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66
66화. 경매장을 주무르다 (2)
백우진은 경매장 안으로 들어가면서 자신에게 향하는 강렬한 적개심을 느꼈다.
-널 싫어하는 사람 참 많아. 아주 잘 살았나 봐.
‘그러게 말이야. 한두 명이 아니네.’
자신에게 적개심과 살기를 보내는 사람은 한 명이 아니었다.
지금 느껴지는 것만 해도 6명이었다.
‘경매 전에 도발 좀 해줄까.’
백우진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회색 가면을 쓰고 있는 남자 앞으로 다가갔다.
“무기 찾으러왔나?”
“무, 무슨 헛소리야!”
회색 가면의 입에서 당황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말도 안 된다는 듯 손을 맹렬하게 저었다.
“자기 무기 찾으러 왔으면 얼굴 까야지. 찌질하게 가면 쓰고 뭐하는 거지?”
“이, 이놈! 닥쳐라!”
회색 가면이 당황하는 것을 보고 백우진의 미소가 진해졌다.
“광도문의 송지훈.”
“헉!”
회색가면을 쓴 남자 아니, 광도문의 송지훈이 얼어붙은 것처럼 움직임을 멈췄다.
“어, 어떻게….”
송지훈의 눈동자가 격렬하게 떨렸다.
정체를 들키지 않으려고 특수제작 한 가면을 쓰고, 목소리 변조 도구까지 썼건만 들킨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좋은 걸 많이 쳐 먹어서 그런지 오러와 마나에 대한 감각은 정말 미쳤군.
흑암은 백우진의 기감에 혀를 내둘렀다.
백우진이 가고일 던전에서 만났던 송지훈의 오러를 기억하고 알아본 것이다.
“답답할 텐데 계속 쓰고 있을 거야?”
“크으윽….”
송지훈이 이를 갈며 가면을 벗었다.
치욕스런 감정이 그대로 담겨있는 얼굴이 드러났다.
“진작 얼굴을 보였으면 무인답다고 해줬을 텐데 아쉽군.”
“왜 내 무기를 경매에 내놓은 거냐!”
“왜긴 왜야. 쓸모없으니까 내놨지.”
“허….”
“너는 잃어버린 무기를 되찾을 기회를 얻었고, 난 필요 없는 무기를 팔고. 아무 문제없잖아.”
송지훈의 말문이 막혔다.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빼앗은 무기를 경매에 내놓는 놈은 백우진밖에 없었다.
그 행동에 더욱 자존심이 상했다.
“이쪽에도 있었지.”
백우진은 오른쪽 벽으로 다가갔다.
얼굴 전체를 화려한 가면으로 덮고 있는 남자 앞에 섰다.
“네 이름을 맞춰볼까? 아니면 알아서 벗을래?”
“…됐다. 내가 벗지.”
화려한 가면이 벗겨지고, 불사조 길드 서진환의 찌푸려진 얼굴이 드러났다.
“어떻게 안 거지?”
“보이거든.”
백우진은 그 말을 하고 경매장 안쪽 벽에 등을 기대고 있는 웃는 가면의 사내에게 향했다.
“나도 알아본 건가?”
“그럼 그냥 왔겠어?”
“정말이지….”
남자는 한숨을 쉬며 가면을 벗었다.
영웅 길드의 강훈이었다.
백우진에게 무기를 빼앗겼던 3명이 모두 경매에 참여했고, 모조리 정체를 들켜버렸다.
“영웅 길드의 강훈, 광도문의 송지훈, 불새 길드의 서진환? 전부 백우진에게 무기를 뺏긴 능력자들이잖아!”
“대체 어떻게 알아 본 거지?”
“몰라. 가면엔 특수처리가 되어 있을 텐데. 무슨 신기라도 있나?”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어 벙찐 표정이 되었다.
“역시.”
문주영은 백우진의 모습을 당연한 것처럼 뿌듯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이제 백우진이 무슨 짓을 한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만큼 대단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흑우. 너도 왔군.”
백우진은 뒤를 돌아보고 피식 웃었다.
흑우와 돼지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작은 체구의 남성이 자신을 훑어보고 있었다.
백우진은 자신에게 적개심을 보였던 루카스와 제논의 인물로 추측되는 사람들도 한 번씩 쳐다보았다.
“안에서 보자고.”
백우진은 사람들을 혼란의 파도에 밀어 넣은 뒤 경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
-왜 저들을 도발한 거냐? 셋 만이 아니라, 다른 놈들도 건드린 이유가 뭐지?
‘보면 알 거야.’
백우진은 웃고만 있었다.
“여기 도련님의 번호입니다.”
“77번이라, 번호 좋네.”
“그러네요. 행운이 두 번 겹치니까요.”
