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52
52화. 정령술을 배우다
“안녕하세요. 블랙마켓 성남 지부의 지부장 유진아라고 합니다.”
백우진이 문주영을 따라 성남의 작고 낡은 카페에서 들어가서 듣게 된 말이었다.
“그리고 저 녀석의 친구죠.”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유진아는 백우진 옆에 서있는 문주영을 가리켰다.
“반갑습니다. 백우진이라고 합니다.”
백우진은 덤덤한 표정으로 유진아에게 인사를 건넸다.
“…전혀 놀라지 않으시는 군요.”
“일단 여기가 블랙마켓이나, 정보상의 지부라는 건 처음부터 예측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백우진은 카페의 벽. 천장, 바닥을 한 번 씩 살펴보며 말을 이었다.
“10명의 능력자가 은신을 하고 당신을 지키고 있으니, 평범한 접수원은 아닐 거라 생각했습니다.”
백우진은 기감을 퍼뜨려서 은신을 사용하고 있는 능력자 10명의 위치를 전부 찾아낸 상태였다.
“아….”
유진아가 마름 침을 꿀꺽 삼켰다.
지금 숨어 있는 능력자들은 은신에 일가견이 있는 무인들인데, 백우진은 누가 있다는 것만이 아니라, 어디에 있는 지까지 파악하고 있었다.
거기다 숨어 있는 사람들을 이용해서 자신의 지위까지 알아차렸다.
짧은 순간 보여준 백우진의 능력에 소름이 돋아 올랐다.
“하하하! 내가 말했지. 우리 도련님은 전부 다 아실 거라고!”
문주영은 유진아를 바라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백우진이 허락해준 덕분에 유진아의 정체를 말하지 않고 카페에 모셔온 건데, 그는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
“실례를 했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유진아의 얼굴에서 장난기가 사라졌다.
그녀는 백우진에게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 뒤 숨어 있는 능력자들을 돌려보냈다.
“귀한 손님이 오셨으니, 오늘 장사는 접어야겠군요.”
유진아는 백우진을 카페의 안쪽에 있는 방으로 안내했다.
방은 외부와 달리 깔끔했고, 소리가 빠져나가지 않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블랙마켓의 지부장 유진아라고 합니다. 듣던 그대로시군요.”
“그대로라는 게 무슨 말이죠?”
“뛰어난 재능에 신비로운 능력을 가지 신데다가 예의를 알고, 상대를 배려할 줄 아신다고 했거든요.”
“누가 그런 낯부끄러운 말을….”
“저 녀석이요.”
유진아가 백우진 옆에 서있는 문주영을 쳐다보았다.
“맞는 말이지.”
문주영은 옳은 소리라고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하아….”
백우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문주영은 자신을 너무 대단한 사람으로 보고 있었다.
임무를 해결하거나, 사람들을 구해낼수록 그 증상이 심해진다.
“잠시 실례 좀 할게요.”
유진아는 여러 감정이 담긴 눈으로 백우진을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책장에서 얇은 서류봉투를 꺼내왔다.
“혹시 아시나요? 블랙마켓이라고 해도 팔지 않는 정보가 있다는 거?”
다시 자리에 앉은 유진아가 비밀이라도 알려주는 것처럼 속삭였다.
“당연히 그렇겠죠.”
“이번에 백우진님께 드리는 정보가 바로 그런 정보에요.”
“예?”
백우진이 인상을 찌푸렸다.
정령사가 드문 건 사실이지만, 찾으려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자신은 그저 정령술을 가르쳐 줄 사람을 찾았을 뿐인데 왜 그런 엄청난 정보가 나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전 제게 정령술을 가르쳐줄 사람을 찾았을 뿐인데, 왜 그런 정보가 나오는 거죠?”
“네? 주영이가 도련님의 재능이 너무 뛰어나서 평범한 정령사로는 절대 안 된다고 했어요.”
“예?”
