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85
85화. 소환사들의 길드
백우진과 검사들은 연무장 정리를 끝낸 뒤 가운데에 모였다.
백천웅과 홍아라는 검사들의 이름조차 모르기 때문에 각자를 소개하는 시간부터 가지기로 했다.
“먼저 홍아라.”
“저요?”
“네가 의검대에선 선배잖아.”
“그, 그렇죠.”
홍아라가 어깨를 움츠리며 앞으로 나왔다.
“홍아라입니다. 저는 그러니까….”
홍아라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만 말하고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휴….”
백우진이 얼굴에 손을 올리고 고개를 흔들었다.
외모도 귀엽고, 키도 크고, 이젠 2등급 중반에 오른 검사인데, 저 수줍은 성격은 여전하다.
“홍아라는 내가 받아들인 첫 번째 검사고, 의검대라는 검대의 이름도 그녀의 아이디어에서 얻었다.”
백우진이 홍아라 대신 간단하게 그녀의 소개를 해주었다.
“대단하네요!”
“그 이름 딱 좋았는데.”
의검대의 이름을 짓는 데 도움을 줬다는 말에 검사들이 탄성을 지르며 손뼉을 쳤다.
“어, 그게 아니라….”
사람들의 관심이 몰리자, 홍아라의 얼굴이 더 빨개지고, 목소리는 더 작아졌다.
“으….”
홍아라는 백우진을 한 번 본 뒤 주먹을 움켜쥐었다.
“제, 제가 여기서 가장 약하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쫓아가겠습니다. 앞으로 자, 잘 부탁합니다!”
홍아라는 온 힘을 다해서 소리를 지른 뒤 머리카락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저 버릇 고쳐졌나 했더니만….
‘아직 어리잖아.’
-너보다 나이 많은데?
‘내 전생을 생각해보면 한참 어리지.’
홍아라의 나이는 이제 20살이다.
이곳에 있는 다른 검사들에 비하면 3살에서 5살 가까이 어렸다.
계속 홀로 수련했으니, 저렇게 부끄러워하는 걸 이해 못 할 정도는 아니다.
-던전에서 쌍욕을 할 때가 좋았는데.
흑암은 영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잘 부탁합니다. 검대 선배님!”
“파이팅!”
검사들은 홍아라에게 환호를 보내고, 손뼉을 쳐주었다.
“감사합니닷! 헉!”
홍아라는 마무리 인사를 하다가 혀를 깨물고, 구석으로 도망갔다.
“음, 다음.”
“예!”
김우혁이 기다렸다는 듯 앞으로 나왔다.
“김우혁입니다. 제 목표는 누구보다 강한 검사였습니다. 하지만 어떤 분을 만난 뒤 바뀌었습니다.”
김우혁이 뒤에 있는 백우진을 흘낏 본 후 말을 이었다.
“지금 제 목표는 백우진 도련님처럼 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되는 겁니다.”
-저 녀석 문주영 쪽이다.
김우혁의 말이 끝나자마자, 흑암이 앞으로 나왔다.
‘문주영?’
-그래. 문주영이랑 똑같이 너를 찬양할 놈이야. 어휴, 앞으로 더 피곤하겠군.
흑암이 앞으로의 미래가 그려지는지 한숨을 내쉬었다.
“홍남기입니다.”
김우혁이 들어간 뒤 홍남기가 나왔다.
“제 목표는 정신이 단단한 사람이 되는 겁니다. 무력도 정신도 흔들리지 않는 나무가 되어 많은 사람을 지켜주고 싶습니다.”
말을 하는 홍남기의 눈에서 정광이 빛났다.
그가 진심을 말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제검각에 있을 때 네가 회장이었나?”
“그렇습니다.”
“그럼 의검대의 임시 대주는 네가 맡도록.”
“알겠습니다!”
홍남기가 영광이라는 듯 하늘을 올려다보며 크게 대답했다.
“다음.”
“예!”
다음에 나온 사람은 졸업 성적 꼴등이었던 김민환이었다.
그는 순박해 보이는 큰 눈을 끔뻑이며 호흡을 골랐다.
“전 한 명의 검사로써 제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트, 특히 저를 뽑아주신 백우진 도련님을 위해 검을 휘두르고 싶습니다.”
“오! 김민환!”
“멋지다!”
