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86
86화. 소환사들의 길드 (2)
땅에서 튀어나온 건 코뿔소였다.
하지만 그 모습은 사진이나 영상으로 본 것과는 매우 달랐다.
크기가 아프리카코끼리보다도 거대했고, 전마처럼 온몸에 황색으로 이루어진 철갑 같은 것을 두르고 있었다.
“뭐, 뭔 놈의 뿔이….”
가장 특이한 점은 코뿔소의 뿔이었다.
두 개의 뿔은 산봉우리처럼 거대했고, 단련된 검 끝처럼 예리했다.
“어스 리노….”
윤우민의 입에서 코뿔소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코뿔소의 정체는 대지의 상급 정령 어스 리노였다.
“잠시만요!”
정근호가 떨리는 손으로 어스 리노의 뿔을 가리켰다.
“저, 저놈 덩치와 뿔이 말이 안 될 정도로 큰데, 정말 어스 리노가 맞는 겁니까?”
정근호 역시 어스 리노에 대해서 알고 있었지만 저렇게 크고, 거대한 뿔을 가진 녀석은 처음이었다.
“나도 저런 뿔을 가진 녀석은 처음 보는구나.”
윤우민이 이 사이로 나오려는 바람을 다시 삼켰다.
백우진의 어스 리노의 크기는 다른 녀석들과 격을 달리하고 있었다.
“너는 정말 알 수 없는 놈이다….”
윤우민이 백우진을 돌아보고 질린 표정을 지었다.
지난번엔 플레임 드래곤으로 불러놓고, 이젠 거대한 어스 리노를 소환하다니, 백우진은 무엇을 하든 평범한 게 넘어가는 경우가 없는 것 같다.
“어스 리노의 크기와 뿔에 어떤 특징이 있는 겁니까?”
“어스 리노가 가진 대지의 기운은 뿔에 담겨 있다. 네 어스 리노의 뿔이 다른 녀석들에 비해 2배 정도 크니, 그 힘은 2배 이상 강하다는 뜻이지.”
-나도 어스 리노는 많이 봤다만 저런 크기는 처음 본다. 덩치만으로도 코끼리 뺨을 후려치겠어.
윤우민 만이 아니라 흑암 역시 어스 리노의 크기에 넋이 나간 상태였다.
많은 대지의 정령사를 만나봤지만, 저런 덩치는 처음이었다.
“네가 직접 보거라.”
윤우민의 손끝을 따라 황색의 빛이 번쩍였다.
땅이 갈라지며 다른 어스 리노가 나타났다.
[크흥!]윤우민이 소환한 어스 리노도 실제 코뿔소보다 훨씬 컸지만, 백우진의 어스 리노가 너무 커서 어려 보일 지경이었다.
“부모와 자식으로 보일 정도로 차이가 나네요.”
“그래. 내 것도 꽤 크다고 생각했는데, 네가 소환한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군.”
어스 리노는 자신의 덩치를 자랑하듯이 콧김을 길게 내뿜었다.
“놓치기 전에 일단 계약부터 하자.”
“알겠습니다.”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이고, 자신의 대지의 감응력을 어스 리노에게 넘겨주었다.
[크릉.]어스 리노는 뿔을 세운 채로 백우진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백우진을 관찰하듯이 그 큰 눈을 몇 번이나 껌뻑인 후에야 자신의 정령의 기운을 전해주었다.
치리링.
백우진과 어스 리노의 심장에서 하얀 실이 나와 묶이며, 인간과 정령의 계약이 이루어졌다.
[크르릉!]어스 리노는 앞으로 잘 부탁한다는 듯 더욱 강한 콧김을 내뿜고서 정령계로 사라졌다.
“또 최상급이라고 불러도 될 만한 녀석을 소환해냈구나. 축하한다.”
윤우민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는 어스 리노와 계약한 백우진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백우진이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상급 정령 그것도 특별한 녀석을 얻었으니, 기분이 좋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역시 여기서 소환하길 잘했네요.”
“잘하긴 이 녀석아! 기껏 세워놓은 담벼락이 다시 무너졌지 않느냐!”
