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Scoundrel of a Chaebol Family RAW novel - Chapter (131)
재벌집 망나니가 되었다 130화(13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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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영은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고 있었다.
인공섬을 얻은 기념으로 좆집회의를 성대하게 열 거다, 그러니 다들 돌아와라.
조금도 의심할 이유가 없는 너무나 고무열스러운 명령.
게다가 예전부터 느꼈었던 뭔가 감시 받는 듯한 느낌도, 지금은 완전히 사라졌다.
남동공단 땅 매입을 위해 인천에서 멀어진 순간부터 그랬던 것 같은데, 그 타이밍이 너무 정확했기 때문에 그녀는 일반적인 경호 절차 중의 하나로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그녀를 특별히 의심해서 감시하는 게 아니라, 그냥 고무열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을 포괄적으로 감시하는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이미 프레스티지에 포진 되어 있기도 했고.
이는 오너 일가 각 개인의 비서실과는 상관 없이, 고무열이 오너 일가이기 때문에 당연히 하는 프레스티지의 일 중 하나였다.
그래서 다소 편안하게 마음을 가졌다.
진행 되고 있는 모든 일이 잘 되고 있었으니까.
프레스티지 잠입도 성공했고, 고무열 측근 중에서도 꽤 비중 있는 위치에 올랐다.
공식적으로 직함을 가진 건 아니었지만, 거의 처음부터 고무열 곁에 붙어 있었던 만큼, 대체로 임수아 다음이지만 비서실 팀장 보다는 못한 정도 쯤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이것만 해도 어지간한 비서는 깔고 가는 거다.
고무열과도 거의 항상 직접 대면하고 있고, 명령도 수시로 받는다.
오너 일가에게 직접 명령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위치라는 것.
그렇게 잠입이 잘 됐으니 자연스럽게 임무 수행도 원활하다.
몰래 보낸 보고서가 제대로 갔는지 아직 모른다는 게 유일한 걱정 거리이긴 한데, 그런 걸 매 순간순간 신경 썼다가는 요원으로 살아가기 힘들다.
동료들에 대한 걱정도, 딱히 하지 않았다.
이번 임무에 투입된 요원들은 모두가 국정원 최고 정예로 이루어져 있었으니까.
오히려 하은영 정도면 스펙이 낮다고 우려가 될 정도다. 옛날부터 기획된 대로 인생을 살아왔다는 특장점이 아니었다면 투입이 취소되거나 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그녀는 쓸데 없는 걱정을 하지 않고 일에만 집중했다.
‘이번에 가서 다시 고무열의 행적을 살피고, 2차 보고서를 작성해야겠어. 어디서 보고를 올리지?’
그런 생각을 하며, 인천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오랜만에 눈을 감았다.
고무열이 옆에 있었으면 시도 때도 없이 주물러대거나 범하거나 했을 텐데, 비서들끼리 있으면 그런 거 없이 편안했다.
비서들 중에서 꽤 인정 받는 위치에 있어서 한 소리 할 수 있는 건 임수아 정도인데, 그런 그녀가 가만 있으니 거리낄 것도 없다.
그렇게 몇 시간을 달린 끝에 인천에 도착하고, AV로 갈아타 인공섬으로 향한다.
바다 위로 엄청나게 거대한 구조물이 있는데, 울창하게 자리한 숲이 실시간으로 줄어들고 있었다.
‘인공섬…. 국가전력급 해상 요새…. 저런 걸 개인이 소유하다니.’
새삼 고려 그룹이 얼마나 이 나라의 부를 빨아 먹고 있는지 느껴진다.
어지간한 국가도 갖기 힘든 걸 재벌 3세라는 이유 만으로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이 세상.
대체 얼마나 썩어 빠졌으면 이런 꼴이 나올까.
누군가는 여자 화장실 쓰레기통에 버려져 죽을 뻔한 삶을 살아왔는데.
더 좋은 세상을 위해서는 반드시 재벌을 해체해야 한다.
그리고 권력을 다시 국가가 위임 받아야 한다.
그걸 위해서라면…!
“오셨군요.”
그녀들을 맞이한 건 고무열 비서실 실행팀장 진지혜였다.
그녀는 수아에게 다가가 뭔가를 속삭였다.
