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94
94화. 격이 다르다.
서공명은 오늘 하루 동안 등골을 스치는 2번의 전율을 맛봤다.
첫 번째는 당연히 화염 거인이 등장했을 때였다.
이 방까지 느껴질 열기의 폭풍이 백우진을 가뒀을 때 서공명은 머리가 얼어버린 것처럼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했다.
백우진은 저 화염 괴물에게 죽을 거고, 이 땅은 포기해야 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폭풍이 그치고, 화염 거인이 무너져 내렸다.
부서지는 화염 거인의 밑에서 건재한 백우진의 모습이 보였을 때 서공명은 전율을 느끼며 뒤로 주저앉았다.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만약 저 화염 거인이 공방이 만들어진 이후 나타났다면 아케인이 자랑하는 장인들과 그들의 가족들, 수호자들까지 모조리 죽었을 것이다.
물론 자신조차도.
백우진이 알고 했는지 모르고 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는 자신을 포함한 모든 아케인 길드원들의 은인이 되어버렸다.
서공명이 두 번째로 전율을 느낀 건 바로 지금, 전투를 끝내고 돌아온 백우진이 자신에게 붉은 보석을 내밀었을 때였다.
“이, 이게 뭐죠?”
탄타로스의 심장을 바라보는 서공명의 눈동자는 지진 난 것처럼 흔들렸고, 그의 손은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아까 나타난 화염 거인 보셨죠?”
“물론입니다. 눈이 있다면 못 볼 수가 없죠.”
“그 녀석을 잡았을 때 나온 물건입니다.”
서공명이 침을 꼴깍 삼키고 뜨겁게 달아오르는 탄타로스의 심장을 바라보았다.
“이걸 왜 제게….”
“이상한 말씀을 하시는군요.”
백우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의뢰를 진행하며 나온 물건은 의뢰주에게 주는 게 맞지 않습니까.”
서공명은 말은커녕 입을 다물지도 못했다.
그만이 아니었다.
함께 들어온 배운성, 적경훈을 포함한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의 얼굴에 경악이 번졌다.
백우진이 없었다면 많은 사람이 화염 거인에게 죽었을 것이다.
오늘 그가 해낸 일은 다른 사람들 모두를 포함한 것보다 훨씬 거대했다.
저 보석이 보물이든 신물이든 백우진이 아무 말 없이 챙겨가도 그 누구도 할 말이 없건만, 그는 덤덤한 눈으로 보석을 내밀고 있었다.
“허….”
서공명은 넋 나간 듯 백우진을 바라보았다.
긴 세월을 살진 않았지만, 누구보다 많은 사람을 만나왔다고 자부할 수 있다.
하지만 백우진 같은 사람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누구보다 특이하면서, 누구보다 올곧은 남자였다.
“하아….”
서공명이 눈을 한 번 감았다가 뜬 후 고개를 저었다.
“받을 수 없습니다. 가져가십시오.”
“예?”
“저희는 이곳을 사전에 탐색해놓고도 그런 몬스터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검사님이 그놈에게 당했다고 생각해도 끔찍하고, 나중에 나타나서 장인과 수호자들이 죽었다고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서공명이 안경을 벗고 백우진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저 검사님에게 감사할 뿐입니다. 가져가십시오.”
서공명은 새로운 도구나 재료를 누구에게도 넘긴 적이 없었지만, 저 물건은 받을 수가 없었다.
“….”
백우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서공명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알겠습니다. 이건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그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보석을 다시 챙기자, 서공명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두 사람은 우정을 가진 친구처럼 서로에게 신뢰가 담긴 눈빛을 보냈다.
‘어때? 내 말대로 됐지?’
백우진이 옆에 있는 흑암을 팔꿈치로 툭 건드렸다.
-네 최고의 장점은 속성 저항력도 아니고, 운도 아니다. 재수 없을 정도로 정확한 눈치와 아침 드라마를 넘어서는 연기력이다. 망할….
흑암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백우진은 이 상황을 완벽하게 예측하고 탄타로스의 심장을 서공명에게 내밀었다.
