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Scoundrel of a Chaebol Family RAW novel - Chapter (114)
재벌집 망나니가 되었다 113화(114/243)
“아니 설마.”
별장으로 놀러 가서 고민지는 사냥하고 나는 겁탈하는 그 해괴망측한 걸 말하는 건가?
“….”
아무리 생각해 봐도 고민지랑 나 사이에 ‘약속’이라고 할 만한 건 그거밖에 없다.
근데 그건 약속이 아니라고.
그냥 ‘나 이런 거 하는데 언제 한 번 올래?’ ‘ㅇㅋ’
대충 이 정도 수준의,
말하자면 ‘나중에 밥 한 번 먹자.’ 같은 안부 인사에 불과한 거였다.
근데 그걸 덥썩 물어버리네.
‘하긴…. 전에도 약속 어쩌구 하긴 했었지….’
거길 진짜 가야 하나.
아무리 나라도 대놓고 인간사냥을 하는 그런 미친 짓거리는 좀 그렇단 말이지.
무드도 안 살고.
그래서 무조건 가야 하는 상황이 되더라도 최~~~~대한 버티다가 정말 어쩔 수 없으면 그때나 가려고 했는데,
한 달 뒤에 오라고?
“행동도 참 빨라.”
착잡한 심정으로 착륙하는 메카들을 바라봤다.
보통은 뭔가 도와준다 하더라도 나한테 물어보고, 도와달라고 하면 그때 도와주는 게 일반적인 방식인데, 고민지는 그냥 지가 먼저 보내놓고 나한테 ‘도와줄게’라고 통보를 했다.
그리고는 약속 이행을 요구한다.
무슨 선 대응 후 보고냐고….
쿠웅.
쿠웅.
메카들이 착지하며 육중한 진동이 울렸다.
높이가 족히 15~20미터는 되는 거대한 금속 덩어리가 연이어 땅을 밟는데, 땅의 진동 뿐만이 아니라 메카의 착륙과 동시에 발생하는 광풍 만으로도 꽤나 멀리 있는 우리들의 머리카락이나 옷자락 같은 것들이 마구 휘날렸다.
‘양산기가 하나도 없네.’
한 가지 특기할 점이 있다면 모두 전용기라는 것.
기사라 해도 보통은 양산형 기체를 탑승하고 작전을 수행하기 마련이다.
양산기라 해서 무시할 게 못 되는 게, 그래도 기체 하나당 5천억 이상은 넉넉히 하는 초고가의 병기이고, 기사로 하여금 ‘국가전력급 병기’라는 별칭을 갖게 해준 전장의 사신이다.
그런데 지금 눈 앞에 보이는 건 모조리 전용기다.
부품 하나하나가 파일럿에게 맞춰 가장 극효율을 뽑아낼 수 있는 소재와 방식으로 처리 되고, 설계 또한 파일럿 맞춤으로 제작되는 전용기.
당연히 단가도 매우 비싸서, 양산기가 구축함 수준의 비용이 들어간다면, 전용기는 전함 내지는 항공모함 수준의 비용이 발생한다.
근데 그게 눈 앞에 15기나 있다.
‘설마 쟤네 전부 고민지 개인 기사인가? 아니면 밀리터리스 이사 자격으로 부리는 병력?’
어느 쪽이 됐든 토목공사에 전용기를 15기나 투입한다는 것 자체가 범상치 않은 일이긴 한데…. 개인 병력이라면 좀 쫄리는 걸.
“설아. 니 선배들이다.”
“네에….”
설이는 넋이 나간 듯한 얼굴로 메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녀석도 내년 3월 즈음이면 전용기를 갖게 될 테니 관심이 가겠지.
세계관 최고급의 잠재력으로 인해 전용 무장만 해도 1조가 넘게 들었던 백설인데, 과연 전용기는 어떤식으로 나올지 기대된다.
‘9세대가 아닌 8세대로 제작된다는 게 살짝 아쉽긴 하지만…. 그건 나중에 내가 또 만들어주던가 해야지.’
