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91
91화. 아케인의 의뢰 (2)
“어떤 의뢰를 맡기시려는 겁니까?”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던전의 공략입니다.]“던전이요?”
예상 밖의 말이었기 때문에 백우진의 인상이 살짝 찌푸려졌다.
[예. 하지만 검사님이 지금까지 갔던 던전과는 조금 다를 겁니다.]“어떤 부분이 다르다는 거죠?”
[죄송하지만 의뢰를 받아들이시기 전까진 정확한 정보를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비밀이 끼어 있습니다.]스피커에서 서공명의 단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보안이 굉장히 중요한 일인 것 같았다.
“그럼 몬스터는 뭔지 알 수 있습니까?”
[골렘입니다.]“골렘?”
골렘은 핵을 찾는 게 귀찮지만 그리 어렵지 않은 몬스터다.
아케인에 있는 호위들만 이용해도 될 일인데, 자신을 부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진흙 골렘이나 바위 골렘도 있지만, 파이어 골렘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파이어 골렘은 몸에서 뜨거운 화염이 타오르기 때문에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 화상을 입게 만든다.
공격력도 일반 골렘에 비해 강하고 움직임이 빨라서 상대하기 까다로운 몬스터다.
-파이어 골렘이면 네가 딱이긴 하지. 지금의 넌 7등급 화염마법 정도는 웃으며 맞을 수 있는 괴물이니까.
‘확실히.’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서공명은 자신이 화 속성 저항력이 강한 것을 알고 이번 의뢰를 하려는 것 같았다.
[그 이상의 정보는 의뢰를 받아들이신다면 말씀드리겠습니다.]“많은 능력자가 있는데 제가 의뢰를 하시려는 이유는 뭐죠?”
[장인의 섬의 사건을 해결해 주신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추천을 받았습니다. 네 사람에게.]“네 사람이라….”
세 명은 대충 예상이 가지만 한 명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의뢰를 받아들이시겠습니까?]“잠시만요.”
백우진은 핸드폰에 떠 있는 서공명의 번호를 잠시 쳐다보았다.
-뭐하냐?
‘이번 일 아무래도 평범한 건 아닌 거 같아서 말이야.’
-거절할 거냐?
‘아니, 가야지. 네 명이나 추천해줬는데 물러나면 가오가 상하잖아.’
이번 의뢰를 잘 완수하면 아케인의 마스터와 직접적인 끈을 가지게 될 거고, 그 끈은 앞으로의 일에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알겠습니다. 의뢰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럼 2주 후 아케인 본사로 와주십시오. 의뢰서는 정식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전화가 끊어졌다.
백우진인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은 뒤 검을 챙겼다.
“나도 준비 좀 해둬야겠군.”
* * *
“이건 어때?”
“크릉.”
이그니스는 사과와 배의 맛도 보지 않고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과일은 싫어하나 봐요.”
“손님이 더럽게 까다롭네. 편식이 심해.”
-그러게 말이다. 콩알만 한 놈이.
흑암도 짜증이 난다는 듯 검날을 저었다.
‘네가 더 작은데.’
-닥쳐라. 내가 작은 건 전부….
‘그래. 나 때문이죠.’
백우진이 픽하고 콧바람을 튕겼다.
“다음 음식 꺼내 볼까요?”
“그래. 과일은 별로인가 봐.”
백우진이 사과와 배를 자신의 입에 넣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백우진과 홍아라는 이그니스의 특성 미식축염을 발동시키기 위해 녀석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찾는 중이었다.
“이그니스. 다음 꺼야.”
홍아라가 준비해 두었던 다음 음식을 꺼냈다.
김이 솔솔 올라오는 순살 치킨이었다.
“카아!”
이그니스는 홍아라가 가져온 순살 치킨을 보고 꼬리를 프로펠러처럼 돌렸다.
녀석은 튀긴 지 얼마 되지 않는 고소한 냄새를 참지 못하고 바로 달려들었다.
“역시 치킨은 통할 줄 알았어.”
