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Scoundrel of a Chaebol Family RAW novel - Chapter (143)
재벌집 망나니가 되었다 142화(143/243)
수백의 로봇 군단을 사이에 둔 두 사람은 서로를 노려보며 그저 눈씨름을 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그렇게만 보였다. 실상은 아니었다.
사람의 눈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비가시영역. 시야 외 물밑에서는 쉴 새 없이 영역 싸움이 이어지고 있었다.
둘 사이에 선 로봇의 렌즈가 점멸과 점등을 반복하는 것만이 둘의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몇몇 안드로이들은 실 끊어진 인형처럼 바닥에 축 늘어져 있기까지 했다.
“망할, 망할망할망할-!”
에이트는 제 앞에서 마구 소리를 지르는 마이스터를 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아까 전부터 전력을 다하고 있는 모양이었지만, 제게서 제어권을 빼앗아가지 못 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빼앗기는 순간 이쪽에서 실시간으로 제어권을 강탈하고 있었다. 다만 저쪽은 능력자가 스스로 능력을 발동한 것이고, 이쪽은 AI에게 모든 걸 맡겨 여유롭게 그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었지만.
‘실망이네.’
녀석이 어떤 식으로 안드로이드를 조종하는지, 어떻게 기계를 다스리는 지 그 능력의 구조요 방식마저 모조리 파악한 뒤였다.
우선 녀석은 제 신체를 기점으로 아주 미약한 전자기장을 내뿜는다. 기계가 겨우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미약한 신호를. 그 신호에 닿은 기계 장치는 어째선지 제어권을 강탈당하게 된다.
불합리하고 비상식적인 초능력 특유의 기능. 대체 그 전자기장이 어떤 식으로 기계를 조종할 수 있는 건지는 아직도 해석하지 못 했다. 그러나 그 전자기장이 그런 기능을 갖고 있다는 것은 알아낼 수 있었으며, 동시에 그 특유의 전자기장마저 베껴낼 수 있었다.
‘예로부터 베끼는 건 인간의 특기였다고.’
상세한 원리나 개념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인간은 어떤 연유로 작동하는 지 모르는 물건은 예로부터 수도 없이 다뤄왔다. 작동 원리요 공식의 정리는 방구석에 앉아 펜대나 굴리는 고리타분한 연구자들의 몫이다.
현장에서 실제로 물건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건 원리나 개념 공식 따위가 아니었다. 얼마나 효과적이느냐 하는 것이었지.
“너- 너구나. 네가 인공지능을 만든 녀석이었어.”
“음? 그런 힌트를 흘린 적 있었나?”
“하! 당연하잖아! 이런 말도 안 되는 기술을 가진 게 이 세상에 둘이나 있을 리 없으니까!”
마이스터는 육감에 의거한 논리의 비약을 통해 에이트의 정체를 알아냈다. 이블스 에이전트를 만들어낸 수수께끼의 과학자. 순식간에 전세계를 집어삼키고 시대를 격변시킨 지혜의 악마.
그는 그 과학자를 찾기 위해 이 도시까지 걸어왔다. 자신의 초능력마저 막아내는 인공지능의 원리를 탐닉하기 위해서.
“─찾아오길 잘했어! 나 같은 놈이 또 있을 줄이야!”
마이스터는 광분했다.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기쁨을 표출해냈다. 그러나 정작 에이트는 그 말에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마지막 말이 거슬렸다. 자기 같은 놈이라니…… 마치 이쪽이 저쪽과 동급이라는 말귀 같지 않은가. 절대 그럴 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너 같은 놈이라니?”
“하! 발뺌하지 마라! 너도 나 처럼 기계를 다루는 종류의 초능력을 타고 난 거지? 인공지능한테 내 능력이 통하지 않는 이유도, 지금 내 안드로이드들의 통제를 빼앗아가는 방법도-! 다 나와 같은 능력을 타고나서 그런 거야!”
“음, 굉장히 흥미로운 추측이네…….”
“초능력으로 사람들을 속여먹는 건 재밌었냐? 이제 그렇게는 안 될 거다! 너와 같은 능력을 지닌 내가 찾아왔으니까!”
마이스터는 자신만만하게 소리쳤다. 자신의 추측에 일절 틀린 점이 없으리라 굳게 확신하는 듯한 말투. 에이트는 그 확신 가득 담긴 말투를 들으며 제 귀를 씻어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상대방의 심기를 거스르는 어투를 지녔다. 만일 에이트가 정말로 마이스터의 추측대로 초능력자였더라면 지금 이 순간 그의 농간에 휘둘렸을 지도 몰랐다.
“할 말은 그게 다냐?”
“하하-! 그래, 우리 사이에 말이 필요하진 않겠지!”
“그럼 나도 한 마디만 하지.”
에이트는 사람 좋은 미소를 꽃피우며 내뿜는 전자기장의 출력을 올렸다. 더 많은 안드로이드들이 에이트의 통제 아래에 들어왔다. 그 사실을 저쪽도 깨달았는지, 식겁한 태도를 숨기지 못 했다.
“─숨겨놓은 게 있으면 지금 꺼내라.”
“무슨…….”