호통은 쳤지만, 윤우민의 미소는 더 진해졌다.
“어스 리노는 순한 녀석이니, 플레임 드래곤보다 다루기 쉬울 것이다. 그래도 여러 가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내 생각엔 별로 순한 것 같지 않은데.
흑암의 입에서 뚱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왜?’
-미친놈은 미친놈을 알아본다고. 네 소환을 받아들였으니, 저 정령도 분명 정상은 아닐 거다.
‘또 시작이네.’
-난 사실을 말하는 거다. 원래 주인이 미친놈이면 소환수도 미쳐있지.
‘어 그래그래.’
흑암이 뭐라 중얼거렸지만, 백우진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냈다.
‘망할….’
정근호가 무너진 담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기껏 중급 정령 둘을 다룰 수 있게 되었건만, 백우진은 단숨에 상급을, 그것도 특별한 상급을 소환해버렸다.
체한 것처럼 속이 꽉꽉 막힌 느낌이었다.
“백우진….”
정근호의 억눌린 목소리에 백우진이 뒤를 돌아보았다.
“네겐 절대로 지지 않을 거다!”
정근호는 백우진을 노려본 후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자존심이 굉장히 강한 놈이군.
‘전에도 말했잖아. 승부욕이 강하고 자기중심적인 놈이었다고.’
-다시 맞으면 고쳐질 거다.
‘시비 거는 것도 아니니, 아직은 팰 생각 없어.’
몇 대 맞으면 정근호의 승부욕의 불은 다시 꺼져버릴 테지만, 딱히 지금 건드릴 생각은 없었다.
“자존심이 상해서 그럴 테니, 너무 나쁘게 받아들이지는 말거라.”
윤우민이 사라지는 정근호를 보며 입을 열었다.
“별로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어디를 가는 겁니까?”
윤우민은 멀리 보이는 산맥을 보며 입을 열었다.
“유니타스. 알려지지 않은 소환사들의 길드다.”
* * *
오로지 울창한 숲만 보이는 언덕 위에 두 명의 남자가 서 있었다.
“대주님. 문제가 생겼습니다.”
오른쪽 눈 밑에 큰 점이 있는 중년인이 청년에게 무릎을 꿇으며 입을 열었다.
“문제?”
청년이 뒤를 돌아보았다.
콧대가 높고, 눈이 깊어서 미남이라고 불릴만한 외모였지만, 붉게 번쩍이는 눈빛엔 소름 끼치는 잔인함이 담겨 있었다.
“대주님이 예전에 말씀하셨던 윤우민이 길드로 오고 있다고 합니다.”
“누구?”
“소환사 윤우민입니다.”
“스승님이 온단 말이지?”
중년인의 말에 청년이 머리를 뒤로 넘기며 미소를 지었다.
“왜 오는 거지?”
“그거까진 말하지 않았습니다.”
“사저에 이어 스승님이라, 재밌겠는데.”
“계획을 미루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중년인이 고저 없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윤우민만 오는 게 아닙니다. 협검이라 불리는 백우진도 함께 온다고 합니다.”
“백우진?”
백우진의 이름이 나오자, 청년의 미소가 더욱 진해졌다.
“그놈 오성환이 죽이겠다고 찍은 놈이잖아.”
청년은 범죄자 길드 제논의 한 축을 맡은 적운대주 오성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고 있었다.
“맞습니다. 검의 괴물이라 불리는 놈입니다. 그 둘이 오니, 작전은 다음으로 미루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그 물건은 보름달에만 꺼낼 수 있다. 거기다 오성환이 노리는 놈을 죽이는 것도 재밌겠어. 내가 스승님과 사저를 맡을 테니, 넌 계획대로 하도록.”
“다른 사람은 처리할 수 있지만, 백우진은 제가 이길 수 없습니다.”
“겁먹은 거야?”
“사실을 말하는 것뿐입니다.”
청년의 도발적인 말투에도 중년인은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이 녀석을 주마.”
청년이 허공에 소환진을 그리자, 초록색 피부와 수백 개의 돌기를 가진 거대한 두꺼비가 나타났다.