예상한 대로 탄타로스의 심장은 본인이 챙기게 되고, 서공명과 적경훈, 아케인의 수호자들에게 큰 점수를 따는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아침 드라마라니, 황금시간대 드라마 정도는 되거든.’
-아니다. 네놈은 막장 그 자체다. 아침 드라마가 딱이다.
‘하긴 아침이든 밤이든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백우진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탄타로스의 심장을 바라보았다.
‘레전더리를 얻었다는 게 중요한 거지.’
* * *
문주영과 서인아는 지하 7층에 머물며 백우진과 서공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차앙!
바닥이 열리고 그 안에서 서공명이 나왔다.
그 뒤로 적경훈과 백우진을 포함한 무인들이 뒤따라 나타났다.
“도련님!”
“우진 씨!”
문주영과 서인아는 다른 사람은 보지 않고, 백우진에게 다가갔다.
“괜찮으십니까?”
“그을림이 많아요! 혹시 화상을 입으신 거 아닌가요? 회복 능력자를 부를까요?”
“괜찮아요. 옷만 조금 탔을 뿐이에요.”
백우진이 웃으며 손을 내젓자, 서인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딸 키워봐야 소용없다는 말을 내가 쓰게 될 줄 몰랐군. 난 보이지도 않나 봐?”
서공명이 볼을 옅게 물들이고 있는 서인아를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아가씨 나이면 저게 당연한 일이죠. 솔직히 좀 늦은 감이 있습니다.”
배운성이 서공명의 옆으로 다가왔다.
“그런 건가?”
“아가씨는 딱히 사춘기도 없지 않았습니까. 제 딸은 중학생인데 속옷 따로 빨아달라고 와이프에게 난리를 칩니다.”
배운성의 농담에 서공명이 피식 웃었다.
‘뭐지?’
문주영은 묘한 분위기를 느꼈다.
지하에서 올라온 사람들은 전부 백우진을 신경 쓰고 있었다.
경쟁이나 질투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아니라, 경이와 감탄 같은 긍정적인 감정이었다.
지하로 가기 전에도 아케인의 수호자들이 백우진을 좋게 평가했지만, 지금 정도는 아니었다.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졌다.
“저….”
“후배.”
문주영이 백우진에게 말을 걸려 할 때 적경훈이 웃는 얼굴로 다가왔다.
“내기는 볼 것도 없이 내가 졌어.”
“어?”
“내기요? 내기를 하셨어요?”
적경훈의 말에 서인아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저 친구와 누가 더 많은 몬스터를 잡나 내기를 했거든.”
“저, 정말인가요?”
“그래. 크게 졌어. 대단한 친구야.”
적경훈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말과는 달리, 그의 표정엔 일말의 분함도 없었다.
백우진의 행동과 무력, 성향을 보고 진심으로 감탄했기 때문이었다.
“도, 도련님. 대체 아래에서 무슨 일이 있으셨던 겁니까.”
문주영과 서인아는 믿을 수 없는 것을 들은 것처럼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운이 좋았어. 보스를 잡았거든.”
“보, 보스요?”
“허, 그건 아니지. 그걸 운이라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걸.”
적경훈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괴물 중의 괴물을 때려잡아 놓고 운이 좋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녀석이었다.
“어쨌든 진 건 진 거니까. 패자에게 내릴 명령은 뭐죠? 승자님?”
“일단 아껴두겠습니다. 좋은 카드를 함부로 쓸 수는 없으니까.”
“후배. 아끼다 똥 돼.”
“괜찮습니다. 똥 되기 전에 쓸 거니까.”
적경훈이 손을 들어 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러 가지로 상대하기 힘든 후배네.”
* * *
“연화야.”
적경훈은 가문으로 돌아가자마자 수련장에 있는 적연화를 찾아갔다.
“먼저 수련하자고 해 놓고 어딜 갔다 온 거야!”
“미안. 미안.”
적경훈이 손을 모으며 민망한 웃음을 지었다.
