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73
73화. 다른 길
“지, 지랄하지 마라!”
뺨에 흉터가 있는 검사 김보현이 홍아라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홍아라는 그 주먹을 가볍게 피한 뒤 김보현의 뒤에 나타났다.
“커헉!”
홍아라는 팔꿈치로 김보현의 뒤통수를 내리쳐서 땅에 박아버렸다.
-많이 본 장면이로군.
‘뒤통수치는 거?’
-네가 애를 배려 놨다. 네 제자 아니랄까봐. 이상한 거 까지 따라 하잖아.
‘뒤통수 때리는 게 얼마나 시원한데. 이제 아라도 중독 될 걸.’
백우진은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홍아라를 바라보았다.
“가, 감히!”
“망할 년!”
김보현과 그의 동료 박지한이 일어나며 검을 뽑아들었다.
두 검사가 입에서 피를 흘리며 살기를 피워내는 모습은 공포스러웠지만, 홍아라의 차가운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찢어 죽여주마!”
“지랄하고 자빠졌네. 나도 니들 곱게 보낼 생각 없었어!”
“닥쳐!”
검사들이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합격술을 연마한 건지 나름 정교한 공격이었지만, 홍아라는 보법을 밟으며 검을 막아냈다.
“쥐새끼 같은!”
“입만 털고 도망만 치는 거냐!”
홍아라는 끊임없이 움직이며 두 검사의 검을 관찰했다.
처음엔 간신히 피하거나 막는 느낌이었지만, 그녀의 움직임이 점점 여유로워졌다.
-투현지체의 특성이 발동됐군.
‘그래. 저들의 검술을 모두 파악하고 있어.’
홍아라는 투현지체의 전투특성을 이용해서 두 검사의 검술을 이해하고, 흡수하고 있었다.
“이, 이게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김보현과 박지한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저 망할 여자에게 모든 공격이 통하질 않았다.
자신들보다 한참 위의 검사를 상대하는 기분이었다.
“네 머저리 스승이 도망만 치라고 가르쳤냐! 덤비라고!”
김보현의 도발에 홍아라의 눈빛이 다시 붉어졌다.
“산소가 아까운 버러지들이!”
홍아라가 두 검사에게 돌진했다.
“걸렸어!”
“죽어!”
두 검사는 홍아라가 흥분했다고 생각하며 최후의 공격을 시도했다.
그들의 검에서 회오리치는 오러가 흘러나왔다.
치이잉!
홍아라는 두 검사의 검이 교차하는 지점에 검을 찔러 넣었다.
콰앙!
폭음과 함께 두 검사의 검이 반으로 부러졌다.
“아….”
“마, 말도 안 돼!”
“말이 안 되는 건 네 얼굴이고.”
홍아라는 기겁하는 김보현의 뒤로 돌아가서 검면으로 뒤통수를 후려 버렸다.
“꺼억….”
오러까지 담았기 때문에 김보현의 뒤통수가 깨져서 피가 줄줄 흘러나왔다.
“으, 으아아! 커헉!”
박지한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지만, 홍아라가 따라가서 뒤통수를 빠개버렸다.
“후….”
홍아라는 머리에 피를 흘리며 기절한 검사들을 나무에 기대놓았다.
일반인이라면 죽겠지만, 오러가 있는 검사들이라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날 것이다.
“다음부터는 이러지 마세요.”
홍아라는 이제야 정신이 돌아왔는지, 욕도 반말도 하지 않았다.
“근데 뒤통수치니까 시원하기는 하네요.”
홍아라는 피식 웃고서 몬스터가 있는 곳을 향해 움직였다.
-안 따라 가냐?
‘따라갈 필요 없을 거 같아서.’
백우진은 멀어지는 홍아라의 등을 보고 미소 지었다.
-그래. 알아서 잘 할 거 같군.
‘대신 이 녀석들을 처리해 놔야지.’
이런 놈들이 맞고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죽이지는 않더라도 다시는 개기지 못하게 교육을 시켜놔야 한다.
-깨진 머리가 또 깨지겠군.
흑암은 불쌍하다는 표정으로 기절한 검사들을 바라보았다.
**
“어? 도련님!”
홍아라가 백가에 돌아왔을 때 백우진이 정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잘하고 왔어?”
