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93
93화. 아케인의 의뢰 (4)
퍼억!
백우진이 파이어 골렘의 복부를 뚫고 그 안의 핵을 깨뜨렸다. 골렘은 검은 연기가 되어 허공으로 흩어졌다.
“핵의 중심을 꿰뚫으니까 묘한 쾌감이 있네.”
-정검의 수련에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겠군.
백우진은 핵의 중심만을 찌르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이지만 정검의 수련에 보탬이 되고 있었다.
“그럼 계속 올라가자.”
산 밑에 머드 골렘과 스톤 골렘이 남아 있었지만, 백우진은 산 위로 올라가며 파이어 골렘만 잡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숨겨둔 보물을 찾으러 가는 사람처럼 반짝였다.
-산은 왜 타는 거냐?
“그건….”
백우진이 말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누군가가 이쪽으로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검사님.”
그를 쫓아온 사람은 장인의 섬에 있었던 수호자들의 리더이자, 7등급 검사 배운성이었다.
뒤에 있는 2명의 무인도에 있던 수호자들이었다.
“무리해서 파이어 골렘만 맡으실 필요 없습니다.”
“예?”
백우진은 배운성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검사님은 저희를 위해서 파이어 골렘만 상대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배운성과 수호자들의 눈빛은 백우진에 대한 감동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백우진은 상대적으로 잡기 쉬운 스톤 골렘이나, 머드 골렘이 있는 산 밑을 놔두고, 산에 있는 파이어 골렘만 처리하고 있었다.
아무리 일검에 핵을 깨고, 화염 저항력이 높다고 해도 파이어 골렘의 열기는 쉽게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속성 저항 효과가 있는 전투복이 그을리고 찢긴 것처럼 백우진 역시 상태가 좋지 않을 것이다.
“저희들도 파이어 골렘을 상대할 수 있습니다. 너무 무리하실 필요 없습니다.”
배운성은 백우진이 수호자들을 위해서 일부러 파이어 골렘만 처리한다고 오해하고 있었다.
장인의 섬에서 백우진이 어떤 사람인지 알았기 때문에 이들은 백우진이 희생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음….”
백우진이 살짝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의 눈동자는 호수처럼 잔잔해졌다.
“괜찮습니다.”
“예?”
“수호자님들도 아시다시피 전 화염에 강해요. 이 정도는 버틸 수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백우진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는 수호자들과 눈을 마주치고 산 위로 올라갔다.
“섬에 있을 때와 달라지지 않으셨군.”
“예? 그때보다 훨씬 강해지셨는데요?”
“무력 말고, 성격 말이다.”
배운성은 백우진의 등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백우진은 많은 명성과 실력을 쌓았음에도 거만해지지도 건방져지지도 않았다.
섬에서 사람들을 구해내기 위해 몸을 던졌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존경스러울 정도야.”
배운성은 처음으로 자신보다 어린 사람에게 존경이라는 감정을 느꼈다.
* * *
-사기꾼 자식! 저런 순수한 사람들을 속이다니!
‘누가 들으면 진짜 사기라도 친 줄 알겠네.’
-머드 골렘이나 스톤 골렘은 핵이 안 보이니까 파이어 골렘만 잡는 거잖아! 그걸 희생한 척하는 게 사기지! 뭐가 사기냐!
흑암이 흥분에 휩싸여 백우진의 앞으로 날아왔다.
-거기다 넌 파이어 골렘을 만져도 화상은커녕 따끈할 뿐이면서 그 참는다는 표정은 왜 지은 거냐!
‘역시 넌 못 속이네.’
백우진이 흑암에게 손가락을 튕기며 웃었다.
흑암의 말대로 자신은 파이어 골렘의 화염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편의상 파이어 골렘만 잡는 것도 맞았다.
‘그렇지만 저렇게 감동을 한 사람들에게 사실을 말해서 실망하게 할 필요는 없잖아.’
백우진은 배운성과 수호자들의 생각을 알아차리고, 조그마한 연기를 한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위해 견딘다는 표정과 함께.
‘손해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좋은 게 좋은 거지.’
-끄응….
흑암이 앓은 소리를 냈다.
‘그건 그렇고 이제야 다 왔네. 생각보다 멀었어.’
백우진이 앞에 있는 파이어 골렘 3마리를 해치우고 땅을 내려다보았다.
-다 왔다니, 무슨 말이냐?
‘넌 못 느끼나?’
-뭐?
‘이 아래. 무언가가 잠들어 있어.’
처음 이 장소를 봤을 때부터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다.
이 아래에 화염과 관련된 무언가가 묻혀 있었다.
-묻혀 있다고?
‘그래. 파이어 골렘이랑 비슷하지만 느껴지는 고동이 달라. 파이어 골렘의 보스 같아.’