김민환의 말이 끝나자, 검사들이 환호를 보냈다.
그들 역시 백우진을 위해 검을 들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저런 대기만성의 그릇은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더 빨리 실력을 발휘한다. 잘 됐군.
김민환의 재능은 홍아라를 제외한 누구보다도 뛰어나다.
자신감을 심어주고 꾸준히 수련을 시켜 준다면 분명 두각을 드러낼 것이다.
“다음.”
“네.”
체구가 작고, 이지적인 외모의 여성 검사가 앞으로 나왔다.
“박혜리입니다.”
표정의 변화가 없기 때문인지 박혜리의 분위기는 유독 차가웠다.
“이곳에 있는 그 누구보다도 강해지는 게 제 목표입니다.”
-흠, 저 녀석도 꽤 재능이 있군.
‘3등이니까.’
박혜리의 졸업 성적은 홍남기, 김우혁 바로 다음인 3등이었기 때문에 저런 말을 할 충분한 자격이 있었다.
-속성검과 변화에 재능이 있으니, 잘 가르쳐봐라.
‘속성검이라….’
박혜리는 백우진과 백천웅에게 고개를 숙이고 들어갔다.
-다들 가지각색이군.
‘앞으로 재밌겠어.’
* * *
“오늘은 뭐가 나오려나.”
백우진은 콧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왔다.
-어휴….
흑암이 짜증이 가득 담긴 한숨을 내쉬었다.
-시스템이 정말 부모의 마음으로 퍼주는구나. 어이구….
“부모의 마음이라….”
백우진이 손을 들어 올렸다.
그의 앞으로 색이 변하는 10장의 카드가 나타났다.
“이번에도 네가 골라줘.”
-개똥 같은 소리 하지 말고. 네가 골라.
“지난번에 네가 레전더리 뽑아줬잖아. 이번에도….”
-안 해!
흑암은 보기도 싫다는 듯 몸을 돌려버렸다.
“하여튼 성격은….”
백우진은 피식 웃으며 카드 앞으로 다가갔다.
뒤를 흘낏 보니, 흑암의 몸이 살짝 돌아가 있었다.
뭐가 나올지 궁금하긴 한 모양이다.
“그럴 거면 그냥 옆에서 보지.”
백우진은 어깨를 으쓱이고서 바로 앞에 있는 카드를 선택했다.
카드가 뒤집히며 진한 황금빛이 번쩍였다.
-또 유니크?
황금빛이 거치고 카드가 있던 곳에 고구마 같은 것이 나타났다.
“이게 뭐야?”
색깔이 짙은 검은색이었고, 크기가 작았지만, 형태는 고구마와 거의 흡사했다.
-이게 나와?
흑암은 고구마를 보자마자, 백우진의 옆으로 날아왔다.
“뭔데?”
-땅에서 열리는 열매다. 세디안이라고 부르지. 마나와 마나 감응력을 상승시켜주고, 독에 대한 저항력도 올려준다.
“마나는 환영이지만, 난 천독불침 있어서 독은 별 필요 없는데.”
-내가 전에 말했잖아. 천독불침은 독에 대한 저항력이 말도 안 되게 높은 거라고. 그 저항력이 더 올라갈 거다.
“나쁘지 않네.
-나쁘지 않은 게 아니라, 대박이지. 운빨 마왕 놈아!
흑암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몸을 떨었다.
“그냥 삼키면 되나?”
-흙이나 털고 삼켜라. 다만 그거….
흑암의 목소리에 진한 장난기가 실렸다.
-더럽게 쓰다. 여태 네가 먹었던 그 무엇보다도 쓸 거다.
“애도 아니고, 쓴 거쯤이야.”
-맛 때문에 독이 든 열매라는 소리까지 들을 정도였다. 농담이 아니라, 기절하는 사람도 있었지. 특히 마나에 대한 감각이 민감할수록 쓴맛이 강해진다. 너 정도라면 하루 정도 기절할지도 모르겠군.
흑암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동안 당했던 것을 푼다는 느낌으로 백우진을 계속 놀려댔다.
“흐음….”
백우진은 세디안을 노려보다가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냈다.
-뭐하냐?
“이거 썰어도 돼?”
-딱히 상관없지만, 그냥 한 번에 삼키는 게 나을 텐데.
“삼키는 건 한 번에 할 거야.”
