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84
84화. 납검회 (4)
납검회가 끝난 다음 날, 백우진은 정원으로 들어갔다.
-정원에 왜 가는 거냐?
‘사람 좀 찾으려고,’
-부가주?
‘맞아.’
-갑자기 그자는 왜 찾는 거냐?
‘부탁할 게 있으면 오라고 하셨잖아.’
-부탁? 지금 넌 네 검사나 챙…. 어?
흑암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서, 설마 부가주를 네 검대의 교관으로 만들려는 거냐?
‘이제 알아차렸네. 넌 아직 눈치가 느려.’
-허!
흑암이 거친 숨을 내쉬었다.
눈치가 느리다니, 부가주를 자기 검대의 교관으로 쓸 생각을 하는 미친놈이 어디 있겠는가.
-전에 부가주를 이용할 방법이 있다는 게 이거였냐?
‘그래. 부가주님을 데리고 던전을 가거나, 임무를 수행하긴 힘드니까. 그의 무력을 이용할 방법을 생각했지.’
백천웅은 허울뿐이라도 부가주라는 큰 직책 있으므로 그를 외부에 내보내는 데 여러 가지 제약이 존재한다.
하지만 검각에서 다른 검사들을 가르치는 건 크게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너란 놈의 사고방식은 감당할 수 없군.
흑암은 몸을 절레절레 저었다.
한참 전부터 부가주를 교관으로 쓰려 했다니, 백우진의 머리를 열어보고 싶을 정도였다.
-근데 네 형제가 네 아버지에게 따지는 건 아니냐? 특히 광녀 3호나, 백호중 같은 놈들이 가만히 있을 거 같지 않은데.
‘상관없어.’
백우진이 전혀 문제없다는 듯 손을 흔들었다.
‘아버지가 모든 것을 이용하라고 하셨기 때문에 눈치 없이 따지는 사람은 욕만 얻어먹고 돌아올 거야.’
백천화는 알아서 기회를 잡으라고 했다.
부가주와 선을 만드는 것도 그 기회를 잡은 것뿐이다.
“저기 계시군.”
백우진은 느티나무 아래서 눈을 감고 있는 백천웅에게 다가갔다.
“오랜만이구나.”
백천웅이 눈을 뜨고 백우진에게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부가주님을 뵙습니다.”
“그런 거 할 필요 없다.”
백천웅은 무릎을 꿇으려는 백우진을 일으켜 세웠다.
“마족을 잡았다는 소식은 들었다. 정말 큰일을 해냈어.”
“운이 좋았습니다.”
“마족을 어떻게 운으로 잡는다는 게냐. 내 앞에서 겸손해할 필요 없다.”
백천웅은 다 알고 있다는 듯 부드럽게 웃었다.
“납검회에서 받아들인 검사들 때문에 바쁠 텐데 무슨 일로 찾아 왔느냐?”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부탁? 그래. 말해 보거라.”
백천웅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이든 들어주겠다는 표정이었다.
“제 검사들에게 검을 가르쳐주십시오.”
“뭐?”
백우진의 말을 들은 백천웅의 눈이 격하게 흔들렸다.
-그래. 저 반응이 정상이지.
흑암은 백천웅의 반응이 이해가 가는 듯 검날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부가주님이 가지고 계신 뛰어난 검술 실력과 다양한 경험은 이제 막 수련생 티를 벗은 검사들에게 큰 도움이 되어 줄 겁니다. 제 검사들에게 가르침을 내려주십시오.”
“하하하!”
백우진의 말에 백천웅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을 터트렸다.
“네 아버지도 딱히 뭐라 하지 않을 거고, 행검부에서 나서지도 않을 테니, 날 쓰기 딱 좋은 방법이로군.”
백천웅이 미소를 머금었다.
대체 무슨 부탁을 하나 했더니, 백우진은 자신을 가장 잘 이용하는 방법을 골라서 나타났다.
역시나 비범한 녀석이었다.
“해주시겠습니까?”
“내가 뭐든지 도와준다고 입을 털었으니, 당연히 해줘야겠지.”
“감사합니다!”
“요즘 몸이 찌뿌둥하고, 심심했는데 잘 됐군.”
백천웅이 웃으며 일어났다.
