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98
98화. 불의 용과 얼음의 새
“말씀하세요.”
백우진은 이영현의 도움을 받은 적도 있고, 그에게 지시를 내린 적도 있었기 때문에 어려운 일이 아니라면 부탁을 들어주기로 마음먹었다.
[협회가 낮은 등급의 능력자들을 위한 아카데미를 운영한다는 거 알고 계십니까?]“물론 알고 있습니다.”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협회가 하급 능력자들을 위해 무상으로 교육기관을 운영하는 건 당연히 알고 있었다.
[아카데미에선 두 달에 한 번씩 선배 능력자들을 초대해서 그들의 조언과 경험을 듣는 행사가 있습니다.]이영현의 말을 듣는 백우진의 얼굴이 의외의 빛으로 물들었다.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이제야 알아차린 것이다.
[투표로 초대할 능력자를 선정하는데 이번에 검사님이 압도적으로 1위를 했다고 합니다. 혹시 시간이 되신다면 행사에 참여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음….”
백우진은 바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예상외의 부탁이로군.
‘그러게. 난 범죄자 처리를 도와달라고 할 줄 알았는데.’
이영현의 부탁이었기 때문에 분명 범죄자에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평화적인 부탁이 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사실 네가 그런 일에 딱이긴 하지.
‘뭐?’
-딱 한 마디만 하면 되잖아. ‘운빨입니다.’라고.
흑암이 백우진의 주변을 돌며 웃음을 터트렸다.
‘어휴….’
백우진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 다시 전화를 귀에 가져다 댔다.
“그 일을 왜 부장님이 전하시는 거죠?”
[공식적으로 백가에 요청이 갔을 겁니다. 다만 제가 검사님과 친분이 있다고 생각했는지. 아카데미의 교수가 말해달라고 부탁을 하더군요.]“그랬군요.”
[협회 쪽에서 받는 건 전혀 없습니다. 그저 초보 능력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 여는 행사입니다.]이영현의 성격상 청탁 같은 거라면 절대 전하지 않았을 테지만, 낮은 등급의 능력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에 이야기를 꺼낸 모양이다.
[혹시 부담되신다면 제가 거절을….]“가겠습니다.”
[저, 정말이십니까?]“그런 좋은 의도라면 당연히 가야죠.”
-그래. 가서 내 강함의 비결은 ‘10% 노력과 90%의 운이죠.’라고 해라. 카드 뽑기만 하면 유니크가 뿅 하고….
‘좀 닥쳐.’
백우진이 흑암을 밀어버리고 다시 전화를 귀에 가져다 댔다.
[감사합니다! 일정은 검사님에게 맞춘다고 했습니다. 언제가 편하시겠습니까?]“음, 제가 3일 동안 사골을 끓여야 하거든요. 5일 후인 금요일이 좋겠네요.”
[알겠습니다! 학생들이 정말 기뻐할 겁니다! 정말 감사합니다!]이영현이 웃는 얼굴로 전화를 끊었다.
“어?”
백우진이 와준다는 사실에 기뻐했지만, 전화를 끊고 나니 무언가 이상했다.
“사골?”
* * *
오성환은 자신의 건물 최상층에서 서울의 야경을 굽어보고 있었다.
“대주님.”
문이 열리고 비서인 백지헌이 들어왔다.
“백우진이 협회의 아카데미에 오기로 했답니다.”
“미노타우르스를 때려잡은 후 협회의 아카데미에 간다라….”
오성환이 피식 웃으며 술을 들이켰다.
“정말이지 화려한 놈이야.”
“금요일 저녁 8시입니다. 백우진을 노리기에 적기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보이지만, 전혀 아니다.”
오성환이 술잔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저었다.
“예?”
백지헌이 당황한 듯 눈을 크게 떴다.
“이상한가?”
“그, 그렇습니다. 백우진이 분명 강하긴 하지만 아카데미에서 인질을 잡는다면 놈을 죽일 수도 있을 겁니다.”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군. 지금 움직일 때가 아니다.”
오성환이 몸을 돌려서 백지헌을 보았다.
그의 눈동자는 호수처럼 잔잔했다.
“첫 번째로 현재 백우진의 무력은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어. 난 놈의 수준을 잘 해봐야 6등급 중반으로 판단했지만, 이번에 보여준 놈의 무력은 내 예상을 훨씬 뛰어넘고 있었다.”
오성환이 손을 들어 올리자, 벽면을 통째로 채우고 있는 티비가 켜졌다.
티비에선 백우진과 미노타우르스가 전투를 벌이는 장면이 재생되고 있었다.
“놈은 미노타우르스와 정면에서 힘 싸움을 해냈다. 특히 마지막에 사용한 연계 검술은 7등급이라고 봐도 손색이 없어. 처음부터 사용하지 않은 것을 보면 어떤 제약이 있는 것 같지만 위력만큼은 확실히 강해. 거기다 놈은 정령도 소환하지 않았다.”
