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67
67화. 경매장을 주무르다 (3)
송지훈은 결국 손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35억 이상으로 돈을 쓰게 되면 백우진에게 빼앗긴 검을 살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으, 은월초는 77번이 35억으로 낙찰하셨습니다. 축하합니다.”
갑자기 경매장의 분위기가 축 가라앉았다.
“이게 이렇게 된다고?”
“망할!”
“그럼 저놈은 여기 왜 온 건데! 뭘 사려고 온 거냐고!”
“돈이 전혀 모자르지 않았다는 건가?”
백우진의 경매참여를 방해했던 사람들은 충격적인 상황에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분위기 좋네.”
백우진은 사람들의 경악어린 반응을 즐겼다.
그는 경매장의 광기를 만들어내고, 그 광기를 재워버렸다.
-그런데 네가 저들을 속이고 있다는 거 나중에 밝혀도 되지 않았냐? 왜 벌써부터 밝힌 거지?
‘경매장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기 위해서지.’
-뭐?
‘저들은 이제 내가 무엇을 살지, 얼마가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아무 것도 알 수가 없어. 말 그대로 암흑 속이지.’
백우진인 자신을 노려보는 송지훈의 시선을 즐기며 말을 이었다.
‘그에 반해 난 유진아가 준 정보로 저들이 뭘 원하는지, 현재 얼마가 있는지도 알고 있잖아.’
-그럼 이 경매는…
‘그래.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날 방했던 놈들은 얼마든지 방해하고 놀려 줄 수 있다는 거지.’
-허…
흑암이 힘없이 백우진의 어깨로 내려앉았다.
정말이지 그냥 움직이는 게 하나도 없었다.
실수했다고 생각했건만 그게 아니었다.
이 녀석은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들은 많은 돈을 썼지만, 난 저들의 원금보다도 더 많은 돈이 남았어. 경매를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뜻이지.’
백우진은 마석과 아이템을 팔아서 얻은 돈 말고도 백천화에게 받은 임무 보상금과 범죄자 포상금도 있었다.
이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연기를 했을 뿐이지, 처음부터 돈은 부족하지 않았다.
‘시비는 저쪽이 먼저 걸어왔으니까. 이제 내가 저들을 방해할 차례야. 내 좌우명대로 당한 건 10배로 갚아줘야지.’
가만히 있는 자신에게 먼저 칼을 날린 건 광도문, 불새, 영웅, 대연문이다. 참을 이유가 없었다.
-네가 적이 많은 게 불쌍하지가 않아.
흑암은 질렸다는 듯 목소리에 힘이 빠져있었다.
-네 적들이 불쌍해진다.
**
“적우삼은 77번에게 낙찰되었습니다. 추, 축하합니다!”
백우진이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은월초 이후로도 여러 가지 경매품을 입찰했다.
들어가서 돈만 올려놓고 빠지기도 하고, 갑자기 들어가서 아이템을 낙찰 받기도 했다.
말 그대로 경매장을 지배하고 있었다.
“경매 참 쉽네.”
“모든 게 도련님의 손바닥 안이네요.”
문주영이 경이로운 눈으로 백우진을 쳐다보았다.
보면 볼수록 대단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만들려고 내가 저들을 속였다는 걸 밝힌 거니까.”
“그걸 말함으로서 저들은 도련님이 정말 뭘 사고 싶은 건지. 이게 방해인지. 진심인지 알 수가 없는 거군요.”
“맞아. 난 저들을 역으로 방해하면서 내가 사고 싶은 물건들만 골라서 사고 있는 거지.”
사람들을 속였다는 비밀을 밝힘으로써 백우진은 커다란 혼란을 만들어낼 수가 있었다.
자신은 맵핵을 쓴 것처럼 적의 모든 것을 알 수 있지만, 저들은 암흑 속에 갇힌 것처럼 아무 것도 볼 수가 없다.
이길 수밖에 없는 싸움이었다.
‘어떻게 이런 사람이 존재하는 거지?’
적연화는 백우진과 문주영의 말을 듣고 넋이 나가버렸다.
불쌍해보였던 남자는 지금 경매장을 지배하고 있었다.
무력만이 아니라, 생각도 상식을 벗어난 사람이었다.
“다음 물건은 특별한 물건이네요. 구흡사독초입니다. 이름 그대로 먹으면 9초안에 숨이 끊어진다는 지독한 독초입니다. 장식용으로도 좋고. 누구를 독살할 때도 정말 효과적이겠죠? 하하하! 농담입니다.”
사회자는 별로 재밌지도 않은 말을 하며 구흡사독초의 경매를 시작했다.
‘저거 맞지?’
-그래. 맞다.
흑암이 백우진에게 사라고 했던 물건이 바로 저 구흡사독초였다.
무조건 사야한다고 해서 유진아에게 물어봤었는데, 경매에 나온다는 말을 듣고 꼭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다른 거 다 팔아서라도 사야한다.
‘알아.’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이고 경매에 참여했다.
“77번 15억! 15억이 나왔습니다! 더 없으십니까?”