메카의 콕핏이 열리고, 쫄쫄이 타이즈를 입은 15명의 파일럿들이 리프팅 케이블을 잡고 쭈우욱 내려오기 시작했다.
근데 기사면 그냥 훌쩍 뛰어내려도 되는 거 아닌가? 쓸데없이 저런 건 왜 붙잡고 내려온대.
빠릿빠릿하게 달려와서 내 앞에 정렬해야지. 빠져가지고.
기선제압을 좀 해야겠는걸.
메카쪽으로 걸어간다.
대충 머리를 끝까지 젖혀야 메카의 대가리가 보일 정도로 가까이 다가가자, 그제서야 기사들이 바닥에 발을 디뎠다. 그리고 내 앞으로 달려온다.
‘여자 여덟에 남자가 일곱. 나한테 보낸다고 딱히 성별을 맞춰서 보내진 않았네.’
적색이 감도는 긴 금발을 땋아 한쪽 어깨 앞으로 내민 여자가 중앙에 서고, 그보다 살짝 뒤에서 14명의 기사가 일렬횡대로 도열했다.
“충성!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밀리터리스 퍼시픽나이트 제 1소대, 오늘 부로 한 달 간 도련님 휘하 배석을 명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어 그래.”
대충 받아주자 적금발녀가 경례를 내리고, 나머지 기사들도 손을 내렸다.
보아하니 이년이 여기 대빵인 모양이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꽤 훌쩍 가까워졌는데도 그녀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시선을 살짝 내릴 뿐.
“흐음.”
당연하게도 예쁜 미모에 훌륭한 몸매.
특히 메카에서 막 내렸기 때문에 특유의 쫄쫄이 슈트가 자지를 마구 불끈거리게 했다.
나중에 백설도 이런 복장을 입겠지?
스윽.
손을 뻗었다.
물컹.
그녀의 한쪽 밑가슴을 받쳐 올린다.
“아…!”
싫어하는 기색은 없다.
오히려 내게 가슴이 만져지는 걸 영광스럽게 여기는 얼굴.
그렇게 세뇌된 애들이니 당연하다.
백설이 좀 특이한 거고.
“뭐야. 이름표가 없네?”
“저는-,”
이름을 말하려는 그녀를 손을 들어 막는다.
“그 전에 궁금한 게 있는데.”
주물주물.
가슴 되게 부드럽네.
역시 가슴은 크고 봐야지.
“예에….”
“너네 민지 누나 개인 기사야?”
잠시 침묵했던 그녀가 대답했다.
“…아닙니다. 저희는 밀리터리스 퍼시픽나이트 소속입니다.”
“그래?”
보면 알겠지.
[도로시(귀속)]소속 : 고민지
종족 : 나이트
무력 :
467
의지 :
377
테크 :
365
리더십 :
321
매력 : 178
메카적성 :
SS
<특성>
기사,
종속
,
절대충성
,
천재
,
재능발현
, 통찰….
와…. 아니,
기사들 스탯은 무슨 볼 때마다 실감이 안 나네.
단일 스탯으로 120~130 정도만 돼도 일선급 인재로 활용되는 판국에 지들끼리 300~400을 넘나들고 있으니 이게 뭐 게임이 되겠냐고.
나머지 애들도 마찬가지.
도로시가 전체적으로 가장 높은 스탯을 보유하긴 했지만, 나머지 애들도 그리 큰 차이 없이 고만고만했다.
참고로 다들 백설보다 월등히 스탯이 높은데, 그건 백설이 성장기라 그렇다.
설이는 내 전속 기사, 나이트 오브 무열이 되기 위해 조기 수료를 한 거니까. 원래 일정대로라면 지금도 훈련소에 처박혀서 수련기사 신분으로 각종 훈련을 받고 있었겠지.
‘도로시…. 감히 나한테 거짓말을 했겠다.’
전원 이름에 (귀속)이 붙어 있고, 소속이 ‘고민지’로 되어 있다.