“꺼억….”
트름을 하는 두꺼비의 입에선 초록색, 파란색, 검은색 연기가 흘러나왔다.
“부포….”
두꺼비를 본 중년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두꺼비의 이름은 부포로 독을 다루는 중상급의 소환수였다.
부포는 다양한 독을 사용하기 때문에 독에 대한 저항력이 없다면 절대 상대할 수 없다.
“이렇게 된 거 그 녀석을 이용해서 유니타스에 있는 모든 인간을 죽이고 그 물건을 가져와라. 가능하겠지?”
“물론입니다.”
중년인의 단호한 말에 청년이 미소를 지었다.
“즐거운 밤이 되겠어.”
* * *
백우진은 윤우민, 정근호와 함께 유니타스가 자리를 잡은 태백산 근처로 이동했다.
“스승님!”
윤우민이 우거진 숲속으로 들어가려 할 때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서 단발머리에 고양이 눈매를 가진 여자가 튀어나왔다.
“빨리 오셨네요!”
“저리 가거라. 그리고 스승이라 부르지 말라고 했잖느냐!”
“또 그러시네. 전, 파문 안 받겠다니까요.”
“여전히 말을 안 듣는구나.”
윤우민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우와 정말 백우진이잖아! 제 사제가 백우진이라니, 모두가 깜짝 놀랄 거예요.”
“누가 네 사제라는 거냐! 너나 저 녀석이나 모두 내 제자가 아니다!”
“사제는 실물이 훨씬 잘생겼네.”
“어휴….”
윤우민이 호통을 쳤지만, 여성은 듣지 않고, 백우진만 보고 있었다.
-정령 영감이 저런 모습을 보이다니….
‘아무래도 어르신의 제자인 거 같은데.’
-그 뭔지 모를 사정이 생기기 전에 받은 제자인 거 같군.
흑암의 말대로 윤우민이 저 여자를 파문시켰지만, 여자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 같다.
다만 사이가 좋은 것을 보니, 파문에 어떤 사정이 있을 것이다.
“어르신. 이분은 대체 누구….”
“쟤는….”
“제가 직접 할게요. 난 저 고집불통 사부의 대제자 장경하라고 해. 사제들!”
장경하가 방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귀여움과 성숙함이 섞인 미소였다.
“너희가 찾아온 길드 유니타스의 마스터기도 하지!”
장경하가 자랑을 하듯 자신의 가슴을 두드렸다.
-유니타스에 대해 알고 있냐?
‘몰라. 저 장경하라는 여자도 모르고.’
-저 여자 강자다. 풍기는 기운이 보통이 아니야.
‘나도 느껴져. 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야.’
전생에 정령에 관해 관심이 없다고 해도, 장경하 정도의 강자를 모를 수는 없었다.
아무래도 유니타스는 외부 일에 나서지 않는 길드 같다.
“처음 뵙겠습니다. 백우진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정근호입니다.”
“사제들이 다 귀여워서 좋네. 후후.”
“저흰 어르신의 제자가 아닙니다.”
“아니야. 다 부끄러워서 그러시는 거야. 속으로는 제자라고 생각하고 계셔.”
장경하의 말에 윤우민이 한숨을 내쉬며 여전히 말이 안 통한다고 중얼거렸다.
“안에 가서 이야기할까?”
장경하가 허공에 손가락을 긋자, 공간이 갈라지며 숲 안에 있는 건물이 드러났다.
건물은 8층이었고, 꽤 세련된 외관을 가지고 있었다.
“소환사 길드 유니타스에 온 걸 환영해. 사제들.”
“사제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잖으냐!”
“에이, 왜 그러세요. 스승님.”
“이래서 오기 싫었건만….”
윤우민은 마라톤이라도 뛴 것처럼 한순간에 지친 표정이 되었다.
“가요.”
장경하는 윤우민의 팔을 잡아끌며 건물로 들어갔다.
그 뒤를 이어 백우진과 정근호가 따라갔다.
“헉!”
