럼 마음에 드는 말만 골라서 하고 있었다.
“좋다. 네 부탁이 아니라, 임무로 내려서 네 실적이 되게 해주마.”
“감사합니다.”
“다만….”
백천화가 입가에 더욱 진한 미소가 피어났지만, 좀 전과 달리 살벌한 느낌이 들었다.
“네가 스스로 가겠다고 말했으니, 이 일을 실패한다면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다.”
백천화의 전신에서 천하를 짓누르는 패기가 흘러나왔다, 가주전 전체가 그의 기세로 가득 차버렸다.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몸이 떨릴 정도였다.
“물론입니다.”
백우진은 수천 개의 바늘이 찌르는 것 같은 기세를 꾹 눌러 참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이 녀석…’
아주 잠깐이었지만 백천화의 눈동자에 이채가 발했다.
압박을 주기위해서 일부러 기세를 높였건만, 백우진이 그것을 견디는 것도 모자라 입을 열고 대답까지 했다.
녀석의 정신력과 의지에 감탄이 나왔다.
“네가 말한 대로 해주마.”
백천화는 더욱 짙은 미소를 지으며, 퍼트렸던 기세를 회수했다.
“가 보거라.”
“예. 그럼….”
백우진은 깊게 고개를 숙이고 밖으로 나갔다.
백천화는 피식 웃고서 자신이 앉아 있는 단상 뒤쪽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나와라.”
백천화의 말이 끝난 직후 단상 뒤에서 백소희가 나타났다. 그녀의 얼굴은 가면을 씌운 것처럼 창백하고 무미건조했다.
“네 동생을 어떻게 보았느냐.”
“….”
백소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우진이는 널 꺾은 자신감을 거름으로 삼아서 앞으로 향하고 있다. 넌 언제까지 방에 쳐 박혀 있을 테냐?”
이번에도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백소희의 눈빛이 달라졌다.
“저 아이는 누구보다 빠르게 강해지고 있고, 자신이 뭘 해야 하는 지도 알고 있다. 더 늦는다면 너나 선아나 정말 먹히게 될 거다.”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백소희의 입에서 소름끼칠 정도로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녀는 백천화에게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쿠구구구.
고개를 들어 올린 백소희의 얼굴은 북해를 가져온 듯 몸서리처질 정도의 한기를 품고 있었다.
백천화가 고개를 끄덕이자, 백소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주전을 나갔다.
텅 비어버린 가주전에서 백천화는 홀로 미소 짓고 있었다.
**
-멘티스 던전이 네가 섬에서부터 찾던 곳이군.
‘그래. 노리던 곳이지.’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거냐?
‘당연히 있지.’
백우진은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일단 멘티스 보스가 떨어뜨리는 아이템은 영약이야.’
-영약?
‘그것도 신체 능력과 오러를 증가시켜 주는 중급 영약.’
멘티스 던전에서 나오는 영약은 신체와 오러를 동시에 상승시켜주는 특별한 영약이다.
돈이 있어도 영약을 구하는 건 어려운 일인데, 던전에서 구할 수 있다면 무조건 가야한다.
만약 이번 멘티스 던전에서 영약이 나온다는 정보가 돌았다면 별의 별 놈이 다 참여했을 거다.
‘두 번째는 실적 쌓기지. 뛰어난 실적을 쌓아서 가문 내에 입지를 다지는 거야. 이번 일을 해결한다면 아버지도 날 한 동안 건드리지 않겠지. 즉, 강해질 시간을 버는 거야.’
-허, 그런 것까지 생각하고 있었던 거냐?
흑암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이 가문에서 살아남으려면 이 정도 예측은 당연히 해야지.’
-이제 막 궁금해지네. 혹시 세 번째도 있냐?
흑암은 궁금하다는 듯 날을 번쩍였다.
‘사실 세 번째가 가장 중요해. 인간사냥꾼을 잡을 거야.’
-인간 사냥꾼?
‘던전에서 사람들을 죽이고 다니는 놈들을 인간 사냥꾼이라고 불러.’
던전에서 경쟁은 매일같이 발생하지만, 능력자끼리 다툼은 거의 벌어지지 않는다.
싸우면 서로가 손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템을 노리거나, 재미로 능력자들을 공격해서 죽이는 놈들이 있다.
그런 쓰레기들을 인간사냥꾼이라고 부른다.
-그 던전에 인간사냥꾼이 온다는 거냐?
‘좀 전에 말했던 최재영이라는 놈이 인간사냥꾼이야. 오직 자신의 흥미를 위해 사람을 죽이는 최악의 인간이지.’
-루카스라는 길드는 너희 가문과 달리 이미지가 좋다고 하지 않았나?
‘길드가 좋다고, 미친놈이 없는 건 아니니까. 최재영은 그 좋은 이미지를 이용해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인 범죄자야.’
전생에서 최재영은 대량학살을 하려다가 들키게 된다.
놈은 바로 범죄자 길드로 몸을 피한 다음 자신이 저질렀던 모든 범죄들을 인터넷에 올려서 수많은 사람들을 조롱했다.
-영웅이라도 되겠다는 거냐?
‘그런 거창한 생각은 없어. 눈앞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을 뿐이니까.’
-할 수 있는 일이라. 마음에 드는 소리군. 다만 그거 그리 쉽지 않을 거다.
‘알아.’
백우진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멘티스 따위에게 막힐 일은 없으니, 최재영이라는 놈만 생각하면 되겠군. 그 놈의 수준은 어느 정도냐.
