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7
7화. 오러 연공 (2)
“아, 아버지….”
백명훈이 백천화의 부름을 받고 가주전에 소환되었다. 그는 고개를 푹 숙였지만, 얼굴에 피멍이 든 것을 숨길 수는 없었다.
“그 꼴은 뭐지?”
“으으….”
백천화의 입에서 차갑다 못해 몸을 얼려버릴 것 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목소리를 들은 백명훈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 그게….”
“뭐냐 물었다.”
백명훈이 이를 악물었다. 자신의 아버지가 여기까지 불렀다는 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미 알고 있다는 뜻이다. 이 가문 안에서 그를 속일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우, 우진이에게 맞은 상처입니다. 제가 방심을 했습니다. 제, 제대로 상대하면 무조건 제가 이길 수 있….”
“마나도 개방하지 못한 막내에게 얻어맞아 기절해 놓고 방심을 했다? 그게 지금 네 주둥아리에서 나온 소리더냐?”
“죄, 죄송합니다! 저는….”
백명훈이 무릎을 꿇고 거침없이 머리를 박았다. 그의 이마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제기랄…’
백명훈의 머릿속은 혼란 그 자체였다. 시비를 먼저 건 것도 자신이었고, 얻어맞아서 기절 한 것도 자신이었기 때문에 솔직히 할 말이 없었다.
전신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아니었다면 꿈이라도 꾸는 줄 알았을 거다.
“그래서 지금 넌 무얼 하고 있는 것이냐?”
“예?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동생에게 기절할 만큼 맞고 나서 뭘 하고 있냐고 물었다.”
“저, 정보를….”
“정보? 방심했다더니, 동생을 이기기 위해선 정보까지 필요한 거냐? 어디 백연단이라도 빌려주랴?”
백명훈은 백우진이 백성현에게 무언가를 받아서 그런 움직임이 가능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정보를 얻기 전까진 움직이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백천화의 반응을 보니, 가만히 있다간 자신이 죽을 것 같았다.
“아닙니다. 지, 지금 바로 녀석에게 복수를 하….”
“됐다. 그만 물러가거라.”
백명훈이 고개를 들어 백천화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그의 얼굴엔 노골적인 실망과 한심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
“아, 아버지.”
“가라 말했다.”
“아….”
백명훈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땅만 쳐다보다가 쫓겨났다. 문을 여는 그의 눈빛에는 백우진에 대한 살기가 스물 거리며 피어나고 있었다.
“가주.”
백명훈이 밖에 나가자마자 오른쪽 기둥 뒤에서 백천화와 비슷하게 생긴 중년인이 나타났다. 백가의 부가주이자 백천화의 동생 백천웅이다.
“아들끼리 싸움을 붙이시고 아주 재밌으시겠습니다.”
“너와 나도 그러지 않았느냐. 수없이 싸웠지.”
“나와 가주는 첫째와 셋째였지만, 저 아이들은 막내와 일곱 번째 아닙니까. 가주 경쟁에 의미가 없는 아이들입니다.”
“그럴까?”
“설마 가주? 저 아이들도 가주 경쟁을 시킬 생각입니까?”
백천화는 가주전의 천장을 올려보며 조용히 미소지었다.
“글쎄.”
**
-어이, 예언가 백우진씨.
“왜?”
-네 머저리 형. 요즘 계속 아래에 있는데?
흑암의 말을 들은 백우진이 창가로 다가가 커튼을 살짝 들어올렸다. 아래에서 백명훈이 노골적인 살기를 띠운 채로 자신의 방을 쳐다보고 있었다.
-당장은 안 올 거라며.
“흐음….”
백명훈의 성격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자신이 셋째 형에게 무언가를 받아서 강해졌다고 생각하고 있을 거다.
그게 무엇 인지 알기 전까진 나서지 않을 텐데, 벌써 찾아오다니, 이상한 일이다.
“그렇게 된 건가….”
현재 가문에 누가 있는지 생각해보니, 백명훈이 왜 저러고 있는지 예상 할 수 있었다.
-예언가님. 핑계라도 대시게?
“아버지가 손을 썼을 거다.”
-너희 아버지가?
“그래. 그렇지 않고서야 저 겁쟁이가 움직일 리 없지.”
-호오…
흑암은 흥미롭다는 듯 백우진의 옆에 서서 백명훈을 내려다 보았다.
“전생에서도 아버지는 형제들을 자극해서 싸움을 벌인 적이 많았다. 그분의 성격이라면 분명 백명훈을 불러다가 뭐라고 하셨을 거야.”
-하긴 동생에게 맞았으니,
“그것도 그렇지만 동생에게 맞아놓고, 왜 가만히 있냐고 했을 걸.”
-하, 역시 너희 집안은 평범과는 거리가 멀어.
“동의 한다.”
백우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커튼을 닫았다.
