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60
60화. 새로운 검로 (4)
‘음…’
백우진은 가주전의 계단을 오르며 인상을 찌푸렸다.
-인상 풀어라. 백선아의 표정을 보니, 조만간 알아서 시비를 걸어올 거다.
‘그것 때문이 아니야. 전생에선 이 시기에 아버지의 소집도 없었고, 큰형이 돌아오지도 않았어. 미래가 변했어.’
-너 때문인가?
‘그것 밖에 없지.’
정확이 어떤 사유인지는 모르지만, 자신의 여러 가지 행동 때문에 오늘의 소집이 일어났을 것이다.
‘큰형 빼고 모두 모였군.’
문 앞에 도착하니 첫째형 백연휘를 제외한 모두가 모여 있었다.
다른 형제들은 자신을 아는 척도 하지 않았고, 셋째형만 어색하게 손을 흔들었다.
셋째형에게 인사를 하고, 끝자리에 가서 섰다.
-그럼 네 아버지가 모두를 소환한 이유는 너도 모르겠군.
‘후계자 경쟁 때문일 거야.’
백우진은 백천화가 모두를 소환했다고 했을 때부터 그 이유를 예측하고 있었다.
-어째서?
‘첫째형을 불렀기 때문이지. 후계자 이야기가 아니었다면 우리만 불러도 충분했을 거야. 거기다…’
흑암에게 설명을 해주려 할 때 솜털을 곤두서게 만드는 거대한 기세가 느껴졌다.
저벅.
계단을 올라오는 묵직한 걸음소리와 함께 기세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190이 넘는 키, 맹수를 보는 것 같은 야성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이 남자가 바로 백가의 첫째 백연휘다.
백연휘는 차례로 백가의 직계들을 훑어보다가 백우진에게 가서 눈을 멈췄다.
예상을 벗어난 것을 본 듯 그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가자.”
백연휘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고개를 돌리고서 가주전의 문을 열었다. 그의 뒤를 따라 직계들이 안으로 들어갔다.
‘휴우…’
백우진은 질렸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의 수준에서도 백연휘의 무력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와 자신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었다.
-저 놈 8등급에서도 극 후반이다. 곧 9등급에 오르겠군. 이 가문에서 네 아버지를 제외하고 가장 강하다.
‘부가주보다?’
-그래. 저 녀석이 더 강하다.
‘역시 괴물이라고 불리는 사람답네.’
백우진은 고개를 저으며 가주전으로 들어갔다.
“가주님을 뵙습니다!”
백우진을 포함한 모두가 동시에 무릎을 꿇었다.
“일어나라.”
백천화는 손을 들어 올리며 모두의 인사를 받았다.
그는 백연휘부터 백명훈까지 쳐다본 후 마지막으로 백우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백우진.”
“예!”
“내가 왜 너희를 불렀다고 생각하지?”
“후계자 선정 때문입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한 것이냐.”
“첫째 형님을 소환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래. 너라면 바로 알아차릴 거라 생각했다.”
백천화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백선아, 백호중, 백명훈이 백우진을 아니꼽게 흘겨보았다.
“막내의 말이 맞다. 후계자 선정에 대해 말해주기 위해서 너희들을 불렀다.”
백천화는 의자에서 등을 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 진짜 독심술이라도 익혔냐?
‘저건 당연한 거였어. 바보 몇 명을 제외하면 다 알고 있었을 거야. 다만 미래가 바뀌었다는 것이 좀 걸리는군.’
지금 이 순간은 과거에 없던 상황이다.
나비효과가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조금 걱정이 되었다.
“후계자 후보가 8명이라면 너무 많아. 딱 반으로 줄이겠다.”
백천화는 네 개의 손가락을 펼쳤다.
8명 중 4명만 후계자 후보로 받아들이겠다는 뜻이었다.
“선발 방식은 당연히 실적이다.”
“실적이라고 하신다면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백선아가 백천화를 올려보며 입을 열었다.
