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76
76화. 다른 길 (4)
“가주님을 뵙습니다.”
백우진은 가주전에 들어가자마자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었다.
백천화는 평소와 달리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백우진을 지그시 내려다보고 있었다.
-분위기가 다르군.
‘이전엔 칭찬하려고 부른 거지만, 지금은 잘못을 따지려고 부른 거니까.
-솔직히 말해서 네가 뭘 잘못한 건지 모르겠다. 길드가 위험에 빠진 길드원을 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잖아.
‘그래. 당연한 일이지. 하지만 이 백가라는 곳은 그 당연한 걸 하지 않는 곳이니까.’
백우진은 백천화의 시선과 압박을 받으면서도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일어나라.”
“예.”
백천화의 말에 백우진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눈 한 번 살벌하군.
‘행검부에서 내려온 검사들을 포기하라는 명령. 아버지가 직접 내렸을 거야.’
이전에 백천화가 백우진을 볼 땐 서늘함 속에 일말의 기특함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백천화의 눈빛엔 오직 차가움뿐이었다.
“왜 간 거냐.”
백우진은 백천화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순간 얼음 굴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간담이 서늘해지고, 전신에 소름이 돋아 올랐다.
‘크윽….’
그저 분위기만 변한 게 아니었다.
백천화의 전신에서 여태까지 겪어 본 적 없는 거대한 기파가 밀려왔다.
손가락을 까딱이는 것도 어려울 지경이었다.
-네 아버지는 역시 괴물이군.
‘지금까지 보여준 건 빙산의 일각일 뿐이었어.’
백천화의 몸에서 퍼져 나오는 기세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무겁고 날카로웠다.
그가 자신을 얼마나 봐주고 있었는지, 이제야 확실히 알아차렸다.
“말하라.”
백천화의 입이 열릴 때마다 그의 기세가 더욱 강해졌다.
이제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였다.
“으윽….”
백우진이 이를 악물고 오러를 전력으로 운용하며 자신의 기세를 퍼뜨렸다.
단순히 기세를 불러온 게 아니다.
백천화가 뿜어내는 기세의 틈에 자신의 기세를 끼워서 밀어내려 하고 있었다.
“음.”
백천화의 눈빛에 이채가 들었다.
지금 백우진의 실력으론 버티지 못할 압박을 주었건만, 녀석은 오히려 자신의 기세를 무너뜨리고 있었다.
이런 상황만 아니라면 칭찬을 해주고 싶을 정도였다.
“가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갔습니다.”
백우진은 한 자 한 자 힘주어서 이유를 말했다.
“가야 했다?”
“그렇습니다.”
“행검부에서 검사들의 구출을 포기했다는 말을 듣지 못한 거냐?”
“들었습니다.”
백우진의 말에 백천화의 고개가 살짝 틀어졌다.
거짓말을 할 줄 알았건만 녀석은 사실을 밝히고 있었다.
“그럼 그 명령이 내게서 내려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텐데?”
“예. 알고 있었습니다.”
“왜 내 명령에 반하는 행동을 한 것이냐.”
백천화의 눈에 노도와 같은 분노가 깃들었다.
첫째나 둘째도 자신이 내린 결정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따른다.
요즘 좋게 봐줬다고 백우진이 건방을 떤 거라면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도구로 써야 할 검사들을 구한다는 나약한 이유를 댄다면 더더욱 놔둘 수 없지.’
백우진의 대답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 징계를 내릴 생각이었다.
“전 가주님의 명령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가주님의 명령을 따르려 했을 뿐입니다.”
“뭐?”
백천화가 인상을 찌푸렸다.
자신의 명령을 따르려 했다니, 지금 백우진이 하는 말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내가 언제 그들을 구해오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거지?”
“가주님은 제게 아니, 저희들에게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해서라도 명성을 쌓고, 힘을 기르라고.”
“음!”
백우진의 대답에 백천화의 기억이 얼마 전으로 돌아갔다.
녀석의 말은 자신이 모든 직계를 모아놓고 후계경쟁을 시킬 때 한 말이었다.
“제가 검사들을 구함으로써 전 가문 내부외부를 가릴 거 없이 큰 명성과 좋은 이미지를 얻게 될 겁니다. 목숨이 위험한 곳에 들어가서 가문의 검사들을 구해왔다는 건 여태까지 해왔던 일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일이니까요.”
백천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백우진에게 화를 내긴 했지만, 녀석이 한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분명 많은 곳에서 백우진의 이름이 울려 퍼질 것이다.
“거기다 얼마 후면 제검각의 검사들의 소속을 정하는 납검회가 열립니다.”
백우진의 말에 백천화의 눈동자가 번쩍였다.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아차린 것이다.
“저는 나이가 가장 어린 데다가 호위 한 명, 어린 검사 한 명만 데리고 있습니다. 제검각의 검사들과 친분도 전혀 없고, 제대로 된 교관도 없으므로 납검회에서 많은 선택을 받지 못할 겁니다.”