백우진이 어이가 없는 눈으로 문주영을 돌아보았다.
“맞아. 평범한 정령사로는 도련님의 재능을 감당할 수 없어. 무조건 최고로 구해야 해.”
문주영은 ‘믿고 있습니다.’라는 표정으로 백우진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는 백우진에 대한 신뢰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냥 정령술에 재능이 있으니, 잘 가르치는 정령사를 찾아달라고 했잖아!”
“아닙니다. 도련님의 재능은 다른 사람들과 차원이 다를 겁니다. 가장 뛰어난 정령사를 찾아서 그에게 배움을 받으셔야 합니다.”
“허….”
백우진은 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문주영이 믿음을 보내주는 건 좋지만, 그 믿음이 좀 많이 강했다.
차원이 다른 재능이라니, 그 정도는 절대 아니다.
-크하하하!
‘웃지 마!’
-저 녀석 너를 천재로 보는 거 같은데? 저 기대를 충족 시키려면 앞으로 고생 좀 하겠어.
‘왜 이렇게 오래 걸렸나 했더니…’
문주영은 유진아에게 잘 가르치는 정령사가 아니라, 최고의 정령사를 구해달라고 요청한 모양이다.
“오해가 있던 것 같지만 일단 들어보시는 게 어떨까요?”
“그전에 그런 숨겨진 정보를 제게 주는 이유는 뭐죠?”
문주영과 유진아가 친구라고 해도 숨겨진 정보를 꺼내주는 건 이상한 일이다.
유진아가 원하는 게 따로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게 좋겠죠. 주영이와 제가 친구라고 해도 내부에서만 통용되는 정보를 드리는 건 다른 문제에요.”
“알고 있습니다.”
“이건 투자에요. 신검백가의 백우진 도련님께 드리는 투자.”
유진아의 눈빛은 오늘 본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함을 담고 있었다.
“도련님에 대한 소문은 굉장히 많죠. 백가 최고의 재능이니, 남다른 인성의 소유자니 하는 것들. 다단계 사건 때부터 호감이 간 건 사실이지만, 전 제가 본 것을 믿어요.”
유진아는 백우진과 문주영을 한 번 씩 본 뒤 봉투를 내밀었다.
“그래서 도련님을 직접 보기 위해 찾아갔죠.”
“찾아갔다고요?”
“네. 저도 멘티스 던전 앞에 있었어요. 도련님이 중립 길드를 지켜려고 루카스에 맞서시는 걸 보고 마음의 결정을 했어요.”
“음….”
“거기다 오늘 짧은 시간 동안 도련님이 보여주신 모습을 보고 그 결정은 확신이 되었어요.”
유진아는 흔들리지 않는 눈빛으로 백우진을 바라보았다.
“지금 드리는 정보를 포함해서 앞으로 백우진 도련님께 제가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제공해 드릴게요.”
“제게 투자를 해서 당신이 얻으려는 건 뭡니까.”
“신검백가에 직계끼리 경쟁이 있잖아요. 여기도 마찬가지에요. 마켓의 지부장끼리도 경쟁이 있죠.”
“그렇다면….”
“네. 제가 도련님이 위로 올라가실 수 있게 최고의 지원을 해드릴 테니, 도련님도 저를 위로 올라가게 도와주세요. 상부상조라는 거죠.”
백우진이 가라앉은 시선으로 유진아를 바라보았다.
제안 자체는 굉장히 유용하다.
블랙마켓의 정보를 이용하면 많은 이득을 챙기고, 많은 위험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그냥 믿을 수도 없었다.
“유진아씨가 절 알아봤다고 했지만, 저는 당신에 대해 전혀 모릅니다. 문주영 호위의 친구라고 아무 조사 없이 믿을 수는 없죠.”
블랙마켓의 정보들을 얻는 건 엄청난 이득이지만, 그냥 받아들일 수 없다.
유진아의 진심이 무엇인지 알아봐야 한다.
