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89
89화. 소환사들의 길드 (5)
“메프스!”
신창훈은 오우거의 벽으로 자신의 모습을 감춘 뒤 눈이 4개 달린 박쥐를 소환했다.
메프스라 불리는 이 박쥐는 하나의 눈마다 하나의 장소를 기억해서 순간이동을 할 수 있는 특별하고 희귀한 소환수다.
“빠, 빨리! 첫 번째 눈을 켜!”
메프스의 네 개의 눈 중 첫 번째 눈이 번쩍이며 신창훈의 몸이 투명하게 지워지기 시작했다.
‘됐어.’
신창훈의 입가에 미소가 돌아왔다.
이미 몸이 사라지기 시작한 이상 백우진이 무슨 짓을 해도 자신을 공격할 수 없었다.
“어…?”
반달을 그리던 신창훈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고오오오!
오우거의 뒤편에서 지금까지 느껴본 적이 없는 무시무시한 기운이 뭉치기 시작했다.
“아….”
신창훈의 눈빛이 불신으로 번쩍였다.
백우진이 만든 어둠을 보자, 끝이 보이지 않는 무저갱을 보고 있는 것처럼 전신에 소름이 돋아 올랐다.
콰아아아!
오우거로 이루어진 벽이 찢겨나가고 검은 어둠이 세상을 덮었다.
“메프스! 그냥 이동해!”
신창훈은 메프스의 기운이 자신의 오른손과 오른발을 덮지 않은 상태로 이동을 지시했다.
저 검은 오러가 자신에게 영향을 미칠 거라 생각해서 오른손과 오른쪽 다리를 포기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메프스의 이동보다 백우진의 섬야가 조금 더 빨랐다.
“끄으으!”
신창훈이 이를 악물며 오러를 가득 담아 주먹을 내질렀다.
양손의 오러를 이용해서 메프스가 이동할 시간을 벌려고 한 것이다.
콰아아아!
섬야의 파멸적인 힘은 오러가 가득 담겨 있는 신창훈의 양팔을 가볍게 뜯어버렸다.
“끄아아악!”
흑색의 광채가 신창훈의 생마저 터트려 버리려 할 때 메프스의 힘이 발동되어 신창훈이 사라져 버렸다.
쿠구구구.
섬야의 거대한 기운은 사라진 신창훈 대신에 대지를 가르고 언덕을 무너뜨려 버렸다.
“허억….”
윤우민의 눈빛에 경악이 들어찼다.
백우진이 보여준 힘은 여태까지 봤던 그 어떤 검술과도 궤를 달리하고 있었다.
살이 떨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위력이었다.
“쯧.”
백우진이 신창훈이 사라진 공간을 보고 혀를 찼다.
-아쉽군. 양팔이 통째로 날아갔지만, 목숨은 살았다.
‘그러게. 살짝 느렸어.’
빠르면서도 큰 위력을 가지고 있는 섬야를 섰음에도 신창훈을 완전히 처리하지 못했다.
역시나 메프스라는 소환수는 사기 그 자체였다.
‘그래도 양팔이 날아갔으니, 한동안 움직이지 못하겠지.’
양팔을 모조리 잃었으니, 회복사를 불러도 복구할 수 없다.
신창훈은 소환사이자 권사이기 때문에 의수를 달아도 예전의 힘은 되찾을 수 없다.
-그놈을 죽이지는 못했지만, 이번 섬야 나쁘지 않았다.
흑암은 백우진의 눈앞으로 다가가서 검날을 번쩍였다.
-발동 속도도 빨랐고, 위력도 살아있었어. 수련시킨 보람이 있군.
‘드디어 인정받았네.’
백우진이 작게 웃었다.
수련할 땐 항상 부족하다고 들었는데, 이제야 흑암의 인정을 받아냈다.
확실히 자신은 실전에 강한 모양이다.
“괜찮으십니까?”
백우진은 아직도 눈이 풀려있는 윤우민에게 다가갔다.
“괘, 괜찮다.”
