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69
69화. 암살 임무 (2)
“암살 대상인 이인성이 누구인지 아느냐?”
“루카스 출신의 7등급 마법사로 현재 베인스 길드의 길드 마스터 입니다.”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의외라는 듯 백천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희 백가와 루카스가 언제 전투가 벌어질지 모른다고 생각해서 루카스의 힘이 될 수 있는 길드들을 조사해놨습니다.”
“사자는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하지. 훌륭한 마음가짐이다.”
백천화는 백우진의 말이 마음에 들었는지 큼지막한 미소를 피워냈다.
‘이 녀석은 다르군.’
백천화는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백우진을 내려다보았다.
다들 실적을 쌓느라 바쁘게 움직일 때 백우진은 가문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좋게 보이지 않는다면 이상한 일이다.
-너 그런 거 조사한 적 없잖아.
‘맞아. 그냥 한 소리야.’
-그럼 그 이름은 어떻게 안 거냐?
‘이인성은 몇 년 후 아주 유명해지거든.’
-유명해진다고?
‘그래. 흑마법. 그것도 사령술을 익힌 놈이니까.’
흑마법에도 종류가 있다.
시체술사 불리는 마법사들은 이미 죽은 시체를 이용하지만, 사령술사들은 사령과 계약을 맺고, 살아 있는 사람의 영혼을 사령에게 바치는 지독한 놈들이다.
-사령술사! 그 찢어 죽일 놈들이 이곳에도 있었나?
‘그래. 이인성은 아직 그렇게 높은 단계는 아니겠지만.’
이인성은 6년 정도 후 스스로 정체를 드러낸 뒤 많은 사람을 학살하고 사라져버린다.
‘지금 놈을 잡으면 많은 희생을 줄일 수 있어.’
지금이라면 피해자도 적을 것이고, 이인성의 사령술 수준도 낮을 것이다. 처리하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그럼 왜 죽이라고 하는 건지는 알고 있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도 임무를 받아들인 건가?”
“임무가 내려온 이상 전 신검백가의 검일뿐입니다. 검에게 생각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허….”
백천화의 입에서 탄성이 나왔다.
처음 암살 임무를 시켰을 때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놈들은 많았지만, 백우진 같은 대답을 하는 놈은 처음이었다.
볼수록 감탄이 나오는 녀석이다.
-쇼하고 있네.
‘그래. 이건 쇼지. 관객 백천화, 배우 백우진인 쇼.’
흑암의 말대로 이건 백천화에게 보여주는 공연이었다.
“좋다. 그 정신을 유지한 채로 임무를 완수하도록.”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가 보거라.”
“예.”
백우진은 예를 취한 뒤 가주전을 나갔다.
“음….”
백천화는 백우진이 나간 가주전의 문을 보며 턱을 괴었다.
“아쉽군. 조금만 더 나이가 있었다면.”
볼 때마다 성장하는 백우진의 재능이 놀라운 건 사실이지만, 위의 4명에 비해 너무 어린 게 단점이었다.
“저 녀석을 그곳에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
백우진은 백위전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어떻게 잡으려고? 길드 마스터면 혼자 있는 일이 드물 거 아니냐. 거기다 네 정체도 감춰야하고.
“그래서 정보가 필요하지.”
-정보라면 그 여자인가?
“맞아.”
백우진은 서랍을 열어서 폴더폰을 꺼내들었다.
“처음 써보는군.”
핸드폰의 전원을 켜고 1번을 꾹 누르자, 수십 개의 숫자가 화면에 나타나더니, 신호가 울리기 시작했다.
뚝.
[드디어 전화를 걸어주셨네요.]전화에서 유진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평소와 달리 조금 끈적거리는 느낌이었다.
[제가 그렇게 애타게 기다렸는데, 이제야…]“헛소리하시면 끊습니다.”
[후후, 농담이에요.]이 구형 폴더폰은 유진아가 백우진에게 넘겨준 핸드폰이다.
누구에게도 도청당하지 않는 장치가 달려 있다고 한다.