백우진이 세디안을 깨끗이 닦은 뒤 고구마 맛탕처럼 큼지막하게 썰었다.
잠시 기다리자, 전준혁이 노크를 하고 방에 들어왔다.
“요리를 만드시는 건가요?”
그는 백우진에게 노란 통을 건네주었다.
“요리하려는 거 아니야. 고마워.”
“아니에요.”
“늦었으니, 가서 쉬어.”
백우진은 전준혁을 돌려보내고 통의 뚜껑을 열었다.
-이, 이거 설마 꿀이냐?
“이게 맛탕은 아니지만, 고구마엔 꿀이지.”
-이런 미친놈!
흑암이 뭐라 하건 말건 백우진은 세디안에 꿀을 발라서 섞은 뒤 입에 털어 넣었다.
“윽….”
흑암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꿀을 발랐음에도 세디안의 쓴맛은 확실히 강했다.
‘음? 괜찮은데?’
하지만 꿀의 단맛과 세디안의 쓴맛이 섞이며 조화로운 맛이 입안에 퍼지기 시작했다.
[세디안을 흡수하셨습니다.] [마나가 상승합니다.] [마나 감응력이 상승합니다.] [독 저항력이 상승합니다.] [세디안의 새로운 복용법을 사용하셨습니다.] [마나 감응력이 추가로 상승합니다.] [대지 속성 감응력이 상승합니다.] [대지 속성 저항력이 상승합니다.]-이, 이게 뭐야!
흑암의 목소리에 경악이 스며들었다.
세디안을 썰고 꿀을 바른 게 새로운 복용법이라니, 이게 말인지 방귀인지 모르겠다.
백우진과 시스템. 이 사기꾼 콤비는 유니크 보상을 레전더리급 보상으로 바꿔버렸다.
“그런데 왜 대지 속성이 오른 거지?”
-으, 세디안은 땅속에서 자라는 열매다. 그 영기가 발동된 거겠지.
흑암은 당혹스러운 와중에도 친절하게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역시 흑암이야.”
백우진이 방긋 웃었다.
“네가 쓰다고 말해준 덕분에 이런 보상을 다 받네. 역시 넌 내 편이야. 고맙다!”
-으으….
백우진의 능청스러운 말에 흑암은 입을 열지도 못하고, 분노로 검날만 떨고 있었다.
* * *
“음….”
홍아라는 도둑이라도 되는 것처럼 살금살금 검각으로 들어갔다.
예전과 달리 사람이 많아져서 좋기도 했지만, 뭔지 모르게 눈치가 보이기도 했다.
“아라 왔어?”
홍남기가 웃으면서 홍아라에게 다가왔다.
“아, 네!”
홍남기는 인상이 부드러워서 그나마 편한 사람이었다.
“왔냐? 빨리 준비해라.”
“네….”
그에 반해 김우혁은 강한 인상을 가지고 있고, 말투도 거칠어서 있어서 대하기가 어려웠다.
‘어우….’
홍아라가 가장 가까이 가기 힘든 사람은 박혜리였다.
처음엔 동성 검사가 생기는 것을 기대했지만, 근처에만 가도 냉기가 풍겨서 말 한마디 걸 수가 없었다.
“도련님. 안녕하세요.”
홍아라는 근처에서 몸을 풀고 있는 백우진에게 걸어갔다.
“그래. 좋은 날이야.”
백우진은 기분 좋은 일이 있는 것처럼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좋은 일 있으신가요?”
“아니, 그냥 날이 좋잖아.”
백우진의 말과 다르게 날씨는 흐린 상태였다.
-지랄한다. 하늘에 낀 시꺼먼 구름이 안 보이냐?
‘내 마음이 화창해서 상관없어.’
마나와 마나 감응력, 대지 감응력까지 올랐으니, 기분이 좋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세디안이 쓰다는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제기랄!
“음?”
흑암이 통곡하고 있을 때 백우진의 핸드폰이 울렸다.
“어르신이네.”
백우진은 액정에 뜬 윤우민이라는 이름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어르신!”
[연락이 좀 늦었다.]“괜찮습니다.”
[또 사고 쳤던데? 어떻게 중급 마족을 잡은 게냐?]“어쩌다 보니, 잡게 됐습니다.”
윤우민의 목소리엔 즐거움이 담겨 있었다.