“간단하다. 신검의 임무를 달성시키고, 외부로 나가 명성을 쌓아라. 가진 무력과 세력만이 아니라, 너희가 이용할 수 있는 건 뭐든지 이용해라.”
“음….”
“아….”
백천화의 말에 직계들은 각자의 생각에 빠져서 눈동자를 굴렸다.
“저, 저희들은 형들에 비해 나이가 어리고 무력이 약합니다. 아직 세력도 미약한데 지금 하면 너무 불리한 처사라고….”
백명훈이 전신을 덜덜 떨며 손을 들어올렸다.
“늦게 태어난 건 네 탓인데, 뭘 어쩌라는 거냐. 겁난다면 지금 포기해도 좋다.”
백천화는 보는 사람이 서늘해질 정도의 차가운 표정으로 백명훈을 내려다보았다.
“아, 아닙니다! 하겠습니다!”
“네 동생은 너와 다르게 훌륭한 활약을 이뤄내서 백가의 이름을 빛내주었다. 우진이를 본받도록 해라.”
백천화가 백우진을 대놓고 칭찬하자, 가주전이 정적에 잠겼다.
백소희, 백은경, 백연휘도 백우진을 한 번씩 쳐다보았다.
“우진이 너는 지금까지 하던 대로만 하면 후계자 후보에 오를 수 있을 거다. 끝까지 열심히 하도록.”
백천화가 입 꼬리를 말아 올리며 미소를 지었지만 다른 직계들은 백우진에게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이렇게 나오는 건가?’
-네 아비는 정말 고약한 인간이다.
‘저건 칭찬이 아니야. 독, 그것도 지독한 독이야.’
백천화는 일부러 모두가 듣는 앞에서 백우진의 칭찬을 내뱉었다.
이건 다른 직계들에게 백우진을 견제하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거기다 후계자 후보 선정이 전생에 비해 훨씬 빨라졌어.’
-네 활약 때문에 미래가 변한 것이로군.
생각보다 훨씬 큰 나비효과가 날아왔다.
“할 말은 모두 전했으니, 가보도록.”
백천화의 손짓에 모든 직계가 예를 취한 뒤 가주전을 나갔다.
탁.
가주전의 문이 닫히고 난 뒤 단상 뒤에서 부가주 백천웅이 나타났다.
“벌써부터 아이들을 자극하는 이유가 대체 뭡니까. 우진이와 명훈이는 아직 20살도 되지 않았습니다.”
“고독이라고 들어보았나?”
“고독?”
백천화는 빙긋 웃으며 손가락을 돌렸다.
“항아리에 수백 마리의 독충들을 모아놓고 뚜껑을 덮어놓은 뒤 일주일 후 열어보면 모든 독충이 죽고, 단 한 마리의 독충만 살아남는다. 그 놈을 고독이라고 하지.”
“갑자기 왜 고독을….”
“고독은 고래 힘줄보다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고, 수백 마리 독충보다 강한 독성을 지니고 있다고 하더군. 흥미롭지 않나?”
“서, 설마 가주는 저 아이들을 고독이 될 독충으로 여기는 겁니까?”
백천화는 대답은 하지 않고, 무감정한 눈길로 백천웅을 바라보았다.
“연휘나, 은경, 성현이가 있지 않습니까. 그 아이들의 능력이라면 훌륭한 가주가 될 자격이 있습니다. 밑의 아이들은 놔두고….”
“왜 그래야하지? 저 아이들은 실적을 쌓기 위해 스스로 움직이며 가문의 이름을 빛낼 것이다. 우진이를 보아라. 저 녀석이 저리 발전할 줄은 그 누구도 알지 못했어. 고독이 될 자질이 있는 아이다.”
“그럼 남겨지는 아이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내가 도태되는 것들까지 신경 써야 하나?”
“가, 가주….”
“너와 나도 독충 생활을 했는데, 뭘 그리 놀라는 거지?”
백천화는 차가운 미소로 백천웅을 비웃었다.
“우리가 경쟁을 할 당시에도 밑에 형제들은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저와 가주, 그리고 큰형만….”
