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72
72화. 달라진 모습
“부가주님?”
백우진의 뒤에 서있는 사람은 부가주 백천웅이었다.
“일부러 기척을 죽이고 왔는데, 방해가 된 건가?”
“아닙니다.”
백우진이 고개를 저었다.
‘너도 몰랐던 거야?’
-그럴 리가. 공격의사가 전혀 없어서 말하지 않았다.
흑암은 별거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나도 아직 멀었군. 아예 기척도…’
-멀기는 무슨. 저 자의 수준은 8등급 후반이다. 네가 알아차리는 게 더 이상한 일이지.
흑암은 헛소리 하지 말라는 듯 백우진의 말을 끊어버렸다.
“저 아이가 소희가 억지로 데리고 가려했다는 아이냐?”
“그렇습니다.”
“확실히 놀라울 정도의 재능이군. 소희가 억지로라도 데려가려고 한 이유를 알겠어.”
백천웅는 짧은 대련을 본 것만으로도 홍아라의 재능을 파악해냈다.
“잠시 시간 좀 내줄 수 있겠느냐?”
백천웅이 홍아라에게서 고개를 돌려 백우진을 바라보았다.
“물론입니다.”
백우진은 수련검을 홍아라에게 넘겨주고 백천웅을 따라갔다.
-왜 부르는 거냐?
‘나도 모르지.’
사실 백가에서 가장 파악하기 어려운 사람이 백천웅이다.
자신과 비슷하게 가문을 바꾸고 싶어 하는 것 같지만 그게 진심인지 아니면 가주 자리를 노리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용인에서의 임무. 정말 훌륭했다.”
“제 임무를 알고 계셨습니까?”
“내가 아예 허수아비는 아니란다.”
“죄송합니다. 그런 뜻이 아닙니다.”
“농담이다.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어.”
백천웅이 능청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인질들을 다치지 않게 하면서 적들을 처리하려고 얼마나 고생하고 고심했을지 눈에 보이는구나.”
“그 정도는 아닙니다.”
“아니긴! 네가 해낸 일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네가 네 등급에 비해 강하다고 해도 정말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게다. 대단하다고 밖에 할 말이 없어.”
백천웅은 백우진이 사람들을 구한 것에 감동을 받았는지, 눈동자가 글썽거리고 있었다.
연기가 아니라, 진심으로 감격을 한 표정이었다.
-대단한 건 이놈이 아니라. 나지.
‘그렇긴 하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 고민을 하고, 고생을 한 건 맞지만 가장 큰 역할을 한 건 흑암의 비기 암인이었다.
“백가의 방식과는 전혀 달리 너만의 방법으로 모두를 구한 것을 꼭 칭찬해주고 싶었다.”
“감사합니다.”
백우진은 백천웅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백가의 방식?
‘너도 알잖아. 인질 따윈 무시하고 적만 죽이는 거.’
백천화는 백가의 검사들에게 인질도, 협상도 받지 말고, 무조건 적을 죽이라고 지시해왔다.
“난 말이다. 과거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이 가문의 방식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바꾸고 싶었지.”
백천웅은 공허한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내 힘으론 어림도 없었다. 그래서 가문을 떠나려고 했다. 백가의 소식을 들을 수 없는 곳으로.”
“아….”
백천웅의 말이 맞았다.
전생에서 그는 이 시간에 가문에 존재하지 않았다.
어디로 갔는지조차 알리지 않고 사라졌다.
“하지만 요즘 가문을 빛내고 있는 너를 보고 마음이 바뀌었다. 다른 검사들 보다 뛰어난 활약을 하면서도 사람들을 배려하는 네 모습에 희망을 가지게 되었지.”
백천웅은 기대감이 담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난 우리 가문의 검사가 ‘협검’이라는 자랑스러운 칭호를 얻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너라면 내가 이루지 못한 변화를 이 가문에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단다.”
백천웅은 백우진이 얻은 협검이라는 칭호를 그 무엇보다 뿌듯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지난번에 만났을 때도 이런 말을 했었지?
‘그래.’
백천웅은 지난번과 비슷한 말을 하고 있었다.