‘5등급 화염 마법사지만 숨기고 있는 다른 능력도 있어.’
-다른 능력?
‘최재영은 수속성 마법도 5등급까지 쓸 수 있어.’
-음, 화속과 수속이라 생각보다 귀찮겠군. 일단 거리를 좁혀야 하니까… 아니지! 너한테 그게 있잖아!
‘그래.’
백우진이 빙긋 웃으며 씨 서펜트의 팔찌와 플레임 가고일의 반지를 매만졌다.
둘 다 높은 수준의 화속성, 수속성 저항력을 가진 아이템이다.
‘그 놈의 마법은 내게 통하지 않아.’
**
맨티스 던전 앞은 던전이 열리길 기다리는 능력자들과 서포터들 그리고 기자와 구경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신검백가의 직계와 루카스의 수제자가 맞부딪치다니, 이게 얼마만이지?”
“백성현 이후에 처음 아니야?”
“맞네. 백성현이 루카스의 김범섭을 때려눕힌 후 처음이네!”
사람들은 백우진과 최재영 중 누가 먼저 던전을 공략할 것인가로 토론을 하고 있었다.
두 유망주의 대결을 신검백가와 루카스의 대결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이번엔 어느 길드가 이길까?”
“최재영이지. 다른 곳은 몰라도 여긴 멘티스 던전이잖아. 마법사가 유리 할 수밖에 없어.”
“거기다 최재영은 5등급, 백우진은 4등급이잖아. 능력자체도 후달리니까. 사실 결과가 뻔하긴 해.”
“음, 그렇긴 한데. 백우진은 변수가 많아서….”
“변수는 우리같은 사람들에게 생기는 거야. 최재영 정도면 변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지.”
맨티스 던전의 특성상 마법사가 유리하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구경꾼 대부분은 최재영의 손을 들어주고 있었다.
“왔다!”
“백우진이다!”
“정말 호위도 없이 온 거야?”
“미쳤네. 어플 오류가 아니라 정말 혼자 온 거였어?”
“멘티스 던전을 4등급 검사 혼자 보내다니, 진짜 신검백가는 제정신이 아니야.”
던전으로 걸어오는 백우진 옆에는 아무도 붙어있지 않았다.
-혼자 왔다고 난리났군.
‘보스가 있는 4등급 던전 그것도 멘티스 던전에 검사 혼자 왔으니, 놀라울 수밖에 없겠지.’
백우진은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며 던전 입구로 걸어갔다.
“처음뵙겠습니다.”
백우진이 능력자들 사이로 지나갈 때 선한 인상을 가진 붉은 로브의 마법사가 다가왔다.
“최재영이라고 합니다.”
백우진의 길을 막은 사람은 루카스 길드의 최재영이었다. 전생의 사진에서 본 것보다 어리고 동글동글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백우진입니다.”
“검사님의 명성과 활약은 많이 들었습니다. 정말 반갑습니다.”
최재영은 진심인 것처럼 방긋 웃었다.
‘음…’
백우진은 최재영과 악수를 하며 그의 눈에서 아주 잠시 붉은 빛이 도는 것을 느꼈다.
-네 말대로다. 이놈 아무리 못해도 100명 이상은 죽였다. 너를 관찰할 때 살인자의 눈을 뜨고 있었다.
정말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백우진과 흑암은 최재영에게서 비릿한 살기를 느꼈다.
“맨티스 던전인데 혼자 오신 겁니까?”
“최재영씨도 혼자시지 않습니까.”
“저는 5등급 마법사지만, 우진씨는 4등급 검사잖아요.”
“괜찮습니다. 저도 그냥 검사는 아니니까요.”
“하하하! 자신감이 대단하시네요. 던전에서 보면 도망가야겠어요.”
최재영은 씩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신검백가와 루카스를 떠나서 선의의 경쟁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네. 부디.”
백우진은 마지막을 힘주어 말한 뒤 그를 지나쳐서 던전의 입구로 다가갔다.
-저 놈의 눈을 보니, 널 무조건 공격하겠군.
‘습격하라고 혼자 왔으니까.’
백우진은 최재영에게 자신이라는 미끼를 던진 것이다.
“아, 안녕하세요! 일선향 길드의 김전후라고 합니다. 다단계 길드 사건 때 정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백우진은 자신을 김전후라고 소개한 사람과 악수를 하며 웃었다.
백우진에 대한 이미지가 좋았기 때문에 중립 길드의 능력자들이 그의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저, 저도 악수 한 번 만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백우진 검사님. 저는 소청길드의….”
백우진은 자신을 둘러싼 능력자들과 인사를 나누며 얼굴을 익혀두었다.
-웬일로 그렇게 친절하게 인사를 해주는 거냐?
‘저들은 증인이 되어줘야 하니까.’
-증인?
‘최재영이 인간사냥꾼이고, 내가 그 놈을 잡았다고 증명해줄 증인들.’
백우진은 최재영이 작성했던 인터넷 정보를 바탕으로 놈을 잡을 계획을 모두 생각해 두었다.
저 능력자들은 최재영의 악행과 자신의 활약을 퍼트려줄 확성기가 될 것이다.
치이이잉!
쇠가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던전의 문이 열렸다. 앞에서 대기하던 능력자들이 우르르 안으로 들어갔다.
띵!
백우진이 최재영과 눈을 마주치고, 마지막으로 던전에 들어가려 할 때 그의 귀에 맑은 알림음이 들렸다.
[돌발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영약 먹으러 온 놈한테 뭘 또 퍼주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