“네! 제가 보스도 잡았어요! 고블린 투사였는데, 처음엔 어려웠지만, 싸우다보니 녀석의 공격이 눈에 익어서….”
홍아라가 고블린 투사의 마석을 꺼내서 내밀었다.
그녀의 눈빛은 칭찬받고 싶은 강아지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정말 잘했어.”
백우진인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그의 칭찬에 홍아라의 얼굴이 크게 밝아졌다.
“별일은 없었고?”
“네? 특별한 일은 없었어요.”
홍아라는 두 명의 검사와 시비가 걸린 것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
백우진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근데 아라야.”
“네?”
“너 혹시 욕 잘하니?”
“욕이요?”
“그래.”
“배, 배워서 조금은 할 줄 알아요.”
홍아라가 우물쭈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배웠다고? 누구에게?”
“문주영 호위님이 알려주셔서….”
“문주영?”
“혹시라도 누가 도련님 욕하면 써먹으라고 하시면서 연습시키셨어요.”
“그, 그랬구나.”
백우진이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서 그런 욕을 배웠나 했더니, 문주영이 원인이었다.
‘또 그녀석이군.’
-크하하하! 그놈 평소엔 정상이다가 네 문제만 되면 상식을 벗어나는구나!
‘어휴…’
-나중에 네 검대가 생기면 전부 쌍욕하고 다니는 거 아니냐? 그러면 웃기긴 하겠어.
흑암은 낄낄 거리며 백우진을 놀려댔다.
“왜 그러세요?”
“별 거 아니야. 그리고 문주영의 말을 너무 다 받아들이지는 마. 네가 좀 가려서 들어.”
백우진은 문주영에게 자제 좀 하라고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문주영이 재밌는 사고 한 번 칠 거 같군.
**
“크릉….”
플레임 드래곤은 오늘도 휴게실에 나타나서 과자와 초콜릿을 흡입하고 있었다.
“도련님. 이 용이요. 조금 커진 거 같지 않아요?”
“응?”
홍아라의 말에 백우진이 테이블로 다가가서 플레임 드래곤의 위아래를 훑어보았다.
“정말이네.”
녀석을 살펴보고 만져보니, 조금이지만 크기가 커져 있었다.
“어…?”
백우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플레임 드래곤의 크기만 커진게 아니었다.
녀석이 가지고 있던 화속성의 기운도 약간이지만 늘어나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정령이 인간의 음식을 먹고 성장하다니, 말이 되지도 않았고, 듣도 보도 못했다.
-왜 그러는 거냐?
‘이 녀석 정령의 기운이 늘어났어.’
-뭐?
‘과자를 먹으면서 크기만 커진 게 아니라, 힘도 강해졌다고!’
-헉!
흑암도 말을 잇지 못했다.
정령이 과자를 먹고 성장한다는 건 수백 년을 살았어도 들어보지 못한 일이었다.
-넌 너만 특이한 게 아니라, 정령까지 독특하군. 이제 질릴 정도야.
‘알아봐야겠는데.’
백우진이 핸드폰을 꺼내서 전화를 걸었다.
액정엔 윤우민이라고 적혀져 있었다.
“어르신.”
[전화한지 얼마나 됐다고 또 전화를 하는 거냐.]말과는 달리 윤우민의 목소리엔 반가움이 가득 담겨져 있었다.
“혹시 계약한 정령이 혼자서 인간계에 나오는 일도 있습니까?”
[뭔 개풀 뜯어 먹는 소리를 하는 게냐. 정령왕도 아니고.]“얼마 전부터 플레임 드래곤이 지 마음대로 나타납니다.”
[뭐? 그, 그 거대한 녀석이? 난리가 났겠군.]윤우민의 목소리엔 커다란 놀라움이 담겨 있었다.
“아, 크기는 강아지정도로 작아져서 나옵니다. 제 힘이 아니라, 자신의 힘을 이용해서요. 다만 과자를 먹으면서….”
백우진은 윤우민에게 플레임 드래곤에 관한 이야기를 모두 해주었다.
[넌 너만 특이한 게 아니라, 정령까지 특이하구나.]“그 말 다른 사람에게도 들었습니다.”
[내 나름대로 조사를 해보마. 조만간 한 번 찾아 오거라.]“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맛난 술이나 사와.]“네. 정말 감사….”
뚝.