“…알았어요.”
수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하은영에게 다가왔다.
“은미씨는 저랑 같이 가야할 곳이 있어요. 주인님이 은밀히 내릴 명령이 있으시대요.”
“은밀히 내리실 명령이요?”
“네.”
‘…뭐지?’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쎄함.
하은영은 고개를 갸웃 하면서도 일단 따라갔다.
도착한 곳은 커다란 창고형 건물이었다.
마침 시간도 느지막한 저녁이라 전체적인 분위기가 을씨년스러운데, 그 와중에 저런 건물이 눈 앞에 있으니 그 느낌이 더 확 살아났다.
“들어가세요.”
건물 문 앞에서, 진지혜가 옆으로 물러난다.
‘대체 무슨 명령이길래 나랑 임수아만….’
덜컹.
문이 열린다.
그리고 그 안의 모습이 드러난다.
“…!!”
예상과는 전혀 다른 광경.
저 멀리 가운데에 껄렁하게 앉아 있는 고무열을 중심으로 가장 최측근에는 백설과 레비가 있고, 경호팀장 권담비와 전략팀장 라승희가 살짝 떨어져 있다.
그 외에도 이십여명의 비서들이 군데군데 포진해 있었는데, 그게 꽤나 위압감 있는 모습이었다.
‘뭐야…. 저건….’
중요한 건 그런 것들이 아니었다.
저 인원은 고무열이 움직일 때마다 기본적으로 따라 붙는 구성 같은 거니까.
고무열이 창고 건물에 있는 게 이상한 거지, 저들이 붙어 있는 건 이상할 게 전혀 없다.
문제는 피로 얼룩진 포대자루 같은 걸 뒤집어 쓴 채로 바닥에 뒹굴고 있는 8명의 사람(?)이었다.
구타를 꽤 받았는지, 포대자루 여기저기가 구겨져 있고, 바닥에도 핏물이 흥건했다.
“은미, 왔어?”
쩍벌충 고무열이 바지 위로 보란듯이 물건을 쪼물딱 거리며 말했다.
왜인지 입 안이 바짝 마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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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
“!”
건물의 문이 닫히자, 수아, 지혜와 함께 들어온 하은영이 움찔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긴장을 꽤나 했는지, 평소 보기 힘든 몸짓에 미소도 살짝 경직 되어 있었다.
하긴 공간이 이런 모양이면 나라도 긴장하긴 하겠다만.
또각또각.
수아가 빠르게 걸어와 내 앞에서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다녀왔습니다. 주인님.”
“수고했어. 임실장. 여기 옆에 서 있어.”
“네.”
그녀가 물러나고, 진지혜와 하은영도 내게로 다가온다.
그러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8명의 스파이 앞에 멈춰 선다.
지혜가 내게 인사해 보이고는, 눈치껏 옆으로 빠졌다.
하은영도 그렇게 하려는데, 내가 손짓을 잡아 세웠다.
그리하여 그녀 혼자 중앙에 있는 모습이 됐다.
“몇 시간 동안 차에 짱박혀 있었을 텐데, 고생했어요.”
“…아닙니다. 도련님.”
하은영이 특유의 미소를 지었다.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면서 동시에 꼴릿하게 자지를 세우는 그 아름다운 미소.
더럽히고 싶은 그 미소 말이다.
“지금 상황이 좀 의아하지? 왜 나만 불렀을까, 하고.”
“….”
“그동안 그런 고민 해본 적 없어요? 왜 저놈이 나한테만 존댓말을 섞어 말할까. 그리고 왜 나한테만 주인님이라 부르게 하지 않고 도련님이라 부르게 할까.”
“…그,그러게요. 딱히 생각해본 적은,”
“그 답을 주려고.”
“!”
마른 입술을 먹으며 침을 바르고, 공손하게 배 앞으로 모은 그녀의 두 손에 살그머니 힘이 들어간다.
긴장하는 건지, 아니면 상황 판단을 끝내고 모종의 행동에 들어갈 준비를 하는 건지.
“우리 처음 봤을 때 기억 나요? 내가 막 새로 비서 구할 때. 내 비서 하겠다고 올라 왔었잖아.”
“네…. 기억합니다.”