“그, 그러고 보니 정령은 부르지도 않았군요….”
백지헌은 백우진의 파괴적인 힘에 정신이 팔려 이제야 그가 정령을 부르지도 않았던 것을 알아차렸다.
“사실 두 번째 이유가 더 중요해. 너도 그렇지만 세상 모두가 그놈에게 속고 있다.”
오성환이 싸늘한 웃음을 피워냈다.
“예?”
“백우진은 내숭을 떨고 있어. 그놈은 너나 다른 인간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선하기만 한 놈이 아니다. 녀석은….”
오성환이 말을 멈추고 문을 바라보았다.
문 너머에서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콰앙!
문이 통째로 터져나가며 한 남자가 들어왔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됐어.”
백지헌이 침입자를 공격하려 할 때 오성환이 손을 들어 올렸다.
“오랜만이야.”
남자에게서 가래가 고인 것 같은 걸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병문안을 와줬으니, 보답 삼아 와봤는데 적운대주의 거처라기엔 초라한 곳이군.”
“신창훈.”
문을 부수고 나타난 침입자는 신창훈이었다.
백우진에게 뜯겨나갔던 그의 양팔은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건재했다.
다만 오른팔과 손의 색은 얼음을 갈아 놓은 것처럼 반투명한 빛을 띄고 있었고, 왼손은 흙을 바른 것처럼 황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너 그 팔….”
오성환이 인상을 찌푸렸다.
신창훈의 팔을 보자마자 느낄 수 있었다.
저건 의수 따위가 아니다.
알 수 없는 무언가의 계약으로 만들어낸 팔이 분명했다.
“이거? 원래 있던 팔보다 훨씬 낫더군. 상처도 나지 않고, 튼튼해. 하지만….”
신창훈의 입에 귀신같은 웃음이 걸렸다.
보고 있던 백지헌이 뒷걸음질 칠 정도로 살벌한 웃음이었다.
“고통은 남았어. 아주아주 지독한 고통이 말이야.”
신창훈이 이를 긁는 것 같은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를 흘려냈다.
“기막힌 이야기가 들리더라고. 백우진이 협회의 아카데미에 온다며?”
신창훈이 백지헌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에서 귀화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말해라. 그게 무슨 말인지.”
“어….”
“말해주도록.”
“그, 그게 백우진이 금요일에….”
오성환의 지시에 백지헌이 백우진에 관한 이야기를 신창훈에게 전해주었다.
“딱이야. 아주 딱이야!”
신창훈이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오른손에서 작은 얼음 알갱이들이 떨어져 내렸다.
“이번 일은 내가 나서겠다. 혹시라도 불만이 있다면….”
“없다. 팔도 없던 놈이 팔 달고 나왔으니, 그 정도는 양보해 줄 수 있지.”
오성환은 빙긋 웃으며 술잔을 들어 올렸다.
“네 마음대로 해보도록.”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번에 백우진은 죽는다.”
신창훈은 여유롭게 술을 마시는 오성환을 지켜보다가 입을 비죽였다.
“알겠으니, 마음대로 하라니까.”
“….”
신창훈과 오성환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겁쟁이 놈.”
신창훈이 먼저 고개를 돌리고 방을 나섰다.
“대, 대주님. 괜찮으시겠습니까? 신창훈이 백우진을 죽인다면 길드 내부에서….”
“괜찮다. 신창훈이 백우진을 죽이더라도 살지 못하니까.”
“예?”
“저놈 금술을 사용했다.”
오성환은 마지막 술을 들이켜고 술잔을 깨뜨렸다.
그의 안대가 금빛으로 번쩍였다.
“자신의 수명을 바쳐서 말이야.”
* * *
부그그그.
백우진은 자신의 방에서 끓고 있는 냄비를 멍하니 지켜보고 있었다.
유진아에게 부탁했던 재료들은 당일 도착해서 벌써 3일째 적골탕을 끓이는 중이었다.
-거의 다 끝나가니까 집중해라.
“근데 이렇게 끓이는 게 맞아? 뼈가 아예 녹아 버렸는데?”
사골은 몇 번을 끓여도 뼈가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지만, 적골은 이틀째부터 국물에 녹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뼈와 약재들이 녹아버려서 붉은 국물처럼 되어버렸다.
-잘 되는 중이다. 이건 네가 말했던 사골? 그것과는 전혀 달라. 그건 국이지만, 이건 영약이다.
“그야 당연히 다르겠지만, 비주얼이 너무 과해. 용암 같잖아!”
-원래 이렇게 생겼다. 여러 가지 약재와 약이 녹아가며 제대로 된 적골탕이 만들어지고 있으니 걱정 붙들어 매라.
“흐음….”
백우진이 턱을 긁적이며 냄비 안을 살펴보았다.