-그래서 어쩔 거지?
“어쩌긴 뭘 어째 수련해야지.”
-저대로 놔둬도 되나?
“들어오려면 진즉에 왔겠지. 여긴 못 들어와. 너랑 난 수련만 신경 쓰면 돼.”
오러를 만들기 직전이었기 때문에 백우진은 백명훈이 뭘 하든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를 신경 쓸 시간에 자신이 강해지는 게 훨씬 이득이다.
-좋은 마음가짐이로군.
“나야 항상 그렇지.”
백우진이 방 중앙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흑암에게 배운 오러연공법을 수련한지 벌써 12일이 지났지만 아직 단전에 마나를 안착시키지 못했다.
거의 다 왔지만 계속해서 한 걸음이 부족했다.
-그래도 며칠 전부턴 단전에 마나가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조만간 완전히 자리를 잡게 할 수 있을 거다.
“그러면 바랄게 없겠지.”
백우진이 눈을 감고 흑암에게 배운 오러연공법 대로 호흡을 시작했다.
후우욱.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자연스러운 호흡에 따라 대기 중에 흐르는 마나가 단전에 쌓이기 시작했다.
마나는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오러 연공법의 힘에 의해서 원을 그리며 단전을 회전하고 있었다.
‘아직, 아직 아니야.’
요 며칠간 항상 이 상태에서 실패했었기 때문에 마음을 놓지 않았다. 그렇다고 긴장을 하지도 않았다. 마나를 느낄 때처럼 몸과 마음을 아주 자연스럽게 풀었다.
전생에서 겪은 고난 덕에 만들어진 그의 정신은 느긋하지도 조급하지도 않게 중심을 잘 잡고 있었다.
실을 팽팽하지도 않게, 그렇다고 풀어지지도 않게 유지하듯이 마나와 정신의 균형을 맞췄다.
우우웅.
마나의 흐름을 억제하지 않고, 흐를 수 있는 길만 만들어주자, 마나가 아주 조금씩 뭉치기 시작했다. 수증기가 물방울로 변하는 느낌이었다.
‘이 감각은…’
전신의 모공이 모조리 개방 된 느낌이다. 몸 전체에 구멍이 뚫려 바람이 통하는 것 같았다.
자연에 녹아 있는 마나의 알갱이들이 더욱 민감하게 느껴졌고, 그게 단전에 완전히 뿌리를 내렸음을 알 수 있었다.
띵!
맑은 알림음 소리를 듣고 백우진이 눈을 떴다.
[만검(萬劍)에 다다를 수 있는 카인의 오러연공법을 습득하셨습니다.] [카인의 오러연공법이 등록됩니다.] [타이틀‘만검의 길을 걷는 자.’를 획득합니다.] [타이틀‘만검의 길을 걷는 자.’의 효과로 모든 능력치가 1씩 상승합니다.] [획득한 타이틀의 효과는 중복 적용됩니다.]백우진의 눈에 연공법을 습득했다는 홀로그램 창이 보였다. 이게 창이 나왔다는 건 확실히 오러연공법을 익혔다는 뜻이다.
“흑암! 됐어! 연공법을 익혔다고!”
-…
“단전에서 좁쌀만 한 마나가 느껴져!”
신나서 방방 뛰며 말했지만 흑암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
“흑암?”
-어? 어! 자, 잘했다.
흑암의 목소리가 사정없이 떨려나왔다.
‘이 자식 대체 뭐지?’
흑암은 백우진이 오러연공법을 익히는 기간을 20일에서 30일정도로 잡았다. 그가 전생에 마나를 다뤄봤기 때문에 이것도 굉장히 빨리 잡은 건데 이놈은 고작 12일만이 오러를 만들어 버렸다.
거기다 자신이 알려준 오러연공법은 연공법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연공법이다.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정신력이 높다고 하더라도 이놈은 좀 심해. 회귀를 했기 때문인가…’
매번 백우진의 성장에 놀랐지만 오늘 오러를 만들어낼 줄은 정말 생각도 못했다. 어이가 없어서 한동안 말이 나오지 않았었다.
“목소리가 부르르 떨리는 걸 보니, 내게 또 감탄이라도 했나보네?”
-그, 그게 아니라…
“그런 당황한 모습이 참 어울린다니까.”
-윽…
“그럼 퀘스트 보상이나 받아볼까.”
[퀘스트 를 완료하셨습니다.] [퀘스트 의 보상을 계산합니다.] [보상 400포인트가 지급 됩니다.] [흑암이 경악한 효과로 100포인트가 추가 지급됩니다.]“상태창.”
[상태창]이름 : 백우진.
나이 : 15세.
타이틀 : 마검의 주인 외 3개.
등급 : 등급 외.
기술 : 카인의 오러연공법.