“너나 그랬지. 난 아니었다. 밑에서 올라오는 것들을 모조리 밟아서 으깨버렸다.”
“허….”
백천웅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역시나 다르다. 백천화는 자신과는 너무나도 다른 사람이었다.
“너는 어쩔 거지? 작년에 말했던 대로 가문을 떠날 것이냐?”
“그러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백천웅은 등을 돌리며 조용히 읊조렸다.
“좀 더 지켜보고 싶은 아이가 생겼습니다.”
**
백연휘는 실적이고 뭐고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바로 전방으로 돌아갔다.
백은경은 임무와 상관없이 마족이 나타났다는 남해로 향했다.
백성현부터 백명훈까진 자신들에게 내려오는 임무를 수행하느라 눈뜰 새 없이 바빴다.
반면에 백우진은 임무가 내려오지 않아서 아검대를 상대하며 얻었던 변화들을 숙달시켰다.
그 이후에는 연무장 한쪽 구석에서 낮에는 꽃을 보고, 밤에는 별을 보는 백수 생활을 즐겼다.
-왜 그렇게 청승을 떨고 있는 거냐?
‘꽃과 나뭇잎들을 보고 있으니까. 무언가가 생각날 것 같아서.’
-그럼 밤에 별을 보는 것도?
‘그래. 계속 머리가 간질간질한 느낌이야.’
-허…
흑암은 힘이 풀려버린 것처럼 백우진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어떻게 벌써 형상화에 올라간 거지?
‘형상화?’
-간단히 말해서 넌 네가 보고 느끼는 것으로 검술을 만드는 형상화 단계에 도달한 거다. 이렇게 빨리 도달할 줄은 생각도 못했지만…
‘2달이나 걸렸는데 빠른 거야?’
-아무리 빨라도 팔 개월은 걸릴 거라 생각했는데, 넌 고작 2달 만에 여기까지 도달했다. 이 적폐 자식아!
‘6개월을 줄였다면 나쁘지 않네.’
백우진은 빙긋 웃으며 바람에 날리는 꽃잎을 잡았다.
-나쁘지 않아? 이 양아치 놈이 정말?
흑암은 욕설을 뱉으려다가 참았다.
형상화에 올랐다는 건 한 번의 깨달음만 얻어도 검로를 열 수 있는 마지막 단계에 오른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당장 내일 검로를 열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넌 네가 얼마나 복을 받고 사는지…
“도련님!”
흑암이 말을 할 때 전준혁이 봉투를 가지고 달려오고 있었다.
“행검부에서 도련님께 내려온 임무입니다.”
“올게 왔군.”
휴식을 준 건지, 그 날 이후로 한 달간 임무를 받지 않았는데, 드디어 신검의 임무가 내려왔다.
트특.
바로 찢어서 봉투의 내용을 읽었다.
“음….”
-무슨 내용인데 보자마자 인상이냐?
‘대연문과 부딪칠 거 같은데.’
-대연문이라면 전에 말했던…
백우진이 봉투를 접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신검백가와 같은 사대길드 중 하나야.’
**
백우진은 임무서의 지시를 따라 청주에 있는 신검백가의 지부로 향했다.
“도련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지부장 정우현이 백우진에게 고개를 숙였다.
“반갑습니다.”
백우진은 마주 고개를 숙였다.
“상황은 어떤가요?”
“좋지 않습니다. 대연문에서 본격적으로 영향력을 펼치며 저희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습니다. 길드원들에게 시비를 걸기도 하고, 여기저기 압박을 넣기도 해서 시민들도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흠….”
“거기다 대연문 놈들은 자신들의 선한 이미지를 이용해서 그 피해를 저희에게 떠넘기고 있습니다. 정말 추잡한 놈들입니다.”
정우현이 피나도록 주먹을 쥐었다.
“역시 그렇군요.”
백우진이 착잡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대체 무슨 상황이냐?
‘대연문이 청주에 지부를 만들어서 우리 영역을 침범하고 있는 중이야. 내 임무는 그것을 막으라는 거고.’
-간단히 말해서 길드끼리의 땅따먹기군.