“그러실 줄 알았어요. 그래서 이번 정보는 일단 무상으로 드릴게요. 만약 제 투자를 받지 않으신다고 해도 말이죠.”
유진아가 미소를 지으며 봉투를 열었다.
“무상이요?”
“네.”
백우진이 알기로 블랙마켓에 무상이나 무료는 없다.
이건 정보의 가격을 유진아가 대신 지불한다는 뜻이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최고의 정령사로 박신혜를 뽑지만, 저희가 가진 정보로는 다른 정령사가 더 강한 능력을 가진 것으로 파악했어요.”
“그게 누구죠?”
“들어보신 적 없을 거예요. 윤우민이라는 사람이에요. 상급 정령 2마리를 한 번에 소환하는 장면이 저희에게 포착됐죠.”
“아….”
백우진은 윤우민이라는 이름을 듣고 너무 놀라 혀를 깨물 뻔 했다. 그는 필사적으로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유지했다.
‘윤우민이라니!’
-왜 그렇게 놀라는 거냐?
‘5년 뒤 대형 균열이 발생해서 수많은 몬스터가 나타났을 때 처음으로 등장한 사람이야. 블랙마켓은 윤우민을 지금부터 파악하고 있었군.’
-정령왕이라도 소환했냐? 뭘 그렇게 과민반응…
‘맞아.’
-뭐?
백우진이 서류에 적힌 이름을 다시 보고서 거친 숨을 내뱉었다.
‘윤우민은 정령왕 소환사야.’
문주영은 정령술 선생대신 정령왕 소환사를 물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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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입니다.”
백우진과 문주영은 유진아 밑에 있는 정보원의 도움을 받아, 윤우민이 살고 있다는 강원도의 숲에 도착했다.
“숲에 저택이라….”
숲 한 가운데에 어울리지 않는 큼지막한 집이 한 채 있었다.
‘진짜 자연과 어우러지긴 했네.’
-이런데서 살다니, 특이한 인간이로군.
‘그러게.’
집 주변은 나무들로 둘러 싸여 있었다. 그야말로 그림 같은 풍경이지만, 사는 사람은 좀 불편할 것 같았다.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지부장님께서 검사님이 저희에게 온 것은 아무도 모를 테니, 부담가지지 말라 하셨습니다.”
“알겠습니다.”
유진아의 부하는 끝까지 친절한 모습을 보이고 사라졌다.
“유진아는 어떤 사람이지?”
“그렇게 물으시니, 대답하기 애매하군요. 일단 저한테는 믿을 수 있는 친구입니다. 도련님이 구해달라고 하셨던 정보와 아이템도 전부 그 녀석에게서 나왔습니다.”
“음….”
그렇다면 유진아는 자신이 그 아이템과 정보를 사갔다는 걸 알면서도 어디에도 그 정보를 팔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녀에 대한 신뢰가 아주 조금 생겨났다.
“네가 믿으니 나도 믿겠다고는 말할 수 없어. 대신 긍정적으로 생각해볼게.”
“그거면 충분합니다.”
“그럼 가자.”
백우진은 저택 앞으로 다가갔다.
달칵.
백우진이 집 앞에 다가가자 대문이 자동으로 열리며 거대한 덩치를 가진 노인이 나왔다.
전생에서 봤던 모습 그대로다.
이 노인이 바로 윤우민이다.
‘윽…’
백우진은 윤우민의 눈빛을 보고 잠시 숨 쉬는 것을 잊어버렸다.
백천화와 같았다.
상대를 내리누르는 시선, 절대자의 시선이다.
-압박감이 굉장하군. 이 덩치가 그 정령왕 소환사냐?
‘맞아. 정체가 밝혀지는 건 5년 후지만…’
지금으로부터 5년 후 강원도에 대규모 균열이 터졌을 때 윤우민은 대지의 정령왕을 소환해서 모든 몬스터를 지워버리고 수많은 사람들을 구해낸다.
“넌 뭐냐?”
