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79
79화. 제주도로 (3)
백은경이 속해있는 척살조는 먼지 한 톨 놓치지 않고, 성산 주변을 이 잡듯이 뒤지고 있었다.
수색조와 함께 찾고 있었지만, 마족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음….”
백은경이 서귀포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뭐지?’
처음엔 마족이 나타나지 않아서 기분이 더럽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저곳에서 무언가 불안한 기운이 느껴졌다.
“두고 온 꼬마를 생각나는 거냐?”
황호가 백은경을 놀리듯이 중얼거렸다.
“협검인지, 협졸인지는 내 사제가 아주 잘 챙겨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챙겨? 네 사제 따위가?”
백은경은 황호를 보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 녀석은 백가 내에서도 다른 존재다. 네 사제가 너처럼 건방을 떤다면 땅에 머리가 박히겠지.”
“무슨 개소리를!”
“그리고 한 번 졌으면, 입 좀 닥치고 꺼져.”
백은경은 황호에게 손을 휘젓고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저, 저 망할 년!”
황호는 소리 나게 이를 갈 뿐 그 이상의 행동을 하지 못했다.
“왜 그러는 거냐?”
채중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백은경에게 다가갔다.
마족이 있는 곳마다 만났기 때문에 둘은 꽤 친분이 있었다.
“마족이 나타나지 않아서 그런 거냐?”
“그게 아니라, 느낌이 좀 이상해서요.”
백은경이 채중현에게 고개를 돌렸을 때였다.
화아악!
서귀포 방향에서 두 개의 검은 빛이 터져 나왔다.
첫 번째 어둠엔 마기가 담겨 있었지만, 두 번째 어둠엔 순수한 마나가 흐르고 있었다.
“백우진!”
백은경은 백우진의 오러를 확인하자마자, 전속력으로 달렸다.
“마족!”
“왜 저기 있는 거야!”
“이동! 빛이 터진 곳으로 이동해!”
채중현과 황호만이 아니라, 탐색조, 척살조 모두가 그녀의 뒤를 따랐다.
“못 버틸 텐데….”
백은경이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마기와 오러가 거센 힘 싸움을 벌이고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백우진의 오러가 밀리며 마기가 하늘을 잠식했다.
“젠장!”
전력으로 달리고 있지만, 무슨 짓을 해도 시간 안에 당도하지 못할 것 같았다.
백은경이 이를 악물었을 때였다.
백우진의 검은 오러가 새하얀 빛으로 물들었다.
* * *
“크으으윽!”
백우진의 팔찌에서 나온 찬란한 빛에 키르아가 비명을 지르며 물러났다.
화아아아.
백우진의 전신에 선계의 구름 같은 새하얀 빛이 내려앉았다.
라사둠의 오러와 팔찌의 성령은 서로를 헤치지 않고,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그, 그 물건은 대체!”
키르아의 눈빛엔 사악함과 살기가 번들거리고 있었다.
팔찌의 빛만 아니었다면 당장이라도 백우진을 뜯어버리고 싶은 표정이었다.
“알거 없고. 이제 2라운드 시작해야지.”
백우진이 돌진하며 암인검을 뽑았다.
흑과 백이 조화되어 격이 상승한 흑왕탄이 키르아의 목을 향해 쇄도했다.
“이까짓 거!”
키르아의 양손에서 지독한 마기를 뿜어졌다.
이미 한 번 막은 기술이다.
뭔지 모를 힘이 더해졌지만,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암인검엔 키르아가 예상했던 위력과는 차원이 다른 힘이 실려 있었다.
콰아아앙!
흑왕탄과 마기의 두 번째 충돌은 첫 번째와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냈다.
“끄어억!”
키르아가 입에서 검은 피를 토하며 뒤로 밀려났고, 백우진은 가볍게 손을 흔드는 정도로 격돌의 여파를 풀어냈다.
완벽한 백우진의 우세였다.
“어, 어떻게!”
키르아의 마름모꼴 눈이 지진 난 대지처럼 흔들렸다.
그의 눈빛엔 경악, 불신, 고통이 뒤섞여 혼란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크아아악! 개 같은!”