그는 진심으로 가문을 더 좋은 방향으로 바꾸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부담 가질 필요는 없다. 지금처럼 네가 생각하고 하고 싶은 일을 가문의 법칙이나 시선 때문에 포기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뿐이니까.”
백천웅이 백우진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의 표정은 백우진에 대한 대견함으로 가득 차있었다.
“혹시라도 내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하거라.”
“후계 경쟁이 시작됐는데, 부가주님이 그러셔도 됩니까?”
“내가 감투만 부가주잖냐. 네 아버지도 신경 쓰지 않을 게다.”
백천웅은 거리낄 게 없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정말 도와주실 겁니까? 어떤 일이든?”
“검사의 협의에 벗어나는 일이 아니라면 뭐든 도와주마.”
백천웅의 단호한 대답에 백우진이 주먹을 꽉 쥐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무슨 일이 있든 꺾이지 말고, 네 의지대로 밀고 나가거라. 그걸 위해서라면 날 발판으로 써도 좋다.”
백천웅은 작게 손을 흔들고서 검각을 떠났다.
‘어떻게 봤어?’
-너도 저 자의 눈을 봤으니 알 거 아니냐. 99% 진심이었다.
‘1%는?’
-너와 나를 속일정도로 연기를 잘하는 사기꾼이겠지.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거네.’
백천웅에게 도움을 받는 건 의도하지도 않았고, 예상하지도 못했다.
‘8등급 검사가 내 뒤에 서준다니…’
이번 임무를 끝내고 엄청난 명성과 호감도를 얻게 된 것으로도 모자라, 부가주의 일방적인 신뢰마저 얻어냈다.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했던 일 중에 가장 큰 보상일 수 도 있었다.
-다만 허수아비라고 해도 부가주다보니 할 수 있는 일에 제한이 걸릴 것 같은데.
‘당연히 같이 던전에 간다거나 하는 건 못하겠지.’
백우진은 백천웅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대신 저분의 능력을 이용할 다른 방법이 있어.’
**
제논의 적운대주 오성환의 앞에 그의 수족 백지헌이 나타났다.
“찾았나?”
“죄송합니다.”
“하나도 못 찾았다고?”
“이인성의 사령인 자크만이 아니라, 다른 사령들도 완전히 사라졌다고 합니다.”
“허….”
오성환이 어처구니가 없는 탄식을 내뱉었다.
“길드의 사령술사들이 사령이 소멸한 거 같다고….”
“망할!”
오성환이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
무슨 능력을 쓴 건지 테이블은 부서지지 않고, 가루가 되어 사라져버렸다.
“돈을 쳐 발라주고, 제물까지 던져 줬는데, 성장은커녕 소멸이라?”
오성환이 이를 갈았다.
많은 돈과 인력을 바쳐서 새로운 사령술사들과 사령을 키웠는데, 그게 송두리째 날아갔으니 화가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놈 짓 맞지?”
“인질들의 증언과 산꼭대기에 나타난 불의 정령, 강대한 오러 등으로 파악해 볼 때 협검은 백우진이 확실합니다.”
“그 찢어죽일 놈이 하는 일마다 찾아와서 방해를 쳐 해대는군.”
오성환의 몸에서 붉은 오러가 흘러나왔고, 그의 안대에선 푸른 기운이 뿜어지고 있었다.
“놈을 죽일 방법을 생각해라. 백가와 전쟁을 벌여도 상관없다. 그 놈은 무조건 죽여!”
**
백우진의 몸이 좌우로 번개같이 움직였다.
평범한 사람이 본다면 2명으로 보일 정도로 빠른 움직임이었다.
‘어땠어?’
-좋다. 이제 쾌의 속성을 보법에 넣을 수 있게 되었군.
백우진은 무명보법에 검술에서 익혔던 속성을 담는 수련을 하고 있었다.
원래도 약간의 속성은 담았지만, 지금 정도의 빠름을 보법에 넣은 건 처음이었다.
-너는 쾌와 가장 친숙하니, 금방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대부분의 검술에 쾌 속성이 들어갔으니까.’