흑암과 다르게 문주영은 백우진에게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백우진이 알아서 할 거라는 완벽한 믿음이었다.
“경매에 낙찰되면 바로 돈을 지불해야 하고, 무기를 판 돈은 내일 정오에 들어온다고 합니다.”
“알고 있어.”
경매에 오늘 무기들을 판돈은 쓸 수 없고, 가지고 있는 돈만 사용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오랜만이네요.”
백우진과 문주영이 경매가 시작되는 것을 기다리고 있을 때 적연화가 나타났다.
그녀는 가면도 쓰지 않았고, 당당하게 적가의 전투복을 입고 있었다.
“그러네.”
백우진이 고개를 까딱였다.
-저 여자 또 성장했군.
‘특훈을 받는 건가? 전생보다 성장속도가 훨씬 빨라졌어.’
적연화의 성장은 전생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랐다. 자신의 영향 같았다.
“로비에서 사람들을 어떻게 찾아낸 거죠?”
“잘.”
“휴우, 또 그런 식으로 대답하는군요.”
적연화가 고개를 저었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자신을 함부로 대하고, 건방진 말투를 쓰는데도 자꾸 시선이 간다.
정말이지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냥 그들의 오러를 기억해뒀을 뿐이야.”
“네? 그게 가능한가요?”
사람들의 오러가 차이가 나는 건 맞지만, 그걸 알아보는 건 저렇게 간단하게 말할 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경악할 정도의 감각 수준이었다.
“가능하니까 찾아냈지.”
“저도 나름 열심히 수련하고 있지만, 당신이랑 점점 멀어지는 거 같네요.”
“그런 거 치고는 많이 발전했는데?”
“음….”
부끄러웠는지 적연화가 고개를 숙였다.
“무슨 특훈이라도 받는 건가?”
“오빠와 함께 수련을 하고 있어요.”
“오빠라면 적경훈 권사?”
“네.”
“그렇군.”
적연화는 권룡이라고 불리는 적경훈과 수련을 하며 저런 성장을 이뤄낸 것 같다.
복수를 하느니, 후회할 거라니 하는 놈들보다 실제로 행동하는 적연화가 훨씬 나았다.
“이런 곳엔 관심 없을 줄 알았는데.”
“그, 그게….”
적연화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백우진이 경매에 참여한다는 소문을 듣고 왔다고는 말할 수가 없었다.
탁.
갑자기 불이 꺼지고, 앞에 조명이 비춰지기 시작했다.
“시작하는군.”
“아, 네.”
적연화는 살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부터 블랙마켓 경매를 시작합니다!”
**
“다음 경매품은 하피 던전에서 나온 깃털 글러브입니다. 끼지 않은 것처럼 가볍고, 얇으며 공격속도와 이동속도를 높여주는 특별한 효과가 있습니다.”
사회자는 깃털 글러브의 효과와 능력을 한참동안 자랑했다.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엄청 좋은 물건도 아니었다.
“시작가는 2억 원입니다.”
사회자의 시작 선언에 여기저기서 손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130번! 5억으로 재입찰 하셨습니다! 더 이상 없으십니까? 없으시면 130번 분이 깃털 글러브를 가져갑니다. 10, 9, 정말 없으십니까? 5, 4….”
“시작해볼까.”
백우진이 손을 들어올렸다.
“오! 77번 손님이 6억으로 처음 입찰하셨습니다!”
한 번에 1억을 올렸기 때문에 사회자의 목소리가 크게 올라갔다.
“백우진?”
“소문대로 장갑을 노리는군.”
“빨리 입찰해!”
주변이 웅성거리기 시작하더니, 송지훈, 서진환, 강훈을 비롯한 백우진에게 악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열심히 손을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13억! 13억이 나왔습니다!”
사회자의 목소리가 떨려나왔다.
고작 10초도 되지 않는 순간에 장갑의 가격이 13억까지 올라갔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이게 무슨 일이래?’
깃털 글러브가 좋은 물건은 맞지만 13억을 받을 물건은 아니었다.
백우진이 손을 든 이후 사람들이 미쳐 날뛰고 있었다.
“음….”
백우진이 고민을 하다가 손을 들어올렸다.
“오오! 77번 14억! 여기서….”
“흥!”
사회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송지훈이 손을 들어올렸다.
“어? 111번 16억으로 입찰하셨습니다! 16억입니다!”
마이크를 잡은 사회자의 목소리와 텐션이 최고조로 올랐다.
“쯧.”
백우진은 혀를 차고 더 이상 입찰하지 않았다.
“깃털 글러브가 16억에 111번 손님에게 낙찰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크하하하!”
송지훈이 큼지막한 미소를 지으며 백우진을 쳐다보았다.
2배가 넘는 가격에 장갑을 샀지만, 백우진이 원하는 물건을 가로챘다고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구겨졌던 자존심이 활짝 펴진 것 같았다.