윤우민이 넋을 놓아버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의 백우진을 도와줬으면 도와줬지, 도움을 받을 일은 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자신만이 아니라 장경하와 길드원들의 생명의 빚까지 져버렸다.
할 수 있는 말은 딱 하나뿐이었다.
“고맙다. 정말 고맙다.”
조금 어색했지만, 윤우민의 진심을 담은 말이었다.
“그놈 어르신의 제자라고 하던데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겁니까?”
“후….”
윤우민이 눈을 감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백우진이 이 일에 끼어든 이상 알려줄 수밖에 없었다.
“맞다. 그 악귀 같은 놈은 내 제자다. 아니 제자였지.”
윤우민은 슬픈 표정으로 보름달이 훤한 밤하늘을 올려보았다.
“누구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정말 아꼈고,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가장 어렸지만 빠르게 강해져서 금세 다른 녀석들의 힘을 뛰어넘었지.”
“음….”
확실히 신창훈의 소환술 재능은 누구도 따라가지 못한다고 들었다.
“경하와 함께 일을 마치고 돌아온 날 그놈은 다른 제자 2명을 죽이고, 역소환 되어야 할 정령들을 데리고 실험을 하고 있었다.”
“대체 왜 그런 일을….”
“궁금해서 그랬다더군. 죽은 사람의 정령을 이용할 수 있을지가.”
“허….”
어떤 사정이 있을 거라 생각은 했지만, 두 명의 사형을 그저 흥미 때문에 죽였을 줄은 상상도 해보지 못했다.
신창훈은 사이코패스도 울고 갈 악마 그 자체였다.
-악귀였군.
‘그래. 지독한 놈이야.’
백우진은 신창훈을 놓친 게 아까워 인상을 찡그렸다.
“그 악귀 놈을 죽일 수 있었지만, 마지막 순간에 녀석을 처음 봤을 때가 생각나더구나. 그 한순간의 머뭇거림으로 놈을 놓쳐버렸지.”
지금도 그때 일이 후회되는지 윤우민이 입술을 깨물고, 손을 부르르 떨었다.
그가 자신과 정근호를 제자로 받지 않으려는 이유도 신창훈의 일에 말려들게 하지 않으려고 한 것이었다.
“네게 정말 미안하구나. 이제 그놈은 너를 노리려들 게다. 내 일에 말려들게 해서….”
“괜찮습니다. 전 한 번 이긴 상대에겐 절대 지지 않습니다.”
백우진이 주먹을 꽉 쥐었다.
자신의 성장 속도는 그 누구보다 빨랐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신창훈과의 힘의 차이는 점점 벌어질 것이다. 전혀 무섭지 않았다.
“음…?”
윤우민과 대화를 마치고 길드로 돌아가려 할 때 백우진은 희미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신창훈이 사라졌던 구덩이로 걸어가서 땅속을 뒤적거렸다.
-뭐하냐?
‘뭔가가 느껴져서.’
백우진은 땅 밑을 뒤지다가 딱딱한 무언가를 꺼내 올렸다.
그건 신창훈이 끼고 있던 건틀릿의 앞부분이었다.
뿌드득.
백우진이 금이 간 건틀릿의 앞부분을 뜯자, 그 안에서 호랑이가 보석을 물고 있는 형태의 반지가 튀어나왔다.
‘이건….’
-건틀릿에서 반지?
* * *
“실례합니다.”
백우진은 윤우민의 부름으로 장경하의 방으로 들어갔다.
“어서 와.”
장경하가 옅게 웃으며 그를 맞이해 주었다.
“사람들은 좀 어떤가요?”
“아직은 힘들겠지만, 괜찮아지겠지. 시간이 약이라잖아.”
장경하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지어졌다.
전한수의 배신에 가장 힘든 사람은 장경하였지만, 그녀는 길드의 마스터답게 흔들리지 않았다.
전한수에게서 제논의 정보를 빼낸 후 직접 그의 숨을 끊어버렸다.
“그 시간을 가지게 된 것도 너 때문이지. 정말 고마워.”
“그 말 100번은 들은 거 같아요.”
