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63
63화. 필요한 건 확실하게 (2)
“탑주님을 뵙습니다.”
적색탑주 김정우 앞에 박민후가 나타나 무릎을 꿇었다.
“백우진이 움직였습니다.”
“어디지?”
“인천에 나타난 트롤 던전에 이름을 등록했습니다.”
“트롤이라….”
트롤은 상대하기 까다롭고 재생력이 강하기 때문에 5등급 능력자들이 경험을 쌓기에 좋은 몬스터였다.
“이번에도 혼자인가?”
“예. 신검백가에서 이름을 등록한 사람은 백우진 혼자입니다.”
“세상이 지 마음대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놈이야. 찢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건방져.”
김정우의 입에서 서늘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자신들로 모자라, 대연문과 제논을 건드려놓고 겁 없이 움직이는 백우진의 모습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 그 자체였다.
“죽여 달라고 고사를 지내면 그 부탁을 들어줘야겠지.”
김정우가 허공에서 손가락을 돌리자, 검은 종이가 나타났다.
그는 그 종이에 몇 가지를 적은 뒤 박민후에게 건네주었다.
“못난 제자지만 복수는 해줘야겠다. 청탑의 처형인에게 가져다주도록.”
“저희가 처리하는 거 아니었습니까?”
“백우진은 화염 정령과 바람 정령을 소환 할 수 있다. 화속성과 풍속성 저항력이 높다는 소리지.”
“아….”
“백우진을 죽이려면 7등급 수준의 화속성 마법사를 보내야 할 거다.”
김정우는 화속성 마법사가 아니라, 백우진의 약점을 찌를 수 있는 수속성 마법사를 보낼 생각이었다.
“재영이가 함정만 믿지 않고, 처음부터 수속성 마법을 제대로 준비했다면 백우진은 이미 죽었을 거다.”
레코딩으로 찍은 영상을 보며 가장 답답했던 게 최재영이 수속성 마법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은 점이었다.
당황하지 않고, 제대로 된 수속성 마법을 썼다면 지금 살아 있는 건 백우진이 아니라, 자신의 제자인 최재영이었을 거다.
“확실히 그 놈은 수속성 마법엔 저항력이 낮을 겁니다. 그럴 수밖에 없죠.”
김정우와 박민후는 당연히 백우진의 수속성 저항력이 낮을 거라 착각을 하고 있었다.
“김연성을 고르셨군요.”
박민후가 검은 종이에 적힌 이름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김연성은 6등급을 이룬 수속성 마법사로 많은 능력자들을 처리한 청탑의 처형인 중 한 명이었다.
“이걸 김연성에게 전해주도록.”
김정우가 박민후에게 영롱한 푸른빛을 뿜는 반지를 던져주었다.
“백우진을 잡는데 도움이 될 거다.”
**
백우진은 던전이 열리는 날짜에 맞춰서 인천 주안에 있는 산으로 향했다.
-던전은 거의 산 같은 곳에 생성되는군.
‘네 말대로 산이나, 들판 같이 사람이 적은 곳에서 많이 발생하지. 다만…’
-다만?
‘사람들이 많은 곳에 던전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하면 거긴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돼.’
-계속해서 몬스터들이 나타나는 거냐?
‘맞아. 능력자들이 던전을 공략하고, 균열에서 나오는 몬스터를 때려잡아도 끝없이 던전과 균열이 발생해서 인간이 밀려날 수밖에 없게 되지.’
아직은 그런 장소가 많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 범위가 점점 넓어진다.
“백우진이다!”
“진짜 혼자 왔어!”
백우진이 던전 앞에 도착하자,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백우진님! 팬이에요!”
“질문 좀 드려도 되겠습니까? 김성제를 이길 때 사용했던 검술은 뭐죠?”
“대연문과 백가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이번에도 혼자 보스를 노리시는 건가요?”
“제논이 백우진씨를 노리고 있다고 하는데 대비는 되어 있으십니까?”
백우진을 보고 싶어서 온 사람도 있었지만, 기자들도 많았다.
-이런 운만 좋은 놈이 뭐가 좋다고 이렇게 몰려드는 거야.
