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95
95화. 격이 다르다. (2)
-이번엔 또 무슨 일이냐? 사고 유발자 자식아.
흑암이 백우진이 구겨버린 임무서를 살펴보았지만, 딱히 특별한 내용은 적혀 있지 않았다.
-별거 없어 보이는데.
‘맞아. 별거 없지. 이때까진 아무도 몰랐으니까.’
백우진이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여기 보면 균열에 나올 몬스터가 4등급 수준이라고 되어 있잖아.’
백우진이 서류에 적혀 있는 등급을 가리켰다.
-그런데?
‘균열이 갈라지며 4등급 몬스터인 트루 혼이 나올 거야.’
-트루 혼? 뿔이 하나인 소를 말하는 거냐?
‘맞아.’
트루 혼은 이마 한가운데 곧은 뿔이 달린 물소의 외형을 하는 몬스터다.
-그 정도는 네가 눈 감고도 처리할 수 있잖아.
‘나만이 아니라, 5등급 수준의 능력자들이라면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지. 하지만….’
백우진이 입술을 깨물었다.
‘트루 혼들 사이로 신화 속에서나 등장하는 괴물 소가 나와.’
-신화 속 괴물?
‘그래. 균열에서 미노타우르스가 나타날 거야.’
미노타우르스는 단순히 힘만 강한 몬스터가 아니다.
6등급과 7등급 사이에 있는 특별한 보스 몬스터다.
놈은 자신의 능력을 강화하는 ‘투기’라는 힘을 가지고 있으므로 어설픈 능력자들은 그 앞에 서 있을 수도 없다.
-미노타우르스라니, 난리가 나겠군.
‘실제로 괴멸적인 피해를 보았지.’
백우진이 입술을 깨물었다.
‘전생에 균열을 막기 위해서 대기하던 5등급과 6등급 능력자들이 몰살당했고, 근처를 막던 군인과 경찰, 대피한 시민들까지 모조리 죽었어.’
너무 큰 피해가 났던 일이었고, 그 일 이후에 많은 것들이 바뀌었기 때문에 서류의 장소를 보자마자 기억이 났다.
‘미노타우르스는 명동을 초토화하고 나서야 잡혔지.’
-역시….
흑암이 끔찍하다는 듯 자신의 몸을 떨었다.
투기를 사용하는 미노타우르스의 강함은 말이 필요 없다.
방심하는 순간 순식간에 찢겨 나갈 것이다.
“도, 도련님?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문주영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인상을 쓰고 있는 백우진을 바라보았다.
“별일 아니야.”
백우진이 고개를 저었다.
“이 임무 받겠다고 해줘.”
“알겠습니다. 혹시 걱정이 있으시다면….”
“그래. 꼭 말할게.”
문주영이 백우진에게 고개를 숙이고 돌아갔다.
가면서도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는 것이 계속 백우진이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투기를 사용해서 자신의 힘을 지운 것 같군.
‘맞아. 미노타우르스 이후로 그런 놈들이 자주 나타나.
-음, 너 투기를 쓰는 몬스터 아직 만난 적 없지?
‘만나기는커녕 본 적도 없어.’
몬스터가 투기를 쓰려면 6등급 보스 중에서도 상급이거나, 7등급 던전의 보스는 되어야 한다.
그런 던전은 흔하지 않기 때문에 투기가 있는 몬스터를 만나는 능력자들은 흔치 않다.
-실제 투기를 느낀다면 너보다 강한 무인을 앞에 둔 느낌을 받을 거다. 투기의 기세는 오러보다 강해.
‘그럼 어떻게 해야 버틸 수 있는데?’
-무인의 싸움과 같다. 기세에서 밀리면 안 돼. 놈을 보자마자 전신의 오러를 일깨워라.
피어가 담긴 포효에 당하고 시작을 한다면 아무리 백우진이라고 해도 큰 손해를 입고 시작하게 된다.
-조금 빠른 것 같긴 하지만 나쁘지 않겠어. 검형을 시험해볼 제격의 상대다.
* * *
“연화야.”
적연화가 초식 수련을 마무리하고 있을 때 적경훈이 종이 한 장을 흔들며 다가왔다.
“좋은 거 가져왔다.”
“윽….”
적경훈의 능청스러운 미소를 보고, 적경화가 뒤로 물러났다.
