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97
97화. 격이 다르다. (4)
적연화는 도망치는 트루 혼을 때려잡고, 사람들을 대피시키면서도 백우진에게 눈을 떼지 않았다.
아니, 떼지 않는 게 아니라, 뗄 수가 없었다.
홀로 초대형 괴수와 맞서 싸우는 영웅에게서 시선을 돌릴 수 있다면 그것도 능력일 것이다.
‘저 정도였다니….’
백우진이 강하고 성장이 빠르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저 정도의 괴물과 호각으로 싸울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거기다 저 사람 정면에서 싸우고 있어.’
일반적으로 힘이 강한 대형 몬스터를 상대할 땐 치고 빠지는 전술을 사용한다.
하지만 백우진은 말로만 듣던 미노타우르스라는 고등급의 괴물과 정면에서 맞서고 있었다.
자신의 몸통보다 더 큰 칼날 도끼를 검 한 자루로 상대하는 모습은 가슴을 울리게 만들었다.
“믿으세요.”
문주영이 트루 혼의 뿔을 꺾어버리고 적연화에게 다가왔다.
“네?”
“도련님이 이기실 거라 믿고, 저희는 저희가 할 일을 해야 합니다.”
문주영은 백우진을 보고 있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주인을 믿고, 그가 내린 명령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었다.
“알겠어요. 그럼…. 아! 저, 저기!”
고개를 돌리려던 적연화가 멈춰 섰다.
미노타우르스에게서 터져 나온 거대한 붉은 기운이 백우진에게 몰아치고 있었다.
한참 떨어진 곳에서도 느껴질 정도로 무시무시한 기운이었지만, 백우진은 물러나지 않았다.
그의 검에서 피처럼 붉은 불꽃이 타올랐다.
화염이 솟아오른 검은 미노타우르스의 도끼를 힘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저, 저런 일이….”
적연화의 입에서 경악이 실려 있는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백우진이 미노타우르스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오싹한 소름이 돋게 했다.
미노타우르스가 파멸적인 힘을 뿜어냈지만, 백우진은 물 흐르듯이 검을 연계해 도끼를 부숴버리고, 괴수의 목을 베어버렸다.
“하아!”
적연화가 넋을 놓은 표정으로 주저앉았다.
다리가 완전히 풀려서 서 있을 수가 없었다.
방금 본 전투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어이구….”
문주영도 참지 못하고 뒤로 자빠졌다.
그 역시 백우진의 전투를 보고 힘이 빠져 버린 것이다.
“믿는다면서요.”
“제 믿음이 조금 부족했나 봅니다.”
문주영은 민망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적연화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웃다가 홀로 당당하게 서 있는 백우진을 눈에 담았다.
“좀 천천히 가줬으면 좋겠네. 따라잡을 수가 없어….”
* * *
‘저건 뼈잖아.’
-적골(赤骨)은 미노타우르스에게서 얻을 수 있는 전리품 중에서도 가장 값진 물건이다.
‘들어봤어. 저 붉은 뼈는 상급 아이템을 만드는데 재료가 된다고….’
-아이템 재료? 그따위로 쓰는 건 적골에 대한 실례다!
흑암이 칼날을 마구 흔들었다.
-따로 쓰는 방법이 있으니, 일단 챙겨라.
‘알겠어.’
백우진은 자신의 허벅다리만 한 미노타우르스의 적골을 꺼내서 흑암의 인벤토리에 넣었다.
“다 끝났군.”
미노타우르스가 죽자, 날뛰던 트루 혼들의 움직임도 잠잠해졌다.
남은 트루 혼들은 다른 능력자들이 알아서 처리해 줄 것이다.
-저 녀석들도 잘 버틴 거 같군.
‘그래. 검진을 수련시킨 보람이 있어.’
백우진이 의검대가 있는 방향을 보았다.
의검대 18명은 조금도 밀리지 않고, 완벽하게 진을 유지하고 있었다.
-저 녀석들에게 오늘의 경험은 큰 도움이 될 거다.
의검대 검사들은 백우진과 미노타우르스의 싸움을 직접 봤고, 검진을 세워 본인들보다 강한 트루 혼을 상대했다.
