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74
74화. 다른 길 (2)
“도련님. 조심하셔야 합니다. 균열 변화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많습니다.”
문주영이 걱정되는 표정으로 울렁거리는 땅과 깨져나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균열 변화라….”
균형을 잡기 힘들 정도로 땅이 흔들리고, 하늘과 대지, 나무 등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색이 마구잡이로 변하고 있었다.
오류가 생겨서 게임 화면이 깨진 것을 보는 느낌이었다.
“휴우.”
백우진은 숨을 고르면서 눈을 감았다.
오러를 넓고도 깊게 퍼뜨려서 주변의 모든 것을 파악했다.
몬스터, 함정, 위험한 마나의 소용돌이 등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느꼈다.
‘이 근처에 없군.’
백우진이 인상을 찌푸렸다.
주변에 있는 많은 것이 느껴졌지만, 살아 있는 사람의 기척은 느낄 수 없었다.
상당히 깊게 들어간 것 같았다.
‘흑암.’
-미안하다만, 내 감각에도 걸리지 않는군. 꽤나 멀리 있는 모양이다.
‘음…’
흑암의 감각에도 잡히지 않는다는 건 이 근처에는 인간이 없다는 뜻이다.
“어쩔 수 없지.”
백우진이 손을 뻗으며 바람을 불렀다.
후우웅!
그의 손앞에 초록색 소용돌이가 솟아올랐다.
소용돌이 속에서 갈기를 세우고 있는 거대한 늑대가 나타났다.
바람의 중급 정령 진이었다.
“진. 결계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의 위치를 찾아줘.”
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하늘로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녀석이 달려간 허공에 녹색 빛이 번쩍였다.
“우리도 앞으로 이동하자.”
“아, 예.”
문주영은 넋을 잃고 진을 감상하다가 백우진의 부름에 정신을 차렸다.
쿠구구.
백우진과 문주영이 시꺼먼 구덩이 옆을 지나고 있을 때 땅에서 약한 진동이 일었다.
“키아아아!”
구덩이에서 갑자기 구스트가 튀어나와 백우진에게 손톱을 날렸다.
구스트의 손톱에는 뛰어난 무인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속도와 힘이 담겨 있었다.
“언제 나오나 했다.”
하지만 백우진은 이미 구스트가 바닥에 숨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문주영이 나서기도 전에 백우진의 검이 뽑혔다.
촤아악!
빛살을 가르는 발검술에 구스트는 팔을 다 펴지 못하고 목이 떨어져나갔다.
“카아악!”
“키아아아!”
첫 번째 구스트가 죽기 무섭게 수풀과 구덩이 속에서 열 마리가 넘는 구스트가 나타나 백우진에게 달려들었다.
“귀찮게 구는군.”
백우진의 검에서 검은 오러가 화염처럼 타올랐다.
그는 빠름과 변화의 속성을 담은 검으로 자신에게 달려드는 구스트들을 모조리 베어버렸다.
“키아악!”
구스트들이 백우진의 검을 피하려고 몸부림쳤지만, 빠른 변화가 담긴 검술을 피할 수는 없었다.
‘내가 호위를 하는 건지, 호위를 받는 건지 모르겠군.’
문주영이 경이로운 표정으로 백우진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4마리의 구스트를 잡는 동안 백우진은 7마리의 구스트를 처리했다.
정말이지 상식을 벗어난 성장과 강함이었다.
쿠구구구!
문주영이 백우진을 보며 놀라워하고 있을 때 대지에서 거대한 울림이 들려왔다.
“이, 이게 무슨!”
“앞으로 피해!”
백우진의 경호성에 문주영이 부리나케 앞으로 달렸다.
콰앙!
땅이 들썩이며 문주영이 있던 장소에 거대한 나무뿌리 수십 개가 하늘로 솟구쳤다.
뿌리들은 죽은 구스트들의 시체를 둘둘 말았다.
끄그그그.
뿌리에서 검은 빛이 나오더니, 몇 초도 지나지도 않아 구스트들의 시체는 뼈만 남아버렸다.
뿌리가 시체를 빨아먹은 것이다.
-골데론이군.
‘놀의 시체가 왜 안 보이나했더니, 저놈 때문이었어.’
이곳에 들어와서 놀의 시체를 따라가려 했지만, 시체가 보이지 않아서 이상하다 생각했었다.
저 골데론이 놀의 시체를 먹어서 시체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도련님! 골데론 입니다!”
문주영이 소리를 지르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뿌리를 쳐냈다.
‘구스트들과 함께 소환됐나보군.’
골데론은 식물형 몬스터로 거대한 느티나무와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으며, 뿌리로 살아 있는 생물이나 시체를 잡아먹어 힘을 키우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내구력이 강하고, 많은 뿌리를 조종하기 때문에 검사들에겐 잡기 어려운 몬스터다.
촤아아악!
골데론은 뿌리를 채찍처럼 휘둘러서 백우진을 노렸지만 백우진은 검을 고속으로 휘두르며 골데론의 뿌리를 모두 막아냈다.