백우진은 입구 앞에 멈춰서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김성제를 쓰러뜨린 검술은 낙성위화입니다. 대연문과 백가의 관계는 달라진 거 없습니다. 그들이 시비를 건다면 달라지겠죠. 당연히 혼자 보스를 노리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범죄자 길드 따위엔 관심 없습니다.”
백우진은 질문에 대한 답을 해주고, 사람들에게 인사를 한 뒤 던전의 입구로 향했다.
“와, 성격 시원시원하네.”
“진짜 기술 이름을 말해줄 줄은 몰랐는데….”
“그게 문제가 아니라 제논이랑 대연문에게 관심 없다는 말을 하다니, 간이 얼마나 큰 거야.”
“간이 큰 게 아니지. 자신감이 있다는 거잖아.”
사람들은 백우진의 대답을 듣고 다시 한 번 그에게 감탄을 했다.
백가다운 자신감을 가지면서도 사람들에게 예의를 차리는 모습에 더 큰 호감이 생겨났다.
-쯧. 폼은 혼자 다 잡는구나.
‘폼이 아니라, 자신감이라고 해주시죠.’
-근데 저들 말대로 너 적을 너무 많이 만든 거 아니냐? 이제 던전마다 찾아올 거 같은데.
‘적?’
-집안싸움도 안 끝났는데, 제논에, 대연문에, 루카스까지 널 노리고 있을 거다.
‘적은 많은 수록 좋지.’
백우진은 미소 지었다.
그 정도는 이미 다 예상하고 있었다.
‘강자들과 싸울수록 배울 게 있잖아. 적들을 쓰러뜨리다 보면 언젠가 내가 가장 위에 서있겠지.’
-운 빨 검사가 말은 참 마음에 들게 한단 말이야.
흑암은 백우진의 말을 듣고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백우진의 배짱과 정신력만큼은 자신이 배워야 할 지경이었다.
‘어디보자.’
백우진은 던전 주변에서 입장 준비를 하는 능력자들을 살펴보았다.
대부분이 5등급이었고, 몇 명의 6등급이 섞여 있었다.
‘마나를 숨기고 있지만, 여기선 저자가 가장 강한 거 같은데.’
대형 길드의 능력자들도 있었지만, 황색 옷을 입은 마법사에게서 가장 큰 마나가 느껴졌다.
-맞다. 너를 포함해도 내부에 쌓은 마나가 제일 높다.
‘이상한 건 황색 로브를 입었지만 대지속성 보다 수속성 마나가 훨씬 많이 느껴져.’
-너 그런 것도 알 수 있는 거냐?
‘속성 감응력과 오러를 동시에 수련하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속성의 마나가 오러처럼 느껴지더라고.’
-괴물 같은 놈.
마법사가 가진 마나의 속성을 느끼는 건 자신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백우진의 성장 방향은 이제 자신의 예측마저 벗어났다.
‘청선 길드라. 들어본 적 없는데.’
저런 강자가 있는 것 치고는 길드의 이름이 너무 무명이었다.
이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고약한 냄새가 나네.’
백우진은 황색 로브의 마법사의 마나를 감각으로 기억해두었다. 어디에서도 알아차릴 수 있도록.
촤아아앙!
던전이 개방되고 사람들이 그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띠링!
백우진이 마지막으로 던전에 들어가려 할 때 그의 핸드폰에서 문자가 왔다.
그 내용을 본 백우진의 입가로 서늘한 미소가 만들어졌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
성웅 길드원들은 트롤 3마리와 30분간의 사투를 벌이고서 살짝 지친 표정으로 걷고 있었다.
“트롤의 재생력은 매번 봐도 구역질이 나와요.”
“그래. 지겨울 정도야.”
리더인 김민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평범한 몬스터라면 10분 안에 잡았겠지만, 재생력 강한 트롤인데다가 셋 마리가 동시에 달려들다 보니 시간을 너무 많이 소모했다.
“어? 저기 백우진 아니에요?”
“맞네.”
성웅 길드원들은 앞으로 향하다가 백우진과 마주쳤다.