“돈은 많이 들어왔습니까?”
[많이 들어왔죠. 손님을 잘 둔 덕분에 드디어 저희 지부가 살아나네요. 카페 리모델링도 좀 하려구요.]유진아가 경쾌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럴 리 없잖아요.”
낡은 카페를 지부로 사용하는 건 유진아의 취향이다. 바꿀 리가 없었다.
[절 너무 잘 아시네요.]“궁금한 게 있습니다.”
[말씀하세요,]“제가 누군가의 정보를 요청하면 블랙마켓의 상부에도 정보가 들어가는 겁니까?”
[물론이에요. 그 정보를 팔지는 않지만, 블랙마켓에선 누가 정보를 샀는지 저장되고 있죠.]“음….”
[검사님 정보는 제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 저와 제 수족을 제외하면 누구도 알 수 없어요.]폴더폰에서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유진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저 여자 머리도 좋고, 실행력도 뛰어나서 확실히 도움이 되는군.
‘그래.’
경매장 이후로 유진아와는 더 강한 신뢰가 쌓인 상태였기 때문에 그녀의 말에 믿음이 갔다.
“감사합니다.”
[이정도가지고 뭘요. 그런 것을 물어보신 걸 보니, 제게 부탁하실 게 있으시겠죠?]“네. 베인스의 마스터. 이인성의 정보가 필요합니다.”
[이인성이라…]유진아가 무언가를 찾는 듯 종이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기본적인 정보는 있지만, 정보가 퍼져있어서 재조사와 정리가 필요할 거 같아요.]“알겠습니다.”
[정보를 찾는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그 이유를 알면 필요하신 쪽으로 더 많은 정보를 구할 수 있으니까요.]“암살입니다.”
잠시 고민했지만, 어차피 알게 될 일이었기 때문에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유진아의 목소리엔 변화가 없었다.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네. 부탁드릴게요.”
전화를 끊은 뒤 주머니에 넣었다.
“이쪽은 믿을 수 있으니, 내 준비만 하면 되겠군.”
-준비?
“네게 배운 잠룡혼을 수련해야지. 이번 임무에 분명 도움이 될 거야.”
**
백우진은 연무장 주변을 뛰고 있었다.
전력 질주하는 것처럼 빠른 움직임이었지만, 그의 발걸음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고, 존재감은 안개처럼 옅었다.
“짹.”
백우진은 걸음을 멈춰서 나뭇가지에 올라가 있는 참새에게 다가갔다.
바로 옆에 있는 데도 참새는 백우진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하고 자신의 머리를 날개에 비비고 있었다.
“짹?”
백우진이 머리를 쓰다듬자, 참새는 깜짝 놀라서 위로 날아가 버렸다.
“이 정도면 됐군.”
-그래. 기본은 완벽하게 익혔다. 수고했어.
“간만의 칭찬이네.”
백우진이 미소를 지으며 잠룡혼을 풀었다.
띵!
[잠룡혼을 습득하셨습니다.] [잠룡행이 기술에 등록되어 은신 능력에 추가적인 효과를 받습니다.]“추가적인 효과?”
-시스템? 으음, 불안한데 상태창을 켜봐라.
백우진은 상태창을 열어서 기술에 등록된 잠룡행의 내용을 읽어보았다.
[잠룡혼(1단계)] 추가효과 : 마나의 흐름을 왜곡시켜 5등급 이하 수색 마법에 탐지되지 않습니다.“이거 탐지 마법에 걸리지 않는다는 거지?”
-그래. 뷰 마나 포스 같은 탐지 마법이나 리전 존 같은 경계 마법에 걸리지 않는다는 거다. 근데…
흑암이 질렸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정말로 시스템이 정말 널 못 챙겨줘서 안달이 났구나. 마법사 암살을 하러가는데 저런 능력을 주다니, 이제 짜증이 다 나는 군.
“그냥 운이 좋은 거지.”
-그냥 운이 좋은 게 아니다. 아주 지랄 맞게 좋은 거지!
