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Scoundrel of a Chaebol Family RAW novel - Chapter (124)
재벌집 망나니가 되었다 123화(124/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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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아는 일부러 많은 일들을 하은영에게 몰아줬다.
일단 그녀가 바빠져야 돌아가는 상황을 덜 인지할 것이고, 그래야 작업이 원활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딱히 일을 만들어서까지 줄 필요는 없었다. 땅 매입으로 매우 바빴으니까.
오죽하면 하은영도 별 의심 없이 업무에 임할까.
그 동안 임수아는 하은영의 뒤를 캐면서 국정원 요원 하은영과 프레스티지 비서 서은미의 연결 고리를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이름 하은영, 나이 23세. 출신 인천. 부모는 알 수 없고, 원인재역 여자 화장실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던 걸 당시 원인재 고아원장이 발견해서 살림…. 이후 여러 기관을 전전하다 13세 이후로 소식이 끊겼다. 실종 및 사망 처리.”
나름 하은영에 대한 정보를 긁어 모았는데, 이 정도가 전부다.
“이름 서은미. 나이 23세. 출신 평양. 아버지는 원양어선 선장이고 엄마는 남포항 수산시장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중…. 17세에 평양제일고 조기 졸업 후 평양제일대학 수석입학. 및 19세에 조기졸업. 20세부터 2년 간 스위스 유학을 갔다가 올해 초 프레스티지에 입사.”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도저히 서은미=하은영 이라는 도식을 생각해 낼 수가 없다.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그리고 이 둘이 같은 사람이라는 말을 듣는다면 그게 무슨 개소리냐며 한 소리 할 것이다.
‘주인님은 대체 어떻게 아신 거지.’
둘을 동일 인물로 취급할 만한 근거나 단서 같은 게 전혀 없는데 과연 고무열은 어떻게 안 걸까.
정말 관심법이라도 갖고 있는 건가.
‘이상한 물건들도 막 찾으시고.’
처음 만났던 날 찾았던 지하실도 그렇고, 불타는 장미나 귀신 들린 바둑판 등,
듣도 보도 못한 신기한 것들을 막 찾아내는 재주가 있다.
심지어 주식의 동향을 맞추기까지…!
‘설마 미래에서 왔다던가?’
하하.
그럴 리가 있나.
“아무튼 이 둘이 같은 년이라 이거지.”
일단 믿기로 한다.
그의 말은 왠지 모르게 신뢰가 갔으니까.
“서은미는 과할 정도로 디테일하네. 공을 얼마나 들인 거야.”
서은미에 대해서는 정보가 아주 세세하게 남아 있다.
주민등록증은 물론이고 평양제일고 재학 당시의 사진과 졸업사진, 그리고 평양제일대에서 강의를 듣는 모습이나 특강을 청하는 모습, 제출한 과제나 학점 같은 것도, 찾으면 찾는 대로 모조리 쏟아져 나온다.
sns 활동도 꽤 열심히 해서, 사진도 제법 올라가 있다.
반면 본체(?)일 것으로 추정되는 하은영에 대해서는 정보가 말라 있는 수준이다.
시설에 맡겨진 고아였고, 여러 시설을 전전하다가 13살 무렵에 소식이 끊겼다는 게 전부.
사진도 뭣도 없다. 13살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실종 및 사망처리 됐다.
‘정석적으로 보면 13살에 국정원에 발탁됐고, 이후로 서은미라는 인간으로 재탄생, 새로운 삶을 살아왔다고 하는 게 맞는 거겠지. 그러면 13살 부터 임무 수행중이었던 건가?’
그 어린 나이에 벌써부터 요원?
그게 말이 되나 싶은데, 세상에는 온갖 기상천외하고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항상 소설보다 더한 게 현실이라는 걸 잊으면 안 된다.
‘이러면 서은미의 부모가 상당히 의심스럽네. 어디서 튀어나온 걸까.’
하은영=서은미가 확실하다고 한다면 서은미 또한 하은영처럼 부모가 없어야 한다.
하지만 서류상 서은미의 친부모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엄마는 남포항 수산시장에서 횟집을 운영하고 있고, 아빠는 원양어선을 탄다라….’
아빠는 언제 자리를 비워도 이상하지 않은 사람.
그리고 엄마는 항상 한 곳에 머물고 있는 사람.
‘이 둘도 국정원 요원이라 보는 게 타당하겠지?’
접촉해 보면 알 것이다.
수아가 어딘가로 전화했다.
– 아이고야 참말로 이게 뭔 일이래. 전화를 다 주시고잉?
시끄러운 남자가 전화를 받았다.
수아는 잠시 인상을 팍 찡그렸다가 말을 잇는다.
“일이 있으니까 전화하지.”
– 나가 시방 끝내주는 소문을 하나 들었는디. 우리 임수아 경정께서어? 경찰을 그만두시고! 으마으마한 데로 영전이 되셨다는 그런 말이 떠돌고 있당께? 그거시 참말이여?
“시끄럽고, 너 아직 조직 운영하지?”
– 그거야 머 생업인데 당연한 일이지라. 근데 쪼가 무섭네잉. 또 얼마를 뜯어 갈라고. 나 돈 없어요! 요즘 경기가 얼마나 나쁜지 아슈?
“남 고혈 뜯어먹는 새끼가 경기는 지랄.”
– 아이고 아이고 누가 들으면 아주 청렴결백한 민중의 지팡이신 줄 알겄어. 내 고혈은 누님이 다 뜯어가셨어! 나가 누님께 갖다 바친 돈이 얼만데 그런 말이 나와유? 아니, 이제 경찰도 아니잖어? 이 씨발년이-,
“내가 이번에 프레스티지에 들어왔거든.”
