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75
75화. 다른 길 (3)
“배, 백우진. 도련님!”
홍남기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백우진이 자신들을 구하기 위해서 이 위험한 장소에 나타나다니,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지금 이 상황이 정말 현실인지 믿기지가 않았다.
“검사들을 보호하고, 부상자들은 응급조치를 해주도록.”
“예!”
백우진의 지시에 문주영이 재빠르게 움직여 부상자들을 한 곳에 모았다.
“키아악!”
“카악!”
진이 만들어낸 바람의 장벽을 뚫고, 구스트 2마리가 백우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구스트들은 합격술을 익힌 것처럼 백우진의 왼쪽과 오른쪽을 동시에 노렸다.
퍼어엉!
백우진은 구스트들이 코앞에 올 때까지 기다리다가 발검술을 사용했다.
검에 담긴 패도적인 오러에 구스트의 몸이 풍선처럼 터져버렸다.
백우진의 검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어지는 세로 베기와 가로 베기로 바람의 장벽을 넘으려던 구스트들을 모조리 베어버렸다.
“키, 키아악!”
“카아악!”
구스트들이 전력을 다해 발버둥 쳤지만, 백우진의 검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구스트의 예리한 손톱과 철갑보다 단단한 피부는 암인검에 종이처럼 찢겨나갔다.
“아….”
홍남기의 입이 쩌억 벌어졌다.
백우진은 자신들이 전력을 다해도 상대할 수 없었던 구스트들을 고블린이라도 된 것처럼 학살하고 있었다.
그의 검에서 자신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위력이 뿜어져 나왔다.
“많기도 하네.”
숲 전체에 있던 구스트들이 개미처럼 모여들고 있었지만, 백우진의 표정은 여전히 여유로웠다.
“진. 바람의 장벽을 강화해. 주변에 오는 놈들은 모조리 날려버려.”
백우진은 진과 문주영에게 검사들을 맡기고 몰려드는 구스트들의 한가운데로 뛰어내렸다.
콰아아앙!
그의 보법에 무거움이 담겨 웅장한 폭음과 함께 대지가 터져나갔다.
“키아악!”
“카악!”
당황하는 구스트들에게 백우진의 검이 폭풍처럼 몰아쳤다.
빛살처럼 뻗어 나가는 암인검에 구스트들은 자신들이 장기인 속도조차 발휘하지 못하고 그대로 목을 내주었다.
쿠구구구.
백우진이 대부분의 구스트를 처리했을 때 왼쪽에 있던 거대한 바위를 무너뜨리며 검은색 구스트가 나타났다.
고블린과 비슷한 크기인 구스트들과 달리 검은색 구스트의 신장은 성인여성과 비슷했고, 온 몸이 두꺼운 근육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도련님! 구스트 로드입니다!”
홍남기가 구스트 로드를 보고 소리를 내질렀다.
구스트 로드는 구스트와는 차원이 다른 위압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놈의 투기에 살이 다 떨리는 것 같았다.
“크아아!”
구스트 로드가 바람처럼 달려와 백우진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백우진은 검을 아래로 틀어 구스트 로드의 주먹을 막으려했다.
“크하!”
구스트 로드의 입가에 잔인한 웃음이 흘렀다.
자신의 주먹은 저런 철 쪼가리론 막을 수 없다.
저 인간의 몸이 자신의 주먹에 터지는 모습이 눈에 그려졌다.
하지만 구스트 로드가 상상했던 장면은 나타나지 않았다.
쩌어엉!
철과 철이 부딪치는 굉음과 함께 구스트 로드는 암인검의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뒤로 밀려나 버렸다.
“크륵?”
구스트 로드의 눈에 경악이 담겼다.
인간의 검에 담긴 힘은 자신을 가뿐히 초월하고 있었다.
“확실히 힘이 다르군. 괜히 로드가 아니야.”
백우진이 피식 웃으며 검을 휘돌렸다.
“크아아!”
구스트 로드의 눈빛이 변했다.
