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65
65화. 경매장을 주무르다
가주전에는 백천화 혼자 있지 않았다.
임무를 수행하러 갔던 백선아도 돌아와 있었다.
“가주님을 뵙습니다.”
백우진은 백선아 옆으로 가서 예를 취했다.
“일어나라.”
백천화는 백우진을 보자마자, 만족스러운 미소를 피워냈다.
그 모습에 백선아의 인상이 깡통처럼 찌그러졌다.
“예!”
백우진이 당당하게 허리를 펴며 일어났다.
“훌륭했다.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냈어.”
백천화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끄덕였다.
임무를 내리지도 않았건만 백우진은 스스로 움직여서 엄청난 실적을 만들어왔다.
감탄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대체 무슨 일을 했기에 저런 말씀을 하시는 거지?’
백선아가 적개심 가득한 눈으로 백우진을 흘겨보았다.
자신도 어려운 임무를 마치고 돌아왔건만, 수고했다는 말만 들었을 뿐이었다.
저런 칭찬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었다.
“운이 좋았습니다.”
“루카스 청색탑의 처형인을 생포하는 건 운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헉!”
백천화의 말에 백선아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백우진을 바라보았다.
청색탑의 처형인을 생포하다니, 자신의 귀가 제대로 작동한 건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네 입으로 듣고 싶구나. 던전에서 무슨 일이 있었지?”
“처음 던전 앞에 갔을 때 힘을 숨기고 있는 마법사를 느꼈습니다. 그래서 그 마나를 기억해놓고, 던전 내부에서….”
백우진은 백천화에게 던전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해주었다.
물론 문자를 받아서 처형인이 있다는 것을 먼저 알았다는 건 제외했다.
“그럼 청색탑의 처형인이 도망치도록 일부러 놓아준 것이냐?”
“그렇습니다. 놈의 입이 가벼운 것을 보니, 놓아주는 척하며 생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도망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해준 뒤 마나를 제압했습니다.”
“크하하하하!”
백천화가 힘을 억제하지 않고 광소를 터트리자 땅에 진동이 일고, 천장이 흔들렸다.
“좋은 판단이었다.”
백천화의 미소가 더욱 진해졌다.
‘대단한 판단은 아니지만, 그런 상황에서 머리를 굴리는 건 쉽지 않지.’
백우진이 한 생각은 엄청나거나 대단하다고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런 급박한 상황에서 적을 놓아주고, 다시 잡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놀라울 정도의 자신감과 배짱이었다.
‘망할!’
백선아가 이를 악물었다.
그녀의 표정이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졌다.
‘하필이면 이놈이랑 겹쳐서…’
신검의 임무를 완벽하게 마쳐서 다른 형제보다 한 발 앞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백우진이 저지른 일 아니, 사건에는 전혀 미치지 못했다.
왜 저 놈에게만 저런 일이 터져서 아버지의 칭찬을 받는 건지 화가 솟구쳤다.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다.”
“예.”
“처형인의 마나는 어떻게 제압했지? 넌 아직 백령선을 배우지 않았을 텐데.”
백령선은 자신의 오러를 이용해서 적의 마나나 오러를 제압하는 백가의 비기 중 하나다.
“백령선이 아닙니다. 전 다른 방법으로 그를 제압했습니다.”
백우진이 김연성의 마나를 제압한 방법은 흑암에게 배운 것이다.
“그게 무엇이냐.”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허억!”
백선아는 백우진의 대답을 듣고, 자신의 청각을 다시 한 번 의심했다.
아버지에게 저런 말을 뱉다니, 백우진이 죽고 싶어 환장한 것만 같았다.
“선아 때문이냐?”
경쟁자인 백선아가 옆에 있어서 알려 주지 않겠냐는 질문이었다.
“아닙니다.”
“그럼 왜지?”
“가주님이 경쟁에 관여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나 때문이다?”
“예. 신검의 임무는 가주님이 내려주고 계십니다. 그런데 제 밑바닥을 모두 드러내면 제가 손해를 보지 않겠습니까.”
“크하하하!”
백천화가 고개를 끄덕이며 시원하게 웃었다.