백우진이 치킨을 세 조각씩 먹어치우는 이그니스를 보며 미소 지었다.
“카오!”
이그니스는 치킨을 씹으며 방실방실 웃었다.
순살 치킨이 마음에 든다고 백우진과 홍아라를 칭찬하는 것 같았다.
“건방진 정령 같으니.”
백우진은 쩝쩝거리는 이그니스를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캬아!”
이그니스가 순식간에 싹싹 비운 접시를 홍아라에게 내밀었다. 치킨을 더 달라는 뜻이었다.
“더 있어?”
“조금 더 있어요. 근데 이거 도련님 드시라고 남겨둔 건데.”
“난 식당가서 먹으면 되니까. 그냥 줘.”
홍아라가 남겨둔 치킨은 그릇에 쏟자, 이그니스의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아까워. 저 녀석 이름은 쩝쩝이가 잘 어울렸는데.”
-그렇긴 하네. 무지하게 쩝쩝거리는군.
이그니스는 백우진이 무슨 말을 해도 신경 쓰지 않고, 치킨만 먹어치웠다.
“캬아!”
“어?”
치킨은 흡입한 후 만족스럽게 기지개를 켜는 이그니스를 보고, 백우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야 저 뿔….
‘뿔의 색이 변했어.’
가운데 솟아오른 이그니스의 세 번째 뿔의 색이 진해졌다. 그것도 녀석의 홍염과 비슷한 주황색으로.
띵!
[플레임 드래곤의 미식축염이 처음으로 발현되었습니다.] [첫 발현의 효과로 플레임 드래곤의 홍염이 강화됩니다.]띵!
[첫 발현의 효과로 화 속성 감응력과 저항력이 1포인트씩 상승합니다.]백우진이 웃으며 알림창을 보았다.
“역시 치킨은 최고의 음식이야.”
* * *
백우진은 문주영과 함께 아케인 본사로 향했다.
“어서 오세요!”
본사 앞에 도착하자,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서인아가 나타났다.
“그동안 키가 더 커지셨네요.”
서인아가 자신의 머리 위로 손을 들어 올리며 웃었다.
“그런가요?”
백우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178 이후 키를 재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키가 몇인지는 전혀 알지 못한다.
“맨 처음 봤을 때보다 5cm는 커지셨던 거 같은데요.”
“정확하십니다. 지금 도련님의 키는 183이니까요.”
갑자기 문주영이 옆으로 튀어나왔다.
“그걸 어떻게 아는 건데?”
“제가 원래 한 눈썰미 합니다.”
문주영은 자신의 눈썰미를 자랑스러워하며 고개를 추켜올렸다.
“어휴….”
백우진은 고개를 젓고서 다시 서인아를 보았다.
“오늘은 인아 씨가 안내를 해주시는 건가요?”
“맞아요. 제가 우겨서 나왔어요. 이쪽으로 오세요.”
서인아가 힘차게 손을 흔들며 백우진과 문주영을 직원용 엘리베이터에 태웠다.
삑.
위로 갈 거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서인아는 지하 7층 버튼을 눌렀다.
“지하로 가는 건가요?”
“의뢰는 전부 지하에서 끝날 거예요.”
“음….”
백우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의뢰는 분명 몬스터의 처리였는데, 지하에서 전부 끝난다는 게 이해가 가질 않았다.
툭.
백우진이 다른 질문을 말하기 전에 엘리베이터는 지하 7층에 도착했다.
지하 7층은 직원만 올 수 있기 때문인지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11명인가.’
-그래. 11명이 숨어서 지켜보고 있다.
‘점점 궁금해지네. 대체 왜 불렀는지.’
하지만 백우진은 곳곳에 숨어 있는 무인들의 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지하 7층은 보기와 달리 철저하게 보호되고 있는 곳이었다.
“이쪽이에요.”
서인아를 따라 지하 7층의 왼쪽 복도 끝에 도착했다.