이 경험은 그들의 성장에 짙은 거름이 될 것이다.
띵!
[돌발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 1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돌발 보상이 지급됩니다.] [수많은 사람에게 감동과 경이를 안겨 주셨습니다.] [만검의 보상이 추가 지급됩니다.]-너보다 도움이 되진 않겠지만….
* * *
“제 뒤에 보이는 장소를 알아보실 수 있겠습니까?”
보호복을 입고 있는 기자가 초토화된 거리를 가리켰다.
“전혀 알아보실 수 없겠지만, 전 지금 명동 거리 앞에 서 있습니다.”
기자는 뒤를 한 번 돌아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오늘 새벽 명동2가에 균열이 열리고 트루 혼들이 나타났습니다. 능력자들이 계획대로 트루 혼을 상대하려 할 때 예측에 나타나지 않았던 다른 괴물이 떨어져 내렸습니다. 한국에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던 미노타우르스였습니다.”
기자의 옆으로 미노타우르스가 칼날 도끼를 들고 있는 사진이 나타났다.
“능력자들이 미노타우르스에게 공포를 느끼고 주저앉았을 때 유일하게 앞으로 나선 영웅이 있었습니다. 바로 신검백가의 백우진 검사입니다. 백우진 검사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자신의 개인 검대를 불러놨다고 합니다.”
기자가 가볍게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백우진 검사와 의검대의 활약 덕분에 사망자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지금부터 저희 DBS가 직접 촬영한 영상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화면이 바뀌고 미노타우르스와 백우진이 전투를 하는 장면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영상은 백우진이 미노타우르스의 목을 베어버리고 전장에 홀로 선 장면까지 찍혀 있었다.
-지렸다! 바지 갈아입고 온다.
-회피하면서 싸울 줄 알았는데 앞에서 맞짱 뜨네? 미친 거 아 아님?
-저래야 검사지! 역시 검사의 근본 그 자체시다.
-미노타우르스랑 힘으로 1:1 하는 게 사람이냐? 뭘 먹고 크면 저렇게 되는 거야?
-백우진 검사님이 혼자서 미노타우르스를 막으니까. 사망자가 한 명도 없었던 거네요.
-ㄴㄴ. 백우진이 자기 검대 불러서 민간인 대피소를 지키게 한 덕분에 한 명도 없는 것임.
-하루만 백우진이 되고 싶다. 제발 하루만….
-하루만 빌런 또 왔네.
백우진은 자신의 영상에 달린 댓글들을 보다가 핸드폰을 껐다.
-왜 끄는 거냐?
“보다 보면 끝도 없거든.”
지금까지 읽은 댓글들만 봐도 충분히 기분이 좋아졌다.
-내가 보고 싶었는데….
“나중에 보여줄게. 일단, 이 뼈부터 해결하자고.
백우진은 스마트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그 옆에 놓아둔 적골을 들어 올렸다.
-너희 세계에선 그걸로 아이템을 만들었다고 했나?
“그래. 단단하고 가벼워서 굉장히 귀한 재료가 되었지.”
-쯧쯧, 금을 똥으로 만들었군.
“엉?”
흑암이 혀를 찼다.
-적골의 제 사용법은 우리는 거다.
“뭐?”
-적골을 우려낸 국물을 마시면 단단한 신체와 강인한 힘을 영구적으로 얻을 수 있다.
“그, 그거 사골이잖아!”
소뼈를 우려서 국물을 내는 건 한국에서 흔하디흔한 요리법이다.
하지만 저 귀한 적골로 그런 일을 하는 미친놈이 어디 있었겠는가.
“진짜야?”
-내가 이런 거로 너한테 거짓말 한 적 있냐?
“없지….”
백우진이 황당한 눈으로 적골을 바라보았다.
“얼마나 우려야 하는데?”
-삼 일이면 된다. 다만 필요한 재료가 있다.
“재료?”
백우진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렇게 인상 쓸 필요 없다. 너희 세계에서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을 테니, 먼저 오지화련초, 제비목, 감연쑥….
“음….”
