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54
54화. 정령술을 배우다 (3)
팍!
백우진은 땅에 박힌 정근호의 머리를 빼서 흙을 털어주는 척하며 뒤통수를 후렸다.
-예상대로긴 한데. 이렇게 빨리 저 놈의 뒤통수를 보게 될 줄은 몰랐군.
흑암은 검날을 절래절래 흔들며 눈을 까뒤집은 정근호를 내려다보았다.
“음….”
윤우민은 옷에 먼지를 털고 있는 백우진을 숨죽인 채 바라보았다.
백우진의 오러가 상당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정근호가 질 거라는 예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2번의 검기로 정령들을 역소환 시키고, 뒤통수 한 방으로 정근호를 끝낼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백우진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더 강한 무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끝나다니.’
정근호가 져서 그 지랄 맞은 승부욕이 줄어들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대련은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간단히 끝났다.
“처음에 사용한 검기엔 뇌기를 담은 게냐?”
“예. 뇌검의 속성을 담았습니다.”
“뇌검이라 오랜만에 듣는 단어군.”
뇌검은 다루기가 어려워서 요새 사용하는 검사를 본 적이 없었는데, 저런 젊은 녀석이 사용하는 것을 보니 신선했다.
이 녀석은 뭐 하나 특이하지 않은 게 없었다.
“근호를 따라잡은 보법은 뭐냐?”
“아직 이름이 없습니다. 무명보법이라 합니다.”
“무명?”
“아직 보법이 갈 길을 정하지 못해서 무명보법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그럼 네가 만들고 있는 것이냐?”
“완전히 제가 만드는 건 아니지만, 비슷합니다.”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보법의 형태를 준건 흑암이지만, 그것을 발전해 나가는 건 자신이었다.
무명보법은 흑암과 함께 만들어가는 보법이다.
“음?”
윤우민은 좀 전에 이야기를 했던 검기에 생각이 닿았다.
“설마, 뇌검의 검기도 네가 만든 것이냐?”
“기본 검법인 가로 베기를 발전시킨 검술입니다.”
“백가에는 유명하고 강력한 검술이 많이 있지 않느냐. 왜 네가 검술을 만들려고 하는 거지?”
“처음에 말씀드렸듯이 전 신검백가의 막내입니다. 형제들 뒤꽁무니만 쫓아선 위로 갈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만의 검술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뭐, 이런 놈이….”
윤우민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보법만이 아니라, 자신만의 검로를 만드는 검사라니, 감탄이 나오다 못해서 전신에 소름이 돋아 올랐다.
백우진의 나이 때는 자신도 남들을 따라다니느라 바빴다.
스스로 걸어서 위로 올라가려는 모습에 백우진을 완전히 다시 보게 되었다.
“지금은 네 보법은 빠름 위주인 거 같군.”
“맞습니다.”
“그 보법이 앞으로 나아갈 길은 넓고도 다양하다. 하나에만 적을 두지 말고, 여러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보거라. 너에게 내 보법은 필요하지 않겠어.”
“알겠습니다.”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게 보법을 가르치려하면 뭐라 하려고 했는데, 저 영감 무예에도 꽤나 밝군.
‘그래. 정근호랑 다르게 난 저분의 그림자도 보지 못할 거야.’
윤우민의 역시 절대자의 반열에 올라 있는 사람이다.
그의 능력에 비교하면 정근호는 아직 씨앗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예.”
“그 녀석 방은 2층 가운데니, 그곳에 던져 두 거라.”
“알겠습니다.”
“내일 보자꾸나.”
윤우민의 목소리는 처음보다 한층 부드럽게 변해 있었다.
백우진이 단순히 좋은 집안에서 좋은 재능을 타고난 금수저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쉬십시오.”
“백우진.”
집으로 돌아가려던 윤우민이 고개를 돌려 백우진을 바라보았다.
“예.”
“한 가지만 말해주마.”