“또 뭐야. 무슨 꿍꿍이를….”
“네가 할 임무.”
적경훈이 손가락으로 서류를 튕겼다.
서류는 실이라도 달린 것처럼 적연화의 눈앞으로 날아갔다.
“균열 보호?”
적연화가 서류를 읽어보고 황급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너 해보고 싶어 했잖아.”
“응.”
균열이 일어나는 지역의 보호는 능력자로서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이었기 때문에 적연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5등급을 바라보는 4등급 후반이니, 이 임무라면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빠. 고마워.”
“거기 백우진도 온다.”
“어엉?”
적연화가 자신도 모르게 종이를 구겨버렸다.
“못난 오라버니가 데이트 대신 함께할 임무를 줬으니, 즐거운 시간 보내라고.”
“아! 필요 없다고!”
“하하하!”
적경훈이 톡 쏘는 웃음을 터트리고 연무장을 나갔다.
“으….”
적연화는 어깨를 세우고 적경훈의 등을 노려보다가 다시 서류를 보았다.
최근 수련과 임무를 반복하면서 권법과 실전 경험을 동시에 쌓고 있었지만, 아무리 수련을 하고 던전을 공략해도 백우진이라는 벽은 너무 높았다.
“또 얼마나 강해졌을지.”
* * *
백우진은 문주영과 함께 균열이 열릴 명동 2가로 향했다.
이미 사람들이 대피했기 때문에 거리엔 협회의 직원과 능력자들밖에 보이지 않았다.
물론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은 꽤 보였다.
-구경꾼이 많군.
‘그러네.’
-오늘 네가 제대로 안 하면 저들 모두 죽을 거다.
‘아니까. 부담을 줄 필요 없거든.’
백우진은 가볍게 손을 풀었다.
“이쪽입니다.”
문주영과 백우진은 협회에서 지정한 카페로 들어갔다.
내부는 전부 치워져 있었고, 커다란 스크린 앞에 능력자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아는 얼굴들이 좀 있네.’
적연화가 앞에서 힐끔거리며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고, 맨 뒷자리에서 염사가 의자에 발을 걸치고 노려보았다.
‘또 나 때문인가.’
전생에서 죽지 않았으니, 저 둘이 이곳에 온 이유는 뻔했다.
-둘 다 너 보러 왔나 본데? 인기 많아서 좋겠다.
‘헛소리.’
백우진은 낄낄거리는 흑암을 밀어내고 적연화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오랜만이네요.”
옆에 앉아 있던 적연화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수련 열심히 하나 보네. 또 실력이 늘었어.”
“네?”
“5등급을 코앞에 두고 있잖아.”
“아….”
적연화가 당황하여 의자 손잡이를 꽉 잡았다.
백우진은 잠시 바라보는 것만으로 자신의 무력 수위를 파악해냈다.
현재의 자신과 상당한 실력 차이가 있다는 의미였다.
“그, 그게….”
“브리핑 시작하겠습니다.”
적연화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정장을 차려입은 중년의 남자가 들어왔다.
배는 불룩 나와 있고, 팔자 주름이 심해서 좋은 인상은 아니었다.
“균열 관리의 김운성이라고 합니다.”
김운성은 인사를 하며 맨 뒤에 있는 염사와 잠시 눈을 마주쳤다.
“오늘 자정에 일어날 균열의 지속 시간은 약 1시간이지만,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 저희는 내일 일출 때까지 이곳에서 대기할 겁니다. 먼저….”
김운성은 임무서에 나와 있던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인원을 나누기 시작했다.
“능력자분들의 수준은 4등급 후반에서 6등급까지입니다. 등급에 따라 6등급과 5등급은 몬스터 처리에, 4등급은 빠져나가는 몬스터를 막아주십시오.”
김운성은 능력자들에게 위치를 지정해주었다.
백우진의 위치는 균열의 중심에서 떨어진 서쪽 외곽이었다.
-너보다 약한 놈도 중심부인데, 넌 왜 외곽이냐?
‘뻔하지. 저 김운성이라는 놈. 대연문과 끈이 닿아 있을 거야.’
염사와 대연문의 무인들에게 중심 자리를 주고 자신을 외곽으로 보낸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김운성은 대연문과 연관된 게 확실했다.
“혹시 질문이나 제안이 있으신 분은 거수해주십시오.”
