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80
80화. 제주도로 (4)
“네, 네놈은 누구냐!”
키르아가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의 얼굴엔 예상하지 못했던 현상에 대한 공포가 씌어있었다.
‘저거 내가 들어온 인간이 아니야.’
한 인간의 정신에 다른 정신체가 들어가 있다니, 말이 되질 않는 상황이었다.
‘거기다 이놈 인간을 벗어났어….’
앞에 서 있는 존재는 인간과 기질 자체가 달랐다.
정신체의 외형은 인간이었지만, 인간의 껍질을 벗어난 힘이 느껴졌다.
“어떻게 너 같은 존재가 여기에 있는 거냐!”
“곧 죽을 놈이 궁금한 것도 많군.”
흑암이 차가운 미소 지었다.
그는 그저 서 있는 것만으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지?
‘여긴 네 정신세계다. 제대로 말하자면 네 정신세계의 입구 앞이지.’
-내 정신세계?
백우진은 지금 흑암의 눈으로 키르아를 보고 있었다.
평소 흑암이 백우진의 곁에서 세상을 보는 것과 반대가 된 것이다.
-그래서 놈의 공격을 일부러 맞으라고 한 거였군.
‘맞다. 이곳에서 저 애송이를 죽일 생각이다.’
흑암의 목소리엔 최근엔 들어보지 못했던 자신감과 거만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지켜보거라. 내가 어떤 존재인지 보여주마.’
-폼 잡는 거야? 좀 멋있다?
‘끄응….’
흑암은 백우진의 놀림을 흘려들으며 앞으로 나왔다.
저놈의 말을 듣고 있다간 기껏 잡은 무게가 풀려버릴 것 같았다.
“망할 놈이!”
키르아가 자신의 몸을 부풀렸다.
그의 몸집이 풍선처럼 부풀더니, 10층 건물과 비슷할 정도의 크기가 되었다.
“크아아아아!”
키르아는 흑암을 위협하듯 포효를 내지르며 자신의 마기를 개방했다.
-왜 안쓰러워 보이냐.
백우진은 키르아를 보고, 천적을 만나 겁에 질린 동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을 공격하려는 게 아니라, 털을 잔뜩 세워서 자신을 공격하지 말고 그냥 가라는 것 표현 같았다.
“이래서 잔챙이는 안 된다니까.”
거대해진 키르아를 보고도 흑암은 그저 웃고만 있었다.
“이익!”
키르아는 흑암의 냉소적인 반응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를 악물고 거대한 발을 들어 흑암을 내려찍었다.
쿠우웅!
하지만 키르아의 발은 흑암이 들어 올린 새끼손가락 하나에 막혀서 더 이상 내려가지 못했다.
“어, 어찌 이런….”
키르아의 거대해진 눈동자에 경악이 들어찼다.
손가락 하나로 자신의 공격을 막다니, 이게 가능한 일인가 싶었다.
“애들 장난도 아니고.”
흑암이 손가락을 튕기자, 키르아가 뒤로 밀려나 자빠져버렸다.
“끄으으….”
“너와 난 격이 다르다.”
-대사 준비한 거냐? 멋있는데?
‘좀 닥쳐!’
흑암이 인상을 찌푸렸다.
백우진은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을 놀리고 있었다.
정말 간 큰 거 하나는 알아줘야 한다.
‘격이라는 건 단순히 멋을 위해 쓴 말이 아니다.’
-그럼?
‘정신세계 전투에서 중요한 건 정신력, 정신세계에서의 경험 그리고 격(格)이다.’
흑암은 격이라는 단어에 힘을 주어서 말했다.
3가지 중에서도 특히나 중요한 것 같았다.
‘자신이 지금까지 이뤄왔던 많은 것들이 쌓이고 쌓여 격을 만들게 된다.’
-쌓아 온 것?
‘네 검로에도 네가 쌓아온 격이 들어가 있지.’
-음….
흑암의 말을 듣자, 격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대강 이해가 되었다.
자신이 행동해온 모든 것들이 영혼에 축적되어 힘이 되어 준다는 것 같았다.
“으아아아악!”