‘맞아. 던전을 확보할수록 돈을 많이 벌수 있고, 강해질 수 있으니까.’
던전이 나타나면 그 지역에 있는 길드에 인원 배치 우선권이 주어진다.
그 우선권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서 중요한 땅에선 길드끼리 힘 싸움이 벌어진다.
‘다만 청주는 별게 없는 곳인데, 왜 이제 와서 지부를 세우는 거지?’
현재 청주에선 던전이 거의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신검백가에서도 청주에 큰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다.
지부장이 5등급 초반이고, 길드원도 별로 없어서 지부라는 구색만 갖춘 정도였다.
-그 대연문이라는 곳 괜찮은 길드 아니었냐?
‘이름만 들으면 공정하고, 좋은 곳 같지만 전혀 아니야.’
선한 이미지를 만드는데 많은 돈을 쓰고 있어서 좋게 보일 뿐이지, 대연문은 대의를 생각하는 길드가 아니다.
“현재 대연문 지부의 책임자는 누구죠?”
“구현검 김성제입니다.”
정우현이 신음을 토하며 김성제의 이름을 말했다.
“구현검이면 검이 아홉 번 변하는 검사 맞죠?”
“맞습니다. 대연문 연검단에 속한 6등급 검사입니다.”
“갑자기 구현검을 보내서 지부를 세운다라….”
백우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청주에서 뭔가 노리는 게 있는 건가? 아니면 나 때문에 백가를 견제하는 건가? 뭐가 됐든 잘 됐어.’
-뭐가 잘됐다는 거지?
‘김성제는 변검의 고수야. 그와 붙어서 변검의 진의를 얻으면 될 거 같아.’
-또 헛바람 들이키는군. 그 놈이 너랑 싸워준다냐?
‘싸우게 만들어야지. 난 김성제가 어떤 인간인지 알고 있거든.’
백우진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시죠.”
“예?”
“이번 일 바로 끝내드릴 테니, 대연문의 지부로 안내해주세요.”
“예에?”
정우현이 까무러칠 것처럼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해, 해결한다고요? 지금 바로요?”
“네. 길드원들 전부 데리고 대연문의 지부로 안내해주세요.”
“설마 전쟁이라도 하시려는 겁니까? 지금 대연문엔 본부의 능력자들이 많아서 이길 수가 없습니다!”
“아뇨. 사람 수는 맞춰야 하니까요. 싸움은 저 혼자 할 겁니다.”
정우현은 백우진의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보자, 그가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만 같은 믿음이 생기는 것을 느꼈다.
“알겠습니다. 안내해드리겠습니다.”
**
백우진은 정우현의 안내를 받아서 대연문의 지부에 도착했다.
대연문의 지부는 커다란 장원이었는데, 큼지막한 은빛 대문이 가장 눈에 띄었다.
강도를 보니, 단단한 한철로 만든 것 같았다.
“대문이 딱 부수고 싶게 생겼네요.”
“저도 여기 지나가면서 깨버리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하지만 저 문은 한철로 만들기도 했고, 그런 짓을 했다간 바로 전쟁이니까요.”
정우현이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그럼 대문부터 부술까요?”
“하하하! 도련님은 농담도 참 재밌게 하시는….”
정우현은 당연히 백우진이 농담을 한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고오오오.
백우진의 분위기가 급변했다.
그에게서 심장을 떨리게 만드는 패도적인 기세가 뭉글거리려 솟아올랐다.
키이이잉!
백우진의 검에서 흑색의 오러가 미친 듯이 회전했다.
“도, 도련님! 지금 뭐하시는!”
정우현이 말릴 새도 없이 백우진의 검에서 밤하늘처럼 어두운 빛이 쏟아져 나왔다.
콰아아앙!
포탄이 터진 소리와 함께 한철로 만든 대문이 흔적하나 없이 사라져버렸다.
“아아….”
“세상에….”
“저, 전쟁이다!”
넋을 놓은 지부의 검사들 앞에서 백우진은 웃었다.
“곳간을 파먹는 쥐새끼들을 쫓아내러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