-골렘의 보스는 없을 텐데…. 잠깐만! 너 이 밑에 있는 놈을 알아차리고 권룡에게 보스도 점수를 매기자고 한 거였냐?
‘당연하지.’
-너라는 인간에게 진짜 질린다….
백우진의 순발력에 매번 감탄하지만, 오늘은 더 심했다.
그는 처음 온 장소를 휘저으며, 자신보다 강한 능력자들을 여유롭게 다루고 있었다.
-음….
흑암은 발로 땅을 비비는 백우진을 보며 색다른 감정을 느꼈다.
누군가의 기척을 알려주는 건 항상 자신이 먼저였지만, 이번엔 자신이 느끼지도 못하는 것을 백우진이 알아차렸다.
뿌듯하면서도 약간의 아쉬움이 동시에 느껴졌다.
-그럼 그걸 깨우겠다는 거냐?
‘당연하지.’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기를 떠나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놔둘 수는 없으니까.’
이곳은 앞으로 아케인 장인들의 공방으로 이용될 곳이다.
자칫 잘못해서 이 밑에 있는 무언가가 터진다면 큰 희생이 발생할 거다.
-어떻게?
“이렇게!”
백우진이 오러를 가득 담은 오른발로 땅에 내리찍었다.
콰아앙!
대지에 거대한 발 도장이 찍히고 주변의 나무들이 마구 흔들렸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너 뭐하냐?
“이게 안 되네. 그럼 다음.”
백우진의 검에 홍색의 화염이 타올랐다.
그는 아래에 느껴지는 화염의 기운을 향해 관일극을 찔러 넣었다.
쿵!
화염이 땅속에 전해졌을 때 백우진은 심장이 떨어져 내리는 감각을 느꼈다.
쿠구구구.
화산이 터지는 것처럼 땅에서 거대한 진동이 일기 시작했다.
-정말이었군! 온다!
“알아.”
흑암의 경고가 끝나기도 전에 대지가 갈기갈기 찢기고, 무너지기 시작했다.
갈라진 땅속에서 대기마저 태워버릴 것 같은 화염이 솟구쳤다.
화아아악!
땅을 부수며 올라온 화염은 하나로 뭉쳐 형태를 이루기 시작했다.
고오오오.
골렘과 비슷한 모습이었지만, 훨씬 거대했고, 숨 막힐 정도의 열기를 뿜어냈으며 손에는 세 줄기의 화염 채찍을 들고 있었다.
[크아아아아!]화염 거인이 포효를 내지르자 불꽃의 폭풍이 솟아올라 백우진을 가둬버렸다.
-타, 탄타로스? 탄타로스라니!
‘탄타로스?’
-제국과 적탑의 마법사들이 만들어낸 최악의 공성 병기다! 어째서 저 폭탄이 여기 있는 거냐!
탄타로스는 수백 년 전에 적탑의 마법사들이 만들어낸 마도 병기다.
거대하고, 폭력적이며 강한 화력을 가지고 있어서 극히 위험한 존재였다.
-하지만 그게 최악이라 불리는 이유가 아니다.
“뭐?”
-탄타로스는 핵이 3개가 존재한다. 그 핵을 동시에 부수지 못한다면 놈의 나눠진 파편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고, 몸이 재생된다!
다급한 상황이라 흑암의 말은 속사포처럼 빨랐다.
-이건 잘못 깨웠어. 일단은 물러나라. 저 폭풍의 화염이 더 강해지기 전에….
“공략 방법을 들었으니 괜찮아.”
백우진이 검을 꽉 움켜쥐자, 암인검에서 공기를 튀겨대는 뇌기가 솟아올랐다.
“핵이 세 개라고 했지?”
-서, 설마!
“그래. 다 보여.”
암인검이 제비처럼 선회하며 세 번의 참격을 뿜어냈다.
콰아아!
비뢰섬의 검기는 세 줄기 뇌전이 되어 탄타로스의 머리와 어깨, 배꼽으로 쇄도했다.
-이 멍청아! 동시에 날려야…. 헉!
날아가는 비뢰섬의 검기를 보고 흑암의 말이 멈췄다.
백우진의 첫 번째 비뢰섬은 살짝 느렸고, 두 번째 비뢰섬은 딱 중간이었으며, 세 번째 비뢰섬은 살짝 빨랐다.
콰앙!
비뢰섬 세 발이 탄타로스에게 적중했건만 충격음은 오직 한 번만 터졌다.
세 참격이 동시에 터졌다는 소리였다.
쿠구구구.
탄타로스는 들어 올린 화염의 채찍을 휘두르지도 못하고 어깨가 떨어져 내렸다.
무릎이 무너지고, 왼쪽 팔과 머리도 뚝 꺾여버렸다.
세 개의 핵이 정확하게 파괴되어 소멸의 과정을 겪는 것이다.
“그냥 해봤는데 시간차 공격이 진짜 됐네.”
