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55
55화. 정령술을 배우다 (4)
-음…
흑암은 갑자기 검로가 생긴 것에 놀라긴 했지만, 어떻게 보면 그럴만하다고 생각했다.
백우진은 밥 먹고, 자고, 정근호를 패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수련에 사용했다.
평소에도 수련에 빠져있지만, 지난 20일간은 검술에 미쳐있다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이게 여기서 터지네.”
백우진은 기쁜 마음에 활짝 미소를 지었다.
정령을 소환하러 와서 찌르기의 검로를 열 줄은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다.
‘흑암.’
-뭐냐?
‘웬일이야? 또 운 터졌다고 난리 칠 줄 알았는데.’
-운이라…
흑암은 백우진 쪽으로 몸을 돌렸다.
-운만은 아니니까.
‘뭐?
-이번 일은 네가 죽을힘을 다해서 수련을 한 결과다. 뽑기와 달리 운만은 아니니까. 뭐라 할 게 없다. 오히려 잘했다고 말하고 싶군.
흑암은 자신이 느낀 바를 솔직히 말해주었다.
평소 백우진이 운으로 모든 것을 이루는 게 마음에 안 드는 건 사실이지만, 노력의 결과까지 폄하할 생각은 없었다.
이번에 검로를 얻은 것은 백우진의 노력 덕분이었다.
‘오랜만에 듣는 칭찬이네.’
흑암의 진심이 담긴 말을 듣자, 감격스러웠다.
-매번 말하지만, 난 칭찬할 때는 한다. 그 놈의 뽑기만 빼고.
“하하하!”
백우진은 경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오랜만에 무언가를 이룬 것 같아서 말할 수 없이 기분이 좋았다.
실컷 웃은 백우진은 다시 검로의 정보를 보았다.
‘흑암. 관일극의 두 번째 속성 정검(正劍)은 정확한 곳을 찌른다는 거 맞지?’
-맞다. 네가 목표로 정한 곳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찌를 수 있는 속성이다.
‘그럼 공검은 뭐야?’
-공(空)은 비었다는 뜻이다.
‘비었다?’
-그래.
흑암은 백우진 앞으로 다가가서 말을 이었다.
-비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채워야겠지.’
-네 말대로다. 공검은 네가 정령의 기운을 조형하느라 추가 된 검술의 속성이다. 즉, 그 안에 속성의 기운을 담을 수 있다는 소리지.
‘뭐? 그러면 관일극은…’
-네가 정령을 소환하게 된다면 넌 4대 속성을 담은 검로를 쓸 수 있을 거다. 물론 관일극에 한정해서만.
‘허…’
4대 속성의 힘을 넣을 수 있는 검로라니, 당장 정령을 소환해서 시험을 해보고 싶었다.
“오!”
백우진이 다시 정령의 기운을 조형하기 위해서 뒤를 돌려고 할 때 윤우민의 감탄사가 들려왔다.
“드디어 해냈구나.”
윤우민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백우진에게 다가왔다.
“아, 네. 검술이긴 하지…어?”
-헉!
윤우민에게 고개를 돌린 백우진이 눈을 휘둥그렇게 떴고, 흑암이 탄성을 내질렀다.
“어, 언제….”
뒤에 떠 있던 정령의 기운이 구슬처럼 작아져 있었고, 붉은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백우진은 자신도 모르는 새에 정령의 기운까지 조형해버렸다.
“검술?”
“아, 아닙니다.”
“넌 화속성에 제일 친숙했으니, 화속성이 가장 먼저 될 거라 생각했다. 하나를 완성했으니, 며칠 안으로 4대 속성의 기운을 모두 조형 할 수 있을 게다.”
윤우민은 대견하다는 표정으로 백우진의 어깨를 두드렸다.
지금까지 10명 정도의 정령사를 키워냈지만, 백우진 정도로 열심히 수련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녀석이 노력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뭐든 도와주고 싶어졌다.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바람 좀 쐬면서 소환에 필요한 물건들이나 사오거라.”
“예.”
“수련은 좀 쉬엄쉬엄하고.”
윤우민은 웃음을 지으면서 집으로 들어갔다.
-너 언제 정령의 기운을 조형 한 거냐?
‘나도 몰랐어.’
검로가 생긴 것에 정신이 팔려서 정령의 기운을 조형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건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드디어 정령을 소환 할 수 있겠네.’
-야. 아까 한 말 취소다.
‘응?’
흑암은 검날을 부르르 떨었다.
-네놈은 운만 먹고 사는 운의 송충이와 다를 바가 없어!
**
한 중년인이 스카이라운지에서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대주님.”
중년인의 뒤로 머리를 뒤로 넘긴 청년이 나타났다.
“백우진을 찾았습니다.”
청년이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어디 있었지?”
“양구입니다.”
양구라는 말을 들은 중년인이 몸을 돌렸다.
중년인은 깔끔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왼쪽 눈은 붉은색 안대로 가려져 있었다.
“양구 어디지?”
“대략적인 위치는 파악했지만, 놈의 색적 능력이 뛰어나 끝까지 추적하진 못했다고 합니다. 눈치 채기 전에 습격을 할까요?”
