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59
59화. 새로운 검로 (3)
“안녕하세요.”
“어서 오십시오. 도련님.”
장덕인은 검술서가 있는 곳으로 향하는 백우진을 뜨악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또 성장하셨군.’
백우진은 검술서를 읽은 뒤 삼일 후 다시 찾아왔다.
삼일마다 오는 건 아무 문제도 없었지만, 올 때마다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강해지고 있었다.
‘처음엔 믿을 수가 없었지.’
너무 어이가 없어서 백우진의의 수련을 멀리서 지켜봤는데, 그는 검술서에 담긴 변화의 묘리를 하루 만에 습득해냈다.
‘저런 검사가 세상에 존재했다니…’
백룡각을 관리하며 수많은 천재들을 봐왔지만, 백우진 같은 존재는 처음 봤다.
전대 흑검대에서 검을 휘두르고 다닐 때에도 저런 검사는 없었다.
백우진은 천재라기보다 괴물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저 녀석 책 정리는 안하고 또 너만 보고 있군.
‘놔둬.’
백우진은 장덕인을 신경 쓰지 않고 검술서만 고르고 있었다.
-하긴 그럴만하지.
흑암은 장덕인의 반응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볼 때마다 성장해서 나타나는데 그걸 아무렇지 않게 지켜보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다.
-망할 시스템!
시스템은 변검에 관한 검술서는 한 번만 읽어도 내용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백우진을 천재를 만들어 놨다.
아무리 퀘스트 기간만이라고 해도 균형을 무너뜨리는 수준이었다.
‘흑암. 이 책 어때?’
-변검과 환검이 조화된 검술서로군.
‘변검은 환검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네 말대로다. 변검과 환검은 시너지가 붙는 조합이지. 그 검술서로 골라라.
‘알겠어.’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 앉아서 책을 펼쳤다.
-그 책을 마지막으로 이제 백룡각에 올 필요는 없다.
‘왜?’
-변화에 관한 검술서를 10권 넘게 읽었으니, 그 정도면 지식과 기본을 쌓기에는 충분했다. 이제 다음 단계로 갈 때다.
‘다음 단계는 실전이겠지?’
-잘 알고 있군.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빠른 변화, 느린 변화, 다양한 변화, 형상을 담은 변화들을 습득했지만 무언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이제 다른 사람과 검을 맞대며 부족한 것을 채울 때였다.
-다만 다양한 변검을 겪을 수 있는 실전을 어떻게 구하냐가 문제로군.
‘그거라면 방법이 있어.’
백우진이 빙긋 웃었다.
‘날 죽이고 싶어 하는 변검의 고수들이 즐비한 곳이 있지.’
**
백우진은 홍아라와 문주영을 데리고 소연무장으로 향했다.
“도련님. 소연무장은 백선아 아가씨의 아검대가 전세를 내고 있습니다. 갑자기 거길 왜 가시는 겁니까?”
“아검대가 있으니까. 가는 거야.”
백우진이 웃으며 대답했다.
“예?”
“가 보면 알게 될 거야.”
백우진은 잠시 후 확인하라는 뜻으로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아검대의 검사들과 실전을 할 생각이냐?
‘맞아. 서로에게 원한이 있으니, 딱 좋은 놈들이지.’
아검대의 검사들은 변검의 고수들인데다가 자신을 죽이고 싶어서 안달난 상태다.
지금 상황에 딱 맞는 상대들이다.
‘아직 백선아가 나오지 않았으니, 타이밍도 좋아.’
9개월이 지났지만, 백선아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듣기로는 수련을 하느라, 일부러 나오지 않는다고 하던데, 그 덕분에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있군.”
백우진은 연무장에서 수련하는 30명 정도의 아검대 검사들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백우진?”
“저 사람이 왜 여길?”
“으음….”
아검대는 다가오는 백우진을 보고 수련을 중지했다.