흑암의 말한 것들은 딱 하나만 빼고, 능력자 시장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이었다.
“오지화련초는 좀 힘들 수도 있지만, 나머지는 쉽겠어.”
백우진은 블랙마켓 성남 지부장 유진아에게 재료들을 구해달라고 부탁하는 문자를 보냈다.
-솔직히 말하자면 오지화련초보다 칠지화련이나 구지화련이 좋지만 그건 인연이 없으면 구할 수 없는 물건이니까.
“구지화련초라는 게 있었어?”
영약인 칠지화련초는 들어봤어도 구지화련초는 듣도 보도 못했다.
-우리 대륙에서도 구하기 어려운 물건이니 신경 꺼라. 오지화현초로만 사용해도 네 육체 능력은 크게 상승할 테니.
“아쉬워서 그러지.”
백우진은 입맛을 다시며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답장이 올 때까지 보상이나 받아야겠네.”
백우진이 돌발 보상을 받겠다고 생각하자, 눈앞에 100장의 카드가 나타났다.
화악!
머뭇거리지 않고 손을 뻗어서 12번째 카드를 골랐다.
[500포인트가 제공됩니다.]옅은 노란빛이 번쩍였고, 물건 대신 메시지창이 나타났다.
“이건….”
-500포인트를 주는 레어 보상이다. 이게 정상이지.
흑암의 목소리가 한층 올라갔다.
드디어 백우진의 운빨이 떨어진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진 것이다.
“500포인트면 나쁘지 않아.”
조금 아쉽긴 했지만 따지고 보면 지금까지 받은 것들이 정말 운이 좋았던 거였다. 흑암의 말대로 이게 정상일 거다.
촤아악!
만검의 보상이 생성되며 번쩍이는 10장의 카드들이 자리를 잡았다.
‘연속 레어! 이번에도 레어!’
흑암이 속으로 레어를 외쳤다.
백우진이 힘으로 미노타우르스를 잡아 적골을 구한 건 인정하지만, 운빨은 인정할 수 없었다.
“이번엔 이거.”
백우진은 별 고민 없이 다섯 번째 카드를 뒤집었다.
화아악!
흑암의 바람과는 다르게 카드에선 선명한 황금빛이 번쩍였다.
-끄억! 치, 칠지화련! 저게 왜 나와!
“아….”
백우진의 눈앞에 잎이 7개인 붉은색 풀이 둥둥 떠 있었다.
-이런 미친 시스템! 지금 우리 염탐하고 있는 거 아니냐? 이 정도면 개연성이 무너지는 거 아니냐고!
흑암이 창문을 넘어 하늘을 올려보며 부르짖었다.
-대체 백우진이랑 무슨 관계야!
이 정도면 확실하다.
분명 백우진과 시스템은 과거 혹은 전생에 어떤 관계가 있을 거다.
-당장 튀어나와!
흑암이 하늘을 올려보며 개연성을 부르짖을 때 백우진은 스마트폰을 꺼내서 덤덤하게 문자를 보냈다.
오지화련초는 필요 없다고.
* * *
칠검각 연무장 중앙에 의검대 18명이 차려 자세를 유지했고, 그 앞에 백우진이 서 있었다.
“검대로서 첫 실전을 겪은 기분들은 어때?”
“최고였습니다!”
김우혁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소리쳤다.
그의 눈은 충혈되어 있었다.
그만이 아니라, 의검대 18명 중 10명의 눈은 잠을 자지 못한 것처럼 붉었다.
“도련님이 미노타우르스와 싸우는 것을 보다니,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맞습니다! 그런 전투를 제 눈으로 보게 되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홍남기도 흥분한 채로 소리를 질렀다.
항상 냉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박혜리도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나 말고 너희 어땠냐고.”
“아….”
“음….”
의검대원들이 민망한 표정으로 눈을 아래로 내렸다.
“트루 혼은 너희 개인이 상대하기에 어려운 몬스터였다. 연습했던 검진으로 놈들을 막는 건 어땠지?”
“솔직히 말씀드려서 버거웠던 건 사실입니다.”
홍남기가 고개를 들어 올리며 말을 이었다.