키르아가 비명을 지르며 전신의 모든 구멍을 통해 마기를 내뿜었다.
퍼져나간 마기는 잘게 쪼개져 수백 마리가 넘는 키르아를 만들어냈다.
“크아아아!”
“아아악!”
“으아아아!”
분신들도 마기를 펼쳐내 다른 분신을 만들었다.
순식간에 정신세계 전체가 키르아의 분신으로 뒤덮였다.
“분신이라. 어떻게 이 정도로 예상을 벗어나지 못하는지.”
흑암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허리에 매달린 검을 뽑았다.
그의 검은 검날과 손잡이까지 모조리 검은색이었다.
흡사 까만 안개를 쥐고 있는 모습 같았다.
“백우진. 잘 봐라.”
-뭐?
“이게 진짜 학살의 섬야다.”
흑암은 말을 함과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그의 검에서 검고 붉은 오러가 횃불처럼 타올랐다.
콰아아아!
흑암의 오러는 천지를 열었던 불꽃처럼 선명한 빛을 발했다.
검에서 뻗어 나간 검붉은 섬광이 세상을 가르며 존재하는 모든 키르아를 단숨에 집어삼켰다.
콰아아아아!
섬야 단 한 번에 만 명이 넘어가던 키르아의 분신이 모조리 지워졌다.
남은 것은 이곳에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던 키르아의 본체 딱 하나였다.
‘봤나?’
-…완전히 다르군.
‘네가 강해질수록 내가 가지고 있는 힘을 이용할 수 있다.’
-결국, 아직 멀었다는 거잖아.
‘물론이다. 너도 아직 애송이일 뿐이지.’
흑암이 피식 웃었다.
“아아….”
홀로 남은 키르아의 낯빛이 백지처럼 창백해졌다.
저 괴물에겐 거대화와 분신 모든 것이 통하지 않았다.
“어딜 가려고.”
흑암이 키르아의 앞에 나타났다.
“들어올 땐 마음대로지만, 나갈 땐 아니거든.”
흑암은 검은 쥔 주먹으로 키르아의 관자놀이를 후려쳤다.
“끄아아악!”
키르아는 찌그러진 머리를 부여잡고 바닥에서 미쳐 날뛰었다.
-되게 아파하네.
‘여기도 밖과 같이 고통을 느낀다. 아니, 실제보다 더 심하게 느끼지.’
-정말?
‘저놈이 네 정신장벽을 부수는 순간 넌 네 머리를 깨고 싶을 정도로 고통을 느꼈을 거다.’
-음….
흑암의 말에 백우진이 키르아를 노려보았다.
저 망할 마족에게 더 큰 고통을 주고 싶었다.
“끝을 내자. 송사리 마족.”
흑암이 검을 세우고 키르아에게 다가갔다.
-야. 흑암.
‘뭐냐?’
-저놈 뒤통수 좀 때려봐.
‘뭐?’
-저 마족 놈 뒤통수 좀 후려보라고.
‘그걸 왜 내게 시키는 거냐.’
-내가 다른 놈들 뒤통수치는 거 보면서 궁금해했잖아. 한 번만 해봐.
‘으음….’
흑암이 검을 든 손을 멈췄다.
확실히 백우진이 왜 그렇게 뒤통수에 꽂혔는지 궁금하긴 했다.
-아라가 뒤통수치고 즐거워하는 거 너도 봤잖아. 그런 때 묻지 않은 아이도 재밌어할 정도라니까.
‘정말 너란 놈은….’
다만 폭력을 유도하는 백우진이 악마인지, 자신의 앞에서 떨고 있는 게 악마인지를 모르겠다.
“으으….”
흑암은 간신히 정신을 차린 키르아의 뒤에 섰다.
빠가악!
손바닥을 쫙 펼친 후 키르아의 뒤통수를 냅다 후렸다.
“커헉!”
키르아는 무슨 일을 당하는지도 모르고 바닥에 머리를 박아버렸다.
“끄으아악!”
고통스러운지 키르아는 자신의 뒤통수를 부여잡고 꽥꽥 비명을 질러댔다.