즉, 모두가 고민지의 전속 기사라는 뜻.
아무래도 한 명 한 명이 국가전력급 병기다 보니, 외부의 과도한 시선을 피하기 위해 대충 기사단 하나 만들어 배속 시켜놓고, 실질적으로는 고민지가 개인적으로 부리는 그런 모양새를 취한 것 같다.
‘알겠는데, 왜 나한테까지 거짓말을 하냐는 거지.’
뭐 전력을 숨기기 위해서?
그럴 거면 애초에 도와준답시고 보내지도 않았겠지.
대충 ‘나이트 오브 민지라는 사실을 외부에 들키면 안 된다.’ 이런 지침이 있고, 그걸 도로시가 나한테까지 적용해서 거짓 대답을 한 것으로 보인다.
“나한테 한 가지 능력이 있는데, 그게 관심법이라는 거야.”
“…예?”
“마음을 꿰뚫어 보는 능력.”
더욱 적나라하게 도로시의 가슴을 주물럭댄다.
“이 살덩어리 안에 있는 마음과, 네 머리 안에 있는 생각을 읽는 거지.”
“….”
도로시가 미친놈 보듯 한다.
세뇌를 거친 기사가 그런 표정을 지을 정도면 진짜 정말로 어처구니 없는 말이라는 거다.
물론 내가 생각해도 그렇고.
‘진짜 볼 수 있는 게 함정이지만.’
“너흰 민지 누나의 전속 기사야. 안 그래?”
도로시가 잠시 고민하다 대답했다.
여러 가능성을 생각하는 듯했다.
뭐, 내가 고민지한테 이미 다 들었을 가능성이라던지.
“…아닙니다.”
그러나 결국 또 거짓말을 한다.
“도로시, 자꾸 거짓말 할래?”
“!! 제,제 이름을…?”
“내가 말했잖아. 관심법이 있다고. 니가 무슨 생각 하는지 다 알 수가 있다니까.”
“…이사님께 들으신 건가요.”
“관심법이라니까 무슨 소리야.”
“….”
“이게 거짓말 해놓고 끝까지 당돌하게 구네.”
“죄송합니다.”
가슴에서 손을 떼고 뒤로 물러났다.
“전부 엎드려.”
기사들이 순순히 엎드렸다.
다행히 반항하는 애들은 없네.
“한 달이라고는 해도 어쨌든 내 부하가 되는 건데 시작부터 거짓말을 하다니. 실망을 금할 수가 없다.”
“죄송합니다.”
도로시에게로 가 그녀의 등에 앉았다.
기사라 그런지 끄덕도 하지 않는다.
“하나에 거짓말을, 둘에 하지 말자. 하나.”
“““거짓말을!”””
“둘.”
“““하지 말자!”””
“설아, 니가 와서 외쳐.”
“…예. 주군.”
설이가 구령을 외우고, 선배 기사들이 그에 맞춰 푸쉬업을 진행한다.
후배와 선배의 아름다운 콤비였다.
체벌이 진행되는 동안 고민지에게 문자를 보냈다.
– 기사 도착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누님.
– 감사하면 약속이나 지켜.
진짜.
얼마나 그짓이 하고 싶은 거야.
‘아니면 외로운가?’
고하얀도 그렇고 고선율도 단칼에 퇴짜를 놓았으니, 같이 취미를 즐길 사람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렇게 질척대는 거지.
‘피곤하네.’
그래도 도와줬으니까, 이번엔 가 줘야지.
적당적당히 하고 오자.
대충 50회 정도 했을까.
여전히 기사들은 쌩쌩했고, 나를 등에 업은 도로시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체벌의 의미가 없는, 그야말로 뻘짓이 된 것이다.
하지만 나는 실망하지 않는다.
애초에 육체적인 고통을 주려는 게 아니라 상하관계를 다져 놓는 과정일 뿐이니까.
도로시의 등에서 내려왔다.
“다 일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