“허, 너는 그럼….”
“오늘 구출을 통해 제검각에 있는 검사들은 제게 마음이 기울었을 겁니다. 납검회에서 꽤 많은 검사들이 저를 선택할 거라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거기까지 생각한 것이냐? 이러한 이득을 얻게 될 것을 알고?”
“그렇습니다. 가주님께서도 제 설명을 듣게 된다면 이해해 주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크하하하하!”
백천화가 손뼉을 치며 광소를 터트렸다.
백우진의 대답은 자신이 예상했던 그 어떤 대답보다도 만족스러웠다.
“정말이지 너란 녀석은….”
백천화의 눈빛에서 서늘함이 사라지고, 흡족함이 나타났다.
그는 백우진을 압박하느라 펼쳐놓은 기세도 모조리 흩어버렸다.
“하아….”
백천화의 기세가 풀리자, 백우진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너도 정말 징글징글한 놈이다. 대체 언제 저런 대사를 준비한 거냐?
‘계속 생각했지.’
구출이 잘 되더라도 아버지에게 불려갈 건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를 설득할 방법을 계속 생각해놓았다.
-네 아버지의 눈빛에서 얼음이 녹아내렸군. 대단하다. 대단해.
‘그래. 다행히 먹혀든 것 같아.’
전부 무대포로 밀고 나갔지만, 일이 잘 풀린 것 같았다. 정말 다행이었다.
“넌 제검각 아이들이 네게 찾아온 걸 행운이라고 생각했겠군.”
“그렇습니다. 선아 누님에게도 갔다고 하던데, 그녀가 그들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에 쾌재를 불렀죠.”
백우진의 말에 백천화의 입꼬리가 더욱 올라갔다.
아들의 재롱을 즐기는 표정이었다.
-여기서 또 백선아를 꺼내서 비교하게 하다니….
‘아버지는 비교를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백천화의 머릿속에서 백선아는 기회를 놓친 딸로, 백우진은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만들어내는 아들로 기억될 거다.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고, 최고의 선택을 한 점은 훌륭하다.”
“감사합니다.”
“다만 네가 내 명령을 따르기도 했지만, 어기기도 한 것도 사실이다.”
백천화는 처음과는 전혀 다른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 작은 벌을 내리마.”
“벌이라고 하신다면….”
“조만간 네게 사람을 보낼 테니, 그 녀석의 일을 돕도록.”
“알겠습니다.”
백우진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백천화의 표정을 보니, 진짜 벌이라기보다 다른 뜻이 있는 것 같았다.
“돌아가 보거라.”
백우진은 깊게 고개를 숙인 뒤 가주전을 나섰다.
백천화는 그가 문을 닫고 나갈 때까지 미소를 짓고 있었다.
“휴우….”
백우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먹혀들어서 다행이야.’
-그게 안 먹힐 수가 있냐? 나라도 넘어갔을 거다.
흑암이 백우진을 보며 검날을 이리저리 꼬았다.
백우진은 위험한 상황을 빠져나가는 데엔 정말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배우고 싶을 정도였다.
-다만 너희 아버지는 길드원들을 사람이 아니라, 그냥 검으로 보고 있는 것 같군.
‘그래서 내가 이 가문을 바꾸겠다고 하는 거잖아.’
-너희 가문이 왜 4대 길드에 속하는 건지 모르겠다.
‘일단 아버지가 강하니까. 한국에서 아버지와 비견 되는 건 대연문주밖에 없어.’
백천화는 4대 길드 아니, 전 세계에서 보더라도 최강자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사람이다.
그의 강함에 이끌려서 백가의 문을 두드리는 검사들은 셀 수 없이 많다.
‘그리고 검사들의 성장과 임무에 대한 보상은 확실하게 주지.’
백가는 재능 있는 검사들의 성장은 확실하게 책임진다.
등급이 오를 때마다 더 뛰어난 검술과 교육, 기술을 지원받고, 성공한 임무에 대한 보상도 다른 길드에 비해 넉넉하게 지급된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는 무엇보다도 큰 단점이 있지만, 주어지는 것은 다른 길드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도련님!”
“괜찮으십니까?”
백우진이 가주전 앞에 나갔을 때 제검각 검사 30명 정도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너희들이 왜 여기 있는 거지? 가서 쉬라고 했을 텐데.”
“도련님이 가주전에 끌려가셨는데 저희가 어떻게 쉽니까.”
“맞습니다. 분명 벌을 받으셨을 텐데, 저희가 어떻게 해서든….”
“너희가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가서들 쉬어.”
백우진은 빨리 가라는 듯 손을 흔들었다.
백우진의 말에 검사들은 코끝이 다시 찡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가주에게 불려가고 나서도, 자신들을 걱정하는 그의 모습에 감동한 것이다.