더 가격을 올리려는 사회자의 노력과 달리 사람들은 손을 들어 올리지 않았다.
“또 장난치는 건가?”
“가격이나 올려놓겠지.”
“진짜 답이 없다. 완전히 말려들었어.”
“어차피 필요도 없는 물건이다. 입찰하지 마 .”
사람들은 백우진이 또 장난을 친다고 생각했는지, 경매에 참여하지 않고 있었다.
‘15억이라 생각보다 훨씬 싸게 샀네.’
미리미리 장난을 쳐놓은 덕에 구흡사독초를 생각보다 싸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144번! 16억에 입찰하셨습니다!”
사회자의 말에 백우진이 144번의 자리를 보았다.
“저놈은….”
144번은 흑우 옆에 있던 돼지의 가면을 쓴 사람이었다.
“독돈이네요.”
돼지의 가면을 쓴 사람은 대연문주의 제자인 독돈이었다.
“장난이시라면 이번엔 물러나시는 게 좋을 거예요. 독돈은 수백 가지 독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데다가 성격이 굉장히 나빠요. 만만히 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에요.”
적연화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독돈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나도 알지만.”
독에 대한 저항은 없기 때문에 독돈은 부딪치기 껄끄러운 상대였다.
하지만 저 독초를 놓칠 수도 없었다.
“이번 건 장난이 아니라서.”
백우진이 다시 2억을 올렸다.
“18억! 77번 18억입니다. 어 144번 20억! 갑자기 쭉쭉 올라갑니다!”
사회자의 목이 터질 정도로 가격은 계속 올라갔다.
“77번 오, 오십억! 오십억이 나왔습니다!”
50억까지 오르자 독돈은 더 이상 손을 올리지 않았다.
더 이상 구흡사독초도 쳐다보지 않았다.
독돈이 보는 건 백우진이었다.
독기 담긴 시선으로 백우진만 노려보고 있었다.
-축하한다! 적이 또 늘었어.
‘저 녀석은 별로 바라지 않았는데.’
백우진의 표정은 귀찮다는 듯 찡그려져 있었다.
“다음은 오늘의 하이라이트 무기입니다! 첫 번째 무기부터 대단한 물건이 나왔네요. 천하장인 박철민이 만든 폭우검입니다! 일반 적인 검보다 검폭이 넓고, 검날이 길어 대검의 형태를 가진 게 특징입니다. 초기에 만든 물건이라 투박한 면이 있긴 하지만….”
백우진은 사회자의 설명을 들으며 문주영이 가지고 있는 검을 보았다.
저 검은 문주영의 대검과 비슷한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역시 딱 맞겠어.’
백우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경매에 참여했다.
이번엔 일반 사람들도 많이 참여했지만, 모든 방해를 무찌르고 결국 낙찰을 받아냈다.
검의 형태가 일반적이지 않고 장인의 실력이 쌓이기 전에 만든 검임에도 가격은 오늘 나온 경매품 중 최고를 찍었다.
“도련님. 저 검을 왜 구하신거죠? 이미 저것보다 좋은 검이 있으신데….”
“저거 네 꺼야.”
“네?”
문주영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박철민의 검은 자신이 받기에 너무 큰 가치의 검이었다.
“저, 저는 저런 물건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이제 넌 흑검대가 아니니까. 내가 준 검 한 자루는 있어야지.”
“하지만 저 검의 가치는 제가 감당할 수….”
“아라도 천하장인의 검을 쓰는데 네가 그 이하를 쓰면 섭섭하잖아. 아라한테 무기로 밀릴 거야?”
“아….”
감동을 받았는지, 문주영의 눈이 글썽거렸다.
“오히려 늦게 줘서 미안해. 그분의 검은 네가 가진 검과 형태가 너무 달라서 맞지 않을 거 같았어.”
“가, 감사합니다.”
백우진이 경매에 참여한 두 번째 이유가 항상 고생하는 문주영에게 저 검을 사주기 위해서였다.
문주영의 표정을 보자, 큰 지출을 했음에도 마음이 가벼웠다.
“음….”
적연화는 백우진과 문주영의 모습을 보고 자신이 뿌듯한 느낌을 받았다.
볼수록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남자였다.
자신도 모르게 계속 시선이 갈 수 밖에 없었다.
“경매는 끝이군.”
백우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구하려고 했던 물건들을 모두 구했고, 자신을 방해하려 했던 놈들을 모조리 역관광 시켜버렸다. 최고의 결과였다.
거기다 유진아가 준비한 경매꾼들이 송지훈, 서진환, 강훈이 무기를 비싸게 사도록 조절할 것이다.
이제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었다.
“가시게요?”
“할 거 다했거든.”
“저, 저도 그럼 갈게요.”
적연화가 따라서 일어났다.
“그러든가.”
백우진은 미련 없이 경매장을 나왔다.
밖으로 나가려할 때 문 앞에 돼지가면을 쓴 자가 나타나서 길을 막았다.
“지금이라도 독초를 넘겨라. 다음 주까지 70억을 주지.”