윤우민은 백우진의 재능이 너무 빛났기 때문에 그 재능을 망치지 않도록 그에게 경각심을 가지게 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정령을 소환하는 것은 운에 좌우되기도 한다.”
“운이라고 하신다면….”
“예를 들어 네 감응력이 20이라면 하급 정령을 소환할 가능성이 90%고, 중급 정령을 소환할 가능성이 10%다. 하지만 네가 수련을 열심히 해서 감응력이 30이 된다면 중급 정령을 소환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아….”
“즉, 재능에 안주하지 말고 열심히 수련을 해야 좋은 정령을 만날 수 있다.”
“그러니까 정령을 소환하는 건 조금 뽑기에 가까운 거네요?”
“으응?”
윤우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백우진은 수련을 열심히 한다는 것보다, 정령 소환이 랜덤에 가깝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었다.
사고방식이 특이했다.
“그, 그렇긴 한데. 열심히 수련해서 높은 감응력을 쌓게 되면 더 좋은 정령을 소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말하려는 거다. 운 보다 노력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건데, 내 말 제대로 듣고 있느냐?”
“아, 물론입니다. 열심히 노력해야죠.”
백우진의 귀에 윤우민의 목소리는 전부 들어오지 않았다.
오직 한 단어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뽑기라…’
-아, 안 돼! 정령이 뽑기라니!
**
백우진의 등장과 활약으로 사람들은 신검백가가 변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들이 대의를 위해서 검을 들어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신검백가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저 백우진이라는 존재가 신검백가와 달랐을 뿐이었다.
신검백가는 여전히 오만했고, 위협적이었으며, 이기적이었다.
-던전 입구 옆에 서있었다는 이유로 신검백가한테 얻어맞았다니까!
-난 던전 안에서 근처에 오지 말라는 말도 들었어. 길이 하나 뿐인 동굴형이라, 따라 갈 수밖에 없는데 말이지…
-변했다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착각이었어. 그냥 백우진이 다른 백가의 사람들과 다른 거였나 봐.
신검백가의 검사들을 만난 사람들이 다시 불평과 비난, 비판을 쌓아놓기 시작했다.
“휴우….”
문주영은 한숨을 내쉬며 스마트폰의 화면을 껐다.
최근 백우진의 활약으로 백가에 대한 댓글과 기사를 읽는 맛이 났는데, 다시 욕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변한 게 없군.’
문주영은 고개를 저으며 가주전으로 들어갔다.
“가주님을 뵙습니다.”
“우진이는 어디로 갔지?”
백천화는 문주영이 인사를 마치기도 전에 질문을 던졌다.
“강원도에 갔습니다.”
“강원도? 거기서 뭘 하는 거냐?”
“수련을 한다고 했습니다.”
“강원도에서 수련이라….”
백천화는 뜻을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무슨 수련이지?”
“수련하시기 전에 절 보내셔서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백우진이 정령술을 배운다는 게 백천화에게 어떻게 작용할지 몰라서 문주영은 사실과 거짓을 섞어 대답했다.
“흠….”
백천화는 대답은 하지 않고, 문주영을 내려다보기만 했다.
“우진이를 따르기로 결정을 내렸나보군.”
백천화의 덤덤한 목소리에 문주영은 전신의 털이 곤두서는 느낌을 받았다.
“그, 그것이….”
문주영이 식은땀을 흘리며 말을 더듬었다.
“괜찮다. 그러라고 보낸 거니까.”
“예?”
“바로 옆에 있는 호위도 구워삶지 못하면 그거야 말로 문제지.”
화를 낼 줄 알았던 백천화는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또 무엇을 저질러 내 도움이 될지 궁금하군.”
**
다음날 정근호는 깨어나자마자 백우진의 방문을 걷어차고 들어와서 두 번째 대련을 신청했다.
물론 뒤통수를 얻어맞고 다시 기절했다.
이틀 뒤 정근호는 백우진에게 3차전을 신청했고, 또 뒤통수를 맞고 땅에 머리를 묻었다.