뿌드드득!
수식 개의 뿌리가 철퇴처럼 뭉쳐서 백우진에게 날아왔다.
“도련님!”
문주영이 비명을 지르며 막으려 했지만, 백우진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걸 기다리고 있었거든.”
백우진의 검에 다시 한 번 불꽃이 솟아올랐다.
하지만 이전과 달리 검에 붙은 불꽃은 선명한 홍색이었다.
콰아아아!
백우진이 플레임 드래곤의 홍염을 담아 관일극을 운용한 것이다.
-검에 완벽하게 화기가 흡수됐다 뿌리가 겹치는 중심을 노려라.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뿌리들이 어설프게 모인 정중앙을 향해 관일극을 찔러 넣었다.
퍼엉!
골데론의 뿌리뭉치가 백우진의 오러에 터져버리며 그 끝에 홍염이 번졌다.
[끼아아아아!]이곳에서 한 참 떨어진 곳에서 처음 들어보는 괴이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뿌리가 터지고, 불이 붙으면서 골데론이 고통어린 비명을 지른 것이다.
화아아악.
홍염은 순식간에 뿌리를 타고 올라가서 골데론의 몸통까지 태우기 시작했다.
백우진이 추가적인 공격을 할 필요도 없이 골데론은 홍염 속에서 죽어버렸다.
“도, 도련님. 설마 속성검을 익히신 겁니까?”
문주영이 혼이 빠져나간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처음 보는 건가?”
“정령술을 익히신 거야. 알고 있었지만, 속성검을 쓰시는 건 처, 처음 봅니다.
“정령술을 익히다가 속성검도 익히게 됐어. 운이 좋았지.”
“허억!”
문주영의 입이 쩍 벌어졌다.
정식으로 배운 것도 아니고, 정령술을 배우다가 속성검을 깨달았다니,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지,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뭘 그리 놀라.”
“이, 이건 말이 안 됩니다! 어찌 이런….”
문주영은 항상 백우진을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속성검을 독학으로 익혀냈다는 것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후우웅!
문주영이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때 하늘에서 진이 내려왔다.
“찾았어?”
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백우진은 검을 집어넣고, 거대한 오러를 개방했다.
“전속력으로 안내해.”
**
“휴우.”
제검각의 검사 홍남기는 작은 한숨을 내쉬며 구석을 돌아다니는 구스트를 바라보았다.
“대체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는 거지?”
홍남기 옆에 있는 박중훈이 겁에 질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조금만 기다려봐. 분명 가문에서 구출대를 보내 줄 거야.”
“구출? 헛소리 좀 그만해. 구출이 오려면 진즉에 왔겠지. 지금까지 오지 않는 다는 건 우릴 버린 거야. 균열 변화가 완전히 끝나고 나서 하루는 더 지나야 올 걸?”
김우혁이 홍남기를 비아냥댔다.
배신감 때문인지 그의 목소리에서 서늘함이 흘러내렸다.
“….”
김우혁의 말에 누구도 대답하지 못했다.
다들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음….”
홍남기가 인상을 찌푸렸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 된 거지.’
처음 임무를 받았을 땐 정말 좋았다.
몬스터는 가볍게 처리 할 수 있는 놀이었고, 균열 변화도 크게 일어나지 않아서 쉽게 실적을 쌓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오죽했으면 같이 온 동기끼리 누가 더 많은 놀을 잡나 내기를 할 정도였다.
‘근데 균열이 다시 발생할 줄이야.’
놀을 모두 잡은 뒤 결계의 출구로 나가려 할 때 하늘이 쪼개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쪼개진 하늘에서 떨어진 건 자신들이 상대할 수 없는 5등급 몬스터 구스트였다.
일행의 리더였던 홍남기는 출구가 막힌 것을 깨닫고, 구역의 끝으로 되돌아가서 커다란 나무에 올라가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 선택이 빨랐기 때문에 구스트들에게 들키지 않고 살아남았지만, 도망칠 수도 벗어날 수도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구출대가 오지 않을까요? 여러분들은 신검백가의 검사들이잖아요.”
홍남기의 바로 옆에서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가워 보이는 외모를 가진 단발머리 여자는 검사의 복장이 아니라, 탐험복을 입고 있었고, 무기 없이 작은 가방만 매고 있었다.
“땜빵으로 온 기자님. 이름이 뭐라고 했죠?”
김우혁이 여자에게 고개를 돌렸다.
“네? 아, 이연우요.”
“그래. 이연우 기자님. 당신도 백가에 대해 알잖아.”
김우혁의 표정은 비웃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백가는 도움이 되지 않는 길드원은 벌레만도 못하게 봐요. 시간상으로 볼 때 그들은 이미 우릴 버렸어요. 이미 사망등록을 했을 지도 모르지.”
“그래도 사대길드인데….”
“패력적가는 길드원을 버리지 않으니, 무조건 왔겠지만 우린 아니야. 백가는 손바닥 뒤집듯이 길드원을 쉽게 버리거든. 당신도 기자니 잘 알 텐데?”