그녀가 아무것도 없는 벽에 손을 올리자, 벽이 갈라지며 사람 한 명이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열렸다.
-허, 별것이 다 있군.
‘마법과 도구를 이용한 장치겠지. 다만 이런 걸 그냥 보여주다니….’
백우진이 열린 문을 바라보며 의문에 잠겼다.
“이런 거 함부로 보여줘도 되는 겁니까?”
서인아는 아무렇지도 않게 문을 열었지만, 이런 장치는 외부인에게 보여 줄 만한 게 절대 아니다.
자신조차 내부의 기척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으니, 보통문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함부로 보여준 게 아니에요. 우진 님이라 보여드린 거죠.”
서인아가 뒤를 돌아보며 신뢰가 담긴 미소를 지었다.
“이번 일에 우진 님을 고용한 건 강한 것도 있지만, 저희에게 믿음을 보여주셨기 때문이에요.”
그녀는 살짝 고개를 숙이고, 안으로 들어갔다.
“장인섬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아케인의 믿음을 얻는 것 같군요.”
문주영이 뿌듯한 눈으로 백우진을 바라보았다.
“여러 가지로 운이 좋았지.”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이고 안으로 들어갔다.
“왜 저들이….”
눈에 익은 사람들이 보였다.
장인의 섬에서 봤던 장인들과 호위들이었다.
“오랜만이구나.”
천하 장인 김장훈이 반가운 웃음을 지으며 백우진에게 다가왔다.
“장인님?”
이곳에서 김장훈을 만날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백우진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잘 지냈느냐?”
“저야 잘 지냈습니다. 어르신은….”
“네 녀석의 활약은 인아가 하루가 멀다고 보여줘서 전부 봤다. 잘 지내고 있더구나.”
“장인님 덕분입니다.”
백우진이 자신의 허리에 걸려있는 암인검을 한 번 본 뒤 고개를 숙였다.
“한 번 꺼내 보거라.”
“예.”
백우진이 암인검을 뽑아서 김장훈에게 건네주었다.
“관리를 꽤 잘했구나.”
“검이 워낙 좋아서 그렇습니다.”
“그리 아부를 해도 네게 줄 건 더 이상 없어.”
김장훈이 껄껄 웃으며 검을 돌려주었다.
“손 좀 봐주려 했는데, 일이 끝난 뒤에 해도 될 거 같구나.”
“장인님이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왜긴 왜겠느냐? 나도 관련이 있으니 왔지.”
김장훈이 뭔지 모를 미소를 지었다.
“관련이라고 하신다면….”
“오셨군요.”
백우진이 뒤편으로 전화에서 들었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 뵙는 건 처음이군요. 서공명이라 합니다.”
뒤를 돌아보니, 머리를 깔끔하게 뒤로 넘기고, 금테 안경을 쓴 중년인이 다가왔다.
“백우진입니다.”
“제 딸과 섬의 장인들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야 제대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서공명이 작게 웃었다.
-특이한 인간이군. 보통 저 정도 위치면 네게 반말을 할 텐데.
‘그러게 말이야. 그렇다고 서공명이 무조건 착한 사람은 아니겠지만.’
서공명이 정말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으므로 백우진은 주의를 풀지 않았다.
백우진이 서공명을 관찰했듯이 서공명도 백우진을 훑어보았다.
‘다르군. 전혀 달라.’
백우진에게선 지금까지 봐왔던 능력자들과 전혀 다른 기운이 느껴졌다.
남을 따라가지 않고 스스로 길을 만들어가는 패자의 기운이었다.
특히 일가를 이룬 사람이 아닌, 어린 검사에게 이런 기세를 느낀 건 처음이었다.
‘이런 검사는 오랜만인데, 인아의 말대로 부르길 잘한 것 같군. 투자할 가치가 있겠어.’
서공명이 백우진과 눈을 마주치며 작게 미소를 지었다.
“저도 인사를 해도 될까요?”
서공명의 뒤편에서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나타났다.