백우진이 흑암의 불평을 웃으며 듣고 있을 때 폴더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도련님. 정보가 모두 정리됐습니다.]문자 내용을 보고 백우진이 폰을 덮었다.
“딱 좋은 순간이군.”
**
유진아는 봉투에서 몇 장의 서류를 꺼낸 뒤 첫 번째 장을 백우진에게 내밀었다.
“도련님도 어느 정도 조사를 하셨을 테니, 첫 장의 내용은 아실 거예요.”
첫 번째 장은 이인성의 기본 정보였다.
나이, 길드, 실력, 취미, 친분관계 등에 관한 내용들이었다.
“두 번째 장이 최근에 갱신한 자료에요.”
백우진은 유진아에게 두 번째 서류를 받았다.
“최근 2년 동안 이인성은 지역마다 열리는 마법사들의 학회나 모임에 자주 참석하고 있어요.”
“학회요?”
“네. 이상한 점은 본인보다 수준이 낮은 학회에 간다는 점이에요.”
“수준이 낮은 학회라….”
“나름 대우를 받으며 가고 있고, 후진양성과 길드 스카우트라는 핑계를 대긴 했지만 그건 길마가 할 필요 없는 일이죠. 다른 사람을 시키면 되니까요. 시간 낭비를 싫어하는 마법사들의 특성상 신기한 일이에요.”
“그러네요.”
길드 마스터이자 7등급 마법사인 이인성이 본인 보다 낮은 수준의 학회를 참여한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
-사령술사같이 음흉한 놈이 후진 양성을 위해 학회를 참여한다? 지나가는 개도 안 믿지.
흑암도 이인성의 행동을 비꼬았다.
“저희가 이인성이 참여하는 학회의 인물들을 조사했는데, 몇 명의 마법사들이 공통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밝혀졌어요.”
“누구죠?”
“불새의 김환영, 후연문의 허회태, 루펠의 박재현….”
마법사들의 이름을 들으며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중에 아는 이름이 있나?
‘김환영하고, 박재현도 사령술사야. 허회태는 누구인지 모르지만, 같이 만나는 것을 보니 저 놈도 사령술사겠지.’
-놈들은 학회에서 혹은 학회를 끝낸 뒤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는 모양이군.
‘그러겠지. 머리 잘 썼군.’
허를 찌르는 생각이었다.
마법사들의 학회를 끝내고, 사령술사들이 모임을 할 거라곤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거다.
“이번에 이인성이 가는 곳은 경기도 용인이에요.”
유진아는 용인의 상세한 지도를 가지고 와서 펼쳤다.
“암살이라고 하셨으니, 그가 학회에서 나왔을 때 습격을 하시는 좋을 거예요. 제가 봐놓은 루트는….”
유진아는 습격하기 좋은 장소를 사진으로 보여주며 설명까지 해주었다.
“이인성이 7등급이긴 하지만 루카스에서 나온 뒤 실전을 하지 않았어요. 감각이 무뎌졌을 테니, 빠르게 기습을 하신다면 암살에 성공할 수 있을 거예요.”
“고맙습니다.”
진심이었다.
유진아는 이인성의 개인 정보만이 아니라, 어디를 가는지, 무슨 마법을 쓰는지, 암살의 루트와 도주 경로까지 준비해 주었다.
이런 유능한 인물과 좋은 관계를 맺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이정도야 당연히 해드려야죠.”
유진아는 백우진의 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활짝 웃었다.
“그리고 이것도 가져가세요.”
유진아는 책상 밑에서 회색의 망토를 꺼내들었다.
“이건?”
유진아는 미소를 지으며 망토를 내밀었다.
“도움이 되실 거예요.”
**
백우진은 골목 사이에서 학회가 열리는 회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대체 언제 나오는 거냐?
‘10시가 넘었으니, 이제 다들 나올 거야.’
백우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회장에서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저기 있군.’
백우진은 단숨에 이인성을 찾아냈다.
그가 회장에 들어가기 전부터 그의 마나를 기억했기 때문이었다.
‘옆에 다른 놈들도 있군.’