옳은 말이다.
옳은 말이지만, 자신의 앞에서 저런 말을 하는 건 저 녀석밖에 없을 거다.
자신감과 거만함이 섞인 모습에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선아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거냐?”
“물론입니다. 누님에겐 따로 제 기술을 알려줄 수도 있죠.”
“크윽, 너….”
백선아가 백우진을 노려보며 소리나게 이를 갈았다.
이곳이 가주전이 아니었다면 당장 검을 날렸을 것이다.
‘역시 재밌는 녀석이야.’
반면 그 모습에 백천화는 흥미로운 얼굴이 되었다.
“넌 이번 일로 루카스에서 뭘 얻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
“일단 루카스는 꼬리를 자르려고 할 겁니다. 분명 적색탑주가 아니라, 그 밑에 있는 부하들이 알아서 움직였다고 하겠죠.”
백우진은 미리 준비한 것처럼 바로 대답을 내놓았다.
“그건 막을 수가 없습니다. 대신 우리는 다른 이득을 챙겨야합니다. 누가했건 간에 루카스에서 백가의 직계의 목숨을 노렸으니, 그 죄를 물어 루카스가 정비하고 작업해 놓은 영역을 뺏어야 합니다.”
“그들이 키워놓은 열매를 빼앗자는 말이로군.”
“그렇습니다. 루카스의 영역을 가져와서 저희의 영역을 넓히고, 그들을 계속 압박해야 합니다. 그리고….”
백우진은 백천화를 올려보며 말을 이었다.
“제가 잡아온 청색탑의 처형인에게서 루카스의 약점과 정보를 빼내서 보관하면 될 거 같습니다.”
“멋지군. 아주 좋다.”
백천화가 흡족한 듯 껄껄 웃었다.
백우진의 대답은 자신이 생각했던 그대로였다.
정말이지 마음에 드는 말만 쏙쏙 뱉고 있었다.
“네가 나를 가장 많이 닮은 것 같구나.”
백천화의 말에 백우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만 숙였다.
‘최악의 칭찬이군.’
-네 아버지는 정말 마음에 들어 하는 거 같은데?
‘마음에 들어할만한 대답을 내놓았으니까.’
자신이 말한 대답들은 모두 백천화의 마음에 들 만한 것들이었다.
그의 환심을 사서 더 좋은 대우를 받기 위해서였다.
-네 누나도 네가 귀여운가본데? 계속 쳐다본다.
흑암이 놀리듯이 중얼거렸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흑암의 말과 다르게 백선아는 백우진을 죽일 것처럼 노려보고 있었다.
여기가 가주 전이 아니었다면 검을 뽑아서 공격했을 표정이다.
“지금까지는 네가 최고의 실적을 올렸다.”
“감사합니다.”
-이런 칭찬이 네 아버지 입에서 나오다니.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려나?
‘아버지는 일부러 저렇게 말하는 거야.’
백우진은 백천화의 심리를 읽고 있었다.
그는 백선아의 경쟁심을 불태우기 위해 자신에게 더 과한 칭찬을 하고 있었다.
“둘 다 수고했다. 돌아가 보거라.”
“예!”
“예….”
백우진과 달리 백선아의 입에선 힘없는 대답이 흘러나왔다.
오늘의 주인공이 자신이 아닌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후….”
백선아는 가주전을 나가는 백우진의 등을 독기어린 눈으로 노려보았다.
‘그 사람에게 다시 도움을 청해야겠어.’
**
백우진이 루카스에 있는 처형단의 존재를 밝히고 처형인을 사로잡은 일은 그 어떤 것보다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협회와 신검백가가 루카스를 압박하기 시작했고, 대연문을 비롯한 몇 개의 길드들도 끼어들었다.
루카스는 정식으로 사과를 했지만, 적색탑주인 김정우가 한 게 아니라, 그 밑에 있는 부하들이 저질렀다고 말하며 그들의 신변을 능력자 협회에 넘겼다.
-ㅋㅋㅋㅋㅋㅋㅋ 루카스가 저런 곳이었어. 눈 가리고 아웅하고 자빠졌네.