“아니.”
중년인은 들고 있는 잔을 내려놓으며 빙긋 웃었다.
웃고 있지만, 그에게선 무서운 분노가 피어나고 있었다.
“그 망할 놈 때문에 불의 화신을 놓치고, 제논의 이름이 짓밟혔는데 그냥 죽일 수는 없지.”
중년인은 몸에서 서슬 퍼런 살기가 흘러나왔다.
이 남자가 바로 장인의 섬 습격 명령을 내렸던 범죄자 길드 제논의 적운대주 오성환이었다.
“지금까지 본 바로 백우진은 주변의 피해를 그냥 보고 있지 못하더군. 아주 잘난 영웅의 성격을 가졌단 말이다. 그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알고 있겠지?”
“알겠습니다. 누구를 보낼까요?”
“놈은 검을 잘 쓰니, 소드 브레이커와 철갑단을 보내.”
“알겠습니다.”
남자가 사라지자 중년인인 다시 술잔을 들어올렸다.
“영웅만큼 죽이기 쉬운 놈들이 없지.”
**
“후우….”
백우진은 자신의 앞에 만들어진 소환진을 보며 숨을 골랐다.
10일 동안 4대 속성의 조형을 끝냈고, 드디어 정령을 소환할 시간이 온 것이다.
“정령을 소환했을 때 네 기대보다 약한 정령이 나왔다고 되돌려 보냈다간 다시는 정령계약을 못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예. 알고 있습니다.”
“훗날 네 수준이 강해지면 다시 소환을 할 기회가 생기니, 나오는 정령과 계약을 해라. 널 위해 멀리서 와준 녀석들이다.”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더 강한 정령을 가지고 싶어서 소환 된 정령을 되돌려 보내고, 다른 정령을 부른다면 정령왕의 분노로 정령들과 계약을 하지 못 할 수도 있다.
“그럼 소환진 앞에 서라.”
윤우민은 소환진 앞에서 주먹을 쥐고 있는 백우진의 감응력을 계산해보았다.
‘하급 정령이 나올 가능성이 97%에 중급이 3%인가. 아주 작은 변수가 있지만 신경 쓸 필요는 없겠지.’
백우진이 재능이 넘치는 건 사실이지만, 4대 속성을 고루 수련하느라, 그리 깊은 발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하급 정령은 확실하게 소환하겠지만, 그 이상은 어려울 것 이다.
“주, 준비 끝났어.”
이제 순딩이가 되어버린 정근호가 소환진을 완성하고 손을 비볐다.
“고마워.”
“전혀! 내가 고맙지.”
뭐가 고마운지 모르겠지만, 정근호는 손을 젓고는 뒤로 물러났다.
“소환진에 네 손을 올리고, 땅속성의 감응력을 운용해라.”
“예!”
백우진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소환진에 손을 올렸다.
쿠구구.
소환진에서 작은 진동이 발생하며 황색의 빛이 번쩍였다.
빛이 사라지자, 마법진은 사라졌고 갈색의 거북이가 그 자리에 나타났다.
“성공했군! 땅의 하급 정령 어스 터틀이다.”
“네. 알고 있습니다.”
백우진이 미소를 지으며 어스 터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바로 계약을 하거라.”
“네!”
백우진은 자신의 손길을 즐기는 어스 터틀에게 땅속성 감응력을 전해 주었다.
치이잉!
감응력이 전해지자, 백우진과 어스 터틀의 심장에서 나온 흰색 실이 묶이며 인간과 정령간의 계약이 이루어졌다.
“앞으로도 세 번을 해야 하니, 빠르게 진행하자.”
윤우민은 재빠르게 물의 정령 소환 소환진을 그렸다.
우우웅.
백우진은 수속성 감응력을 운용하며 두 번째 소환을 시작했다.
찰랑.
물이 쏟아지는 소리와 함께 허공에 물로 이루어진 새 한 마리가 나타났다.
오목눈이처럼 생겼지만, 덩치가 더 큰 녀석이었다.
“물의 하급 정령 닉스다. 그 중에서도 귀엽게 생긴 녀석이 걸렸군.”
“그러네요.”
백우진은 활짝 웃으며 손가락으로 닉스의 머리를 긁어주었다. 계곡물에 넣은 것처럼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크하하하!
닉스까지 본 흑암이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갑자기 왜 실성을 했냐?’
-네 운빨과 시스템의 가호도 끝났나보군. 연속으로 하급이라,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어.
백우진이 중급 정령을 소환할 까봐 마음을 졸였는데, 저 모양을 보니, 하급정령들만 나올 것 같았다.
기분이 확 좋아졌다.
‘난 상관없어.’
백우진은 진심으로 고마운 표정을 지으며 정령들을 바라보았다.
자신과 계약을 맺기 위해 멀리서 와줬는데, 중급이 아니라고 실망할 생각은 처음부터 하지 않았다.
“계약하자.”
흑암이 놀리건 말건 백우진은 닉스와 계약을 맺었다.
백우진이 계약을 맺을 동안 윤우민은 새로운 소환진을 그렸다.