-다음엔 중으로 하자.
‘중? 무거운 보법?’
-그래. 보법 그 자체로 강력한 공격을 할 수도 있고, 버티기도 가능하지.
‘보법으로 공격을 한다니까. 확 끌리네.’
“와! 또 나왔어!”
백우진과 흑암이 보법에 대해 말하고 있을 때 홍아라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소리가 들린 휴식실로 가보자, 강아지만한 빨간 용이 테이블에 있는 간식들을 모조리 먹어 치우고 있었다.
“도련님! 이 용 또 나왔어요!”
홍아라는 용의 등을 쓰다듬으며 활짝 웃었다.
“너 대체 어떻게 나오는 거냐?”
백우진이 아기용에게로 다가갔다.
“크릉!”
아기용은 말시키지 말라는 듯 콧김을 내뿜은 뒤 다시 간식들을 흡입하기 시작했다.
-이 새끼용이 상급 사령을 태워 죽인 최상급 정령이라는 건 누구도 믿지 못하겠지.
‘그러니까.’
이 아기용은 플레임 드래곤이다.
백우진의 정령력을 받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나왔기 때문에 이런 꼬마용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플레임 드래곤은 상급사령을 죽이기 위해서 완벽한 현신을 한 이후 가끔씩 나타나서 이렇게 음식을 먹어 치웠다.
“이제 출발 하려고?”
“네!”
홍아라는 평소와 달리 깔끔한 전투복을 입고 있었다.
오늘이 첫 던전을 가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정말 가문의 전투복 안 입고 가도 되겠어?”
“도련님도 첫 던전은 그냥 가셨잖아요.”
“난 상황이 달랐어. 거기다 너희 아버지도 계셨고.”
“저도 혼자서 보스를 잡아보고 싶어요.”
“그럼 파티도 안하게?”
“네.”
“음….”
홍아라가 혼자 던전을 공략하고 싶고, 주목받기도 싫다고 했기 때문에 그녀는 무소속으로 던전에 등록된 상태였다.
그녀의 실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허락은 했지만,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계속 말했지만, 방심하지 말고.”
“네!”
“너 건드리는 놈 있으면 뒤통수 깨버려. 내가 책임 질 테니까.”
“알겠어요.”
홍아라는 밝게 웃으며 검각을 떠났다.
“그럼. 나도 가볼까?”
-어딜?
“아라 따라가야지?”
-뭐?
“이럴 줄 알고 미리 2등급 신원을 하나 만들어서 던전에 등록해 놨거든.”
백우진이 만변귀의 가면을 꺼내며 빙긋 웃었다.
-너 그래서 허락을…
“맞아. 나도 가니까. 아라가 하고 싶다고 한 거 다 허락해 준 거지.”
**
샤악!
홍아라의 가로 베기에 도망치려던 고블린의 목이 떨어졌다.
그녀는 단호하고 빠르게 몬스터의 숨통을 끊고 있었다.
‘예상보다 훨씬 잘 하는데.’
백우진은 잠룡혼을 사용하고, 라포르의 망토를 입은 채로 홍아라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너랑 내가 그렇게 가르쳤는데, 당연히 잘해야지. 거기다 저 녀석의 재능이 보통 재능이냐?
‘그래도 보스가 있는 던전이고. 혼자 다니겠다니까. 걱정 되잖아.’
-저 녀석은 보스도 씹어 먹을 능력을 가졌다. 네가 첫 던전에 갔을 때보다 강해.
‘처음이니까. 와본 거야. 다음엔 나도 안 와.’
-지금도 딱히 올 필요 없었다는 거다. 이 팔불출아!
‘팔불출은 무슨!’
백우진은 흑암의 말을 흘려들으며 홍아라를 따라갔다.
“키아악!”
“카악!”
홍아라의 앞으로 3마리의 고블린이 나타났다.
“흡!”
홍아라는 당황하지 않은 채 발검술로 동시에 2마리의 고블린을 베어버리고, 나머지 고블린을 세로 베기로 처리했다.
‘잘한다!’
-너 나중에 애 낳으면 어떻게 키울지 눈에 뻔히 보인다. 보여.