-사령술사 놈들이냐?
‘맞아.’
이인성 옆에는 길드원 말고도, 유진아가 말해줬던 마법사들이 붙어 있었다. 전부 사령술사들이었다.
-역시 낮에는 학회에 참석하고, 밤에는 사령술사의 모임을 가지는 거였군.
‘맞아. 머리를 잘 썼어.’
학회에 가는 척하며 사령술사들의 모임을 가지다니, 정말 간이 큰 놈들이다. 그래서 들키지 않았겠지만, -이동한다.
‘따라가야지.’
백우진은 이인성과 마법사들을 뒤따라갔다.
바로 뒤에서 쫓고 있음에도 그들은 백우진의 존재도, 발걸음 소리도 듣지 못하고 있었다.
‘이 망토 좋긴 하네.’
유진아가 준 회색 망토는 존재감을 옅게 해주고, 발검음 소리를 완벽하게 죽여주는 특별한 망토였다.
재밌는 점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라포르의 가죽부츠와 세트였다는 점이었다.
[라포르의 회색망토] 검은 구름이라 불렸던 도둑 라포르가 애용하던 망토다. 착용자의 존재감을 흐리게 만들고, 발걸음 소리를 죽여준다.등급 : 유니크.
착용가능 조건 : 없음.
존재감 흐림 효과.
발걸음 소리 제거.
오성 +7
마나 +7
신체 +7
착용자의 마나의 흐름을 감춰준다.
라포르의 가죽부츠와 함께 착용한 세트효과로 마나마저 감춰진 상태였다.
잠룡혼의 효과와 라포르 세트의 효과가 겹쳐서 지금의 백우진은 마법사가 아니라, 뛰어난 무인이라도 감지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런 망토를 그냥 줄 줄이야. 그 여자도 통이 크군.
‘빌려준 거야.’
-넌 그 여자가 다시 돌려받을 거라 생각하는 거냐?
‘음…’
흑암의 말 대로 백우진도 유진아가 이 망토를 다시 받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따라가자. 놈들이 제대로 움직이기 시작했어.’
시가지를 벗어나며 인적이 줄어들자, 이인성과 사령술사들은 뭔지 모를 가면을 쓰고, 자신들의 몸에 은신 마법과 헤이스트를 사용하더니,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체 어디서 뭘 하려는 건지 한 번 보자고.’
백우진은 잠룡혼을 최대로 운용하며 이인성의 뒤를 쫓았다.
**
‘여기서 사라졌어.’
이인성과 그의 제자, 다른 마법사들은 폐건물이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사람이 들어갔건만 건물의 외부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내부의 모습을 감추는 마법진이다. 저 안에 꽤나 많은 사람이 있다.
‘그래. 마나의 흐름이 느껴져.’
백우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법진을 살펴보았다.
다른 효과 없이, 공간만 왜곡시키는 마법 같았다.
-주변에 무인들이 있다.
폐건물 주변에 몸을 숨기고 있는 무인들이 열 명 정도 있었다.
실력은 4등급에서 5등급 수준이었다.
‘괜찮아. 저들의 수준으론 날 볼 수 없어.’
-들어가려고? 이인성만 죽인다면 기다리는 게 훨씬 나을 텐데.
‘사령술사들을 모두 처리할 거야. 그리고 안에서 무슨 짓거리를 하는지도 봐야겠어.’
사령술사는 일반인의 영혼도 먹어치우는 지독한 놈들인데다가 빠르게 강해지기 때문에 기회가 있을 때 죽여야 했다.
‘왔군. 들어간다.’
백우진은 무인 한 명이 마법진으로 들어갈 때 뒤에 붙어서 따라 들어갔다.
‘아…’
마번진에 들어간 백우진은 얼어붙은 것처럼 멈춰버렸다.
-망할 놈들…
마법진 내부는 흡사 시장 같은 모습이었다.
다만 물건이 아니라, 사람을 진열해 놓고 있었다.
‘이 미친 새끼들이!’
백우진의 눈동자에 활화산 같은 분노가 솟구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