백우진은 성웅 길드원들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고 왼쪽으로 이동했다.
“와, 진짜 다른 백가랑은 다르네. 예전에 백선아 쳐다봤다고 욕 쳐 먹었는데.”
“괜히 좋은 소문이 붙는 게 아니지.”
“백우진 앞에 트롤이다! 아, 우리가 저기로 갈걸!”
성웅 길드원들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려 할 때 백우진 쪽으로 트롤이 나타났다.
“정령 보겠는데.”
“그러게 좋은 구경하겠어.”
성웅 길드원들은 백우진이 당연히 정령을 소환할 거라 생각했다.
자신들처럼 둔기가 아닌, 검으로 트롤을 잡으려면 많은 오러가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바람의 중급 정령 진은 확실하고, 불의 정령이 뭘까?”
“아프린이라는 소문이 있던데.”
성웅 길드원들이 정령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을 때 백우진은 검을 뽑아들었다.
“검? 정령이 아니라?”
“여기서 검을 든다고?”
사람들이 당황할 때 백우진의 검에서 숨을 꽉 막히게 만드는 무거운 기세가 흘러나왔다.
콰앙!
백우진의 일검에 트롤의 오른팔이 날아갔다.
이검에 트롤의 양 다리가 끊어졌다.
삼검에 트롤이 짓눌려서 터져버렸다.
백우진은 별일 아니라는 듯 검을 검집에 넣고서, 앞으로 향했다.
“내, 내가 방금 뭘 본 거지? 안경 다시 맞춰야 하냐?”
“아니, 나도 봤어. 얄팍한 검에서 어떻게 저런 위력이 나오는 거지? 오러 강화라도 한 건가?”
“저건 검에 무거움을 담은 거다.”
김민수가 식은땀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경지에 이른 중검이다. 어떻게 저 나이에 저런 수준이 될 수가 있는 거지?”
저 정도 중검은 완숙에 이른 검사들만 사용해왔다.
16살의 백우진이 수준 높은 중검을 사용하는 것은 놀라움을 넘어 경악을 하게 만들었다.
소문은 백우진의 1/10도 설명하고 있지 않았다.
“대연문의 흑우가 쫄아서 도망쳤다는 게 사실이었나?”
**
백우진은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눈에 보이는 트롤들을 학살했다.
“실제 대상이 있으니까. 숙련도가 늘어나는 게 확실하게 느껴지네.”
트롤을 상대로 중검을 쓰고 있으니, 허공에 사용할 때보다 훨씬 훌륭한 수련이 되고 있었다.
-그래서 계속 실전을 하라고 하는 거다.
‘검의 속성을 수련할 몬스터들을 정해서 던전을 구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그렇게 해라. 다만 앞에 있는 트롤부터 잡고.
‘알아.’
“크어어어!”
백우진의 앞으로 트롤 두 마리가 동시에 나타났다.
콰앙!
백우진은 트롤들의 솥뚜껑 같은 손을 피해낸 뒤 검을 잡았다.
파아앙!
평소보다 훨씬 느린 발검술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힘은 비교할 수가 없었다.
콰앙!
발검술 한 번에 트롤의 상체가 터져버렸다.
쾌를 버리고, 강과 중을 담은 발검술의 위력이었다.
샤아아앙!
백우진은 두 번째 트롤 역시 중검의 묘리를 담은 내려베기로 짓눌러버렸다.
‘네가 여러 검술의 속성을 배워야 한다는 이유가 바로 이거로군.’
쾌검을 써도 트롤은 잡을 수 있었지만, 이렇게 쉽게 잡을 수는 없었을 거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여러 가지를 배우는 것보다, 하나를 깊게 파는 게 좋다. 하지만 너처럼 운으로 먹고 사는 놈은 뭘 배워도 전부 이룰 수 있으니, 다양하게 익히는 게 좋지.‘
‘운은 네가 챙겨줬잖아.’
흑암이 레전더리를 뽑아준 덕분에 여러 검로에 대한 이해도가 늘어난 상태였다.
-끙, 잊고 있었는데. 또 생각나게 만드는군.