“도련님!”
홍남기가 앞으로 나왔다.
“도련님이 저희를 구하실 때 그러셨죠. 길드원이니, 당연히 구해야 했다고.”
“그랬지.”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도련님이 저희와 같은 길드원이기 때문에 걱정이 되고,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맞습니다. 저희는 같은 길드원이지 않습니까. 문제가 있다면 돕고 싶습니다!”
홍남기 뒤에 있던 김우혁이 앞으로 나왔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도련님을 돕겠습니다!”
맨 처음 백우진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김성철도 큰소리로 외쳤다.
“….”
백우진은 상기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검사들과 눈을 맞췄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도와주고,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위해주는 모습.
이게 바로 자신이 추구하는 길드의 의미였다.
“너희 말이 맞네.”
백우진은 자신을 바라보는 검사들을 보며 피식 웃었다.
“부탁할 일이 있다면 거리낌 없이 부탁하마. 그러니 그때까지 몸을 회복시켜놓도록.”
“알겠습니다!”
제검각의 검사들은 가주전이 코앞임에도 우렁차게 대답했다.
백우진은 뿌듯한 미소를 보여주고, 그들을 떠났다.
“야.”
홍남기가 백우진의 등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김우혁을 불렀다.
“너 앞으로 백가 쪽으로는 오줌도 안 싼다며.”
“그래. 저런 위대한 분이 계신 백가 쪽으로 어떻게 오줌을 싸냐.”
“어휴. 더러운 놈.”
“하하하!”
두 친구의 대화에 모두가 미소를 지었다.
“결정했다.”
“뭘?”
“난 저분을 평생 따를 거야. 만약 백가에서 나가신다고 해도 따라 나갈 거다.”
“음….”
김우혁의 말에 검사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들의 생각은 모두 같았다.
백우진이라면 평생을 두고 따라도 후회가 없을 사람이라 생각되었다.
* * *
-아까 그 녀석들 완전히 네게 빠져든 모양이다.
“사실 그런 걸 바라고 한 건 아닌데.”
아버지에게 했던 말과 달리 뒷일을 생각하고 검사들을 구하려 한 게 아니었다.
길드는 길드원을 목숨을 챙겨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원리를 생각하고 움직인 것이었다.
-납검회라고 했냐? 검사들이 자신의 소속을 정하는 거?
“그래. 제검각의 검사들이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고, 원하는 직계의 밑이나 무력단체에 들어가는 행사야.”
-전부 다 너한테 몰리는 거 아니냐?
“그러면 재밌긴 하겠네. 백호중, 백선아가 제검각에 열심히 드나드는 것 같았는데.”
백우진이 빙긋 웃었다.
제검각 검사들은 백선아에게 먼저 도움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었다.
지금 그녀는 큰 후회를 하고 있을 것이다.
-사람들도 얻고, 레전더리도 먹고. 정말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사는군.
“레전더리긴 하지만….”
백우진이 왼팔에 끼고 있는 하얀 팔찌의 정보창을 불러왔다.
[시르콘의 성령 팔찌] 천사 시르콘의 깃털을 이어 만든 팔찌다. 누구보다 선하지만, 악을 미워했던 시르콘의 성력이 깃들어 있다.등급 : 레전더리
착용 가능 조건 : 선 성향.
악성향의 종족 공격 시 공격력 200% 상승.
마기에 대한 방어력 200% 상승.
악성향의 종족의 정신지배에 대한 저항력 200% 상승.
회복 속도 300% 상승.
정신력 +25.
-옵션 자체는 엄청나지만, 마족 특화라는 게 문제로군.
“악성향이면 마족뿐이야?”
-소수지만 몬스터 중에서도 악성향을 가지고 마기를 사용하는 녀석들이 있다. 네가 이전에 잡았던 가고일처럼.
“그래. 가고일이 악성향이었지.”
-아깝군. 쓸 곳이 그리 많지는 않겠어.
“아니, 쓸 곳 많을 거야.”
앞으로 더 많은 마족이 나타나기 때문에 이 팔찌는 큰 도움이 되어 줄 거다.
단순 수치가 오르는 게 아니라, 공격력과 방어력이 2배씩 상승하기 때문에 자신이 강해질수록 팔찌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띵!
백우진이 팔찌를 보며 미소를 지을 때 맑은 알림음이 그의 귀를 때렸다.
[퀘스트의 보상을 계산되었습니다.] [보상 11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이 감동과 경악을 느꼈습니다.] [1600포인트가 추가로 지급됩니다.] [제검각의 검사들과 친밀도가 대폭 상승했습니다.]“엉?”
-처, 천육백?
백우진과 흑암이 경악하며 홀로그램 창을 바라보았다.
추가 보상이 있을 거란 생각은 했지만 원 보상보다 훨씬 많은 포인트를 받을 줄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이건 또 뭐야….
“그 여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