-그게 재능이라는 거다….
흑암이 무너지는 탄타로스를 보며 말했다.
백우진의 모든 능력치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상승한 상태다.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이 되는 기술은 실제로도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재능 소리를 다 듣고 나도 출세했네.”
백우진이 웃고 있을 때 허공에서 심장의 모양을 가진 붉은 보석이 떨어져 내렸다.
-탄타로스의 심장!
흑암의 세계에서도 구할 수가 없는 보물이 백우진의 손에 주어졌다.
* * *
“내가 도발을 당하다니, 오랜만인데.”
적경훈이 미소를 지으며 골렘 3마리를 단숨에 때려잡았다.
내기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고 생각했지만, 백우진 비밀 때문에 오랜만에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이렇게 된 이상 절대 질 수 없지…. 어?”
산 정상으로 올라가려던 적경훈은 땅의 진동을 느끼며 고개를 홱 돌렸다.
쿠구구구.
백우진이 있는 땅이 갈라지며 거대한 화염 거인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저, 저건 뭐야!”
단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화염 거인은 산이 울리는 포효를 지르고 화염 폭풍으로 백우진을 가둬버렸다.
‘저 거인은 규격 외야! 백우진은 절대 못 이겨!’
적경훈이 숨겨둔 모든 오러를 개방한 뒤 쾌속의 신법 전뢰보를 사용했다.
그의 몸이 한줄기 빛살이 되어 화염 폭풍으로 달려갔다.
“어, 어떻게 저런 괴물이….”
배운성과 수호자들은 이곳을 3번이나 수색했었지만 저런 괴물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모두 아래로 내려가라!”
“예?”
“너희는 못 견뎌! 내려가!”
배운성은 수호자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홀로 움직였다.
아무리 백우진이라도 저런 화염은 견딜 수 없고, 내부에서 뚫을 수도 없다.
외부에서 열어줘야만 한다.
“크윽….”
배운성이 이를 악물었다.
가까이 가기만 해도 살처럼 타오를 것 같은 열기였다.
‘젠장 생각보다 화력이 강해!’
혼자서는 저 불의 벽을 깨뜨리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사이에 백우진은 죽을 것이다.
“수호자님!”
배운성이 불의 벽을 노려보고 있을 때 적경훈이 나타났다.
“시간이 없어요! 동시에 해야 합니다!”
적경훈의 양 주먹이 푸른빛으로 물들었다.
“알겠습니다!”
배운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검에 오러를 모조리 쏟아부었다.
쿠우우우우!
두 사람은 머뭇거리지 않고, 불의 벽을 향해 자신들의 비기를 터트렸다.
콰아아아앙!
불벽이 찢겨나가며 두 무인의 눈에 백우진의 등이 나타났다.
“백우진! 나와!”
“검사님! 이쪽으로 오세요!”
적경훈과 배운성이 백우진을 부르며 빠져나오라고 손짓을 했다.
하지만 백우진은 뒤를 힐끔 보고서 자신의 검을 검집에 집어넣고 가만히 있었다.
“야 뭐 하는 거야! 나오라고!”
“검사님! 빨리…. 어?”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에 두 사람의 눈이 위로 올라갔다.
쿠구구구.
화염 거인의 몸이 붉은 모래가 되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뭐,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적경훈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쥔 손을 떨었다.
‘저 거인을 이 짧은 시간에 잡았다고? 저게 가능해?’
자신이 전력을 발휘해서 싸운다고 해도 저 거인을 이렇게 빨리 잡는 건 불가능하다.
‘이 녀석 대체 정체가 뭐야….’
백우진은 자신보다 한참 약하지만, 공략법도 없는 화염 거인을 빠르게 잡아냈다. 그것도 아무 피해도 없이.
직접 보지 않았다면 절대 믿을 수 없었을 것이다.
“괘, 괜찮으십니까?”
화염의 벽이 꺼지고, 배운성이 질겁한 표정으로 백우진에게 다가갔다.
“괜찮아요. 다친 곳은 없어요.”
“허….”
백우진의 전신을 살폈지만 자잘한 화상 외에 상처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정말 다행이지만,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
“안에서 무슨 일이 있던 겁니까?”
“놈의 화염을 견디면서 검기를 날려서 잡았습니다.”
“억….”
백우진의 너무도 심플한 말에 7등급 무인 둘은 아연해서 입만 쩍 벌리고 있었다.
-맞는 말이긴 하지. 패고 싶을 정도로 맞는 말….
백우진의 지독한 화 속성 저항력은 탄타로스의 화염에서도 그를 보호해주었다.
살이 살짝 그을렸을 뿐 경상조차 없었다.
“권룡 선배.”
백우진이 눈이 반쯤 풀린 적경훈을 부르며 검지를 들어 올렸다.
“이놈 100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