-저런 일에 속는 인간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루카스 이미지 떡락했는데, 한 번 더 떨어지네. 비트코인 코스프레인가?
-다른 거 다 떠나서 백우진이 진짜 대단하지 않음? 자기 혼자 4대 길드 하나의 평판을 걸레로 만들어버렸잖아. 여태까지 저런 능력자가 있었나?
-백천화가 무력으로 다 때려잡은 적은 있지만, 백우진처럼 하진 못했지. 교과서에 실리는 거 아니냐?
사람들은 루카스의 모습에 실망을 하면서, 백우진의 활약을 칭송했다.
“흠….”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백우진은 스마트폰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지.’
루카스는 자신이 예상했던 대로 꼬리를 잘라냈다.
‘그래봐야 이미지 추락은 막을 수 없지만.’
-놈들은 처음부터 판단을 잘못했다. 그냥 쓸 수 있는 수단을 모두 써서 널 죽였어야 했어.
‘맞는 말이긴 한데 좀 섭섭한 소리네.’
-그랬어야 한다는 거다. 정말 그러길 바라는 게 아니라.
‘알아.’
백우진은 손을 저으며 미소 지었다.
‘다만 이제 늦었지. 적색탑이든 루카스든 한동안은 움직이지 못해.’
-누군가 널 공격하면 다들 루카스라 생각할 테니까. 놈들은 오히려 널 보호해 줘야 할 거다.
‘그렇지.’
흑암의 말대로다.
지금 루카스는 자신을 보호해주면 보호해줘야지, 공격 같은 건 생각도 할 수 없다.
나중엔 다시 죽이겠다고 달려들겠지만.
“도련님. 도착했습니다.”
“그래.”
문주영의 말에 백우진이 차에서 내렸다.
그는 지저분해 보이는 카페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블랙마켓 성남 지부장 유진아가 방긋 웃으며 일어났다.
“오랜만입니다.”
“전 소식으로 도련님의 활약을 듣긴 했지만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유진아가 백우진을 자리로 안내해주고, 따뜻한 커피를 가져다주었다.
“감사합니다.”
백우진은 가벼우면서도 부드러운 커피향을 맡은 뒤 입을 가져다댔다.
살짝 쓰면서도 달달한 맛이 혀를 사로잡았다.
“맛있네요.”
“저희 커피는 완벽하거든요.”
유진아가 빙그레 미소 지었다.
“어떠셨나요? 이번 정보는.”
-역시 이 여자였나.
‘그래.’
백우진에게 문자를 날려서 처형인의 정보를 준 사람이 바로 유진아였다.
“솔직하게 말씀드릴까요? 아니면 과장을 조금 섞어드릴까요?”
“솔직하게요.”
“그럼 솔직하게 말씀드리죠. 사실 큰 도움까진 되지 않았습니다.”
“저, 정말요?”
기대했던 대답이 아닌지 유진아의 표정과 텐션이 확 가라앉았다.
“김연성이 처형인인지는 몰랐지만, 꿍꿍이가 있고, 능력을 숨기고 있는 건 던전 입구에서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마나를 기억해두었죠. 그 이후 던전에서 그가 절 따라다닌 다는 것을 알고 일부러 연기를 해서 유인했습니다.”
“그럼….”
“네. 처형인인 줄 몰랐어도 그에게 당하진 않았을 겁니다.”
“아….”
“하지만 그가 처형인인 걸 알았기 때문에 정보를 빼내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유진아가 백우진의 눈과 입을 바라보고 확신했다.
지금 백우진의 말은 진심이고, 사실이었다.
그는 자신의 정보가 없어도 그 처형인을 처리했을 거다.
‘역시 놓쳐서는 안 되는 사람이야.’
백우진은 6등급 수준의 검사에 중급 정령 2마리를 소환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전략적인 움직임까지 보여주고 있었다.
절대로 잡아야 할 사람이었다.
“그럼 반 정도만 도움이 됐다는 거네요.”
“그렇다고 볼 수 있겠네요.”
“도련님을 만족시키기 정말 어렵네요.”