백우진을 본 후 수십 년째 자신의 앞을 막고 있던 검술의 벽이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다.
검사들을 가르치는 생활을 하게 된다면 무언가를 얻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부터라도 가주마.”
* * *
“부, 부가님?”
“부가주님을 뵙습니다!”
검사들이 부들부들 떨면서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었다.
어이없는 상황에 그들의 눈에서 혼이 빠져나가 버렸다.
“일어나라.”
“예!”
일어난 검사들의 눈은 여전히 풀려있었다.
‘교관이라고 하셨는데. 왜 부가주님이 있는 거지?’
홍남기가 고개를 흔들었다.
이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해 보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모르겠다.
홍남기만이 아니라, 이 장소에 있는 모든 검사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방금 말했듯이 이분이 오늘부터 너희들에게 검술을 가르치고, 경험을 풀어주실 거다.”
“허억!”
“끄윽!”
백우진의 말에 검사들의 입에서 숨이 넘어가고, 얼굴이 허옇게 질렸다.
부가주에게 검술을 배운다니, 꿈에서조차 생각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저, 정말입니까?”
“속고만 살았느냐? 당연히 정말이지.”
백천웅이 웃으며 대답했다.
“아….”
김우혁이 침을 질질 흘렸다.
갑작스러운 기연에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었다.
만약 이 사실이 납검회에 퍼졌다면 그곳에 있던 검사 100명은 모조리 백우진을 선택했을 것이다.
“내 소개부터 해야겠지. 백천웅이다. 여기선 부가주가 아니라, 너희의 검술 스승이 될 것이니. 앞으로 잘 부탁한다.”
백천웅은 교관이 아니라, 자신을 스승이라고 칭했다.
그가 평소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자, 잘 부탁드립니다!”
검사들은 목청이 터지도록 소리를 질렀다.
한동안 목을 쓰지 못한다고 해도 지금은 성대가 찢어지도록 소리를 질러야 했다.
“도련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검사들은 백천웅을 데려온 백우진에게도 고개를 숙였다.
‘이분은 그릇이 달라.’
검사들은 백우진에게 큰 감동을 했다.
자신들을 위해서 부가주를 교관으로 모셔오다니, 경이로운 사람이었다.
“저희를 위해서 부가주님을 불러주시다니, 정말 얼마나 힘드셨을지….”
“정말 감사합니다. 도련님!”
“평생 따르겠습니다!”
검사들은 눈에 눈물까지 글썽거리고 있었다.
백우진이 정말 힘들고 어렵게 백천웅을 데려왔다고 생각한 것이다.
-아닌데, 그냥 말 한마디로 끝났는데.
흑암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당장 저들의 앞에 가서 사실을 밝히고 싶었다.
“첫날부터 바로 수련을 들어가긴 좀 그러니까….”
백천웅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백우진을 바라보았다.
“오늘은 대련 어떤가?”
“나쁘지 않네요.”
“그렇지? 그럼 준비해라.”
“예?”
황당한 표정을 짓는 백우진에게 백천웅이 나무로 만든 수련검을 내밀었다.
“첫 대련은 당연히 너와 내가 해야지. 우리 실력을 저 아이들에게 보여 줘야 하지 않겠느냐?”
백천웅의 말에 백우진이 검사들을 보았다.
그들의 눈이 기대감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해라.
‘뭐?’
-부가주는 네게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거다. 저 검사들만이 아니라, 네게도 큰 도움이 될 거다.
‘그럼 어쩔 수 없네.’
백우진이 나서려는 순간 그의 눈앞에 홀로그램창이 나타났다.
[돌발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검사들과 부가주에게 당신이 어떤 검사인지 보여줄 때입니다.
조건 : 백천웅과 100합 겨루기.
보상 : 900포인트, 돌발 보상.
-쉽지 않겠군.
아무리 대련이라고 해도 백우진과 백천웅의 실력 차이가 굉장히 많이 나기 때문에 100합을 겨루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네 녀석의 실력으로 저자와 100합을 겨루는 건 말이 되지 않는 일이지. 그렇다고 봐달라고 할 수도 없고.
‘될 거 같은데.’
-뭐?
‘잘하면 추가 보상까지 받을 것 같아.’
백우진은 퀘스트를 수락한 후 백천웅에게 다가갔다.