“백우진이라고 합니다. 정령술을 배우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백우진은 윤우민의 압박감을 견디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밑도 끝도 없이 본론을 내뱉었다.
“뭐?”
윤우민의 얼굴에 당황이 들어찼다.
질 높은 마나가 느껴져서 밖으로 나와 봤건만 뜬금없이 정령술을 배우고 싶다는 말을 하니, 어이가 없었다.
거기다 이 녀석은 자신의 압박을 너무 쉽게 견디고 있었다.
-이 미친놈아. 너무 갑작스럽잖아!
‘이게 맞아. 윤우민의 기본 성격은 상남자야. 솔직하게 말하는 게 제일이야.’
미래에 풀린 윤우민에 대한 정보에는 그가 거짓을 싫어하고, 솔직한 것을 좋아한다고 되어있다.
특히 스킬이 있는 것처럼 상대의 거짓을 잘 파악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거짓말을 해서 밉보일 필요는 없다.
상대가 당황스러울 정도로 솔직하게 나가기로 했다.
“미친놈이로고.”
윤우민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트렸다.
다만 기분이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내가 정령사라는 건 어떻게 안 거냐? 아니, 그전에 여긴 어떻게 찾아왔지?”
“블랙마켓이라는 암시장에 최고의 정령사를 찾아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허….”
윤우민의 벙찐 표정으로 백우진을 바라보았다.
그에겐 상대의 거짓을 식별하는 능력이 있는데, 앞의 녀석이 말한 건 전부 사실이었다.
70년을 살면서 본 놈 중에 가장 신기한 놈이었다.
“그래서 요즘에 시선들이 느껴진 거였군.”
최근 누군가가가 멀리서 관찰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는데, 이제야 그 궁금증이 풀렸다.
앞의 녀석 때문에 블랙마켓의 정보원들이 자신을 관찰했던 것이다.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그랬을 겁니다.”
“음….”
윤우민은 백우진을 바라보았다.
어린 나이지만 내부에 들어찬 오러의 수준과 잘 닦인 기세에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백씨에 그 정도 무력이라면, 신검백가의 직계더냐?”
“그렇습니다.”
“신검백가의 직계가 정령술을 배우겠다고 날 찾아왔다고?”
“예.”
“허….”
윤우민은 백우진의 속성 감응력을 살펴보았다.
분명 높은 속성 감응력을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이 아이템의 능력인 것 같았다.
여러 가지 아이템에서 속성 감응력이 느껴지다 보니, 윤우민도 백우진의 정확한 능력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네가 뭘 착각하고 있을까봐 말해주는 건데.”
“예.”
“네가 착용한 아이템들로 감응력을 높여봤자 정령 소환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윤우민은 백우진이 가지고 있는 팔찌와 반지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정령 소환을 익힌 이후엔 그 아이템들이 큰 도움을 주겠지만, 소환을 배울 땐 오히려 방해가 된다. 정령 소환은 순수하게 자신의 몸에 있는 속성 감응력으로 해야 한다.”
“그렇군요.”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으면 그만 돌아가라.”
“그럼 악세사리를 뺄 테니, 잠시만 봐주시겠습니까?”
“허….”
윤우민은 백우진이 아이템을 빼는 것을 보고 코웃음을 쳤다.
저 나이 때에는 자신에게 천재적인 재능이 있다고 생각할 때라고 쳐도 이 녀석은 자신감이 너무 과했다.
“됐으니, 귀찮게 굴지 말고 그냥 돌아가거라. 난 더 이상 제자를 받을 생각이…어?”
윤우민은 백우진이 아이템을 벗은 것을 보고,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백우진의 상태는 그의 예상과 전혀 달랐다.
악세사리를 풀었는데도 감응력은 여전히 높았고, 4대 속성이 동일하게 발달되어 있었다.
더 놀라운 건 몸 속에 많은 잠재력이 남아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녀석은 단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다.
“너 대체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