“이 커피 정도만 해주시면 언제든지 만족할 수 있습니다.”
“휴우, 어려운 주문이네요. 좋아요. 이제 오기가 생겼어요. 다음엔 정말 확실한 정보로 도련님을 잡아야겠어요.”
유진아는 가볍게 웃으며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면야 고맙죠.”
백우진이 마주 미소를 지었다.
“그럼 다음 내용을 말씀드릴게요. 5일 후로 경매 날짜가 잡혔습니다. 물론 도련님이 내놓으신 무기들도 등록됐죠.”
“그렇군요.”
“전에 말씀하셨던 ‘그것’도 등록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정말요?”
“네.”
유진아는 확실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무조건 참여해야겠군요.”
“그런데 참여하실 때 얼굴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얼굴이요?”
“네. 저희 경매는 정체를 밝혀도 되고, 감춰도 되거든요.”
블랙마켓의 경매는 얼굴을 감추든 말든 상관이 없었다.
적이 많은 사람들은 정체를 감추고 거리낄게 없는 사람들은 얼굴을 드러냈다.
-무조건 감춰야지.
‘왜?’
-왜긴 왜야! 네 정체를 밝히면 적들이 가만히 있겠냐? 네가 사려는 거 전부 가격을 올려서 네 돈을 낭비하게 만들 거다.
‘역시 그렇겠지?’
백우진이 능청스럽게 웃었다.
흑암의 말을 들으니, 아주 좋은 생각이 났다.
“제 추천은 가면과 가명을 써서 정체를 감추시는 겁니다.”
“맞습니다. 도련님은 적이 많습니다. 분명 물건을 구매하시는데 방해를 받으실 겁니다.”
문주영까지 정체를 감추라고 말하고 있었다.
“도련님과 사이가 좋지 않은 불새, 영웅, 광도문에 루카스, 대연문도 참여할 거예요.”
“흠….”
대형 길드의 이름이 우르르 나왔지만, 백우진의 표정은 평온했다.
“지부장님.”
“예?”
“혹시 성남 지부에서 경매로 올라간 물건들이 잘 팔리면 추가로 얻는 게 있습니까?”
백우진은 정체에 대한 이야기 대신 다른 것을 물어보았다.
“네? 음, 좋은 가격에 팔리면, 수수료가 그만큼 많아지니까. 더 많은 돈을 받긴 하죠.”
“그럼 제가 돈 좀 벌게 해드리죠.”
“예?”
백우진이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제가 성남 지부에서 경매로 올라간 경매품들을 몇 배로 올려서 팔아드리겠습니다.”
그 말을 하며 백우진이 흑암의 인벤토리를 열었다.
콰과과과과!
허공에서 수백 개의 마석이 쏟아져 내렸다.
“아….”
유진아가 놀랄 정도로 엄청난 양의 마석이었다. 큼지막한 보스 마석의 숫자도 눈에 보일 정도로 많았다.
“일단 이거부터 돈으로 좀 바꿔 주시구요. 몇 가지 소문 좀 흘려주세요.”
**
백우진은 문주영을 데리고 블랙마켓의 경매에 참여했다.
물론 얼굴을 활짝 드러낸 상태였다.
“백우진?”
“백우진이다!”
“얼굴을 까고 온다고?”
“오늘 대연문, 루카스, 불새, 광도문 다 온다고 들었는데, 무슨 배짱이지?”
사람들은 백우진을 보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경매를 방해하는 사람들이 나올 게 뻔한데, 얼굴을 보이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다.
-봐라. 다 너 알아보잖아.
‘그러라고 얼굴을 깐 거니까. 적이 한두 명이라면 나도 얼굴을 가렸을 거야. 하지만 나처럼 적이 많으면 오히려 도움이 되지.’
-뭐?
‘저들이 날 방해하려고 쓰는 돈은 결국 헛되이 날아갈 거야.’
백우진은 경쾌한 미소를 지으며 경매장 안으로 향했다.
-으음…
흑암은 백우진의 미소를 보자 있지도 않은 털이 곤두서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또 무슨 술수를 부리려는 거냐! 이 얌생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