그들은 불쾌한 감정을 담아서 백우진을 노려보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이전에 봤던 아검대의 부대주 강운찬이 앞으로 나왔다.
그의 얼굴엔 불편한 기색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제안을 하나 하려고.”
“지금 책임자가 없기 때문에 무슨 제안을 하셔도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너희들의 주인이 나오기 전에 검각을 되찾아야하지 않겠어?”
“거, 검각!”
강운찬은 백우진이 무슨 말을 해도 거부하고 돌아가라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검각이라는 말을 듣자, 거부라는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질 않았다.
“나와 내기를 해서 이긴다면 칠검각을 너희에게 돌려주도록 하지.”
“으음….”
“헉!”
백우진의 대답에 강운찬만이 아니라, 아검대 전체가 흠칫 놀랐다.
“어떤 내기입니까?”
“나와의 대련이다.”
“음….”
백우진의 말에 강운찬이 인상을 찌푸렸다.
검술만이라면 모르겠지만, 중급 정령을 사용하는 백우진은 이곳에 있는 누구도 이길 수 없다.
백우진은 역시 자신들을 놀리러 온 것이었다.
“죄송하지만 거절하겠습니다. 저희를 농락하지 하십시오.”
“정령은 사용하지 않고, 검만 사용하겠다.”
“저, 정말이십니까?”
“약속하지.”
“그럼 저희가 졌을 때는 무엇을 해야 하는 겁니까.”
“아무것도. 그냥 너희와 대련이 하고 싶을 뿐이다. 물론 죽이지도 않는다.”
강운찬이 백우진의 눈을 바라보았지만, 너무도 담담해 그 진의를 파악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있다는 건가?’
백우진이 백소희를 망신시켰던 소문은 유명하지만, 실제론 방심했을 때 기습을 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드러난 건 4등급이지만 실제 실력은 5등급이라고 보면 되겠군.’
부하들을 먼저 대련시켜서 백우진의 검술을 관찰 한 뒤 자신의 변칙적인 검술로 상대하면 이길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가장 중요한 건 져도 잃을 게 없다는 점이었다.
“정말 약속을 지키실 겁니까?”
“물론이다. 이곳엔 연무장 관리자들과 구경꾼들도 있지 않나. 여기서 거짓말을 할 정도로 낯이 두껍진 않아.”
“좋습니다.”
강운찬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훨씬 많았다.
무조건 받아들여야 할 제안이었다.
-넘어갔군.
‘백선아가 나오기 전에 검각을 되찾는다면 최고의 결과거든. 이런 기회를 놓친다면 바보나 다름없지.’
자신의 제안은 누구라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악마의 속삭임 같은 것이었다.
‘저 녀석들은 아무 것도 잃는 게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검술의 묘리들을 내게 보여주게 되지. 거기다 대련 후에 아검대의 평판은 바닥으로 수직하강하게 될 거야.’
백우진은 변검 수련만이 아니라, 아검대의 평판과 이미지를 하락시키기 위해서 이곳에 찾아 온 것이다.
-이젠 네가 무서워진다…
백우진은 다른 사람들의 머리를 들여다보는 것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무력만이 아니라, 심계까지 성장하고 있었다.
“성하야 나와라.”
강운찬의 부름에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검사가 앞으로 나왔다.
“이 녀석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강운찬은 아검대에서 중급의 실력을 가진 박성하를 내보냈다. 백우진의 무력 수위를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박성하라고 합니다.”
“백우진이다.”
백우진과 박성하는 연무장의 중앙으로 이동했다.
“그럼 대련을 시작하겠습니다.”
강운찬의 신호에 백우진과 박성하가 동시에 검을 뽑았다.
샤악!
선공은 박성하였다.
그의 검은 역삼각형을 그리며 백우진의 양쪽 어깨와 심장을 노렸다.
‘어깨와 심장이라.’
백우진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박성하의 검을 관찰하다가 가장 위협적인 순간에 막아내었다.