백우진이 자신이 상대했던 그 어떤 인간이나 몬스터와도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고오오.
구스트 로드의 몸에서 더욱 거친 투기가 퍼져 나왔다.
“미안하지만 시간을 끌 생각은 없어.”
백우진의 검에 새하얀 기운이 모여들며 태산이 내려앉은 것처럼 무시무시한 무게감이 실렸다.
“크아아!”
구스트 로드의 눈동자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수백 번의 전투를 이겨낸 본능이 이곳에서 당장 도망치라 말하고 있었다.
“이미 늦었다.”
2등급에 오르며 더욱 빠르고 무거워진 무령참이 구스트 로드에게 떨어져 내렸다.
콰아아아!
무령참을 막으려 했던 구스트 로드의 손톱과 팔이 동시에 찌부러졌다.
“크아아….”
구스트 로드는 너무나도 엄청난 중압감에 손끝 하나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할 수 있는 건 그저 자신의 머리를 향해 떨어져 내리는 검을 보는 것뿐이었다.
콰아아앙!
백우진의 무령참은 구스트 로드와 주변에 있던 구스들까지 모조리 짓눌러버리고서도 힘이 남아, 대지를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갈가리 쪼개진 땅, 해일처럼 퍼져나가는 흙먼지 속에서 살아남은 존재는 오직 백우진 한 명뿐이었다.
“아….”
홍남기와 김우혁이 동시에 탄식을 내뱉었다.
그의 검술엔 그들이 바라던 이상향이 담겨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백우진의 검을 끝까지 보고 싶었다.
“다들 상태는 어때?”
백우진이 검을 집어넣으며 뒤돌아섰다.
“상처가 심한 검사들도 있지만,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습니다.”
“다행이군.”
“도, 도련님.”
홍남기가 비틀거리며 무릎을 꿇었다.
나머지 검사들도 홍남기를 따라 백우진에게 무릎을 꿇었다.
“목숨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백가의 검사들은 한 마음이 되어 백우진에게 고개를 숙였다.
자신이 살았다는 생각에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자도 있었고, 이게 현실인지 뺨을 꼬집어보는 자도 있었다.
“상태도 좋지 않은데, 그만들 일어나.”
백우진은 무릎을 꿇은 검사들을 일으켜서 앉혔다.
“이런 상황에 괜한 예는 필요 없다. 너희 몸이나 챙기도록.”
백우진은 흑암의 인벤토리에서 고급 회복약을 꺼내서 홍남기에게 넘겨주었다.
“가, 감사합니다.”
홍남기는 고개를 숙이며 상처약을 받아들었다.
“그, 그런데 도련님. 여기 어떻게 오신 겁니까?”
김우혁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네 동기들이 와서 너희들을 살려달라고 하더군.”
“동기들이….”
검사들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자신들을 위해 가문을 움직여준 동기들에 대한 고마움이 밀려든 것이다.
“임무가 내려온 거였군요. 다행입니다. 저흰….”
“아니, 임무는 내려오지 않았다.”
“예?”
“나와 내 호위만 움직였다.”
“어…?”
백우진의 말에 검사들의 말문이 막혔다.
지금 상황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네 동기들이 행검부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기각되었다고 하더군. 그래서 날 찾아와서 도와달라고 한 거다.”
“자, 잠시 만요! 그럼 도련님은 징계를 받으실 수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행검부의 결정은 위에서 내려오는 겁니다!”
행검부의 결정은 그곳에 있는 직원들이 하는 게 아니다.
백천화나 위에 있는 검사들의 결정이다.
그러 결정을 무시하고 백우진이 혼자 움직였다면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너희는 몸이나 추스르도록.”
백우진은 괜찮다는 듯 손을 저었다.
그 정도는 당연히 알고 있다.
자신은 가문에 돌아가자마자 호출 당할 것이다.
“근데 저 사람은 누구지?”
백우진의 시선이 둥근 도구를 들고 있는 이연우에게 향했다.