“으음….”
흑암이 자신의 손을 보며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백우진에게 ‘별것도 아니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확실히 달랐다.
타격감도 좋았고, 특히 ‘빠각’이라는 시원한 타격음이 마음에 들었다.
-시원하지? 타격감이 다르지?
‘나, 나름 괜찮군.’
-그렇다니까. 특히 소리가 시원하다고. 역시 정신세계에서도 뒤통수는 통하는군.
백우진은 또 한 명의 뒤통수 신도를 만들어냈다고 신나게 웃고 있었다.
“흐음….”
흑암은 다시 한 번 뒤통수의 맛을 느끼기 위해서 정신을 차리지 못한 키르아의 뒤통수를 다시 날렸다.
빠각!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가 들리며 키르아의 눈동자에 빛이 사라졌다.
“끄으으으….”
이번엔 충격이 더 컸는지, 아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거 꽤….”
-재밌지? 재밌다니까!
“인정하기 싫다만 확실히 치는 재미가 있군.”
흑암은 아직 일어나지도 못한 키르아의 뒤통수를 쳤다.
뻐억!
키르아는 뒤통수를 맞으며 나무처럼 땅에 꽂혀갔다.
그는 희미해지는 정신 속에서 비명을 질렀다.
‘그, 그냥 죽여라. 이 악마보다 더한 놈….’
* * *
“마기?”
협회 건물에서 대기하던 능력자들은 근처 바닷가에서 마족의 마기를 느꼈다.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분명 마족의 마기였다.
“긴급이다! 준비해!”
“바로 출발한다!”
백은경과 황호의 지시에 능력자들이 장비를 갖추고 이동할 준비를 마쳤다.
대기조를 제외한 모든 능력자가 마기가 나온 곳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그 장소에 마족은 없고, 백우진과 문주영만 걸어오고 있었다.
“백우진?”
“저 녀석이 왜 저기서 오는 거지?”
“나오지 말라고 했잖아!”
능력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렸고, 황호와 염사는 인상을 쓰며 백우진에게 달려갔다.
“마족이 너를 노리고 있다고 말해도 나가다니, 멍청한 놈!”
“네가 정말 마족을 정말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거냐? 주제도 모르고, 건방을 떨다니!”
황호와 염사는 지금이 기회라는 듯 백우진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비루먹은 망아지처럼 돌아오는 꼬락서니를 보니, 뻔하군. 마족을 놓친 거겠지.”
“네 놈 때문에 벌써 2번이나 마족을 놓쳤다. 일반인들에게 가는 피해를 생각하지 못하는 거냐!”
황호와 염사는 백우진이 마족을 놓치고 돌아온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신경도 쓰지 않는 일반인까지 들먹이며 백우진의 욕을 하고 있었다.
“음….”
“그러게 왜 나서는 거지?”
그들의 비난에 뒤에 있던 능력자들도 백우진에게 좋지 않은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이래서 어린놈들은….”
염사가 끝까지 비아냥거릴 때 백우진이 손을 들어 올렸다.
그의 손엔 검은 보석이 들려있었다.
보석 내부엔 하얀 기운이 안개처럼 흐르고 있었다.
“아, 악마의 혼!”
“아….”
백우진의 손에 들린 보석을 본 능력자들이 입을 쩍 벌렸다.
그들의 눈은 격렬하게 흔들렸고, 소스라치게 놀라서 뒤로 자빠진 사람도 있었다.
“네, 네가 어떻게 그걸!”
“마족이 혼이 있다는 건 마, 마족을 잡았다는 거잖아! 저 둘이서!”
“세상에….”
마족의 혼은 마석처럼 마족을 잡게 되면 나오는 아이템이다.
마석보다 훨씬 짙은 마나를 가지고 있어서 무인이나, 마법사에게 영약과도 같은 효과를 가지고 있다.
“전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정신을 차리니, 도련님이 마족을 처리해놓으셨습니다.”
“헉!”
“저, 정말인가?”
“그렇습니다. 도련님 혼자서 마족을 잡으셨습니다.”
문주영의 말에 능력자들이 마른 침을 삼켰다.