옆에서 봤다면 간신히 막았다고 할 만한 모습이었다.
‘생각보다 할 만한데?’
박성하가 검을 꽉 쥐며 호흡을 골랐다.
백우진에대한 소문이 대단해서 걱정했는데, 예상보다는 반응이 느린 것 같았다.
잘하면 제압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압!”
박성하는 기합을 내지르며 연속으로 네 번의 변화를 만들어서 백우진의 급소를 노렸다.
[초집중이 발동됩니다.] [투현지체의 전투 특성이 발동 됩니다.]백우진은 극한의 전투에서나 쓸 만한 기술들을 발동시켰다.
이유는 하나다.
박성하가 사용하는 검술의 변화를 더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서였다.
‘전부 보이는군.’
백우진은 속으로 웃음을 터트렸다.
이전까지 감각과 힘으로 변검을 막았다면 지금은 검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모두 보이고 있었고, 검술의 진의까지 느껴졌다.
‘좀 더 봐도 되겠어.’
백우진은 간신히 막는 척을 하며 박성하의 검술을 모조리 관찰했다.
박성하의 검술에서 단점은 거르고, 장점만을 흡수했다.
간단히 말해서 박성하가 사용하는 검술의 알맹이만 삼키고 있었다.
-이건 아니야…
흑암의 입에서 얼빠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시스템 이 미친놈은 백우진을 괴물로 만들어버렸다.
-기간과 속성 제한이 있다고 해도 이건 너무 심하잖아!
아무리 퀘스트 진행기간만이라고 해도 대련을 하며 상대 검술의 장점을 흡수하는 검사를 만들어 내다니 무서울 지경이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박성하는 땀을 줄줄 흘리며 숨을 몰아쉬었다.
자신은 모든 것을 쏟아 부어 공격을 했음에도 백우진은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점점 커지는 벽을 상대하는 기분이었다.
“보여줄 건 다 보여줬나 보네.”
“아….”
“그럼 끝내자.”
백우진의 냉정한 목소리에 박성하는 등줄기에 소름이 돋아 오르는 것을 느꼈다.
샤아악!
백우진의 검이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되었다.
‘이 검술은!’
단순히 공격적으로 변한 것이 아니다.
백우진이 휘두르는 검에는 자신이 평생 수련해왔던 변화의 묘리가 깃들어 있었다.
너무 놀라서 검을 떨어뜨릴 뻔했다.
백우진은 싸우면서 자신이 사용하는 검술의 진의를 흡수한 것이다.
“말도 안 돼!”
냉정함을 잃어버린 박성하가 이를 악물고 백우진에게 돌진했다.
빠각!
백우진은 박성하가 자신에게 보여줬던 변화를 사용해서 그의 뒤통수를 날려버렸다.
“끄으으….”
박성하가 부르르 떨다가 기절했다.
“다음 나와.”
백우진은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
“백우진. 그 개자식이….”
백선아가 이를 악물었다.
그녀가 면벽동에서 나와서 들은 첫 소식이 검각을 빼앗겼다는 것과 백우진의 활약에 관한 것이니, 욕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바로 공격해서는 안 됩니다. 막내 도련님은 검술만이 아니라 정령술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상관없어. 나도 달라졌으니까.”
백선아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자신도 면벽동에서 놀고 있지만은 않았다.
그의 도움을 받아 5등급의 벽을 부수고 6등급에 도달했다.
백우진 따윈 바로 죽일 수 있다.
“지금 검대는 어디 있지?”
“소연무장에 있습니다.”
아검대주 한동명이 대답했다.
“그곳으로 가겠다.”
“모시겠습니다.”
백선아와 그녀의 호위, 아검대주는 소연무장으로 향했다.
“끄어어억!”
소연무장에 들어선 백선아 앞으로 비명과 함께 덩치 큰 남자가 날아왔다.
“네가 왜….”
