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Scoundrel of a Chaebol Family RAW novel - Chapter (10)
재벌집 망나니가 되었다 9화(10/243)
02.에밀리아
“대,대표님!! 큰일났습니다!!!”
동그란 안경을 낀 다소 어벙해 보이는 남자가 커다란 문짝을 열어 젖히며 안으로 들어왔다.
한량처럼 누워있던 여자가 화들짝 놀라며 일어났다.
“아 깜짝이야!! 노크하고 허락 받은 다음에 들어오랬잖아!!”
“아! 그,그게…!”
그녀의 불호령에, 남자는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허둥대며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이미 열려있는 문에 노크를-,
“아오 저 등신.”
여자는 ‘도대체 언제쯤 저 멍청한 짓이 줄어들까.’
라고 생각하며 몸을 일으켰다.
남자가 쭈뼛거리며 다시 들어왔다.
“무슨 일인데.”
“그, 아…. 어.”
“….”
당장이라도 한숨을 내쉴 것 같은 얼굴로 올려보자, 남자는 안경을 고쳐 쓰며 심호흡했다.
“고려 프레스티지에서 저희 회사에 소속된 연예인과 연습생들의 명단을 요구했습니다. 그, 젊은 여자들로만요.”
“뭐어? 고려 프레스티지?”
“고려 그룹의 지주회사입니다.”
“나도 알아 그 정도는!”
빽 소리지른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데스크 주변을 서성거렸다.
“고려 그룹에서 우리 같은 중소기업에 무슨 볼일이냐 이거지. 뭐 잘못 보인 건 없는데?”
“그, 대표님? 저희는 그냥 중소기업이 아니라 인천시 지정 우량기업입니다. 분류로는 강소기업이죠.”
“….”
여자는 한 소리 하려다 말았다.
저 눈치 없는 놈은 학창시절에도 저랬다.
이제 와서 한 소리 한다 해서 고쳐질 리는 없다…. 애석하게도.
“고려 프레스티지는 지주 회사이기 이전에 오너 일가의 따까리들이 있는 곳이잖아. 걔들이 뜬금없이 우리 애들이 알고 싶어졌을 리는 없고, 뒤에 누가 있는지 알아봐. 뭐 니즈를 알아야 대응을 할 거 아냐.”
“아, 안 그래도 알아 왔습니다.”
“그래?”
남자가 뽑아온 서류를 내밀었다.
“이번에 요청을 준 사람이 그 서은영이라는 여자인데, 바로 오늘 날짜로 고무열의 비서가 됐다고 합니다.”
“아.”
서류를 받아든 여자가 탄식을 내뱉었다.
고무열.
일반인들 사이에선 전혀 유명하지 않은 인간이었지만, 그녀가 속한 연예계에서는 이보다 유명한 고려 그룹의 손자가 없다.
여자와 약에 미친 놈이라 맘에 드는 연예인을 발견하면 바로 DM을 쏘거나 소속사로 연락을 줘서 추파를 날리는 놈인데, 그냥 미친놈이면 무시하면 되겠지만 고려 그룹의 오너 일가라는 게 문제였다.
“올 게 왔구만. 하….”
여자가 머리를 헝클었다.
당연하지만 그녀가 대표로 있는 ‘레인보우 미라클’의 소속 연예인들에게도 꾸준히 DM을 넣었던 놈이다.
소속사에 직접 연락을 준 경우는 아직까진 없었지만, 그것도 오늘로 쫑.
결국 이 날이 찾아오고야 말았다.
“어떻게 할까요?”
“….”
정말 어떻게 해야 할까.
“…명단만 달라고 한 거야? 뭐 다른 요구는 없었어?”
“사진이랑 같이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아니 그런 거 말고 다른 요구 없었냐고.”
“아! 그 그룹별로 묶어서 달라-,”
“아이씨. 너 진짜.”
“다,다른 요구는 없었습니다! 예. 명단을 달라는 요구만 했어요.”
“하…. 그 변태새끼라면 지명이라던가 이런 거 요구했을 거 같은데. 아니. 무조건 그게 목적이지.”
돈이 썩어나는 사람들이 연예계 여자들을 상대로 방탕하게 좆을 놀려대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고무열은 그 정도가 좀 심한 놈이었다.
오죽하면 업계에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있을까.
그런 그가 직접 소속사에 연락을 준 목적이라면 그짓을 하기 위해서임이 분명하다.
“일단 달라는 대로 명단 주고, 지금 애들한테 연락 돌려서 최근 그 인간한테 DM받은 사람 있는지 찾아.”
“예. 아,알겠습니다.”
2시간 후.
“대,대표님!! 큰일났습니다!!!”
남자는 또다시 대표실의 문을 부술 듯이 밀어 젖히며 들어왔다.
“….”
여자는 익숙한 한숨을 내쉬었다.
더 말하기도 입아프다.
“그래. 알아왔어?”
“아 예. 다들 최근에는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합니다. 근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요-,”
“최근에 DM한 적이 없다고? 그럼 아예 명단 보고 골라 먹겠다 뭐 그런 거야? 아니 여기가 무슨 지 전용 창녀촌이라도 되는 줄 아나.”
“그,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대표님!!”
“그럼 뭐가 중요한데?”
“오,오겠답니다.”
“?”
“고무열이 직접 여기로 오겠다고 했다구요!!”
“뭐?!”
여자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
창문을 통해 빽빽한 빌딩숲이 지나간다.
인구 3천만을 수용하고 있는 초거대도시답게, 인천은 어딜 가도 답답하기 짝이 없는 마천루로 가득 차있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심각한 곳은 최상류층이 살고 있는 송도미래도시와 가장 최근에 개발된 강화경제특구.