“다만 저희 뒤편에 있던 건물이 민간인들이 대피하고 있던 곳이라 죽을힘을 다해서 버텨야 한다는 생각만 가득했습니다.”
“저, 저희가 밀려나는 순간 많은 인명피해가 생길 거라 생각해서 이를 악물고 버텼어요. 다 같은 마음이었기 때문에 힘을 낼 수 있었던 거 같아요.”
홍아라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소리는 작았지만, 의미는 통했기 때문에 모든 의검대가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 합이 맞는 건 생각보다 기분이 좋지?”
“예!”
김우혁이 가장 먼저 대답했다.
“넌 검진 수련 제일 싫어했잖아.”
“그, 그렇긴 한데 부족한 부분을 동료가 메워주는 건 꽤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옆에 동료들이 있으니, 힘이 빠지질 않더라고요. 저 녀석이 버티는데 나도 질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렇지.”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너희는 나와 함께 많은 전장을 다니게 될 거다. 개인의 힘으로 가능한 싸움도 있겠지만, 동료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훨씬 많을 거야.”
분명 이들과 함께 더 깊고 많은 전장으로 가게 될 거다.
이들 모두의 미래를 지켜주고 싶었기 때문에 검진 수련을 시킨 것이다.
“동료와의 우애든, 동료를 향한 경쟁심이든, 자신의 성장을 위한 욕심이든 모든 것은 검대와 자신을 발전시켜나갈 거름이 되어 줄 거다. 물론 너무 심하지 않은 선에서.”
백우진은 홍남기, 김우혁, 박혜리를 차례대로 쳐다보았다.
“남들의 속도를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에 맞춰서 수련하는 것도 좋겠지.”
이번엔 홍아라와 김민환에게 시선을 주었다.
“앞으로도 검대와 자신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해주길 바란다. 첫 번째 실전 수고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부터 3일간은 휴가다. 보너스도 줄 테니, 수련하든, 놀러 나가든 마음대로 하도록.”
“우와아아아!”
검대원들이 함성을 지르며 손을 들어 올렸다.
-저래도 수련하지 않을까?
‘그럴 수도 있지만, 댓글들을 볼 거 같은데.’
어제 일로 영웅이 된 사람은 자신만이 아니다.
의검대 검사들이 사람들을 지키는 영상도 인터넷에 올라갔기 때문에 저들 모두가 영웅 소리를 듣고 있었다.
검사들이 눈이 충혈된 이유가 밤을 새워가며 자신들의 영상을 돌려봤기 때문일 거다.
“응?”
백우진은 웃으며 검사들을 보다가 진동을 느끼고 핸드폰을 꺼냈다. 전화를 건 사람은 협회의 이영현이었다.
[검사님이 말씀하신 대로 김운성은 염사와 끈이 닿아 있었습니다. 퇴직 후에 대연문으로 낙하산을 타기로 했다더군요.]“역시 그랬군요.”
[제가 조사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김우성이 겁에 질린 채로 제발 감옥에 넣어달라며 스스로 사실을 밝혔습니다.]-감옥에 넣어 달라 하다니, 너한테 죽긴 싫었나 보군.
흑암이 낄낄 웃었다.
[염사도 모든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조만간 외부에도 밝혀질 겁니다.]“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제가 죄송합니다. 협회를 대신해 사과드리겠습니다.]“과장님. 아니, 부장님이 사과하실 필요는 없어요. 아무 상관없잖아요.”
전혀 관련도 없는 이영현에게 사과를 들을 필요는 전혀 없었다.
“부장님. 한 가지 여쭙고 싶은 게 있는데 가능하겠습니까?”
[물론입니다.]“혹시 제논에 대한 정보가 들어온 게 있습니까?”
[전혀 없습니다. 요즘 너무 조용해서 이상할 정도입니다.]“음….”
백우진은 제논에 관해 물었지만, 정말 궁금한 건 신창훈이었다.
도망친 신창훈의 정신 상태는 정상이 아니므로 최대한 빠르게 처리하고 싶었다.
[저 검사님.]“말씀하세요.”
[으음….]이영현이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정말 죄송하지만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