“기자라고 합니다. 저희 옆에서 떨어지지 않는 조건으로 구역에 들어왔습니다.”
“아, 안녕하세요! DBS의 이연우라고 합니다. 협검을 뵙게 되어 영광이에요.”
이연우가 고개를 숙였다.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
“검사님들이 끝까지 보호를 해주셔서 전 괜찮아요.”
“음.”
이연우의 말에 백우진이 검사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죽어가는 와중에도 약한 자를 보호하려 하다니, 그들의 의기에 감탄이 나왔다.
이들을 구한 보람이 느껴졌다.
“저기 백우진 검사님.”
“네.”
“여기서 찍은 영상들을 오, 올려도 될까요?”
이연우는 붉어진 얼굴로 몇 개의 도구들을 내밀었다.
“거절하신다면 바로 폐기 할게요. 근데 너무 아까워서요.”
백우진은 이연우가 내민 영상 도구들을 바라보았다.
‘나쁘지 않겠는데. 네 생각은 어때?’
이연우는 DBS의 기자라고 했다.
메이저 중에서도 메이저니, 그녀가 영상을 올리면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될 것이고, 자신에게 굉장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네 검술은 영상을 좀 본다고 파악 할 수 있을 정도로 얄팍하지 않다. 아무 상관없어.
백우진의 검술은 기본의 극에 이른 검술에 여러 검술속성을 집어넣은 것이다.
그것을 알았다고 백우진을 따라 할 수도, 공략 할 수도 없다.
“상관없습니다.”
“감사해요.”
이연우가 방긋 웃었다.
그녀의 외모에선 차가운 느낌이 들지만, 목소리와 행동은 굉장히 부드러웠다.
“저 그럼 나중에 인터뷰도….”
“그건 안합니다.”
백우진은 이연우의 부탁을 단칼에 거절했다.
이런 상황에선 인터뷰 없이 영상만 퍼지는 게 훨씬 낫다.
가만히 있으면 사람들이 알아서 스토리를 만들어 줄 거다.
“변화도 끝났군.”
깨진 하늘이 원래대로 돌아왔고, 대지의 진동도 멈췄다.
균열 변화가 끝난 것이다.
“도련님. 구스트 로드에게서 나온 아이템입니다.”
문주영이 백우진에게 하얀색 팔찌를 건네주었다.
팔찌엔 고귀해 보이는 두 쌍의 천사 날개가 그려져 있었다.
‘이건 나도 뭔지 모르는데.’
전생에서 이곳을 정리한 곳은 대연문이기 때문에 이 팔찌가 어떤 물건인지는 알지 못한다.
‘흑암.’
-어차피 유니크일 텐데 그냥 껴라. 뭐하려고 감정을 하려는 거냐?
백우진은 말없이 흑암에게 팔찌를 들이밀었다.
-알겠다. 알겠어.
흑암이 못 이기는 척하며 아우라로 팔찌를 덮었다.
-유니크가 아니로군.
‘항상 운이 좋을 수는 없으니까. 아이템창이나 보여줘.’
-유니크가 아니라, 레전더리다. 천벌 받을 놈아!
흑암이 열어준 아이템창의 이름은 붉은빛으로 번쩍이고 있었다.
**
“나 백가에 산채로 끌려가는 건 아니겠지?”
고현석이 입술을 깨물며 결계의 입구를 바라보았다.
백우진의 기세에 넘어가서 입구를 열어줬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잘못 된 선택이었다.
다른 검사들은 그렇다 쳐도 백우진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정말 백가에 잡혀갈지도 모른다.
“그렇게 후회할 거였으면서 왜 나선 거냐?”
“협검이 눈앞에서 그런 말을 하는데 너라면 안 열어 줬겠냐? 누구라도…응?”
고현석이 동료에게 짜증을 낼 때였다.
결계 내부에서 문을 열라는 신호가 흘러나왔다.
“벌써 왔다고? 뭐하는 거야! 빨리 문 열어!”
“헉!”
고현석과 그의 동료들이 결계의 문을 열었다.