키르아가 발광을 하듯 마기를 흩뿌렸다.
그의 몸에서 터져 나온 마기가 백우진의 전신을 휩쓸었다.
마기의 파도가 몰아쳤다.
무르익은 능력자라도 오금을 지리며 주저앉을 순간.
백우진은 웃었다.
촤아아악!
빛과 어둠이 섞인 암인검은 화산처럼 폭발하는 키르아의 마기를 사정없이 베어버렸다.
“아아….”
걸레처럼 찢긴 마기 사이로 키르아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의 얼굴은 분을 칠한 것처럼 허옇게 질려 있었다.
쩌억!
백우진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오러를 쏟아부은 암인검으로 키르아를 내리쳤다.
“크아아아악!”
키르아의 입에서 고통에 잠긴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의 오른쪽 눈과 상체가 라사둠의 오러로 깊게 파여 나갔다.
“끄아아아!”
백우진이 끝을 내려 했지만, 키르아는 상처를 부여잡고 검은빛을 내뿜으며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이동기술을 사용한 것이다.
“죽여 버린다. 죽여 버리겠어!”
키르아에게 풍기던 여유와 품격은 사라졌다.
그는 비루먹은 망아지처럼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다.
“죽여!”
키르아의 몸에서 검은 구슬이 튀어나왔다.
검은 구슬은 연기처럼 흩어지더니, 백우진을 향해 쇄도했다.
자신의 자아를 상대의 정신에 침투시키는 정신 공격이었다.
-저건?
‘정신지배야. 저 기체를 베어야 해.’
백우진은 마기의 기체를 베어버리기 위해 정신을 집중했다.
-아니다. 놔둬.
‘뭐?’
-저건 내가….
흑암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할 때였다.
콰아아아아!
백우진의 등 뒤에서 거대한 빛의 화살이 날아와 키르아의 마기를 터트려버렸다.
채중현이 사용하는 광시(光矢)였다.
[끄으으으! 네놈의 얼굴, 오러 기억했다. 절대로, 절대로 놓치지 않는다!]백우진의 머릿속으로 키르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놈은 다른 강력한 능력자들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광시의 빛을 이용해서 도망친 것이다.
“쯧.”
백우진이 혀를 차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도망쳤군.
‘그래. 이동기술을 쓴 거 같아.’
팔찌로 강화된 기감을 펼쳐 봐도 놈의 마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위험한 상황이라 걱정했는데, 그 팔찌 선을 좀 많이 넘었네? 대체 뭐냐?
‘200%라는 옵션이 우리 생각보다 훨씬 강력했어.’
팔찌의 능력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엄청난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200% 이상의 효과를 내는 것 같았다.
“도련님!”
문주영이 빠르게 다가왔다.
“괜찮으십니까? 방해가 될까 봐. 끼어들지 못했습니다.”
“잘했어.”
“게스트 하우스에 있던 3명은 전부 살았습니다. 도련님이 힘을 조절하신 덕분입니다.”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뒤에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채소진을 비롯한 여러 능력자는 자신을 보며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그들의 눈동자에선 혼이 빠져나간 상태였다.
“어, 어찌, 어떻게 이런 일이….”
특히 백우진을 막고 무시했던 염사의 표정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는 수준으로 구겨져 있었다.
“괜찮으냐?”
전력으로 달려온 백은경이 흔들리는 눈으로 백우진을 훑어보았다.
자신이 느낀 마족의 힘은 중급이었건만, 백우진은 마족에게 버티는 것으로 모자라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다.
꿈에서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모습이었다.
“보시다시피 다치진 않았지.”
“너 뭐야!”
백우진이 백은경에게 대답할 때 황호가 나타났다.
“무슨 말이지?”
“네놈이 어떻게 중급 마족을 상대했느냔 말이다!”
-이 고양이도 저 뱀과 똑같은 놈이군.
‘황호는 강하지만, 성격이 폭급하다는 단점이 있지. 듣던 대로네.’
황호의 재능과 무력은 정말 뛰어나지만, 저 성격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도 많았다.
“말해라. 너 같은 꼬마가 어떻게….”