제자처럼 여기는 백우진이 활약을 하는 것이 기쁘고 자랑스러운 것이다.
“플레임 드래곤의 정보는 찾으셨습니까?”
[찾지 못했다. 다만….]백우진이 뭐라 말하기 전에 윤우민의 말이 이어졌다.
[그것을 알아보기 위해 갈 곳이 있다.]“갈 곳이요?”
[그래. 함께 가야 하니, 시간이 되는대로 집으로 오거라.]“알겠습니다. 내일 바로 가겠습니다.”
[그럼 내일 보자.]전화가 끊어졌다.
-여전히 쿨한 영감이군.
‘고생 좀 하셨나 봐. 다른 곳까지 가서 정보를 찾으신 것 같은데.’
윤우민은 티를 내지 않지만, 정이 많은 사람이다.
분명 자신을 위해서 많은 고생했을 거다.
‘맛있는 술이라도 사 가야겠어.’
-무슨 술을 사갈 거냐?
백우진은 흑암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꿀 막걸리.’
-꿀? 이런 망할!
* * *
백우진은 강원도에 있는 윤우민의 저택에 찾아갔다.
오랜만에 왔음에도 딱히 변한 것은 없었다.
대문을 두드리자, 문이 열리고 오랜만에 보는 정근호가 나왔다.
“왔냐?”
정근호는 길쭉한 눈으로 백우진을 째려보았다.
그는 마지막에 봤을 때와 달리 처음의 거만한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뭐냐? 저놈 표정 왜 저리 재수 없지?
‘그러게. 건방짐 수치가 다시 하늘을 찍었는데.’
백우진이 정근호의 뒤통수를 날릴까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집 안에서 윤우민이 나왔다.
“왔느냐?”
“오랜만에 뵙습니다.”
“인사는 됐고, 바로 움직일 준비나 하자.”
“갈 곳이 먼 곳입니까?”
“그건 아닌데, 무슨 일 있느냐?”
“최근에 대지 감응력이 좀 오른 것 같아서 다시 소환을 해보고 싶습니다.”
대지 감응력이 꽤 올랐으니, 지금이라면 땅의 중급 정령을 소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허….”
윤우민이 백우진을 살펴보고, 혀를 내둘렀다.
“너 대체 뭘 먹고 다니기에 감응력이 올라간 거냐? 검술 수련은 안 하는 거냐?”
“아뇨. 둘 다 하고 있습니다.”
백우진은 그저 웃기만 했다.
“정말 신기한 놈이라니까. 근호야. 소환준비를 하거라.”
“아, 귀찮게….”
정근호는 작게 중얼거리고서 방으로 들어가서 재료들을 꺼내왔다.
“저놈 사춘기도 아니고, 왜 저러는 거죠?”
“네가 간 이후 밤낮없이 수련만 하더니, 바람의 정령도 중급을 소환해냈다. 그 이후로 네가 오기 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더군. 내가 패기 귀찮아서 그냥 놔뒀다.”
“그랬군요.”
정근호는 중급 정령 2마리를 소환하게 됨으로써 자신감을 찾은 것 같았다.
“저 녀석 네가 중급 마족을 잡은 것도 모르고 있을 테니, 조만간 다시 한 번 밟아 주거라.”
“하하! 알겠습니다.”
-허락도 받았으니, 딱 좋군. 뒤통수를 후려라. 뒤통수를!
흑암은 백우진에게 다가가서 뒤통수라는 말을 2번이나 반복했다.
이제 흑암도 뒤통수에 중독된 것 같다.
“준비됐슴다. 오십쇼.”
정근호가 준비를 마치고, 백우진과 윤우민을 불렀다.
그의 말투는 여전히 시건방진 상태였다.
“잘 설치됐군.”
윤우민이 소환진을 다시 한 번 확인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하는지는 기억하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백우진이 마법진에 손을 올린 뒤 대지의 감응력을 전력으로 운용했다.
쿠구구구.
마법진에서 황색의 광채가 반짝이며 지진이 난 것처럼 땅에 진동이 일었다.
나무가 뽑힐 것처럼 흔들리고, 기껏 세워놓은 담벼락이 다시 무너졌다.
대지가 반으로 갈라지며 철갑 같은 외피를 두르고, 크고 작은 두 개의 뿔을 가진 무언가가 솟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