윤우민은 백우진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쿨하게 전화를 끊었다.
쩝쩝
플레임 드래곤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둥근 초코과자를 열심히 씹어 삼켰다.
“크릉!”
맛이 좋다고, 만족스러워 하는 표정이다.
“그래. 많이 먹어라.”
백우진이 더 많은 과자를 까서 플레임 드래곤 앞에 놔주었다.
‘내 정령이 강해지니 좋은 거긴 하겠지.’
-뭐 그렇긴 하지만.
‘응?’
플레임 드래곤에게 과자를 까줄 때 검각의 입구로 많은 사람들이 달려오는 기척을 느꼈다.
“도련님!”
“백우진 도련님!”
“제발 나와 주세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백우진이 검각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문 앞에 스무 명이 넘는 검사들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도련님이 아니면 도와줄 사람이 없어서 찾아왔습니다.”
“도와 달라? 무슨 말이지?”
“전 제검각 소속 3등급 검사 김성철이라고 합니다.”
가장 앞에 있던 검사가 땅에 머리를 박으며 자신을 소개했다.
제검각에 속한 검사는 기초와 기본 수련을 끝내고, 간단한 임무를 수행하며 수련을 하는 검사들이다.
-가장 앞에 있는 녀석 꽤나 재능이 있군.
‘이름을 들으니까 기억나네. 저 녀석 나중에 흑검대에 들어가는 녀석이야. 뛰어난 활약을 할 녀석들이 몇 명 보이네.’
김성철 외에도 재능이 있는 검사들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저희 동기 10명이 균열 변화 지역 탐사 임무에 나갔습니다.”
“그런데?”
“균열에서 나온 몬스터는 놀이었기 때문에 쉽게 처리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재 균열이 발생해서 구스트와 구스트 로드가 나왔다고 합니다.”
“구스트….”
백우진이 침음을 흘렸다.
구스트는 고블린 정도의 크기를 가지고 있는 몬스터지만, 빠른 이동속도와 공격속도를 가지고 있고, 가죽이 질겨서 5등급 중에서도 사냥 난이도가 높다.
지금의 제검각 검사들은 절대 상대할 수 없다.
“행검부에 검사들을 보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당했습니다.”
“왜지?”
“제 동료들이 이미 구스트에게 죽었을 테니, 지금 갈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몬스터 처리는 균열 변화가 끝난 뒤에 하겠다고…크흑!”
김성철이 통곡을 하며 바닥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제 동기들은 생존 훈련을 받았고, 굉장히 영리합니다. 분명 어딘가에 숨어 있을 겁니다. 제발 구해주십시오!”
“제발 부탁드립니다.”
김성철이 땅에 머리를 박고, 그 뒤에 있는 검사들도 모두 머리를 박았다.
-3등급 검사는 구스트에게 버틸 수 없지. 아쉽지만 전부 죽었을 거다. 거기다 변화가 진행 중이라면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위험한 상황 아니냐?
‘그래도 가야해.’
-뭐?
‘원래 저 균열 변화 지역에 가는 건 우리가 아니라, 대연문이었어.’
-그럼 너 때문에 미래가 바뀐 건가?
‘그래. 내가 활약하면서 신검백가에 더 많은 의뢰가 들어온다고 했지. 그들이 그 균열에 간 건 나 때문이야. 그리고…’
백우진은 무릎을 꿇고 있는 검사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갈 거야. 길드라면 길드원을 보호하는 게 맞으니까. 설사 죽었다고 해도 시체라도 찾아와야지.’
백우진은 균열 변화 장소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문호위.”
“예!”
“가문에서 지원은 없다. 너와 나 둘만 간다.”
“알겠습니다!”
문주영은 대답을 하며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지옥이라도 따라갈 얼굴을 하고 있었다.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도련님!”
검사들이 눈물을 글썽거리며 계속 머리를 박았다.
이 가문의 누구도 나서주지 않았는데, 유일하게 백우진이 움직였으니 감동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띵!
[새로운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당신의 길드원들은 균열 변화 구역에 숨어 있습니다. 그들을 구해 앞으로 자신이 걸어갈 길을 보여주세요.
조건 : 현재 균열 변화 구역에 살아 있는 사람 11명 구하기.
보상 : 1100포인트.