“잘 상대했지. 뭘 물어.”
백우진이 멱살을 쥐려는 황호의 손을 쳐버렸다.
“이놈이!”
“그만 좀 하게!”
채중현이 다시 백우진의 멱살을 잡으려던 황호를 말렸다.
“방금 마족과 싸운 사람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 건가! 정신이 있는 거야?”
“으윽….”
황호가 입술을 이죽거리며 손을 내렸다.
-너랑 다니면 항상 또라이만 만나는데, 오랜만에 정상을 보는군.
‘그러게.’
채중현은 백우진에게 다친 곳은 없는지, 마기에 중독된 곳은 없는지부터 물어보았다.
“정말 수고했네. 자네 덕분에 저곳에 있던 사람들도 살았고, 마족의 능력과 수준에 대한 정보도 얻었어. 이번에 마족을 잡게 되면 그 공의 절반은 자네의 것일세.”
채중현은 듣는 사람이 기분 좋을 정도로 진심이 담긴 칭찬을 해주었다.
“크윽….”
그의 말에 황호와 염사의 얼굴이 더욱더 일그러졌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공을 백우진이 뺏은 것처럼 노려보았다.
“….”
백은경은 감탄과 묘한 기대를 담은 눈으로 백우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 일단 가세나. 자네에게 듣고 싶은 게 많으니까.”
백우진은 채중현과 함께 협회의 지부로 돌아갔다.
* * *
“마족의 마기를 느낀 것도 혼자라고 하더군.”
“대체 어떻게? 무슨 마법이라도 쓴 거야?”
“그러게 말이다. 그 건물에서 게스트 하우스까지면 황호나 백은경도 못 느낄 거린데….”
능력자들은 협회의 강당에 앉아서 백우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것보다 마족과 싸워서 상처를 입힌 게 더 대단한 거 아니야?”
“그렇지. 성궁께서 중급 마족이라고 하셨으니까.”
“진짜 알 수가 없다. 백가는 전부 특이하지만, 백우진은 그중에서도 또 달라.”
“호위가 한 거 아니야?”
“아냐. 내 동기가 봤잖아. 1:1로 마족의 눈과 가슴을 베어버렸다고 했어.”
“마족과 첫 전투에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모르겠어. 진짜인지, 가짜인지 무슨 수를 쓴 건지….”
처음 이곳의 능력자들은 백우진을 무시했다.
백우진이 마족을 상대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애송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멀리 있는 마족의 기운을 느낀 것으로도 모자라서, 중급 마족에게 치명적인 상처까지 입혔다.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제주도에 있는 능력자 중에서도 극소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능력자들이 백우진을 보는 시선에는 동경, 불신, 열망, 질시, 부정 같은 여러 가지 감정이 담겨 있었다.
“모두 자리에 앉아 주십시오.”
첫날 브리핑을 했던 한성윤이 모두가 모인 강당으로 들어왔다.
“백우진 검사님. 덕분에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한상윤이 백우진을 보며 깊게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백우진을 향한 시선들이 더욱 강렬해 졌다.
“마족의 수준은 중급이고, 근접전투에 강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마기를 기체로 만들어서 보낸다고 합니다.”
한상윤은 화이트보드에 원을 그리며 말을 이었다.
“마기로 만든 기체는 우리의 정신을 지배하는 효과가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한상윤은 백우진이 말해준 키르아의 정보를 모두에게 알려주었다.
브리핑이 끝난 뒤 능력자들은 다시 조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잠깐.”
강당을 나가려는 백우진은 백은경이 붙잡았다.
“넌 한동안 이곳에 가만히 있어라.”
“왜?”
“마족이 네게 마지막에 한 말은 저주와도 같은 선언이다. 분명 널 노릴 테니, 움직이지 마라.”
“다음에 만나면 이길 수 있어.”
“그 마족이 널 우습게 봤기 때문에 싸울 수 있던 거다. 만약 마족이 정신지배가 네게 닿았다면 지금 넌 이곳에 없었어.”
“음….”
백우진은 확실하게 대답하지 못했다.