“저와 제 검사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 이 대련을 하자고 하신 거죠?”
“맞다.”
백천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기초적인 검술부터 시작하는 게 어떨까요? 부가주님은 물론이고, 제가 처음부터 강하고 빠른 검술을 사용하면 저 녀석들은 제대로 보지도 못할 겁니다.”
“가볍게 몸 풀며 저 아이들에게 공부할 시간을 주자는 거지?”
“그렇습니다.”
“좋은 생각이다.”
백천웅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녀석은 정말 물건이군.’
표정을 드러내진 않았지만 백천웅은 백우진에게 크게 감탄했다.
자신과 갑작스러운 대련으로 머리가 복잡할 텐데, 이 순간에도 부하들을 생각하다니, 속이 깊은 녀석이었다.
“역시 여기 오길 잘했어!”
“그래. 우리 인생 최고의 선택이야.”
홍남기와 김우혁을 비롯한 검사들은 코끝이 찡해지고,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아무것도 아닌 자신들을 여러 가지로 배려해주는 백우진이 말할 수 없이 고마웠다.
-너는 진짜 지독한 놈이다. 어휴….
이 얍삽한 백우진은 검사들을 위하는 척을 하며 퀘스트를 깨려 하고 있었다.
부하들에게 존경을 받고, 앞에 있는 백천웅에게 점수를 따며, 결국 보상까지 챙기게 될 거다.
“그럼 시작하자.”
“예!”
백천웅이 검을 뽑았고, 백우진은 발검술 자세를 취했다.
구름에 가려진 해가 드러나는 순간 백우진이 발검술을 사용했다.
콰아앙!
강맹한 힘이 담긴 발검술이었지만, 백천웅은 검을 틀어서 가볍게 막아냈다.
“일품이군. 얼마나 노력했는지 보인다.”
백천웅이 검을 휘돌리며 미소 지었다.
타아악!
백우진의 검이 횡으로 뻗어왔다.
경지에 이른 가로 베기였지만, 백천웅은 검을 쳐올려 완벽하게 수비를 해냈다.
“그게 다는 아니겠지?”
“물론입니다.”
백우진이 무명 보법과 기초 검술을 조합하며 다채로운 움직임을 보여 냈지만, 백천웅은 검을 간결하게 휘둘러 모든 공격을 어렵지 않게 튕겨냈다.
그는 처음에 의도했던 대로 특별한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백천웅과 90합을 겨뤄냈다.
“훌륭하다. 군더더기 없는 검술이야.”
“그럼 지금부터 제대로 갑니다.”
“좋다!”
백우진의 기세가 달라졌다.
남은 10합은 자신이 수련해왔던 새로운 기술들을 시험해보려 하는 것이다.
콰아아아!
수련검이 대기를 찢으며 솟구쳤다.
그 안에 담긴 속도와 힘은 지금까지와는 비교조차 할 수가 없었다.
콰아앙!
두 검이 마주쳐 포탄이 터진 것 같은 충격음이 검각을 휩쓸었다.
“음….”
백천웅의 눈이 놀람으로 물들었다.
백우진의 검에 담긴 힘은 지금까지의 대련이 장난으로 여겨질 만큼 강대했다.
콰아아아!
이어지는 백우진의 세로 베기에는 빠름이 사라지고, 비대한 압력이 담겨 있었다.
“빠름 다음엔 무거움이라. 이 녀석 참!”
백천웅의 목소리에 놀라움이 실렸다.
“네가 왜 등급에 비해 강한지 궁금했는데, 이런 이유였군.”
백우진은 검술의 속성을 자유자재로 바꾸고 있었다.
저 나이에 저 정도라면 하늘이 내린 괴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직 멀었습니다!”
백우진은 발을 들어 올려 백천웅의 앞을 내려찍었다.
처음으로 사람에게 사용하는 검제군림이다.
콰아아아앙!
연무장의 단단한 대지가 거미줄처럼 갈라졌다.
갈라진 공간에서 검은 기류가 솟아오른 뒤 두 번째 폭발을 일어냈다.
쿠구구구.
대지가 뒤집히며 적을 몰살시키는 충격적인 위력의 보법이었다.
“허….”
백천웅은 검광을 번쩍이며 검제군림을 막아냈지만, 그 파괴적인 위력에 혀를 내둘렀다.