“3번 약속을 하면 1번은 안 지키네. 올해만 해도 벌써 4번째….”
“네 남친 보고 왔어.”
“어?”
적연화가 잡고 있던 물병을 떨어뜨렸다.
그녀는 바닥을 적시는 물병을 제대로 잡지도 못하고 손을 떨었다.
“그게 무슨!”
“백우진을 만나고 왔어.”
“오, 오빠가 그 사람을 왜 만나!”
“일부러 만난 건 아니고, 임무 때문에 만났지. 근데….”
적경훈이 마른침을 삼키는 적연화를 보며 빙긋 웃었다.
“생각보다 괜찮네.”
“뭐?”
“꽤 괜찮은 녀석이야. 실력도, 성격도. 내가 아는 백가의 검사들과는 달라.”
적경훈은 자신이 봤던 백우진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었다.
“어….”
적연화는 숨죽인 채 적경훈의 입만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오빠인 적경훈은 누군가의 칭찬을 쉽사리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가 저렇게 칭찬을 할 정도라면 백우진을 정말 좋게 봤다는 뜻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야?”
“비밀 임무라 말해줄 수는 없고. 한 가지만 말하자면 나 걔한테 졌어.”
“설마 대련이라도….”
“그건 아니고, 몬스터를 잡는 내기를 했는데 져서 소원을 들어줘야 해. 너랑 똑같지.”
적경훈은 내기에 아무 미련도 없는지 시원하게 웃었다.
“오, 오빠가 졌다고? 봐준 거 아니야?”
“내가 누굴 봐줄 성격이냐?”
“그건 아니지….”
적연화가 고개를 저었다.
적경훈은 동생인 자신조차 봐주지 않는 사람이다.
백우진에게 일부러 질 리는 없다.
“어쨌든 난 찬성이다. 그 정도 남자면 괜찮지.”
“뭐가?”
“둘이 만나는 거 찬성이라고. 내가 이겨서 너희 데이트 시켜 주고 싶었는데 아쉽….”
“아, 됐어!”
적연화는 얼굴을 붉히면서 연무장을 빠져나갔다.
“하….”
적경훈은 그 모습을 보며 작게 웃었다.
“그렇게 부끄러워하다가 뺏길걸?”
* * *
-네게 매번 하는 소리지만 이번엔 정말 운이 좋았다.
흑암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훨씬 무거웠다.
-탄타로스를 깨운 것도 그놈을 잡은 것도 말이다.
탄타로스 앞에 있던 게 백우진이 아니었다면 그곳에 있던 그 누구도 살아남지 못했을 거다.
배운성이나 적경훈이 일시적으로 탄타로스를 쓰러뜨릴 수는 있겠지만, 핵 3개를 단번에 부수지 못해서 결국 거대한 폭발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넌 좀 더 주의가 필요해. 아무리 시스템과 행운의 여신이 뒤를 봐준다고 해도 말이다.
“죄송합니다!”
백우진이 흑암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의 말대로 탄타로스가 화 속성이 아니었거나, 흑암이 공략법을 알지 못했다면 큰 피해를 보았을 거다.
“그런데 거기서 나한테 재능이 있다고 한 건 무슨 말이야?”
-나와 맨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하나?
“잊을 수 없지.”
-그때 넌 스스로 재능이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난 너에게….
“재능을 성장시켜준다고 했었지.”
흑암은 처음 만났을 때 재능을 성장시켜 줄 힘이 있다고 말하며 자신을 받아들이라고 했었다.
-이제야 네 재능이 눈에 보일 정도로 성장한 거다.
흑암의 아우라가 별빛처럼 일렁거렸다.
-앞으로 네 머릿속으로 구현되는 검술이나 체술은 현실에서도 행할 수 있을 거다. 탄타로스에게 날렸던 검기처럼 말이다.
“나도 요즘 내 몸이 다르게 느껴져.”
흑암의 말에 백우진이 주먹을 꽉 쥐었다.
확실히 요즘 수련을 할수록 더 많은 것이 보이고, 많은 것을 깨닫고 있어서 하루하루가 즐겁고 아까웠다.