흑암은 백우진의 반응에 질렸다는 듯 검날을 축 늘어뜨렸다.
스스슥.
홍아라가 고블린의 마석을 챙기고 있을 때 수풀 속에서 2등급 검사 2명이 나타났다.
한 명은 코가 들창코였고, 다른 검사는 뺨에 흉터가 있었다.
“뭐야!”
“허, 우리가 노리던 고블린 스틸 당했는데?”
검사들은 고블린 시체를 툭툭 차면서 홍아라를 노려보았다.
“스틸이라뇨?”
“너 던전 처음이야? 자리 몰라? 자리?”
“자, 자리요?”
당황했는지, 홍아라의 얼굴이 붉어졌다.
“이쪽 방향은 우리가 먹었다고. 매너가 너무 없네.”
“사냥을 해도 지킬 건 지켜야지.”
“죄송해요.”
몬스터를 잡을 때의 패기는 어디로 갔는지, 홍아라가 고개를 숙였다.
“자리라는 게 있는 줄 몰랐어요. 다른 데로 갈게요.”
“쯧, 그럼 그 마석도 줘야지?”
“그게 무슨….”
“이 몬스터 원래 우리 꺼잖아. 당연히 줘야하는 거 아니야?”
들창코를 가진 검사가 마석을 내놓으라는 듯 손을 흔들었다.
‘아니 저 개자…’
-저 찌끄러기 새끼가 감히 누구에게!
홍아라 걱정 좀 그만하라던 흑암이 백우진보다 더 흥분해서 화를 내고 있었다.
‘만만하게 보고 시비를 거는 거네.’
던전에서 자리 따위는 없다.
저들은 홍아라가 혼자 인 것을 보고 억지를 부리는 것이다.
-백우진. 뭐하는 거냐! 저 새끼 뒤통수 안 날리고!
‘난 여기에 없는 사람이니까.’
-그게 뭐가 중요해. 너랑 내 제자가 저런 망할 놈들에게 당하고 있는데!
흑암에게도 홍아라는 제자 같은 아이였다.
첫 던전에서 버러지들에게 당하고 있는데 화가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 알겠어요.”
홍아라가 한숨을 쉬며 마석을 꺼냈다.
말이 되질 않는다는 건 알지만,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아! 고구마를 먹은 거 같아! 답답해 죽을 거 같다. 네가 나가서 저 자식들 뒤통수를 깨버려라. 너 그거 잘하잖아!
흑암은 거의 난동을 부리기 직전까지 가버렸다.
“가볼게요.”
“그래. 이쪽엔 얼씬도 하지 말고.”
홍아라가 다른 방향으로 가기 위해 돌아섰다.
“어떤 머저리에게 배웠길래 기본 적인 것도 모르고 스틸을 하는 건지. 하여튼 요즘 애들은….”
등 뒤에서 들린 비아냥거림에 홍아라의 걸음이 멈췄다.
그녀의 눈동자가 서리가 낀 것처럼 차갑게 가라앉았다.
“방금 뭐라고 했지?”
홍아라는 몸을 돌려 검사들에게 돌아갔다.
그녀의 몸에서 싸늘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뭐?”
“방금 뭐라고 했냐고.”
“이게 어따 대고 반말을!”
“아, 어떤 머저리가 널 그렇게 가르쳤냐고? 이 말이 열 받아? 근데 네가 뭐 어쩔 건…끄아아악!”
홍아라는 들창코 남자의 입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뿌드득!
돌이 깨지는 소리가 나면서 들창코 남자의 이빨이 우수수 뽑혀나갔다.
“이런 미친년이!”
“날 가르치신 분은 너희 따위에게 모욕을 당하실 분이 아니다.”
홍아라가 서슬 퍼런 눈빛으로 검사를 노려보았다.
“한 번 만 더 주둥아리를 놀리면, 아가리를 찢고, 뒤통수를 깨버리겠어.”
홍아라의 살벌한 말에 검사만이 아니라, 백우진과 흑암까지 입을 쩌억 벌렸다.
‘어…?’
-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