유니타스에 들어간 정근호는 문 옆에 서 있던 거대한 회색 늑대를 보고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제, 젠! 나와….”
“그만.”
자신의 정령을 부르려던 정근호를 백우진이 말렸다.
“뭐, 뭐 하는 거야! 몬스터를….”
“적이 아니다.”
백우진이 여전히 가만히 있는 회색 늑대를 가리켰다.
“아….”
멍하니 하품을 하고, 몸을 눕히는 늑대의 모습에 정근호의 눈이 풀려버렸다.
“흐음….”
백우진의 침착한 모습에 장경하의 눈빛이 반짝였다.
“우진 사제. 사제는 어떻게 회색 늑대가 소환수라는 걸 안 거지?”
“회색 늑대는 5등급 몬스터고, 공격성향이 굉장히 강합니다. 하지만 저 늑대에게선 적의도, 살기도 느껴지지 않았어요. 그리고 처음에 말씀하셨잖아요. 소환사 길드라고. 저런 녀석을 소환하는 소환사도 있겠죠.”
장경하는 처음에 소환사 길드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했다.
이곳엔 정령사만이 아니라, 몬스터나 괴수를 소환하는 소환사도 있다는 뜻이다.
“정답! 역시 우진 사제는 대단하네.”
장경하가 방긋 웃으며 백우진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녀의 눈빛엔 백우진의 순간적인 판단력에 대한 감탄이 실려 있었다.
“여긴 정령사만이 아니라 소환사들도 있지.”
장경하가 손가락을 흔들자, 하품했던 늑대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참고로 이 귀여운 아이는 내 소환수야. 이름은 달콩이.”
“예? 그럼….”
“저 녀석은 정령술과 소환술 둘 다 익히고 있다.”
윤우민
“이 누님이 좀 해.”
* * *
백우진과 윤우민, 정근호는 함께 장경하의 방에 들어갔다.
“사실 플레임 드래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게 정말인가 싶었거든. 한 번 보여줄 수 있어?”
“물론입니다.”
백우진이 흑암의 인벤토리에서 둥근 초콜릿 과자를 3개 꺼냈다.
화악.
과자를 모두 까서 책상에 올려두기 무섭게 뒤쪽에서 주황색 화염이 번쩍였다.
“크릉!”
화염 속에서 강아지보다 조금 큰 새끼용이 나타났다.
“우와! 귀여워!”
장경하가 자신의 뺨을 부여잡으며 비명을 질렀다.
“크르릉!”
플레임 드래곤은 누가 있건 말건 퍼덕거리며 날아가 초콜릿 과자 3개를 단숨에 집어삼켰다.
“킁!”
그리고서 부족하다는 듯 백우진을 바라보았다.
빨리 내놓으라는 표정이었다.
“어휴….”
백우진이 창피한 듯 머리에 손을 올릴 때 장경하가 여러 가지 과자와 초콜릿을 꺼내주었다.
“크릉!”
플레임 드래곤은 꼬리를 프로펠러처럼 돌리며 과자를 흡입하기 시작했다.
“따스하니 좋다!”
장경하는 플레임 드래곤의 따뜻한 등을 쓰다듬으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킁!”
여러 가지 과자를 줬기 때문인지 플레임 드래곤도 반항을 하지 않고 장경하의 손길에 몸을 맡겼다.
“이 녀석에 대한 정보는….”
“아, 그래.”
장경하는 정신을 차리고서 책상 한쪽에 놓인 책을 들어 올렸다.
“플레임 드래곤에 대한 정보는 우리 쪽에도 거의 없었거든. 그래서 이계의 책을 살펴봤어. 완전히 해석되진 않았지만….”
“그 책에 플레임 드래곤에 대한 내용이 있는 겁니까?”
“플레임 드래곤에 대한 내용은 나오지 않았지만, 기운이 강해지는 정령에 대해선 나와 있었어. 성장하는 정령들을 부르는 이름이 따로 있더라고….”
“이름이요?”
“그래.”
고개를 들어 올린 장경하의 입가에서 처음으로 웃음기가 지워졌다.
“왕의 그릇이란 이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