백우진이 기다렸다는 듯 손을 들어 올렸다.
“네. 백우진 검사님.”
“위치 지정에 대해….”
“아, 그런 말씀을 하실 줄 알았습니다.”
백우진의 말이 다 끝나지도 않았건만 김운성이 말을 끊었다.
“백우진 검사님의 실력은 알고 있습니다. 그 실력을 믿고 외곽 쪽을 맡기려는….”
“그게 아닌데요.”
백우진은 김운성이 자신에게 한 것처럼 말을 끊어버렸다.
“예?”
“능력자들의 배치가 너무 좁고 서쪽에 편중되어 있습니다. 예기치 못한 상황이 있을 수도 있으니, 좀 더 넓게 포진하고, 주변에 있는 구경꾼들을 더 멀리 내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노타우르스가 나타나는 순간 놈의 피어가 발동되어 능력자들은 허수아비가 된다.
그 순간 포위망이 뚫려버리고 트루 혼이 빠져나가서 날뛰기 시작할 거다.
포위망을 더 넓게 해야만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음,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만.”
김운성이 스크린을 한 번 보고 피식 웃었다.
“오늘 나오는 몬스터의 등급은 4등급입니다. 이곳에 있는 능력자분들 중 가장 약하신 분도 4등급 후반이고요. 이대로 해도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부러 구멍이 있는 방식을 쓸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백우진은 답답함에 인상을 찌푸렸다.
사실을 말할 수가 없어서 제약도 많은데, 책임자가 대연문의 입김 닿는 놈이라 여러모로 짜증이 일었다.
“그게 아니시겠지.”
뒤편에서 염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활약할 구멍이 없으니, 물고 늘어지는 거잖아. 협검이라는 허명을 얻고, 운으로 마족을 잡더니 이제 보이는 게 없는 거냐!”
염사가 이죽거리며 백우진에게 삿대질해댔다.
“저도 백우진 검사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적연화가 손을 들어 올렸다.
“확실히 인원이 서쪽에 많이 포진되어 있습니다. 혹시라도 동쪽이나 남쪽으로 몬스터가 빠져나간다면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큽니다. 일단 구경꾼들을 더 밀어내고 인원 배치를….”
“저 두 분?”
김운성이 손가락을 흔들었다.
“두 분 다 균열 발생을 막는 건 처음이시죠?”
“그런데요?”
“저는 균열 관리에 10년을 보냈습니다. 전문가라는 이야기죠. 이대로 진행하겠습니다.”
김운성은 대연문에서 굉장히 좋은 제안을 받은 건지 물러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럼 문제가 생긴다면 당신이 책임진다는 거겠죠?”
백우진의 입에서 서늘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예?”
“혹여나 이번 일에 문제가 발생해도 책임을 지겠다는 거 아닙니까?”
“그, 그건….”
“물론이다. 중심에 있는 게 우리니 문제가 생긴다면 대연문에서 책임을 지겠다. 하지만 그럴 일은 없어!”
염사가 벌떡 일어나서 백우진의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엔 네가 구경이나 할 차례다.’
염사는 평소 인연이 있던 김운성을 돈과 대연문의 이름으로 매수한 뒤 백우진을 허수아비로 만들라고 지시했다.
그는 제주도에서 백우진에게 망신을 당한 것을 잊지 않고, 열등감을 폭발시키는 중이었다.
“그 말 기억하지.”
백우진은 차갑게 웃고서 밖으로 나왔다.
“도련님!”
“의검대를 소환해.”
“예?”
문주영이 당황하여 눈을 부릅떴다.
“의검대에게 구경꾼들을 밀어내고 그 앞을 막으라고 해. 실전을 볼 기회도 될 테니 나쁘지 않을 거야.”
“알겠습니다.”
문주영은 백우진의 심각한 표정을 보고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미노타우르스가 나타나는 순간 트루 혼들이 빠져나갈 테니 좋은 방법이다. 지금의 의검대라면 연계를 통해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을 거다.
트루 혼의 이동속도는 굉장히 빨라서 한 번 놓치면 따라잡기 힘들다.
저 안에 있는 능력자들이 뒤지든 말든 상관없지만, 대피 중인 시민들까지 피해를 줄 수는 없었다.
-이제 나머지는 네게 달렸군.