4차전.
정근호의 머리가 땅에 수직으로 박혔다.
5차전.
정근호의 머리가 나무에 꽂혔다.
6차전.
짜증난 백우진이 정근호를 뒤지기 직전까지 팬 후 그의 뒤통수를 목탁처럼 두드렸다.
7차전.
정근호가 일주일간 여러 준비를 한 후 대련을 신청했지만, 백우진에게 죽을 만큼 얻어맞았다.
8차전.
백우진은 일주일이 지나도 다가오지 않는 정근호를 찾아가서 대련을 신청한 뒤 고통스러운 곳만 골라서 팼다.
9차전.
6일 후 백우진은 눈치를 보며 도망치는 정근호를 따라가서 대련을 신청했다.
거절하려는 정근호를 도발해서 대련을 이뤄낸 뒤 전신을 폭풍처럼 두드려 팼다.
9차전이 이뤄지고 난 뒤 6일 후.
“히이익!”
2층 복도에서 백우진을 마주 친 정근호가 고개를 홱 돌리고서 1층으로 달려 내려갔다.
-크하하하! 이젠 아예 피해 다니는 군.
흑암은 시원하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이제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네.’
백우진은 다급하게 1층으로 내려가는 정근호를 보고 피식 웃었다.
50일 동안 이뤄진 9차전으로 정근호는 자신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이제 눈만 마주쳐도 부들부들 떨며 도망친다.
‘네 말이 맞네. 매에는 장사가 없어.’
흑암은 한 방에 정근호를 기절시키는 대신 좀 더 두들겨 패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그 덕분에 귀찮게 굴던 정근호는 덤빌 생각도 하지 않고, 자신을 보기만 하면 도망치기 시작했다.
-승부욕의 화신이고 뭐고, 제대로 쳐 맞으면 그런 거 다 고쳐진다. 매가 최고다.
‘그러게. 저렇게 도망을 칠 줄이야.’
-네가 저 놈의 승부욕조절장애를 승부욕조절잘해로 만들어 준거지. 크흐흐!
‘미래에 저 녀석 이미지가 바뀔지도 모르겠어.’
백우진은 흑암과 농담을 하며 아래로 내려갔다.
탁탁.
백우진이 수련 시작 전에 마당을 치우고 있을 때 정근호가 눈치를 슬금슬금 보며 다가왔다.
“저, 저기 이 의자 가져가도 되, 될까? 오늘 어르신이 직접 봐주신다고 해서….”
“….”
백우진은 아무 말하지 않고, 정근호에게 다가갔다.
“아, 아니 왜…으헉!”
정근호가 겁에 질려서 뒷걸음질 쳤지만, 백우진은 아무 짓도 하지 않고 직접 의자를 건네주었다.
“고, 고마워!”
정근호는 백우진에게 고개를 푹 숙이고서 반대편으로 달려갔다.
-뭐야? 이제 대련 신청 안하냐?
‘내가 무슨 양아치냐. 날 무서워하는 놈을 왜 건드려. 이제 귀찮게 하지도 않으니까. 신경 끄면 돼.’
-너 뽑기 하는 거 보면 양아치 그 자체인데.
‘저 녀석을 팬 건 자꾸 귀찮게 대련을 하자고 해서 그런 거야. 쓸 데 없이 시간 낭비할 생각 없어.’
백우진에겐 더 이상 정근호와 놀아줄 시간이 없었다.
50일이 지났지만 아직 정령을 소환하지 못했다.
조금씩 발전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아직은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전을 할 땐가.’
-뭐?
백우진은 오래간만에 상태창을 불러왔다.
이름 : 백우진.
나이 : 16세.
타이틀 : 마검의 주인 외 7개.
등급 : 4등급.