“허!”
백우진이 헛웃음을 지었다.
포기한 줄 알았건만 그게 아니라, 현재 자금이 없었던 것 같다.
‘저 녀석 때문인가.’
독돈 옆에 있는 흑우가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아마 자신을 방해하려 할 때 독돈의 돈까지 끌어 썼던 것 같다.
‘하긴 다른 놈들과 다르게 흑우는 거의 200억은 썼으니까.’
-크하하하! 저 녀석 정말 흑우가 되어주었군!
‘그러게 말이야. 이번엔 이름값을 해줬네.’
흑우가 독돈의 돈을 끌어 쓰지 않았다면 구흡사독초를 사는데 100억 가까이 들었을지도 몰랐다.
“나도 필요해서 산거라 그렇겐 못하겠는데.”
“마지막이다.”
“싫다.”
독돈은 아무 말 없이 백우진을 노려보다가 등을 돌려서 경매장을 나갔다.
흑우는 한숨을 내쉬며 독돈을 따라갔다.
-저놈 귀찮겠는데.
‘그래.’
독돈은 다른 잔챙이처럼 입을 털지 않았다. 실제로 보여준다는 뜻 같았다.
-다만 저 놈의 독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응?’
흑암은 오랜만에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를 냈다.
-넌 앞으로 웬만한 독은 통하지 않게 될 거다.
**
백우진은 가문으로 돌아온 후 바로 개인 연공실로 들어갔다.
“흑암. 입 열어줘.”
-기억을 못하는 거냐? 안 하는 거냐!
흑암은 화를 내면서도 인벤토리를 열어서 붉은색 시금치같은 풀을 꺼내주었다.
자이언트 멘티스를 잡아서 구했던 일원초다.
“냉장고에 있어서 그런가? 상태는 아직 좋네.”
-당연하지. 아니, 누가 냉장고라는 거야!
“다음은….”
백우진은 흑암의 말을 흘려들으며 구흡사독초를 꺼내놓았다.
“이거랑 같이 먹으면 된다는 거잖아.”
-맞다. 사독초에 있는 독은 음기를 담고 있다. 일원초의 양기와 아주 잘 어울리지.
“먹고 죽지는 않겠지?”
-강한 고통은 있을 테지만, 네가 정신 차리고 오러연공을 하면 문제없다.
“후우….”
-음…
두 풀을 보던 흑암이 갑자기 검날을 움찔 거렸다.
-균형이 안 맞을 지도 모르겠군.
흑암의 입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균형?”
-일원초가 평균보다 크고, 사독초가 평균보다 작다. 음기가 조금 부족할 거 같은데.
“갑자기?”
백우진이 인상을 찡그렸다.
완벽하게 준비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귀찮아질 것 같았다.
-일원초의 기운이 더 많기 때문에 큰 문제까진 아니다. 다만 내 생각보다 효과가 낮겠는데.
“음….”
백우진이 고민을 하다가 다른 풀을 꺼내들었다.
“이건 어때? 이것도 음기가 들어있다고 했었는데.”
백우진이 내놓은 건 서진환에게 뺏었던 은월초였다.
-괜찮군. 다만 이번엔 음기가 강해졌다. 이러면 손해야.
“무슨 저울도 아니고.”
백우진은 경매에서 얻었던 물건들을 모두 꺼냈다.
-적우삼? 그것 좀 제대로 보여봐라.
“이거?”
-딱이군! 네 개를 합치면 음양이 거의 완벽한 균형을 이룬다.
흑암은 기분이 편안해졌는지 4가지 영약 주변을 마구 날아다녔다.
“영약은 이렇게 무식하게 먹으면 안 된다고 들었는데.”
-괜찮다. 카인의 오러 연공법이라면 모두 흡수할 수 있다. 그 오러 연공법은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그래서 네 개를 모두 씹어 삼키라고? 괜찮은 거 맞아?”
-쫄려?
“쫄리긴 무슨.”
백우진은 4개의 영약을 하나씩 씹어 삼켰다.
마지막으로 적우삼을 목구멍으로 넘겼을 때 몸에서 뜨끈한 열이 오르는 게 느껴졌다.
-연공을 시작해라!
‘알겠어.’
뱃속에서 터지는 거대한 기운을 카인의 오러 연공법에 따라 순환시켰다.
‘크윽!
-참아라!
온 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지독한 독기가 몸으로 퍼져나갔지만, 일원초의 뜨끈한 기운이 독기를 막아주며 기운을 불어넣어주었다.
혈관이 터질 정도로 엄청난 기운이었지만, 신체와 마나 능력치가 오른 덕분인지 간신히 기운을 인도해낼 수 있었다.
고통은 끊임없이 계속되었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쿠구구구.
4가지 영약에 담겨있던 거대한 기운은 라사둠의 오러로 바뀌며 단전에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다.
**
시간이 얼마나 지난 줄도 모르고 눈을 떴다.
뿌듯함과 고양감이 온 몸을 지배하고 있었다.
-처, 천독불침은 너무 갔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