백우진은 장경하와 윤우민, 유니타스 길드원들과 눈을 마주칠 때마다 고맙다는 말을 듣고 있었다.
하도 들어서 이젠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아니, 1000번을 해도 부족하지 않다. 나와 경하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모두 구해내지 않았느냐?”
윤우민이 한층 맑아진 눈으로 백우진을 바라보았다.
“스승님 말이 맞아. 부족하지.”
장경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만났을 때 그녀의 눈에 담겨 있던 장난기와 호기심은 이제 백우진에 대한 경이로 바뀌어 있었다.
장경하는 자신의 어린 사제에게 진심으로 감탄과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가 오지 않았다면 이곳에 있는 모두는 산 사람이 아니었을 거다.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일단 스승님이 계셔준다니까. 그때까지 이동할 곳을 찾아봐야지. 이 물건을 내어줄 수는 없으니까.”
장경하가 한숨을 내쉬며 작은 단검을 꺼냈다.
저 단검이 바로 신창훈이 노리고 있던 수류연도였다.
수류연도는 물의 기운을 퍼뜨리는 신물로 아케인이 가지고 있던 불의 화신과 비슷한 힘을 품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비슷한 일?”
“네. 아케인의 장인섬에서….”
백우진은 장경하와 윤우민에게 아케인의 장인섬에서 불의 화신을 지켜냈던 일을 말해주었다.
“음, 둘 다 속성에 관계된 물건이군. 제논이 대체 뭘 노리는 거지?”
“그러게요. 이거 보통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어요.”
장경하와 윤우민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너도 모르는 거냐?
‘몰라. 내가 모르는 곳에서 뭘 벌였거나 혹은 그 일이 터지기 전에 내가 회귀했을 수도 있고.’
백우진도 제논이 그런 물건들로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럼 더욱 조심해야겠어요.”
“그래. 그런 놈들에게 수류연도를 넘길 수는 없으니.”
“저도 따로 알아보겠습니다.”
세 사람은 한동안 제논의 움직임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이제 가려는 게냐?”
“그래야죠.”
“그럼 이거 가져가.”
장경하가 서랍 속에서 푸른 돌을 꺼내서 내밀었다.
“이게 뭐죠?”
“수류연도에서 만들어진 정령석이야.”
장경하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넌 4대 속성을 모두 다룰 수 있으니, 도움이 될 거야.”
백우진이 장경하를 한 번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고마움으로 물들어 있었기 때문에 이 정령석을 받는 게 그녀를 위한 거라 생각되었다.
“감사합니다.”
“네가 해준 것에 비하면 간의 기별도 가지 않겠지만.”
“아닙니다. 충분합니다.”
“그리고 하나 더 있어.”
장경하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오른손을 내밀었다.
손은 텅 비어 있었지만, 그녀의 표정에서 진지함이 묻어났다.
“나를 포함한 유니타스 길드는 검사 백우진이 원한다면 그 어떤 일이라도 지원하겠어. 설사 목숨을 바치는 일이라도.”
“길드원들 의사도 들어간 겁니까?”
“물론. 단 한 명도 빠짐없이 널 돕겠다고 맹세했지.”
“거기 내 이름도 적어놓아라.”
윤우민이 손을 들어 올렸다.
두 사람의 눈빛은 숲속의 호수처럼 고요했다.
지금 뱉은 말에 한 치의 후회도 없다는 뜻이었다.
“알겠습니다.”
백우진이 웃으며 장경하의 손을 잡았다.
“저도 두 분이 원하시면 언제든 도와드리겠습니다.”
백우진의 말에 윤우민과 장경하의 입가에도 미소가 피어났다.
-서로 돕다가 인생 끝나겠군….
* * *
백우진은 백가로 돌아온 뒤 홍아라와 문주영을 호출했다.
“잘 다녀오셨습니까?”
“그래. 둘 다 이쪽으로 앉아.”
백우진이 맞은편에 있는 의자를 가리켰다.
“음….”