“세 번째는 바람이다.”
“네.”
백우진은 풍속성 감응력을 운용하며 바람의 정령을 불렀다.
“응?”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떠한 정령도 백우진의 신호를 받지 않아서 소환 자체가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
“이게 무슨….”
윤우민조차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무슨 일이죠?”
“나도 잘 모르겠군. 다시 한 번 해봐라.”
“아, 네.”
백우진이 다시 소환진에 감응력을 담아봤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잠시 기다려 보거라.”
윤우민은 바람의 정령을 소환해서 대화를 나눈 후 인상을 찡그렸다.
“너 근호의 정령들을 몇 번이나 역소환 시켰느냐?”
“음, 스무 번은 넘은 거 같은데요.”
정근호와 대련을 할 때마다 정령들을 역소환 시켰고, 가끔은 다시 소환한 정령까지 역소환 시켰기 때문에 20번은 확실히 넘을 거다.
“네게 역소환 된 정령이 네 소식을 퍼트린 모양이다. 네가 무서워서 바람의 정령들이 너와 계약을 하지 않겠다는구나.”
“그, 그럼 불의 정령은요?”
“마찮가질 게다. 그러게 근호나 패지. 왜 그렇게 역소환 시켜댄 거냐. 한두 번이었다면 문제없었을 텐데. 20번이라니….”
“아….”
백우진의 입이 쩍 벌어졌다.
정령들이 무서워서 소환에 응하지 않을 거라는 건 꿈에서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일이었다.
-이런 정령이 삐졌군! 너 불하고 바람은 소환 못하겠는데?
흑암은 걱정해주는 척했지만, 속으로는 즐거운 모양이다.
목소리에 웃음기가 배여 있었다.
“나, 난 아니야! 정말 아무 것도 안 했어!”
정근호가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일단 소환진 유지까지 8번 남았으니, 몇 번 더 해보 거라. 그래도 안 된다면 정령들이 널 잊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알겠습니다.”
백우진은 입술을 깨물며 소환진 앞에 서서 풍속성 감응력을 운용했다.
변화가 없었지만 계속해서 정령을 소환했다.
후우우웅!
백우진이 8번째 시도를 하고 포기를 생각할 무렵 소환진 주변으로 거대한 바람이 휘몰아쳤다.
콰아아아!
초록색 돌풍 속에서 지금까지와는 수준이 다른 정령력이 발산되고 있었다.
화아악!
바람이 그친 곳에선 사자처럼 갈기를 가지고 있는 초록색 늑대가 나타났다.
늑대의 크기는 거의 중형차만큼 커다랬다.
[그르르.]초록색 늑대는 백우진에게 다가가서 냄새를 맡듯 킁킁거렸다.
“지, 진?”
윤우민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저 늑대는 바람의 중급 정령 진이었다.
백우진은 소환을 거부하는 하급 정령 대신에 중급정령을 소환해버렸다.
운과 우연이 합쳐진 엄청난 결과였다.
“어르신! 이 녀석 중급정령 진 맞죠?”
“그, 그래. 맞다. 진이다.”
“정말 진이라니!”
백우진이 웃음을 터트리며 진의 갈기를 쓰다듬었다.
가을바람처럼 시원한 감각이 손끝을 스쳤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정근호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진을 바라보았다.
6년을 넘게 수련한 자신도 아직 중급 정령을 소환하지 못하는데, 3달도 수련하지 않은 백우진이 진을 뽑아냈다, 억울해서 말이 나오질 않았다.
“진. 계약하자.”
백우진은 진과 감응력을 교환하여 계약을 맺었다.
-갑자기 중급 정령이라니, 이게 말이 되냐? 어? 이게 인생이야?
하급 정령과 중급 정령의 차이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백우진은 정령사들이 십 년간 수련을 해야 하는 과정을 단숨에 뛰어넘어버렸다.
그것도 우연과 운의 결합으로.
“앞으로 잘 부탁한다. 진.”
[그르릉.]진은 알겠다는 듯 기분 좋은 울음소리를 냈다.
“어르신. 마지막 소환진을 그려주세요.”
백우진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윤우민을 불렀다.
“아, 그래. 그래야지.”
윤우민은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 고개를 흔들었다.
만일 또 운이 발생한다면 백우진은 불의 정령도 중급을 뽑을 수 있을 것이다.
운이 나쁘다면 무엇도 얻지 못하겠지만.
‘어떻게 될지 내가 다 떨리는군.’
윤우민은 불의 정령을 소환할 수 있는 소환진을 설치했다.
“마지막이니, 모든 정성을 쏟아 부어 보거라.
“예.”
백우진이 불의 감응력을 전력으로 운용하며 소환진에 손을 올렸다.
푸식.
바람 빠진 소리만 날 뿐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예상했던 일이라, 계속해서 감응력을 운용했다.
9번이 지나고 마지막 10번이 될 무렵.
쿠구구구.
대지가 들썩였다.
소환진 전체에서 화염이 치솟으며, 붉고 거대한 날개가 펄럭였다 백우진이 보았던 것 중 가장 화려하고, 강렬한 불꽃이 타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