실제로 키르아의 정신지배는 강력하여서 이 팔찌가 있어도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알아들은 거로 알겠다.”
백은경은 마지막 말을 남기고 강당을 떠났다.
‘팔찌가 있어서 버틸 거 같긴 한데….’
-넌 정신 공격에 대해선 딱히 대비할 필요가 없다.
‘뭐?’
-내 말대로 해라. 그 잔챙이 마족 내가 잡게 해주마.
* * *
“제기랄! 아파! 아프다고!”
키르아는 어둠 속에서 백우진에게 당한 상처를 손톱으로 뜯어내고 있었다.
그 망할 인간이 무슨 짓을 했는지 살을 뜯어버리고, 재생시켜도 아픔이 가시지 않았다.
특히 오른쪽 눈은 재생도 불가능했다.
모든 것을 찢어 죽이고 싶었다.
“끄으윽, 절대로 그냥 죽이지 않아.”
키르아는 백우진의 정신을 지배한 뒤 걸레처럼 써먹을 생각이었다.
“다른 놈은 필요 없어. 오직 그놈만…. 어?”
이를 부서질 정도로 갈던 키르아는 무언가를 느끼고 고개를 홱 돌렸다.
“그놈! 그놈의 기운이다.”
키르아는 백우진의 기운을 느끼고, 어둠을 벗어났다.
“함정인가?”
키르아는 함정일지도 모르지만, 일단 가보자는 생각으로 마기와 모습을 감추고, 조심스럽게 백우진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둘?’
백우진은 자신과의 싸움에서도 보았던 호위 하나만 데리고 바닷가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으음….’
키르아는 혹시나 해서 근처에 있는 능력자들을 찾아봤지만, 누구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미리 탐지해놨던 강자들의 기운은 이곳과 한참 떨어진 곳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지금밖에 없어!’
평소라면 물러났겠지만, 키르아는 백우진에게 입은 상처로 이성이 마비된 상태였다.
후우욱.
키르아는 누구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얇게 마기를 퍼뜨린 후 백우진과 문주영을 동시에 노렸다.
“이건!”
백우진이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았지만 이미 늦었다.
키르아의 마기를 담은 자아가 백우진과 문주영의 정신에 침입했다.
“크하하하하!”
키르아가 멈춰버린 백우진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광소를 터뜨렸다.
자신의 자아가 인간 놈들의 머릿속으로 들어갔으니, 게임은 끝난 것과 마찬가지였다.
“뭐야!”
하지만 키르아의 웃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백우진의 정신력이 생각 이상으로 강했다.
많은 인간의 정신장벽을 뚫어봤지만 이 정도로 두터운 인간은 처음이었다.
“어쩔 수 없지.”
키르아는 백우진의 정신계로 직접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그래야만 빠르게 백우진의 몸을 지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 *
“무슨 인간의 정신장벽이 이렇게 두꺼운 거지?”
아무리 봐도 이해가 가질 않았다.
이 정도 정신력이라면 거의 절대자에 근접한 수준이어야 한다.
정말 여러 가지로 의문이 많은 인간이었다.
“그래도 못 뚫은 건 아니지.”
키르아가 이를 드러내고 잔인하게 웃었다.
자신이 직접 왔으니, 장벽을 깨는 건 시간문제였다.
정신장벽을 깨며 이 망할 인간의 영혼에 고통을 줄 생각을 하니, 상처의 고통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여기부터 시작을…. 어?”
백우진의 정신의 벽을 깨려는 키르아의 움직임이 멈췄다.
등 뒤에서 단 한 번도 겪어 본 적 없는 무시무시한 기운이 느껴졌다.
“으으….”
손가락을 까딱하는 순간 영혼조차 소멸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끄윽….”
누군가가 자신의 심장을 손으로 꽉 쥐는 것 같았다.
숨을 쉬기 거북해지고, 온몸이 덜덜 떨렸다.
끝이 보이지 않는 무저갱에 빠진 것 같았다.
“으으….”
키르아는 굼벵이가 기어가듯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엔 흑발을 휘날리는 검사가 팔짱을 낀 채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 잔챙아.”
흑발의 검사, 흑암이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