인천 본토만큼이나 커다란 섬 전체를 재개발해서 홍콩 뺨치는 닭장 도시로 만들어 놨다.
그리고 그 강화경제특구의 중심에 지금 내가 가고자 하는 곳이 있다.
“흠…. 그정돈가?”
운전대를 잡은 임수아가 허공에 사진 하나를 띄워 놓고 고개를 갸웃했다.
“주인님, 아무리 봐도 그냥저냥인 거 같은데요. 이 사람들이 그렇게 특별해요?”
“특별하지.”
앞으로 2년 뒤에 세계 최고의 아이돌이 되는 애들이니까.
지금은 좀 애매할 수 있다. 아직 젖살이 안 빠져서 진짜 얼굴이 안 나왔거든.
“헤…. 뭐 주인님 취향이니 존중은 하는데요….”
“니가 날 존중해서 뭐하게.”
쓸데 없는 소리하지 말고 운전에나 집중하라는 의미로 의자를 살짝 찼다.
그러자 그녀가 ‘잇. 죄,죄송’이러면서 입을 닫았다.
하여간 얘는 말이 너무 많다.
물론 내 옆에 앉아있는 국정원 스파이마냥 아무 말도 없으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지만.
.
.
레인보우 미라클 지하 주차장.
“도착했습니다. 대표님.”
공적인 시간이 찾아오자 수아는 실수 없이 호칭을 고치고 내 문을 열어 주었다.
차 밖으로 나오니 레인보우 미라클측에서 몇몇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검은 정장을 입은 거구의 남자들과 늘씬한 여자였다.
“…뭐야 쟤는.”
중심에 선 여자는 무심코 그런 말을 내뱉을 정도로 눈에 띄는 미인이었다.
그렇다고 기억에 있는 사람이냐? 그렇지도 않다. 처음 보는 사람이고, 내 게임 지식을 뒤져봐도 저런 인상착의는 기억에 없다.
그녀가 다가왔다.
영업용 미소를 걸치고 있긴 하지만 그리 좋은 표정은 아니었다.
뭔가 저 너머로 나를 경멸하고 있는 듯한 느낌?
“뭐야 쟤…라고 물으신다면 대답해드리는 게 인지상정이겠죠?
끈적한 목소리로 답한 그녀가 다가와 명함을 내밀었다.
“레인보우 미라클 대표, 강 에밀리아라고 합니다. 에밀리아라고 불러주세요.”
“에밀리아?”
기획사 대표라고?
얘가?
“예. 일단 안으로 들어오실까요? 밖에서 하긴 뭐한 얘기일 테니.”
“아. 그래요. 그럽시다.”
이런 애가 기획사 대표 같은 걸 하고 있었다니.
배우였다가 전향한 케이스인가?
하여튼 충격적이다.
‘역시 게임세계관이라 이건가. 미녀들이 끝도 없이 튀어나오네.’
말을 안 해서 그렇지, 그냥 주변에 돌아다니면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평균 외모도 내가 있던 세상과는 비교가 안 된다.
과장 좀 보태면 전부 미남미녀 투성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임수아나 서은미, 그리고 앞에 있는 강 에밀리아처럼 뭔가 네임드 npc스러운 애들은 그보다 더 상급의 미모를 가지고 있으니 눈에 확 띄는 거지.
‘축복 받은 세상이네.’
귀두가 마를 날이 없는 너무나 훌륭한 세상이다.
.
.
““레인보우 미라클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어,어어서오세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대표실이 있는 10층으로 올라오니 십여명의 여자들이 방긋 웃으며 인사해왔다.
웬 어벙한 남자도 하나 있는 것 같지만 별로 중요한 건 아니다.
“오오.”
무심코 감탄이 나왔다.
하나 같이 예쁜 여자들이 다소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저마다의 개성을 드러내는데, 시선이 가는 곳마다 풍만하고 부드러운 살결이 포착된다.
“도련님께서 친히 오신다기에 일정이 비는 아이들을 부랴부랴 불러 모았습니다. 여건 상 모두 데려올 수는 없었다는 점 이해해주시길.”
에밀리아가 눈짓을 하자, 이미 짜기라도 한 건지 두 명의 여자가 내 양옆으로 달라 붙고, 나머지는 우르르 나를 감쌌다.
꾸욱, 하고 팔짱을 껴오면서 은근슬쩍 가슴을 짓누른다.
말캉한 감촉이 팔뚝을 통해 느껴지며 아랫도리가 뻐근해졌다.
거기에 이 기분좋은 향….
이렇게 대놓고 육탄돌격을 해버리면 참기가 힘들다.
에밀리아가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어떻게, 본론으로 들어가는 건 잠시 쉬셨다가 할까요? 저는 상관 없습니다만.”
“쉬었다가?”
이건 접대다.
고무열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기획사마다 이런 접대팀이 있는데, 아예 데뷔를 못한 건 아니지만 좀 애매한 포지션에 있는 애들이 주로 이쪽으로 빠져서 나 같은 애들한테 붙여주는 거다.
“대표님, 용무는 제가 전달해도 될 것 같으니, 그동안 쉬고 계시죠. 먼 길 오셨는데.”
눈치 빠른 수아가 거들었다.
“그래요 오빠. 잠깐 쉬면서 우리랑 얘기해요.”
“저희 이번에 신곡 나왔거든요. 오빠한테 제일 먼저 보여드릴게요!”
열 명이 넘는 여자들이 분내를 풍기며 달라붙어오니, 내 자지는 순식간에 풀발기했다.
‘…연습생 애들이 도망가는 건 아니니까…. 잠깐 쉬었다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