그녀는 자신의 발밑에 떨어진 남자를 어이없는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
입에서 거품을 물고, 눈깔을 뒤집은 남자는 아검대의 부대주 강운찬이었다.
“이건 또 뭔 지랄이야!”
백선아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연무장 이곳저곳엔 아검대의 검사들이 팔다리를 부여잡고 쓰러져서 골골대거나 머리를 박고 기절해있었다.
“백우진….”
백선아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연무장 중앙에 있는 백우진에게 향했다.
“무슨 짓을 한 것이냐!”
“내기를 했을 뿐이야.”
백우진은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 모습을 보자 백선아의 분노가 더욱 크게 타올랐다.
“개소리를 한다면 이 자리에서 죽여주마.”
“따질 거라면 듣고 따지시지?”
백우진은 혼이 빠져 나간 것 같은 아검대원들을 가리켰다.
“대체 무슨 일이냐!”
“사, 사실은….”
대련을 하지 않은 아검대원이 백선아에게 모든 사정을 설명해주었다.
“이런 멍청한 놈들!”
백선아가 입술을 깨물었다.
백우진의 제안이 정당했기 때문에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여전히 재수 없을 정도로 빈틈없는 놈이었다.
-아가씨. 일단 마음을 가라앉히십시오. 백우진의 도발에 넘어가선 안 됩니다.
-알아.
백선아는 한동명의 전음에 대답하면서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음?’
백선아는 마음을 안정시키고 나서야 백우진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이, 이놈…’
깨달음을 얻어 6등에 올랐기 때문에 백우진을 빠르게 처리하고, 백소희를 노리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의 백우진은 절대 무시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이 기간에 나만큼 성장했다고?’
백선아의 눈동자에 경악이 솟구쳤다.
백우진은 자신이 성장한 것 이상으로 강해진 상태였다.
뿜어지는 기파가 예상을 한참 벗어났다.
‘검으로는 호각, 만약 놈이 정령을 쓴다면…’
‘필패’라는 생각이 백선아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일부러 나오는 시기를 늦춰서 6등급을 만들고 왔음에도 백우진을 이긴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기겁할 정도의 성장속도였다.
“어때? 면벽에서 나온 김에 대련 한 번 해볼까? 부하들의 복수를 해야지.”
백우진은 도발적으로 입 꼬리를 말아 올렸다.
-저 여자도 성장했다. 6등급이다.
‘그렇지만 진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너 설마 이것도 생각했던 거냐?
‘그럴 리가 있겠냐? 이것도 기회가 될 것 같아서 도발 한 거야.’
백우진의 머릿속에 백선아와의 대련은 없었다.
하지만 그녀와 대련을 하게 되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운이 좋다면 검로가 열릴지도 모른다.
“네가 정말 미쳤구나.”
“그니까 한 번 해보자고.”
“천둥벌거숭이 놈!”
백선아가 활화산 같은 기세를 터트리며 백우진의 앞으로 다가왔다.
-아가씨! 안 됩니다! 백우진은 정령술을 쓸 수 있습니다!
한동명이 백선아를 말리려고 전음을 보냈다.
-이미 저놈은 모든 것을 계산하고 이곳에 왔어! 우린 이미 놈의 그물에 걸린 상태다. 여기서 물러나면 망신만 당해. 저놈이라면 다음 수도 생각해 놨을 거다!
백선아는 백우진이 모든 것을 계산해서 이곳에 왔다고 착각을 하고 있었다.
“네 소원대로 죽여주마.”
“누가 죽을지는 해봐야 알겠지.”
백우진과 백선아가 서로를 노려보며 검을 뽑기 직전, 검은 망토를 두른 검사가 그 사이에 나타났다.
“흑검대의 김재환입니다. 가주님께서 두 분을 소환하셨습니다.”
“뭐?”
“우리 둘만?”
“그건 아닙니다.”
김재석은 표정변화 없이 말을 이었다.
“가주님께서는 모든 직계들을 소환하셨습니다. 첫째 도련님도 귀환하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