붉게 물들인 머리에 눈썹이 진했고, 얼굴에 자잘한 상처가 있었지만, 자신감 넘치는 웃음을 가진 남자였다.
“아….”
백우진이 남자의 얼굴을 넋 나간 것처럼 바라보았다.
-강자다. 느껴지는 기세가 벽을 넘었어. 근데 저 오러는….
‘적경훈이야.’
백우진이 침을 꼴깍 삼켰다.
‘예전에 말 한 적 있었지. 적연화의 오빠이자 적가의 둘째가 천재 중의 천재라고. 그게 저 사람이야. 권룡이라 불리는 천재 권사.’
모를 수가 없었다.
앞에 나타난 사람은 세간에서 천재라고 불리는 적가의 권룡이었다.
“백우진이라고 합니다.”
“처음 보네요. 패력적가의 적경훈입니다.”
적경훈의 목소리는 여유와 자신감이 흐르고 있었다.
“동생이 실례를 많이 저질렀다고 들었습니다.”
“아닙니다. 저도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런 아이가 아닐 텐데요.”
적경훈이 다 알고 있다는 듯 빙긋 웃었다.
“그럼 오늘은….”
백우진이 서공명을 바라보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권룡께서도 오늘 일에 참여하실 겁니다.”
서공명과 적경훈 사이에도 어떤 사연이 있는지 둘의 눈빛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가 묻어났다.
“참고로 검사님을 추천한 4명 중의 한 명도 권룡입니다.”
“네?”
백우진이 의외라는 듯 적경훈을 쳐다보았다.
“아케인과 신뢰도 있다 들었고, 최근 가장 뜨는 후배라 한번 보고 싶어서 말이지.”
적경훈이 고개를 틀며 씩 웃었다.
‘근데 이거 내 예상을 한참 넘었는데….’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적경훈의 내심은 경악 그 자체였다.
백우진에게서 느껴지는 무력은 자신의 예상을 한참 초월하고 있었다.
너무 놀라서 손에 땀이 흐를 지경이었다.
‘어떻게 저 나이에 저 수준이 가능한 거지? 인간이 맞긴 한 건가?’
매일 같이 천재 소리를 듣고 살아왔지만, 자신의 17살 때와 지금의 백우진을 비교하면 자신이 한참 처진다.
‘괴물은 백성현이 아니라, 이 녀석이었군.’
처음으로 진정한 괴물을 만난 것 같아서 떨리면서도 흥분되기 시작했다.
‘일이 쉬울 거 같으면서도 어려울 거 같네.’
-그게 무슨 개소리냐?
‘권룡을 불렀으니 어려운 일이지만, 권룡이 있어서 쉬워질 거 같다고.’
자신이 많은 실적을 쌓고 명성을 올렸어도 아직 권룡에게 미치지는 못한다.
적경훈을 상대하려면 못해도 셋째 형 정도는 와야 한다.
“그럼 저희가 갈 던전은 어디 있습니까?”
“이곳에 있습니다.”
“예?”
“전화로 말씀드렸죠. 평범한 던전이 아니라고.”
서공명이 바닥에 손을 대자, 아래로 향하는 계단이 나타났다.
“이쪽으로 오세요. 직접 보시는 게 설명이 빠를 겁니다.”
서공명은 백우진과 적경훈을 데리고 아래로 내려갔다.
-감각이 막혀있군.
‘이 통로를 들키지 않게 도구를 설치했을 거야.’
계단은 끝이 없어 보였고, 벽은 온통 회색이었다.
느낌상으로 7층 가까이 내려왔을 때 서공명이 손을 올렸다.
계단 옆의 벽이 반으로 갈라지며 들어갈 수 있는 문이 개방되었다.
“여깁니다.”
서공명은 따라오라는 듯 고개를 돌리며 안으로 들어갔다.
“아….”
그의 뒤를 따라 문에 들어간 백우진의 동공이 탁하고 풀렸다.
“뭐, 뭐야 여긴!”
-잠깐만 이 장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