백우진의 표정이 심각했기 때문에 문주영과 홍아라는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중요한 일이 있어.”
“말씀해주십시오. 무엇이든 해내겠습니다!”
문주영과 홍아라는 백우진이 자신을 의지하려 하는 것에 크게 감동한 상태였다.
찌익!
백우진은 테이블 한쪽에 놓인 초콜릿 과자 5개를 뜯어서 옆에 놔두었다.
화륵!
약속한 것처럼 플레임 드래곤이 나타났다.
플레임 드래곤은 설렁설렁 날아와서 쩝쩝거리며 초콜릿 과자를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이 녀석 이름을 정해야 하거든.”
백우진이 플레임 드래곤의 머리를 만지며 입을 열었다.
“그, 그렇군요. 중요한 일이죠.”
문주영은 맥이 탁 풀리는 느낌을 받았다.
소환수의 이름을 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대했던 말과는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좋네요!”
반면에 홍아라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이 없어서 아쉬웠거든요.”
“그래서 내가 이름을 하나 생각해봤거든.”
“뭔데요?”
홍아라의 눈빛이 기대감으로 반짝거렸다.
“이렇게 쩝쩝거리면서 먹잖아. 그래서….”
백우진이 쑥스러운 표정으로 생각했던 이름을 말했다.
“쩝쩝이.”
“….”
홍아라의 표정이 석고상처럼 굳어지고, 문주영의 턱이 테이블까지 내려왔다.
두 사람은 귀신들린 표정으로 백우진을 바라보았다.
“크르르….”
플레임 드래곤 역시 무슨 개소리냐는 듯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렸다.
‘생각보다 반응이 격하네….’
-이 멍청아! 내가 그 이름은 절대 아니라고 했잖아!
두 사람과 한 마리의 눈빛이 무서울 정도로 번쩍이고 있었다. 평소와 너무 다른 모습에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도련님.”
“으, 응?”
“제가 예전에 소설을 하나 읽었거든요. 거기에 주인공이 자신의 소환수 이름을 빽빽이라고 지었어요. 빽빽하고 운다고.”
홍아라는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네이밍 센스에 화가 나서 작가 멱살을 잡고 흔들고 싶었죠. 근데 방금 도련님이 말씀하신 쩝쩝이란 이름도 만만치가 않네요.”
홍아라는 평소에 보였던 수줍은 모습을 어디로 가져다 버리고 자신의 의견을 당차게 말하고 있었다.
던전에서 백우진의 욕을 들었을 때와 비슷한 반응이었다.
“아라야. 그만해라.”
문주영이 흥분하려는 홍아라를 자제시켰다.
“농담이신 게 분명한데, 뭘 그리 열을 내는 거냐. 이제 제대로 된 이름을 말씀해주실 거다.”
문주영은 당연히 백우진이 농담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이 존경하는 백우진이 쩝쩝이란 이름을 생각했다고 믿기 싫었다.
‘야. 빨리 생각해봐!’
-난 이름 짓는 재주 없다니까!
‘제대로 말 안 하면 잡아먹힐 기세라고!’
-끙, 별 건 아니지만 예전에 이그 카르트라는 레드 드래곤이 있었다. 드래곤 중에서도 특히 강해서 대륙 모두가….
‘이그 카르트? 이그….’
백우진은 이그라는 단어를 중얼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이, 이그니스는 어때?”
“라틴어로군요. 흠, 화염 정령이니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멋있네요, 저도 좋아요!”
쩝쩝이라는 이름이 너무 충격적이었기 때문인지 이그니스라는 이름은 좋은 호응을 받았다.
“이제 네 이름은 이그니스다. 어휴….”
백우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플레임 드래곤을 쓰다듬었다.
“크릉!”
플레임 드래곤도 이그니스란 이름이 마음에 드는지 콧김을 한 번 내뿜었다.
“어….”
하지만 생각도 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화르르륵!
플레임 드래곤이 자신의 이름을 받아들인 순간 녀석의 전신이 홍색 화염에 휩싸였다.
[플레임 드래곤에게 새로운 특성이 생겨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