저런 보법은 단 한 번도 본 적 없었다.
“저, 저게 대체….”
“무슨 보법이 저런 위력을!”
검사들은 귀를 막으면서도 대련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특히 백우진의 보법은 그들을 경악시키기에 충분했다.
번쩍!
백우진은 새로운 보법 회령을 사용해서 백천웅의 뒤로 이동한 뒤 전력의 흑왕탄을 사용했다.
“좋구나.”
백천웅은 흑왕탄의 무시무시한 기운을 느끼면서도 웃었다.
그의 검에서 새하얀 오러가 솟아올랐다.
콰아아아!
흑왕탄은 검은 오러와 백천웅의 백색 오러가 맞부딪쳤다.
후웅.
하지만 소음도 충격도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백천웅이 만들어낸 흰색 오러는 흑왕탄의 기운을 부드럽게 감싼 후 허공으로 흩어버렸다.
“아….”
그 신비로운 모습에 백우진이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유검(柔劍)이로군.
‘유검이라면….’
-내가 자주 말했던 부드러운 검술이다. 저렇게 깔끔하게 사용하다니, 괜히 8등급 후반이 아니야.
백천웅은 유검의 초식 중 하나인 비련휘로를 발휘해서 흑왕탄의 힘을 공중으로 던져버린 것이다.
‘유검에 이런 능력이 있었다니….’
-고수가 사용하면 나뭇가지도 무기가 된다. 뭐든 사용하는 사람이 중요한 거지.
‘휴우….’
흑암의 말에 백우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검술의 길은 정말이지 멀고도 험한 것 같았다.
‘허….’
백천웅은 살짝 금이 간 수련검을 보고 헛웃음 터트렸다.
힘을 조절했다고 해도 비련휘로를 운용했는데, 검에 금이 가다니 백우진의 무력은 상식을 초월하고 있었다.
백우진이 유검에 놀란 만큼 백천웅도 백우진의 흑왕탄에 감탄하고 있었다.
“우진아.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알겠습니다. 안계를 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백우진이 고개를 숙였다.
“혹시 알아보았느냐?”
“처음으로 부드러운 검술의 무서움을 느꼈습니다.”
“하하하!”
백천웅이 흡족한 듯 껄껄 웃었다.
“그래. 나중에 찾아오너라. 오늘 대련에 관해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알겠습니다.”
백우진은 백천웅에게 고개를 숙인 뒤 검사들 앞으로 다가갔다.
“어떻게들 봤지?”
“아….”
“어….”
홍아라를 포함한 검사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
처음 90합은 열심히 지켜봤지만, 나중의 10합은 그저 경악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크게 무언가를 깨닫기 힘들었겠지만 지금 이 대련을 본 경험은 언젠가 너희들에게 큰 도움이 될 거다. 잘 기억해두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검사들은 백우진의 마음을 느꼈기 때문인지 씩씩하게 대답했다.
“그럼 오늘의 수련을 시작하기 전에….”
백천웅이 난장판이 된 연무장을 보며 피식 웃었다.
“청소부터 하자.”
* * *
‘마지막에 흑왕탄이 아니라, 비뢰섬이나, 관일극을 썼어야 했어.’
-그래도 쉽게 막았을 거다. 너랑은 실력 차이가 크게 나는 데다가 유검 말고 다른 검술도 익히고 있으니까.
백우진은 연무장을 메꾸며 조금 전 대련을 복기하고 있었다.
‘확실히 강자와 대련을 하니 사고가 트여가는 느낌이야. 뭘 고쳐야 할지도 알게 되고.’
-직접 싸우는 건 가장 큰 공부가 된다. 물론 너보다 강자와.
‘강자와의 대련이라….’
백우진이 대련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의 눈앞으로 홀로그램 창이 나타났다.
띵!
[돌발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 9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돌발 보상이 지급됩니다.] [백천웅을 크게 감탄시켰습니다.] [검사들을 감동하게 하고, 경악시켰습니다.] [돌발 보상이 만검의 보상으로 전환됩니다.]‘이럴 줄 알았지.’
홀로그램 창을 본 백우진이 빙긋 웃었다.
-아, 시스템 뒤통수 후리고 싶다.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