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Scoundrel of a Chaebol Family RAW novel - Chapter (11)
재벌집 망나니가 되었다 10화(11/243)
라고 생각하는 순간, 나는 보았다.
비웃듯이 올라가는 에밀리아의 한쪽 입꼬리를.
대충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표정 하나로 읽혔다.
여자와 약에 미쳐서 그냥 육탄돌격을 하기만 하면 조종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애송이.
그런 느낌으로 나를 평가하고 있지 않을까.
틀린 건 아니지만 그래도 대놓고 저런 얼굴을 하고 있으면 그대로 올라타기가 좀 그렇다
‘아이돌 모아서 질펀하게 노는 건 굳이 저 여자의 접대가 아니라도 할 수 있어.’
그리고 이렇게 보자마자 붙여줄 정도의 애들이라면 그동안 이쪽으로 엄청나게 굴렀을 것이다.
굳이 그걸 면전에서 비웃음까지 당하며 먹을 필요가 있을까.
‘차라리 내가 키워서 나만 먹는다.’
나는 여자들을 슬쩍 밀쳐냈다.
내 팔을 감쌌던 여자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멀어졌다.
“무슨 소리야. 일이 더 중요하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
에밀리아는 예상 못했다는 듯이 잠시 침묵했다.
어지간히도 나를 섹스에 미친놈으로 봤던 모양이다.
하긴.
고무열이 그간 했던 짓을 생각하면 그게 정답이긴 하니까.
나도 흔들렸고.
지금도 자지의 발기가 풀리지 않고 있을 정도다.
“그러시면, 제 방으로 오시지요.”
에밀리아가 고갯짓으로 여자들을 물리고 대표실로 안내했다.
“….”
근데 내가 호기롭게 말하긴 했는데, 에밀리아의 뒤태가 너무 꼴려서 자지가 가라앉질 않는다.
오히려 더 자극된다고 해야 하나?
일이 끝나면 수아의 몸으로 달래야겠다.
대표실에 마련된 소파에 앉자마자 바로 말을 꺼냈다.
다과도 나오기 전이었다.
“연습생을 사고 싶습니다.”
“예? 연습생이요?”
수아가 리스트를 내밀었다.
모두 내가 고른 사람들이다.
“…연예인과 연습생 명단을 요구하시더니. 목적은 이거였군요.”
떨떠름한 얼굴로 받아든 에밀리아가 ‘흐음.’하고 신음하며 리스트를 읽었다.
“연예인들 중에는 맘에 차는 사람이 없으셨나봐요?”
“누가 먹던 건 좀 별로라.”
“….”
아주 짧게, 슬그머니 날 노려본 그녀가 리스트가 든 파일을 접고 탁자에 올렸다.
“실례지만,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본사의 연습생을 영입해 무얼 하실 작정이신지?”
“굳이 말해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뭐, 곧 알게 될 테니 말씀 드리죠. 제가 이번에 고려 엔터의 대표가 됐습니다.”
“고려 엔터…?”
“재벌이랍시고 한량처럼 사는 것도 계속 하니까 너무 지루하더라고. 사람이 일을 해야 활기가 생기는 거 아니겠습니까? 저도 일이라는 걸 해볼 작정입니다.”
“그러니까, 이쪽 업계에 뛰어 드시겠다고? 그 말씀을 하시는 거죠?”
“그런 셈이죠.”
그녀가 고개를 갸웃하며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다소 거만한 자세가 되었는데, 내 앞에서 저런 폼을 취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
“그럼 그 아이들을 고른 이유는요?”
“직감.”
“….”
“아 굳이 이걸 이렇게 구구절절 말을 해야 하나.”
그녀가 멀어진 만큼 내가 가까이 갔다.
탁자 쪽으로 몸을 기울인다.
“그쪽은 돈을 받고, 나는 연습생을 얻고. 간단한 거 아닌가? 그렇게 신경 쓰는 거 같지도 않던데.”
“그러니까 묻는 거죠. 성적이 좋은 애들도 아닌데 굳이 노리시는 이유를.”
“좋은 애들이면 당신이 팔겠어요? 품고 있지.”
“많은 돈을 주시면 팔 수도 있죠?”
“내가 지금은 돈이 없어서.”
“….”
에밀리아는 한동안 나를 바라봤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치열한 계산을 하는 것 같았다.
“…동기씨.”
“예,예? 아, 네. 대표님.”
“여기 적힌 아이들 계약서 좀 가져와요.”
“어…. 사,사본으로 가져올까요?”
“….”
뭐야 저놈은.
“가,가져올게요!”
동기라 불린 남자가 허둥대며 방을 나갔다.
에밀리아는 그 뒷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쉬더니 대뜸 금액을 던졌다.
“두당 5억. 그럼 깔끔하게 넘길게요.”
“5억? 연습생 치고는 너무 비싼데.”
“계약서 보시면 별로 비싸다는 생각은 안 하실 걸요?”
에밀리아는 비웃음이 섞인 듯한 고혹적인 미소를 내보였다.
나를 깔보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면서도, 뭔가 아랫도리가 움찔하는 느낌.
예쁘긴 정말 예뻐서 정복하는 맛이 있을 것 같다.
‘보지팡팡.’
대충 천박한 상상을 하고 있으니, 곧 어벙한 남자가 계약서를 가져왔다.
“살펴보시죠. 만족하실겁니다.”
“뭐가 그렇게 특별하길래 두당 5억을….”
….
아니,
아니 이거,
“보시다시피 노예 계약이나 다름 없어요. 그 아이들, 고아원을 막 졸업한 걸 제가 주워왔거든요. 먹여주고 재워주는 조건으로.”
진짜 말 그대로 노예 계약서다.