“다음 물건은 울프베어 던전에서 구한 회색늑대의 부츠입니다. 근력과 민첩성을 올려주고, 오러에 강화와 오러 방어력을 가지고 있으며 뛰어난 이동속도 상승량을 보여줍니다. 시작가는 6억입니다!”
좋은 효과를 가지고 있는 부츠였기 때문에 시작가도 깃털 글러브보다 3억이나 높았다.
“10억 나왔습니다. 10억 천 없습니까? 어? 77번 손님 11억으로 입찰하셨습니다.”
백우진이 손을 들어 올려 부츠 입찰에 끼어들었다.
“역시 부츠도 노리고 있었군.”
“입찰해. 백우진에겐 아무 것도 주지 마!”
송지훈, 서진환, 강훈, 흑우 같은 사람들은 서로 짜지도 않았건만 번갈아서 경매가를 올리고 있었다.
“14억, 15억 104번 17억!”
백우진에게 부츠를 넘기더라도 가격을 최대한 올리겠다는 심보였다.
“77번 20억! 20억 나왔습….”
백우진이 돈을 올린 것을 말하기도 전에 강훈이 손을 들어올렸다.
“우와! 21억입니다. 104번 21억!”
“음….”
백우진은 인상을 찌푸리기만 할 뿐 더 이상 손을 들어 올리지 않았다.
“회색늑대의 부츠는 104번 손님에게 낙착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강훈은 입술을 깨물고 있는 백우진을 비웃었다.
백우진의 굴욕적인 표정을 보니,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 것처럼 속이 시원해졌다.
‘그래도 조금 아깝긴 하군.’
부츠를 살 생각 없이 그저 백우진의 돈만 낭비시키려고 했던만 백우진은 따라오지 않았다.
그래도 저 망할 놈을 방해했다는 것에 기분은 상쾌해졌다.
-너 뭐하는 거냐? 네 장갑과 부츠에 비하면 저것들은 쓰레기나 다음 없어!
‘알고 있어.’
-근데 왜 입찰을 했냐고!
‘일부러.’
-어? 너 설마!
‘맞아. 난 저것들을 살 생각이 전혀 없었어.’
백우진은 겉으로 찡그리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장비들을 살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저 다른 놈들이 자신을 방해하며 돈을 쓰기를 바랐을 뿐이었다.
‘18억이랑 20억을 불렀을 때 안 따라오면 어쩌나했네. 참 고마운 놈들이야. 도발한 보람이 있어.’
-허…
어처구니가 없었다.
백우진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적의를 역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더 재밌는 거 알려줄까?’
-또 무슨 소리를 하려는 거냐?
‘저 장갑이랑 부츠는 성남 지부에서 나온 거야.’
-그, 그러면…
‘그래. 저 경매 수수료는 유진아에게 많이 돌아가겠지. 꽤 많이 벌겠는데.’
백우진은 이전에 말했던 대로 유진아에게 많은 수수료가 돌아가게 해준 것이다.
-유진아에게 소문을 흘려달라고 부탁했던 것도 이거 때문이었냐?
‘맞아. 유진아에게 내 장갑과 부츠가 낡아서 새것을 구한다는 소문을 흘리라고 지시했지.’
백우진은 유진아를 통해 자신이 장비를 구한다는 소문은 은밀하게 퍼뜨렸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검치의 장갑과 라포르의 부츠는 옵션에 비해 실제로 낡고 초라해 보인다.
유니크는커녕 하급 레어라고 해도 믿기 힘들 정도였기 때문에 저들이 더 쉽게 속아 넘어간 것이다.
‘거기다 장인에게 검을 사고, 정령술을 배우느라 많은 돈을 썼다는 소문까지 흘렸지.’
-이곳에 있는 모두가 네게 놀아난 거였군.
흑암의 목소리엔 혼이 빠져나가 있었다.
송지훈, 강훈, 서진환 같은 인물들만이 아니라, 이 경매장 전체가 백우진에게 주물러지고 있었다.
적개심을 이용해서 경매 가격을 조절하는 건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거다.
-진짜 너란 놈은…
‘내 적이 한두 명이었으면 합심을 했겠지만 숫자가 많다보니 그런 생각은 하지 못했잖아. 그게 저들의 패착이야.’
길드들은 자신을 짓누르려는 공동의 목표가 있지만, 함께 입을 맞추지는 않은 상태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용할 구멍이 있던 것이다.
-정말 넌 또라이다. 또라이야!
백우진은 이 와중에도 굴욕적인 얼굴로 표정관리를 하고 있었다.
정말이지 대단하다고 밖에 할 수가 없는 놈이었다.
**
“오지선화초가 30억에 낙찰되셨습니다! 축하합니다.”