‘잊기는 뭘 잊어. 다음에도 뽑아줘야지.’
-헛소리 마라! 절대 안 해.
‘하하!’
백우진은 흑암을 놀리며 던전의 끝을 향해 달려갔다.
“크아아아!”
던전의 끝으로 보이는 언덕에 올라가자, 일반 트롤보다 2배는 거대하고 기괴한 외모를 가진 트롤 챔피언이 땅을 내려치며 백우진에게 달려들었다.
쿠웅!
트롤 챔피언이 뛰는 것만으로 언덕이 흔들릴 정도였다.
“넌 상대할 맛이 좀 나겠어.”
백우진이 달려오는 트롤 챔피언에게 검을 뽑으려는 찰나, 갑자기 몸서리쳐질 정도의 추위가 몰려왔다.
파사사삭!
서리가 낀 것처럼 백우진의 다리와 트롤 챔피언의 다리가 하얗게 변하더니,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샤아아.
그것만이 아니다. 하늘에서 눈이 내리며 주변의 모든 것을 얼리기 시작했다.
트롤 챔피언의 입감마저 얼어붙어버렸다.
“이, 이건!”
“아쉽네.”
백우진이 당황하고 있을 때 작은 얼음 조각이 수십 개로 늘어나며 황색 로브를 입은 남자가 나타났다.
처음에 백우진이 강자라고 생각했던 바로 그 마법사이자, 김정우가 보낸 청탑의 처형인 김연성이다.
“정령을 역소환 시킬 준비도 하고 있었는데 부르질 않으니, 재미없게 끝나겠어.”
김연성의 왼손에는 삼치창 형태의 얼음 창이 잡혀 있었다.
적을 쫓아 가는 6등급 얼음 마법 디아미스의 창이었다.
꽝꽝!
김연성의 말이 끝나자, 트롤 챔피언의 상체가 전부 얼어버렸다.
“불의 중급 정령을 불러도 소용없다. 이미 늦었어.”
김연성은 입 꼬리를 말아 올리며 백우진을 비웃었다.
6.5등급 수준의 얼음 마법 3가지를 중복 발동 시켰다.
지금 불의 정령을 소환했다간 창에 맞고 역소환만 당하게 될 거다.
“네놈… 루카스냐?”
백우진이 온 몸을 덜덜 떨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그래. 높은 분이 이것까지 주시며 부탁하시더군. 네놈 덕분에 아주 좋은 걸 얻었어.”
김연성은 백우진에게 푸른색 반지를 보여주며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백우진을 이미 죽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적색…탑주인가?”
“이 와중에 머리가 돌아가다니 대단해. 하지만 여기까지다.”
김연성이 손가락을 흔들자, 하늘의 눈이 진해지고, 땅의 얼음이 더 두꺼워졌다.
“트롤 챔피언과 백가의 직계를 동시에 얼려죽이다니, 최고의 장면이야.”
김연성이 황홀한 표정으로 미소 지었다.
트롤 챔피언과 백우진의 얼음 동상을 감상한 뒤 바닥에 묻어버리면 임무는 끝이었다.
“음…?”
하지만 무언가가 이상했다.
트롤 챔피언은 머리끝까지 얼어붙었건만 백우진은 다리만 얼었을 뿐 더 이상 얼음이 되지 않았다.
놈은 덤덤하다 못해 평온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 난 언제 얼어 죽는 건데?”
“이, 이게 어떻게 된….”
말이 되질 않았다.
프로즌 템플레져에 아이스 필드, 아이스 레인까지 사용했다.
거기다 모든 마법은 김정우가 준 반지에 의해 한층 강화된 상태였다.
백우진은 한참 전에 얼음덩어리가 되어 숨이 끊어졌어야 했다.
콰앙!
백우진이 바닥에 붙은 얼음을 깨버리고, 가까이 가기만해도 얼어붙는 아이스레인을 만지작거렸다.
“아….”
김연성의 얼굴이 눈보다도 허옇게 질렸다.
이해할 수 없는 괴리감에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이제 내 차례군.”
검을 잡는 백우진의 안광이 서슬 퍼렇게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