-이제 탄타로스의 심장이나 먹어라. 오래 놔둔다면 기운이 떨어질 거다.
백우진이 탄타로스의 심장을 꺼내 들었다.
등급 : 레전더리.
“그냥 먹는 거 맞아? 좀 기괴한데….”
-씹어 삼켜라. 단단해 보이지만 입안에 넣으면 물처럼 흐를 거다.
“음….”
백우진은 탄타로스의 심장을 바라보다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의 어깨 위에서 이그니스가 나타났다.
“카오!”
이그니스가 주변을 둘러보고 과자도 없는데 왜 불렀냐고 칭얼거렸다.
“과자는 없으니, 이거나 먹어라.”
백우진은 이그니스에게 탄타로스의 심장 절반을 떼어주었다.
-너 무슨….
“이게 맞아.”
자신이 강해지면 이그니스도 강해지고, 이그니스가 성장하면 자신 역시 성장한다.
거기다 이그니스에겐 먹는 특성마저 존재한다.
탄타로스의 심장을 가장 잘 이용하는 방법은 이그니스와의 반 땡이다.
“킁!”
이그니스는 탄타로스의 심장을 멍하니 보다가 한입에 꿀꺽 삼키고 주저앉았다.
녀석의 몸에서 화끈한 기운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됐어.”
백우진은 나머지 반을 자신의 입에 넣었다.
심장은 입에 들어가자마자 물처럼 변해서 목구멍으로 가볍게 넘어갔다.
식도를 타고 넘어간 심장에서 뜨끈한 열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열기는 단순히 위에 머물지 않고 백우진의 전신을 제집 안방처럼 날뛰었다.
‘이 정도는 가볍지.’
화 속성 저항력 때문인지, 라사둠의 오러 때문인지 온몸에서 용암 같은 열기가 타올라도 큰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후욱….’
백우진은 천천히 호흡하며 열기를 제어해서 자신의 단전에 쌓기 시작했다.
모든 열기를 흡수한 백우진이 눈을 떴을 때 자신을 바라보는 이그니스와 눈을 마주쳤다.
“카웅!”
이그니스의 뿔은 더 붉어졌고, 녀석의 눈 속에서 타오르는 불꽃의 색도 짙어져 있었다.
무엇보다도 녀석이 가진 불의 기운이 크게 상승한 상태였다.
띵!
[이그니스의 그릇이 확장됐습니다.] [이그니스가 당신을 진정한 주인으로 각인했습니다.] [이그니스에게 특성 겁화가 생성됩니다.]띵!
[화 속성 감응력이 20포인트 상승했습니다.] [화 속성 저항력이 25포인트 상승했습니다.] [특수 기술 겁화검형이 생성됩니다.]* * *
한 달 뒤 늦은 저녁.
문주영은 백우진에게 내려온 임무를 가지고 검각으로 들어갔다.
화륵!
검각에 들어가자마자 문주영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등을 보이던 백우진의 손에서 새빨간 화염이 번쩍였기 때문이다.
‘화염? 근데 저 색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백우진이 속성검을 다루는 것은 봤지만, 손에서 불을 일으킨 건 본 적도 없었다.
거기다 평소 그가 사용하는 화염과 색도 달랐다.
“도, 도련님. 방금 그 불꽃은 뭐죠? 꼭 마법사처럼….”
“마법은 아니고 검술의 응용이야. 지금은 연습 중이라, 나중에 보여줄게.”
백우진이 별일 아니라는 듯 손을 털자, 불꽃이 사그라졌다.
“그거 나한테 온 거야?”
“아, 예. 임무서입니다.”
문주영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백우진에게 임무서를 건네주었다.
“균열 발생 지점이 예측됐습니다. 발생 일시와 장소는 내일 자정 명동이고, 마나 반응은 4등급 수준입니다.
“4등급이면 어렵지는 않겠…. 어?”
문주영의 말을 들으며 서류를 읽던 백우진의 눈동자가 격하게 흔들렸다.
‘이 장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