열린 문으로 가장 먼저 문주영이 나왔고, 그 뒤로 백가의 검사들과 이연우, 백우진이 나왔다.
“여, 열세 명! 전부? 전부를 구해왔다고?”
고현석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운이 정말 좋아봐야 반 정도를 구할 거라 생각했지만, 백우진은 11명 모두를 구해왔다.
상처를 입은 사람은 있었지만, 죽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결계 내부 균열 변화도 끝났고, 안에 있던 몬스터도 모두 제거했습니다.”
“예? 몬스터를 전부 제거 하셨다구요?”
“네. 구스트와 구스트 로드, 골데론까지 모두 처리했습니다.”
백우진은 내부에 있던 몬스터들을 모조리 처리하고 결계를 나왔다.
“고, 골데론….”
고현석이 흔들리는 눈으로 백우진의 전신을 살폈다.
구스트, 구스트 로드 거기다 골데론까지 잡았건만 그의 상태는 들어갈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모든 것을 어려움 없이 뚫어냈다는 의미였다.
“좀 바뀌긴 했지만, 신검백가에선 협회의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아, 네. 그, 그러네요. 그렇죠!”
고현석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것뿐이었다.
“균열 변화 구역에 모두를 구해서 살아 돌아오다니, 대체 뭔 괴물이야….”
“협검이라는 칭호가 잘 어울리기도 하지만 한없이 모자라 보이는군.”
“이제 곧 17살이 되나? 대체 뭘 먹어야 저렇게 강해지는 거냐?”
협회 직원들의 시선은 오로지 백우진을 향하고 있었다.
실제로 본 건 처음이었지만, 그에게서 풍겨나오는 아우라는 들었던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했다.
띵!
[퀘스트을 완수하셨습니다.] [퀘스트의 보상을 계산합니다.]퀘스트를 완료했다는 홀로그램 창이 나오고 있었지만, 보상 창이 나오지 않고 있었다.
-불안한데, 왜 보상이 나오지 않는 거지?
‘퀘스트는 끝났으니, 기다리면 알아서 나오겠지.’
안절부절 못하는 흑암과 달리 백우진은 여유롭게 홀로그램 창을 확인했다.
“도련님!”
백우진이 구출해온 검사들이 협회의 회복 능력자에게 치료를 받고 있을 때 김성철을 비롯한 제검각의 검사들이 나타났다.
“도련님!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제검각의 검사들은 모두가 보고 있는 앞에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다.
“감사해 할 필요 없다.”
백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같은 길드원을 구하는 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너희들 덕분에 놓쳐서는 안 될 일을 했으니 내가 더 고맙지.”
“아….”
백우진의 대답에 제검각의 검사들, 구출해온 검사들이 말을 잊었다.
백우진과 자신들은 같은 백가였지만 왕래가 거의 없었다.
목숨을 구해주는 것도 모자라, 저런 말까지 해주니 코끝이 찡해지고 눈에 눈물이 돌았다.
신검백가에 속한 것이 너무도 자랑스러웠다.
“약속 지켰다.”
백우진은 김성철을 보며 웃었다.
“약속이라고 하시면…아!”
김성철의 머릿속에 백우진과 검각 앞에서 만났을 때가 생각났다.
그는 자신의 동기들을 어떻게든 살려서 데려오겠다고 했었고, 정말 단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를 구해왔다.
정말 경이로운 남자였다.
“무릎 닳겠다. 그만 일어나고 친구들이나 챙겨줘.”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김성철과 홍남기를 비롯한 모든 검사들이 백우진에게 머리를 숙였다.
“늙었나? 내가 다 눈물이 나오려고 하네.”
“그러게 말이다.”
고현석과 협회의 직원들은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도련님.”
그때 부드러운 분위기를 깨는 냉정한 목소리가 들렸다.
흑검대의 김재환이었다.
그는 평소와 달리 2명의 흑검대원을 대동한 채 나타났다.
“가주님께서….”
“알아.”
백우진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주님께서 부르셨겠지. 직접 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