기술 : 카인의 오러연공법(3단계), 라사둠의 오러(염익), 초집중(1단계), 흑왕탄(2단계), 무령참(1단계), 비뢰섬(2단계), 투현지체의 전투 특성(1단계)
신체 : 43/100 (중급) (+22)
검술 : 47/100 (중급) (+29)
마나 : 46/100 (중급) (+41)
오성 : 44/100 (중급) (+7)
체력 : 43/100 (중급) (+28)
정신력 : 64/100 (상급) (+3)
포인트 : 1500포인트
-갑자기 왜 상태창이냐?
‘어르신이 그러셨잖아. 정령의 기운을 조형 하는데 오성과 정신력이 중요하다고.’
-그러면…
‘그래. 오성에 능력치를 몰아 찍을 거야.’
백우진은 1500포인트를 전부 사용해서 오성을 49로 만들었다.
오성을 올리자마자, 눈앞에 있는 정령의 기운의 형태가 좀 더 잡혀가는 것 같았다.
스르릉.
백우진은 상태창을 끄고, 검을 뽑아들었다.
-뭐하냐? 갑자기 왜 검을…
‘이것도 어르신이 처음에 해주셨던 조언이지. 분명 익숙한 방식으로 조형을 하는 게 좋다고 하셨어.’
-허, 그래서 검술로 조형을 하겠다고?
‘그래. 검술로 정령의 기운을 다뤄보려고.’
-오성을 올렸는데, 왜 미쳐가는 거냐?
‘일단 해 보면 뭐라도 나오겠지.’
[라사둠의 오러 특성 2단계 ‘염익’이 발동 됩니다.]백우진은 염익까지 켠 채로 정령의 기운을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단순히 찌르는 게 아니다.
찌르기 수련과 염익 수련에 정령의 기운의 조형까지 동시에 하려는 것이다.
-넌 가면 갈수록 정신을 놓고 사는구나.
백우진은 흑암의 중얼거림을 무시하고 계속 검을 휘둘렀다.
“흐음….”
윤우민은 멀리서 백우진이 검을 휘두르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입가엔 대견함이 담긴 미소가 지어졌다.
드디어 백우진이 자신에게 어울리는 수련법을 찾은 것 같았다.
“저 녀석의 정령을 보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군.”
**
백우진이 검을 들고 수련을 한지 20일이 지났다.
그 20일 동안 이뤄낸 성취가 지난 50일 보다 훨씬 높았다.
-그 미친 수련법이 맞았다니,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군.
‘사실 어르신은 처음부터 힌트를 주셨던 거야. 익숙한 것으로 조형을 하라는.’
-그걸 알아차려서 검을 휘두르는 괴짜는 너뿐일 거다.
‘지금은 괴짜라도 상관없어.’
백우진은 미소를 지으며 검을 들었다.
오늘은 꼭 무언가를 이뤄낼 것 같아서 왠지 기분이 들뜨기 시작했다.
“후우….”
백우진은 천천히 호흡을 고르며 정령의 기운에 검을 찔러 넣었다.
검이 움직일 때마다 정령의 기운이 요동치는 게 느껴졌다.
이전과는 천지차이로 정령의 기운을 다룰 수 있었다.
[초집중이 발동합니다.]백우진은 30분이 지나기도 전에 수련에 완전히 몰입했다.
그의 기술 초집중이 주변의 모든 방해를 막아주어 오직 찌르기와 정령의 기운 조형에만 집중하게 만들었다.
띵!
해가 뜨기 전에 시작한 수련이 해가 질 때까지 이어졌을 때 백우진의 귀로 맑은 알림음이 들려왔다.
[극한의 훈련으로 검로가 만들어졌습니다.] [만검의 첫 번째 문 쾌검(快劍)의 문이 개방되었습니다.] [만검의 다섯 번째 문 정검(正劍)의 문이 개방되었습니다.] [만검의 여섯 번째 문 공검(空劍)의 문이 개방되었습니다.] [쾌와 정, 공의 격(格)을 담은 찌르기 관일극(貫日戟)이 생성되었습니다.]‘검로?’
-검로가 왜 여기서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