* * *
균열이 열리기 전 염사는 구석에서 짝다리를 짚고 있는 백우진을 노려보았다.
그는 제주도 사건이 있던 이후로 매일 같이 백우진에게 망신을 당했던 악몽을 꾸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다를 거다.’
이 장소에 나오는 몬스터들 대부분은 자신이 처리할 생각이었다.
특히 백우진에겐 단 한 마리도 넘기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래서 백우진을 사람이 많은 서쪽의 외곽에 넣어 둔 것이다.
뿌드드득!
청명했던 밤하늘에 실금이 가기 시작했다.
“균열이 열린다!”
“모두 준비!”
실금은 나무뿌리처럼 사방으로 뻗어 나가며 거대한 균열을 일으켰다.
캬앙!
유리창이 깨져나가듯 하늘에 구멍이 생기고, 몬스터들이 밀려 나오기 시작했다.
콰아앙!
물소보다 1.5배는 거대하고, 두꺼운 거죽을 두르고 있으며, 하나의 곧은 뿔을 가진 수십 마리 트루 혼들이 비처럼 떨어져 내렸다.
“트루 혼이다!”
염사가 떨어지는 트루 혼을 보며 허리에 두르고 있던 연검을 꺼내 들었다.
이 정도 숫자의 트루 혼이라면 함께 온 부하들과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었다.
‘내일 기사엔 대문짝만하게 내 이름이 실리겠지. 반면에 저놈은 구경꾼으로 적힐 테고.’
기자들은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니, 조금만 돈을 쥐여줘도 백우진을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구경꾼으로 만들 것이다.
“모두 위치를 벗어나지 마! 지금부터…. 응?”
염사가 트루 혼에게 달려들려 할 때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쿠구구구구.
트루 혼은 무언가를 잘못 먹은 것처럼 능력자들을 노리지 않고, 외부로 벗어나려고만 하고 있었다.
흡사 무언가로부터 도망을 치려는 듯이.
“뭐, 뭐야!”
“왜 저러는 거지?”
“일단 막아!”
“절대 빠지게 하면 안 돼!”
능력자들이 어안이 벙벙해진 채로 트루 혼을 막으려 할 때였다.
“어…?”
염사는 자신도 모르고 고개를 들어 올렸다.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다.
거대한 존재감이 시선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크윽….”
“허억….”
“끄으으!”
지금까지 느껴 본 적 없었던 무시무시한 압박에 모두의 눈이 깨져버린 허공으로 향했다.
적막한 어둠 속에서 강렬한 붉은 빛이 발했다.
살기와 폭력, 파괴만이 담겨 있는 괴수 미노타우르스의 눈동자였다.
콰아아아앙!
미노타우르스가 땅에 떨어지는 것만으로 아스팔트로 덮인 도로가 뒤집히고, 건물들이 무너져 내렸다.
후우욱.
먼지가 걷히고 미노타우르스의 모습이 드러났다.
4m에 가까운 신장에 사람의 몸통만 한 두 개의 뿔이 하늘로 솟아 있었고, 온몸은 철갑 같은 근육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미노타우르스가 손에 쥐고 있는 웅대한 칼날 도끼엔 무언가의 살점과 피로 가득했다.
[쿠오오오오오!]미노타우르스가 하늘을 올려보며 터트린 포효에 능력자들이 귀를 막고 부들부들 떨었다.
“아악!”
“허억!”
능력자들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리며, 겁을 먹은 것처럼 전신을 떨었다.
포효 속에 담겨 있던 피어가 투지와 의지를 사정없이 꺾어 버린 것이다.
“끄으윽.”
6등급에 올라 있는 염사마저 처음 당하는 피어에 제대로 반응을 하지 못하고, 기겁하며 이빨을 부딪치고 있었다.
[크아아아아!]미노타우르스는 허약한 인간들을 비웃으며 다시 한 번 거대한 포효를 내질렀다.
“으으….”
“끄, 끝이야.”
“어떻게 저런 괴물이 여기에….”
그 압도적인 기파에 능력자들의 눈에 절망이 들어섰다.
모두가 공포에 잠겨 바짝 엎드렸다.
단 한 명만 제외하고.
“소 새끼가 더럽게 꽥꽥대네.”
홀로 선 백우진의 눈빛이 서슬 퍼렇게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