“백가엔 협검이라고 불리는 백우진 검사님이 있잖아요.”
“백우진? 그 인간이 우릴 왜 도와줘. 균열 변화가 일어나는 중이라 누구도 꺼려 할 곳인데, 직계가 왜 오겠냐고. 그냥 우린 죽었다니까? 다 포기하자고.”
“우혁아 그만해.”
홍남기가 점점 격해져 가는 김우혁을 말렸다.
“기자님. 말이 좀 심하긴 했지만, 우혁이 말이 맞아요. 저흰 백우진 도련님하고 거의 안면이 없어요. 훈련장에서 마주친 적은 있지만, 그런 걸로 이런 곳에 오진 않겠죠.”
“그, 그럼 협회에서라도 구출대를 보내겠죠.”
“사실 균열 변화가 일어난 후면 상관없지만 변화 중엔 그 장소에 들어가지 않는 게 규칙이에요. 협회에서든 백가에서든 나서는 건 변화가 전부 끝난 이후 일 거예요.”
“그래도 여기서 버티다보면….”
이연우가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으려고 할 때였다.
쿠구구구.
대지에서 지금까지 중 가장 큰 진동이 일며 나무가 주저앉기 시작했다.
“아악!”
“모두 뛰어 내려!”
“제기랄!”
그대로 있다간 나무에 깔릴 지경이었기 때문에 백가의 검사들은 뒤로 넘어가는 나무에서 어쩔 수 없이 뛰어내렸다.
콰아아앙!
나무가 넘어가며 굉음이 터져 모든 몬스터들의 시선이 백가의 검사들에게 모여들었다.
“진짜 여기서 뒤지는구나.”
“제대로 된 전장에서 죽고 싶었는데….”
“망할!”
“끄으윽!”
백가의 검사들은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구스트를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
그들은 죽을 땐 죽더라도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모두 건선팔각진을 펼쳐! 우혁이랑 내가 보조를 맞는다!”
홍남기의 지시에 검사들이 여덟 방향으로 움직여서 팔각형의 형태의 검진을 펼쳤고, 그 안으로 홍남기와 김우혁, 이연우가 들어갔다.
8명이 건선팔각진을 이루고 안에 있는 홍남기와 김우혁이 무너지는 진을 돕는 방식이었다.
“죽을 때 죽더라도 백가 검사의 의지를 보여주자!”
“우릴 버린 백가의 의지는 개뿔! 제기랄! 내가 여기서 살아남으면 백가 쪽으로 오줌도 안 싼다!”
김우혁이 백가의 욕을 내뱉었지만, 그의 기세는 죽지 않았다.
“기자님은 안에서 나오지 마세요.”
“아, 네!”
홍남기는 이연우를 진의 중앙에 놓으면서 그녀가 제일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오늘 오기로 한 기자 대신에 땜빵으로 와서 젊은 나이에 죽게 되다니, 최악의 죽음이었다.
“온다! 모두 젖 먹던 힘을 다해서 오러를 운용해!”
“알아!”
백가의 검사들에게서 죽음을 각오한 의지의 오러가 뿜어져 나왔다.
캬앙!
캬아앙!
구스트의 숫자가 10이 넘었기 때문에 검사들은 각자 한 마리의 구스트를 상대해야 했다.
“끄으윽!”
“우혁아! 이쪽 좀!”
“빠, 빨리 와줘!”
10명이서 구스트 2마리를 상대하기도 힘든데, 한 명당 한 마리를 상대해야 하니, 검사들은 잠시도 견디지 못했다.
“이, 이대로 십 초도 못 버텨. 이렇게 까지 차이가 나다니….”
김우혁이 입술을 깨물었다.
검에 오러를 가득 담아 구스트를 쳤건만 놈의 피부에 작은 생채기만 생겼고, 자신의 팔은 힘이 빠질 정도로 아렸다.
자신들에게 구스트는 너무도 강력한 몬스터였다.
“남기야!”
“끄아악!”
“아….”
홍남기의 눈에 절망이 들어섰다.
“끝났어….”
김우혁도 구스트의 손톱에 찔러서 쓰러졌고, 팔각진도 무너졌다.
아직 죽은 사람은 없지만, 전멸까지 5초도 걸리지 않을 거다.
“키아아악!”
“크윽!”
구스트의 손톱이 자신의 심장을 향해올 때 홍남기는 몸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느꼈다.
방금 전 박중훈에게 향하는 구스트의 공격을 막아주느라 다리에 힘이 풀린 것이다.
“제기랄….”
홍남기가 자신의 죽음을 느끼며 눈을 감았을 때였다.
그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흔드는 따스한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콰아아아아!
따스했던 바람은 거대하고 거친 폭풍이 되어 구스트들을 모조리 날려버렸다.
“아….”
홍남기가 눈을 떴을 때 넓고도 믿음직해 보이는 등이 보였다.
그 등엔 그가 그토록 보고 싶었던 신검의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늦어서 미안하다.”
백가의 검사들을 죽음의 늪에서 구하기 위해서 백우진이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