그 이후에도 이어진 경매들에서 백우진은 단 하나도 낙찰을 따내지 못했다.
광도문, 불새, 영웅에 이어 대연문의 흑우나, 루카스의 마법사들의 방해까지 들어와서 모든 것을 놓치고 있었다.
백우진을 방해하느라 경매품들의 가격이 올라가다보니, 그가 참여하지 않은 물건들의 가격도 상승했다.
경매장 전체가 광기에 사로잡힌 것 같았다.
“신검백가 더럽게 짜네. 직계인데도 돈이 없나봐. 지금 보니까 30억도 간당간당하겠는데.”
“그러게 말이야. 폼은 다 잡더니, 하나도 못 구하네. 큭큭!”
“정령술에 100억을 들였다던데, 돈이 없다는 게 진짜인가?”
“속빈 강정이 저런 걸 두고 하는 말이지.”
사람들의 비웃음 속에서 백우진은 자존심이 상한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음….”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적연화는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자신의 돈이라도 빌려주고 싶었지만 백우진의 자존심이 상할까봐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다음 품목은 은월초입니다.”
사회자 활짝 웃으며 다음 경매품들을 가지고 왔다.
“드디어 나왔군.”
송지훈이 주먹을 쥐었다.
엄청나게 좋은 영약은 아니지만, 강한 음기가 담겨서 자신의 오러와 찰떡궁합인 영약이었다.
무기를 되찾는 것을 제외하면 무조건 사야하는 경매품이었다.
“저 괜찮으시다면….”
적연화가 조심스럽게 돈을 빌려준다고 말하려 할 때 백우진이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의 얼굴은 예상과 달리 활짝 피어있었다.
“각자 150억씩은 썼으니, 이제 시작하면 되겠군.”
“아….”
백우진의 경쾌한 목소리에 적연화는 등줄기에 소름이 돋아 오르는 것을 느꼈다.
허세가 아니었다.
백우진은 진심으로 즐거워하고 있었다.
“은월초 경매 시작하겠습니다! 시작가는 10억입니다.”
오지선화초만큼은 아니지만, 은월초도 인기가 있었기 때문에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라갔다.
“30억. 30억입니다. 다른 입찰자가 계시지 않는다면 은영초는 30억에 111번에게 낙찰됩니다. 5, 4.”
송지훈이 미소를 짓고 사회자가 숫자를 셀 때 백우진이 손을 들어올렸다.
“32억! 77번 손님 32억으로 입찰하셨습니다.”
사회자의 말에 전부 다 멍한 눈으로 백우진을 바라보았다.
무기력해진 백우진이 이제 와서 참여할 거라곤 생각조차 못했기 때문이다.
“흥!”
송지훈이 다시 1억을 추가로 올렸지만, 백우진이 바로 따라붙었다.
은월초의 가격이 35억까지 올라갔다.
“돈도 없으면서 지르기만 했다간 후회할 텐데? 내가 여기서 물러나면 지불할 돈이 있나? 바로 지불하지 못하면 여기서 쫓겨날 거다.”
“돈 걱정은 쓸데없는 잡동사니를 산 네가 해야지.”
백우진이 입가가 말려 올라갔다.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그 대상은 송지훈만이 아니다.
경매장에서 자신을 방해한 모두에게 던지는 비웃음이었다.
“쓸데가 없다고? 내가 산 건 전부 네가 입찰을 한 것들이다. 청포도를 바라보는 여우인가? 생각보다 그릇이 작았군!”
“크하하하!”
“말 잘하네!”
송지훈의 말에 경매장의 사람들이 백우진을 손가락질 했다.
“내 장갑과 부츠는 네 전재산을 가져다 바쳐도 살 수 없는 물건들이다. 처음부터 난 장갑과 부츠를 살 필요 없었다는 거지.”
“그, 그 장갑과 부츠는 싸구려잖아! 거기다 네가 그것들을 구한다는 소문이….”
“장갑과 부츠가 낡았다는 그 소문. 그거 내가 뿌린 거야.”
백우진의 깔끔하게 관리된 검치의 장갑을 보여주자, 송지훈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해갔다.
“서, 설마 돈이 없다는 것도….”
“맞아. 그것도 내가 퍼뜨린 소문이지.”
“아아….”
송지훈의 눈에서 지진 난 것처럼 흔들렸다.
이제야 자신이 백우진의 술수에 말려들어간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마, 말도 안 돼!”
“저 개자식이 또!”
“망할… 제기랄!”
다른 사람들도 백우진의 의도를 파악하고 얼굴이 허옇게 질렸다.
자신들이 백우진의 연기에 속아 넘어가서 헛돈을 썼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허공에 돈을 태워줘서 고맙다.”
백우진이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얌생이 그 자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