처음엔 요리라도 하는 기분이라 새로웠지만, 지금에 와선 용암에서 녹고 있는 뼈를 보는 느낌이었다.
스으윽.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적골의 끝부분이 녹아내리며 완전히 빨간 국물만 남게 되었다.
-다 됐군. 이제 불을 끄고, 그릇에 담아라.
백우진이 불을 끄고, 냄비에 있던 국물들을 넓은 대접에 담았다.
국물은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젤리처럼 굳어버렸다.
“정말 이게 맞다고? 순식간에 굳어버렸는데?”
-의심이 많군. 내가 그 적골탕을 만든 건 이번이 다섯 번째다. 실수 따윈 없음이야.
흑암은 ‘칠지화련으로 만든 건 처음이라, 좀 다를 수도 있다.’라는 말은 속으로 삼켰다.
“빨간 도토리묵을 보는 느낌이네.”
백우진이 그릇을 들어 올렸다.
적골탕이 부르르 흔들리며 자신의 탱탱함을 자랑했다.
“이거 먹으면 신체 능력치가 얼마나 오르는데?”
-나도 모른다. 네 신체에 따라 다르고, 얼마나 정성을 들여서 끓였는지에 따라 달라지니까.
“정성?”
-넌 충분히 정성을 들였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거기다 영약이라고 할 만한 것이 2개나 들어갔으니, 신체와 체력, 마나에 좋은 변화가 있을 거다.
“흐음….”
백우진이 자신의 얼굴을 옅게 비추는 적골탕을 내려다보았다.
-다 굳었으니, 이제 먹어라. 꿀떡꿀떡 삼킬 수 있을 거다. 그리고….
“그리고?”
-아니다. 먹어보면 알 거다.
“싱겁기는.”
백우진은 적골탕을 크게 퍼서 한입에 넣었다.
“어…?”
백우진의 눈이 탁 풀렸다.
“이, 이게….”
젤리 같았던 적골탕은 순식간에 녹아서 입속을 부드럽게 맴돌았다.
달곰하면서도 진하디진한 소국물의 깊은 맛이 혀를 뱀처럼 휘감고 있었다.
“햐, 혀가 녹아!”
백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그릇째 들어서 적골탕을 후루룩 삼켰다.
-그게 바로 둘이 먹다가 하나 죽어도 모를 맛이지.
“그러니까!”
백우진은 적골탕을 싹싹 비운 후에도 아쉬운 마음이 남아서 빈 대접을 바라보았다.
-적골탕은 우리 대륙에서 진미로 이름이 높다. 왕조차 평생 한 번 먹기도 힘들지만.
“이 맛은 진짜 말로 설명이 안 돼. 직접…. 어?”
맛의 희열을 느끼던 백우진의 얼굴이 굳어졌다.
몸속에서 뜨거운 열기가 올라오고 있어서 입을 열 수가 없었다.
-말할 시간이 없을 거다. 바로 오러 연공법을 운용해라.
백우진은 바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오러 연공을 시작했다.
적골탕에서 흘러나온 묵직한 기운들은 단전만이 아니라, 신체 모든 곳으로 퍼져나갔다.
뿌드득!
백우진의 몸에서 뼈가 이동하고, 근육이 뒤틀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원하다는 듯 청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음?
뼈가 움직이는 소리가 계속되면서 그의 옷이 검게 젖기 시작했다.
-체형 변화에 노폐물도 빠진다고?
뼈가 뒤틀리는 소리는 백우진의 체형이 변하는 소리고, 옷에 검은 물이 드는 건 그의 몸속에 있던 노폐물이 빠진다는 뜻이다.
저 두 가지 현상이 동시에 일어났으니, 백우진의 신체 움직임과 내구성, 오러의 운용은 이전보다 훨씬 뛰어나게 변모할 것이다.
-노력으로 다져낸 신체에 칠지화련이 들어간 적골탕. 거기다 시스템의 가호 덕분인가? 정말이지 저놈의 운은 따라갈 수가 없군.
흑암은 인상을 쓰면서도 호위를 하듯 백우진의 옆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미동도 없이 그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해가 지고, 그 해가 다시 하늘에 모습을 드러낼 무렵 백우진의 몸속에서 들려오던 소리가 그치고 땀이 멎었다.
띵!
백우진이 감은 눈을 뜨자, 그의 귀에 경쾌한 알림음이 울려 퍼졌다.
[신체 능력치가 상승했습니다.] [마나 능력치가 상승했습니다.] [체력 능력치가 상승했습니다.] [오러 저항력이 상승했습니다.] [사대 속성 저항력이 상승했습니다.] [신체 노폐물이 제거되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띵!
백우진과 흑암이 정보창을 읽기도 전에 두 번째 알림이 들려왔다.
[처음으로 적골탕을 제작하고 흡수했습니다.] [적골탕의 수준이 굉장히 높습니다.] [새로운 신체특성이 주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