수익 분배는 둘째치고 을(연습생)은 갑의 명령에 복종 수준으로 따라야 한다.
부당하다 생각해 계약을 파기하고 싶어도 갑과 합의가 되지 않으면 천문학적인 위약금을 물어야 했고, 계약이 파기되지 않으면 자동으로 2년씩 연장된다.
‘전생 대한민국이었으면 이딴 계약서는 무효였겠지.’
하지만 여긴 마계인천 2077의 대한민국.
이런 말 같지도 않은 계약서도 충분히 효력을 갖는다.
“인생을 사는 거네.”
“예. 그것도 파릇파릇하고 예쁜 한창때의 여자애들을요.”
고민은 길지 않았다.
이 정도면 사는 게 이득이다.
“바로 사죠.”
.
.
두당 5억씩, 총 25억을 지불하고 계약서를 인계 받은 나는 연습실을 찾았다.
물론 기획사 대표인 에밀리아도 함께였다.
“저기가 당사의 연습생들이 사용하는 연습실이에요.”
커다란 유리벽을 통해 안이 훤히 보인다.
열 명이 조금 넘는 여자애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군무를 추고 있었다.
유리벽 너머로 엄청난 활력이 느껴진다.
에밀리아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연습생들은 멈추지 않고 계속 춤을 췄다.
그녀들이 움직임을 멈춘 것은 에밀리아가 리모컨으로 음악을 껐을 때.
스피커가 조용해지고 나서야 비로소 추던 춤을 멈추고 헥헥 거리며 돌아봤다.
“지금부터 내가 부르는 애들은 앞으로 나와.”
평소 기강을 강하게 잡았는지, 에밀리아의 목소리에 연습생들이 잘게 떨었다.
‘하긴. 그딴 계약을 하는 여자인데.’
“정민아, 강은채, 김예나, 성예지, 한다혜.”
호명된 애들이 흠칫 놀라더니 쭈뼛거리며 앞으로 나왔다.
모두 가벼운 옷차림으로 춤을 추고 있던 터라 드러난 몸매 굴곡이 예술이었다.
“인사드려. 니들 새 주인이야.”
“…예?”
“도련님, 이 아이들입니다. 바로 데려가실거죠?”
“그래야…. 아, 차가 좁아서 다는 힘들 거 같은데. 한 명만 내 차로 데려가고 나머지는 이쪽에서 데려다 줬으면 좋겠습니다.”
“아아…. 배송서비스까지?”
에밀리아가 조금 빡친 거 같다.
근데 어떡해. 내 차는 5명이나 추가로 태울 수 있을 정도로 크지 않고, 호위랍시고 앞뒤로 따라 붙는 경찰밴도 만원인데.
“아! 그,그럼 제가, 제가 데려다주고 오겠습니다. 대표님….”
“…니가?”
그때 어벙한 남자가 손을 번쩍 들었다.
에밀리아는 인상을 찌푸리며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니가 책임지고 배송해드려. 도련님, 누구 먼저 데려가실 거예요?”
내가 구매한 연습생들을 살폈다.
다들 충격 받은 얼굴로 덜덜 떨고 있었다.
그 중에….
“너, 따라와.”
“!!”
나는 장차 컬트적인 인기를 얻을 여자를 불렀다.
이름은 성예지. 작중에선 걸그룹 ‘LUMINA’의 리더이자 메인보컬로 데뷔했다가 78년부터 포텐셜이 빵 터져버리는 여자다.
지금이야 별 볼일 없지만 몇 년만 지나도 완전 초대박이 터진단 말씀.
‘근데 계약서 대로라면 그때도 사실상 노예 수준으로 묶여 있었겠네.’
세계 최고의 인기를 누리지만 동시에 노예라니.
살짝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잠시였다.
+++
고무열이 떠나간 뒤, 에밀리아는 생각에 잠겼다.
“…듣던 거랑은 좀 다른데.”
검지로 책상을 톡톡 두드리며 아까의 일을 떠올린다.
“접대도 아예 거부하고. 그 새끼, 자지는 잔뜩 발기한 주제에 참았단 말야.”
레인보우 미라클의 접대부가 업계 최고 수준인 건 아니다.
하지만 남자라는 생물은 얼굴과 몸매가 받쳐주는 여자가 우르르 달려 들면 백이면 백 보지 속으로 빠져 버린다.
그녀는 지금껏 그런 사람들을 많이 봐왔다.
아니, 오히려 그 반대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하나 같이 접대를 붙여주면 입이 귀까지 찢어져서 목적이고 나발이고 잊어버린 채 좆질만 해댔으니까.
개중에는 심지어 기획사 대표인 그녀에게 추파를 던지는 놈도 있었다. 물론 거절했지만.
그런데 고무열은 접대를 거절했다.
연습생을 다섯 명이나 사갔으니 걔들한테 성욕을 풀 수도 있겠지만, 일단 접대를 현장에서 거부했다는 것 만으로도 그녀에겐 일종의 충격이었다.
“…소문은 다 연막이었나?”
고민하던 그녀가 폰을 들었다.
– 예. 대표님. 말씀하시죠.
“고려 엔터에 대해서 좀 알아봐요.”
– 고려 엔터 말입니까?
“예. 아, 그리고 고무열에 대해서도. 좀 상세하게.”
– …오너 일가에 대한 직접적인 조사는 위험할 수 있습니다.
“뭐 이상한 걸 알아오라는 게 아니고, 혹시 세간의 인식과 다른 뭔가가 있진 않은지, 그거 알아 오라는 거예요.”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가 잠시 침묵했다.
– …일단 알겠습니다. 최대한 노력해보겠습니다.
“네. 부탁해요.”
전화를 끊은 그녀가 두 손으로 폰을 꾸욱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