-허, 살아 있다고? 근데 동기 10명이라고 하지 않았냐?
‘다른 누가 또 있나보군.’
백우진은 퀘스트 수락을 누른 뒤 김성철을 비롯한 검사들을 보았다.
“어떻게든 살려서 데려오마.”
**
“에휴….”
능력자 협회의 마법사 고현석이 뒤에 있는 거대한 결계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웬 한숨이야.”
같은 마법사이자, 동기인 기창훈이 지루한 표정으로 귀를 후볐다.
“불쌍하잖아. 가문의 임무를 받고 왔는데, 구조도 안 오고.”
“좀 잔인한 이야기지만 이미 죽었을 걸. 3등급 검사들인데 구스트에게 버틸 리가 없잖아. 다만 그 정도 대형 길드라면 보여주기라도….”
“잠깐만 누가 오는데?”
“음? 아직 교대 멀었는데.”
고현석과 기창훈 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다가오는 두 남자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구십니까?”
“백가에서 왔습니다.”
“어? 백가는 균열 변화가 끝나면 오신다고….”
고현석이 돔구장 같은 결계를 가리켰다.
투투투둑.
뿌드득.
결계 내부에서 괴이한 소리가 끊임없이 들리고 있었다.
아직 균열 변화가 끝나지 않아서 언제라도 재 균열이 발생하거나, 이계의 식물이나 괴물이 나타날 수 있는 위험한 상태라는 의미였다.
“지금 들어가겠습니다.”
“그런 명령은 받은 적이…어?”
이제야 앞에 있는 남자의 얼굴을 확인한 고현석의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백, 백우진 검사님?”
“협검!”
“백우진이 왔다고?”
결계를 유지하는 마법사들과 무인들이 백우진을 보기 위해서 앞으로 몰려들었다.
“신검백가의 백우진입니다. 결계를 열어주세요.”
“아직 명령이 내려오질 않았습니다. 정식 절차를 밟고….”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열어주십시오.”
말은 정중한 부탁이었지만, 실제론 부탁이 아니었다.
백우진의 몸에서 퍼지는 기세가 확고한 의지가 되어 이곳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을 내리눌렀다.
‘이제 자신의 의지도 담아내시는 건가?’
문주영은 뒤에서 백우진의 거대한 존재감을 느끼고 전신에 소름이 돋아 올랐다.
그의 능력이 어디까지 올라갈지 이제 감도 잡히지 않았다.
“하, 하지만….”
고현석은 부들부들 떨면서도 결계를 열어주지 않았다.
“이거 받으세요.”
백우진은 고현석에게 서류를 내밀었다.
결계 안에서 일어난 책임은 모두 자신에게 있다는 내용의 친필 서류였다.
“가문의 검사들을 구해야합니다. 열어주세요.”
“음….”
백우진의 진심이 담긴 말에 고현석의 표정이 변했다.
그는 결계의 입구로 다가가 작게 문을 만들었다.
“이거 불법이에요. 저 징계 받을 수 있으니까. 꼭 돌아오셔야 합니다.”
고현석이 굳은 표정으로 백우진을 바라보았다.
그를 움직인 건 백우진의 무력이 아닌 진심이 담긴 말이었다.
“내부가 변화가 심하니, 조심….”
“키아아아!”
“헉!”
고현석이 백우진에게 내부의 설명을 하려 할 때 안에서 구스트가 튀어나와 손톱을 날렸다.
“아아악!”
고현석이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을 때 백우진이 그의 앞을 막았다.
촤아아악!
바람조차 갈라버릴 초고속의 발검술에 구스트의 손톱과 몸통이 반으로 쪼개졌다.
“헉!”
“구스트가 일 검에?
“오, 오러도 안 쓴 거 같은데 어떻게 저 질긴 가죽을!”
협회의 능력자들이 넋이 나간 것처럼 백우진을 바라보았다.
자신들도 구스트를 잡을 수는 있다.
하지만 저렇게 빠르게, 그것도 단 번에 잡는 건 불가능했다.
스르릉
백우진은 검을 집어넣고 결계 안을 들여다보았다.
균열 변화가 진행 중이라 땅은 지진이 난 것처럼 진동이 일고 있었고, 하늘의 색은 계속 변하고 있었다.
모두가 두려워할 만한 장소에서 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문주영을 돌아보았다.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