“그럼 내가 은미씨 안 뽑고 돌려 보냈던 것도 기억하겠네.”
“네에….”
그녀의 입가에는 여전히 미소가 걸쳐 있었지만, 조금씩 풀리려 하고 있다.
“내가 왜 그랬냐면, 첫인상이 안 좋았거든.”
“….”
“아~, 저년은 뭔가 배신의 상이 있다.”
“…예?”
“내 일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인간이 못 된다, 라고 내가 생각을 했었거든.”
“….”
하은영의 미소가 거의 풀렸다.
떫은 표정이 드러나려 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항상 짓고 있던 표정과 너무 멀어져서 그런지, 스스로 감지해내고 다시 미소를 되살린다.
“근데 지금까지 쭉 보니까, 군말 없이 다리 잘 벌리고, 일도 성실하게 하고, 능력 좋고…. 뭐 나쁠 게 없더라고.”
“…감사합니다.”
“그래서…. 마지막 시험.”
“마지막…시험이요?”
“어. 내가 우리 은미씨를 완전히 신뢰하기 위한 마지막의 그 어떤…피날레라고 해야 하나?”
“….”
“언제까지고 도련님이라고 불릴 순 없잖아. 내가 그래도 우리 은미씨한테 애정이 있거든. 어쨌든 처음부터 함께한 사람인데, 슬슬 호칭 제대로 해야지.”
비서 하나가 하은영에게 다가가 꽤 길다란 검을 건넸다.
그녀는 얼떨결에 검을 받아 쥐었다.
“어려울 거 없어. 거기 앞에 8명 보이지? 마무리 해. 내 명령에 절대복종한다는 걸 증명해 보라고. 그럼 날 주인님이라 부르게 될 거야.”
“…!”
하은영이 검 손잡이를 꾸욱 쥐었다.
그리고 천천히 8명의 앞으로 걸어간다.
내 기준으로 가장 오른쪽에 있는 놈이 첫 번째 타겟.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에 과연 할까?
싶었지만, 하은영은 일말의 망설임 없이 자세를 낮추고는 포대자루에 담긴 놈을 향해 칼을 푹푹 찌르기 시작했다.
“구웁! 우극!!”
어딘가 꽉 막혀 있는 듯한 비명이 터지고, 포대자루 밑으로 진한 핏물이 스멀스멀 흘러 넘쳤다.
하은영은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계속 푹푹 찔렀다.
수십 번을 그렇게 했을까, 펄떡이던 포대자루가 완전히 움직임을 멈추고, 하은영이 낮췄던 몸을 세웠다.
“후우….”
“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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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에게 박수를 쳐 주었다.
아주 잠깐 날 노려봤던 하은영은, 곧장 다음 타겟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방금 전에 했던 일을 속행.
망설임 없이 찔러 죽인다.
“…?”
V를 죽였을 때는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아는 목소리가 들려서 긴가민가 했던 것 같다.
근데 태평양에 있어야 할 놈이 여기 있을 리는 없으니까 설마 했겠지.
푸확!
몇 분이 지나, 마침내 하은영이 8명을 전부 죽였다.
바닥은 피로 흥건했고, 그녀가 들고 있는 검은 피와 기름이 묻어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다.
하은영은 완전히 땀 투성이가 된 채로 얼굴에 묻은 땀과 핏자국을 손등 소매로 닦아냈다.
이제 진실을 알려줄 때가 됐군.
“승희야.”
“네. 주인님.”
라승희가 서류 하나를 들고 하은영에게로 갔다.
땀을 닦던 그녀가 승희를 쳐다본다.
“?”
“읽어 보세요.”
승희가 서류를 건넨다.
하은영이 살짝 떨리는 손으로 서류를 받아 펼쳤다.
“내 주변에 계속 알짱거리는 것들이 있었더라고. 네가 마무리한 게, 그 알짱거리는 것들이야. 스파이. 쁘락치라고.”
“!!!”
그리고 눈을 부릅뜬다.
샤락,
서류를 넘기는 손이 빨라진다.
단아한 미소 대신 입가의 경련이 남고,
긴장과 경악, 분노 등이 드러난다.
“그러고 보니 수아야,”
“네. 주인님.”
“두 명 더 있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