– 라고 하기 전에 먼저 말 좀 해주지. 거 참. 사람 성격 급한 거 알면서.
“급하면 빨리 물어보지 그랬어.”
– 물어 봤잖여~. 으마으마한 데로 영전 되셨단 게 참말이냐구~! 나 원 참말로.
“너 남포에 애들 좀 보내라.”
– 남포오???
“그래. 평양 밑에 남포.”
– 아니 누님, 그새 치매라도 걸리셨슈? 어째 남 나와바리를 그렇게 착각할 수가 있슈? 나는 인천이여 인천~.
“내가 좀 망하게 하고 싶은 횟집이 하나 있거든. 가서 깽판 좀 놓고 와.”
– 허. 참.
전화기 너머로 황당기 가득한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도 전직 경찰인데 이런 의뢰를 한다는 게 어처구니가 없었던 모양이다.
– 이러니 나라가 망하지. 에휴.
“큰 걸로 세 장 줄게.
– 망할 만 했네! 응~.
통화를 끝내고, 수아는 서은미의 엄마가 운영하는 횟집 주소와 3천만원치 코인을 사 이체했다.
이제 그녀가 고용한 깡패들이 요원으로 추정되는 여자를 찾아가 깽판을 놓을 것이다.
‘아. 아예 죽이라고 할 걸 그랬나? 그게 더 확실한 반응이 나올 거 같은데.’
그러나 곧 고개를 젓는다.
딱 양아치들이 할 법한 이 정도가 자연스럽다. 그래야 쓸데 없이 의심을 사지 않고 장사 하다 보면 있을 법한 일로 넘어가지.
수아가 백설에게 전화했다.
어젠 맹렬하게 원망하기도 했지만, 이제 그런 감정은 모두 씻어 보냈다.
그녀가 같은 입장이었다 해도 백설처럼 했을 테니까.
주인을 섬기는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거다.
– 예. 말씀하세요.
“제가 보내드린 자료 받으셨나요?”
– 예.
“이상하죠? 하은영은 고아인데 서은미에겐 부모가 있으니.”
– 요원이겠군요.
“남포항에 서은미의 엄마가 횟집을 운영하고 있대요. 주소 보내드렸어요. 좀 살펴봐주세요. 접촉은 하지 마시고요.”
– 알겠습니다. 저도 얻은 정보를 공유하죠.
통화 종료.
백설에게서 자료가 넘어온다.
“하은영이 쓴 보고서의 수신처가 태평양이라….”
하필이면 서은미의 아빠가 원양어선 선장이다.
“근데 백설씨도 침입을 못했네. 우주방어라도 돼 있는 건가?”
기사면 무력 뿐만이 아니라 테크 쪽으로도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인데, 그런 기사들이 못 뚫을 정도라면 방화벽이 얼마나 엄청난 걸까.
“역시 뭔가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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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많이 이상한데.”
백설은 남포항으로 향하면서도 꾸준히 V를 추적했다.
하은영이 보낸 보고서의 수신처가 태평양 한 가운데에 있다는 것 까지는 알아 냈는데, 문제는 그 이후로 접근이 안 되고 있다.
원거리서 보고를 보낼 수 있다는 말은 결국 어떤 식으로든 네트워크가 연결돼 있다는 말인데, 대체 어떻게 된 걸까.
“으음.”
난생 처음 겪는 일이었다.
뚫고자 했는데 뚫리지 않는다니.
국정원이 이렇게 대단한 기관이었나?
그야 국가의 모든 정보를 총괄하는 기관이니 어느 정도는 하겠지만…. 그래도 기사 자존심이 있는데 이건 좀 많이 아니다.
백설은 좀 더 달려 들었다.
그러나 남포에 거의 도착해서도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
“내가 뭔가 잘못 인식하고 있나? 이럴 리가 없는데.”
태평양의 수신처는 엄청나게 고도의 보안 및 은폐 기술을 보인 것으로 보여진다.
툭 하면 응답 없음을 출력 시키고 타임아웃과 네트워크 오류 메세지 등으로 위장하여 혼란까지 유발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고단수의 수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혹시 하은영이 함정을 판 것일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함정이라 하기에는 암호화가 너무 철저했다.
양자 컴퓨팅이 아니었다면 애초에 해독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런 걸 굳이 아무것도 없는 곳에 뿌리는 게 말이 되나.
애초에 뜬금없이 그런 함정을 팔 이유도 없다.
함정이라고 하려면 빠진 사람에게 뭔가 손해가 있다거나 얻어갈 게 있어야 하는데, 이건 그냥 응답이 안 되고 있을 뿐, 아무런 실익도 없다.
오히려 본인만 노출시킨 꼴인데 안 하느니만 못한 짓이다.
“…수법이 아니라 진짜로 응답이 안 되는 거라면?”
그렇게 하나 하나 경우의 수를 제거하다 보니 드는 생각.
“태평양 쪽 기지에 변고가 생겨 더 이상 응답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긴 거지….”
설비가 고장이 났다거나, 물리적으로 파괴가 됐다거나 하는 경우에도 위와 같은 반응이 나올 수 있다.
근데 태평양 한복판에서 과연 그럴 만한 경우의 수가 뭐가 있을까?
배가 전복되는 것도 요즘에는 극히 드문 일인데.
백설이 답답한 마음에 중얼 거렸다.
“해적이라도 만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