둘이서 잡은 것도 아니고, 백우진 혼자 마족을 잡았다고 하니, 아연해서 입만 벌리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그런….”
“아….”
특히 앞에서 백우진을 비난했던 황호와 염사는 혼비백산해서 눈동자를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멍하니 백우진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머저리같이 길 막지 말고 꺼져.”
백우진은 황호와 염사의 어깨를 치며 길을 지나갔다.
둘은 한참 어린 백우진에게 욕을 얻어먹고도 움직이지 못했다.
“쯧.”
백우진은 둘을 보며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고 백은경에게 다가갔다.
“마족을 잡았으니, 제주도에 걸린 경계를 풀어도 돼.”
“어떻게 잡은 거지?”
백은경은 악마의 혼을 한참 동안 쳐다보다가 한 마디를 내뱉었다.
“내 검으로.”
백우진은 가볍게 말하며 협회의 건물로 들어갔다.
-내가 잡았으니, 틀린 말은 아니군.
흑암이 맞는 소리라는 듯 검날을 번쩍였다.
“저, 정말인가? 현실 같지가 않아.”
“아니, 저걸, 어우! 말이 안 나오네.”
“허어….”
너무 놀라운 일이었기 때문에 백우진이 사라져도 능력자들은 영혼이 빠져나간 표정을 짓고 있었다.
* * *
백우진은 숙소에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쓰러졌다.
정신세계에서 싸운 건 흑암이었기 때문에 피곤함은 전혀 없었지만, 몰려오는 수마를 피할 수가 없었다.
한동안 꿈을 꾸지 않았기 때문일까?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등이 보였다.
그 등은 방금 봤던 흑암의 인간일 때의 모습이었다.
그의 앞엔 수십 명의 무인이 있었다.
무인들은 칼과 도, 창으로 흑암을 겨누고 진한 살기를 내뿜었고, 알 수 없는 소리를 질러댔다.
앞이 보이지 않아 표정은 알 수 없었지만, 흑암은 아무 말도,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팔짱만 끼고 있었다.
무인 중 가운데 백의를 입은 잘생긴 청년이 검을 들고 함성을 지르자, 모든 무인이 흑암에게 달려들었다.
그들은 흑암의 사지를 찢을 것처럼 지독한 살기와 오러를 피우며 달려들었다.
흑암이 한숨을 내쉬며 검을 뽑았다.
그 검엔 붉고 검은 오러, 섬야가 운용되고 있었다.
흑암은 이를 거칠게 깨물며 무인들에게 섬야를 날렸다.
섬야 한 번에 수십의 무인들은 파도에 휩쓸리는 모래처럼 아스러졌다.
시체조차 남지 않은 그곳에서 흑암이 뒤를 돌았다.
입을 제외한 흑암의 얼굴은 검은 안개에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그 꽉 다문 입을 보는 것만으로 흑암이 굉장히 슬퍼하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아직은….”
흑암의 메마른 목소리가 들리자, 꿈이 무너졌다.
* * *
백우진은 잠에서 깨어나며, 자신의 눈을 비볐다.
눈에 맺혀있는 물기가 느껴졌다.
-봤냐?
흑암이 어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너 맞지?”
-맞다. 약간이지만 옛 기억이 돌아왔다.
“네게 싸움을 건 무인들은 누구지?”
-모른다. 그저 그들이 처음부터 적이 아니었다는 것만 생각났을 뿐이다.
흑암에게서 씁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럼 이런 식으로 네 기억을 찾을 수도….”
띵!
[정신세계에서 마족 키르아를 제거하셨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키르아의 이동 특성 ‘이베이젼’이 무명보법에 흡수됩니다.] [완성된 학살의 섬야를 목격했습니다.] [섬야에 대한 이해도가 상승했습니다.] [섬야의 범위가 넓어집니다.] [섬야의 발동 속도가 빨라집니다.] [섬야의 파괴력이 강해집니다.]-….
“….”
나타난 상태창을 보고, 흑암과 백우진 둘 다 말을 잃었다.
-일은 내가 했는데, 왜 네가 처먹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