신체 : 22/100 (하급)
검술 : 13/100 (최하급)
마나 : 21/100 (하급)
오성 : 13/100 (최하급)
체력 : 22/100 (하급)
정신력 : 59/100 (중급)
포인트 : 500
“또 경악을 해서 100포인트를 주시다니, 참 고맙단 말이야. 자주 좀 놀래줘.”
-시, 시끄럽다!
“근데 흑암.”
-뭐, 뭐냐.
“카인의 오러연공법도 그렇고 타이틀도 그렇고 만검이 뭐냐?”
-만검은… 모든 검을 지배하는 검이다.
“그게 뭔 뜬구름 잡는 소리야?”
-지금은 이정도로 밖에 설명 할 수가 없다. 네가 검사의 길을 걷다보면 조금씩 이해할 수 있을 거다.
흑암이 설명을 못해서 두리뭉실하게 넘기려는 것 같았지만 기분이 좋아서 그냥 넘어가 주기로 했다.
[퀘스트 의 두 번째 보상 특별한 오러의 개방(랜덤)이 지급 됩니다.]새로 나타난 홀로그램 창 뒤로 카드 100장이 떠올랐다.
“이 카드는….”
-랜덤으로 적혀있었으니, 예상 했겠지만, 그때 돌발 보상과 마찬가지다.
“카드를 선택하면 오러의 특성을 정해준다는 건가?”
-맞다.
“음….”
-너도 알겠지만, 사람마다, 오러의 속성이 다르다. 붉은 오러는 공격력이 강하거나, 화속성을 가지고 있고, 푸른 오러는 유지력이 강하거나, 수속성을 가지고 있지.
“그래. 알고 있다.”
그 오러의 속성은 무인에게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모를 수가 없었다.
“우리 가문에선 특별한 의식도 하니까.”
-의식?
“그래. 오러를 만들게 되면 가문의 직계들을 모아서 ‘발현식’이라는 의식을 한다. 오러의 색과 질을 파악하는 행사지.”
-별 걸 다하는 군.
“여긴 검가니까.”
전생의 백우진도 25살에 발현식을 했었다. 그 때 그의 오러는 아무런 특수효과도 없는 투명한 오러였다. 가장 흔하고 가장 약한 오러다.
“어쨌든 오러에 특성을 준다니, 엄청난 보상이네.”
-뭘 착각하는군. 랜덤이라고 했지 않느냐.
“그러면 꽝이 있다는 거야?”
-꽝이 있다가 아니라 꽝이 대부분이지. 저 100장 중 70장에서 80장은 꽝 일거다.
“흠, 어차피 공짜로 얻는데 뭐가 나오든 상관없어.”
-하여튼 멘탈 하나는…
백우진은 100장의 카드 중에 가장 마음을 끄는 정 가운데 카드를 선택했다.
파아앗!
그가 선택한 카드가 빛을 내뿌렸다.
**
‘제기랄…’
백명훈이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가주전의 가운데에 서 있는 백우진을 노려보았다.
‘어떻게 저 쓰레기가 오러를 개방한 거지?’
백우진을 노리고 있던 백명훈에게 가주전으로 오라는 호출이 왔다. 또 백천화에게 혼나는 건지 걱정을 했지만, 그게 아니라 발현식에 오라는 호출이었다.
백가의 직계 중 발현식을 하지 않은 사람은 딱 한 명 백우진 뿐이다. 그 망할 놈이 어느새 오러를 만들어낸 것이다.
“저 개자식이 정말….”
백명훈과 눈을 마주친 백우진이 빙긋 미소를 지었다. 자신을 놀리는 거라 생각한 백명훈의 얼굴에 핏줄이 돋아 올랐다.
-저 머저리의 생각이 아주 딱 보이는구나. 검사란 감정을 어느 정도 숨겨야 하건만 단순하다 못해 답답할 정도군.
‘자기가 제일 잘난 줄 알고 커서 그래. 조만간 제대로 밟아줘야지.’
백우진은 흉신악살 같은 표정을 하고 있는 백명훈에게 다시 비웃음을 지어주고 다른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아버지는 무표정이었고, 셋째 형 백성현은 엄청나게 당황한 표정이 되어있었다. 그 외의 형제들은 별 관심이 없어보였다.
하지만 저들 모두는 발현식에서 자신의 오러를 보고 깜짝 놀라게 될 거다.
“우진. 시작 하거라.”
“알겠습니다.”
백우진은 백천화에게 깊게 고개를 숙인 후 앞에 있는 투명한 구슬에 오른 손을 올렸다.
“이제 오러를 운용해라.”
“네.”
백우진이 단전에 자리를 잡은 오러를 운용하자, 구슬이 부르르 떨렸다.
부우웅.
무지개처럼 여러 가지 색으로 반짝이던 구슬은 모든 빛을 흡수해서 단 하나의 빛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