“만화 주인공마냥 진화할 거면 지금 하고, 변신할 시간이 필요하면 변신해라. 기다려주마.”
빌런은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듯 연신 두 눈동자만 껌뻑였다.
“네가 가진 모든 걸 꺼내 덤벼라. 그렇지 않으면…….”
enN1WnIzcFhHMVJuR0JvdkNPc013NW0xODY4bXpGSDNXclJKVmRFeHpuOWJ2RzBNWGJiZGw3QWtKdWdiYm94WA
타아앙-!
기어이, 안드로이드 중 한 기가 마이스터를 향해 총을 발사했다. 제어권의 일방적인 강탈. 순간적이나마 대응하지 못 했다.
마이스터는 피가 줄줄 흐르는 귓볼을 움켜쥐며 두 눈을 부릅떴다. 에이트는 최종 선고를 내렸다.
“죽을 테니까.”
“……씨발-!”
그 다음 순간.
두 사람의 영역권 싸움이 더더욱 격해지기 시작했다.
마이스터는 놀라우리 만치 항전했다. 총알에 스친 부상을 입고도(그것이 별로 크지 않은 상처라고는 하지만) 고통을 참아내며 정신력 싸움을 이어나간 것이다.
에이트가 능력의 출력을 올릴 때마다 그에 자극받은 양 덩달아 출력을 올리기까지했다. 평생 자신과 닮은 능력자를 만나본 적 없어 지금껏 발전하지 못 했던, 유년기 상태에 머물러 있던 초능력이 급속도로 발전하기까지 했다.
농담삼아 말했던, 만화 주인공스러운 능력의 진화마저 이뤄낸 것이다.
“끅, 끄으으윽……!”
그러나 아쉽게도, 이 싸움의 결말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같은 능력을 가진 생물과 기계가 싸움을 벌인다면, 생물은 결코 기계를 이겨낼 수 없다. 시간이 흐를 수록 생물은 그 능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될 테니까. 그러나 기계는 다르다.
하물며 에이트는 마이스터가 E 시에 당도하기 이전에 아주 수많은 기계 장치들을 도시 곳곳에 숨겨놓기까지했다. 혹시나 자신이 챙겨온 도구만으로 그를 이길 수 없게 되었을 때, 도시 전체에 설치해둔 도구들로 마이스터를 동시에 압박하기 위해서…….
다행히 그건 쓰지 않고 끝났지만.
에이트는 바닥에 쓰러진 마이스터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머리가 아프지? 그러길래 그걸 왜 들여다 봤어.”
“바, 방금 그건…….”
“네 능력을 카피한 기술의 근본.”
무한한 0과 1, 그리고 그 사이의 숨겨진 또 다른 숫자로 이루어진 4차원 입방체를 들여다 보았을 테니, 뇌가 멀쩡할 리 없었다. 실제로 마이스터의 코에선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한꺼번에 들이닥친 정보량을 감당하지 못 한 뇌혈관이 터져버린 것이리라. 에이트는 혀를 쯧쯧 차면서 품속에서 앰프 하나를 꺼내 마이스터의 코에 푹-! 꽂아넣었다.
“끄으윽-!”
“조금만 참아. 냅두면 죽는다. 그거.”
코에 꽂아넣은 앰프에서 뿜어져 나온 가스가 마이스터의 뇌를 이리저리 헤집으며 여기저기 터져나간 뇌를 고쳐놓기 시작한다. 잠시 후, 다시 한 번 거하게 검은 피를 토해낸 마이스터는 어지럼증을 참지 못 하겠다는 듯 바닥에 머리를 쿵쿵 찧어대다가, 화들짝 놀라 에이트를 올려다보았다.
“너, 너어어……!”
“눈치챘어?”
“너어어어-! 내 능력을 어떻게 한 거야!”
코에 앰프가 꽂힌 이후, 제 능력이 발휘되지 않음을 깨달은 마이스터가 실핏줄을 터트리며 매섭게 에이트를 노려보았다. 에이트는 놀랐다는 듯 과하게 리액션을 해준 뒤 무릎을 꿇고 그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이 세계에선 능력 없는 사람을 장애인쯤으로 취급한다고 하였던가. 눈앞의 빌런이 받은 충격은 어느 날 갑자기 사지가 잘려나가고 눈귀가 막혔을 때 받을 공포와 비슷하리라.
“걱정 마. 사라진 건 아니니까.”
“그, 그럼…….”
“대신 봉인했지. 허락 없이는 능력을 사용할 수 없도록.”
첫 마디에 안심했던 마이스터의 눈동자가 다시금 절망에 빠진다. 빌런인 자신에게 현대 사회에 터무니 없이 위험천만한 능력을 돌려줄 리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일까.
그 좌절에 물든 눈동자를 내려다보던 에이트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그를 일으켜 세웠다. 무슨 목적이냐는 듯 저를 쳐다보는 마이스터를 마주 보며, 에이트는 먼 옛날 교수가 저를 바라보던 것과 똑같은 시선으로 마이스터를 바라보았다.
“너를 수용소 따위로 보낼 생각은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수용소로 보내지 않겠다고? 그럼 대체 어디를-.”
“네가 갈 곳은 내 연구소다.”
흠칫-!
마이스터는 어째선지 모를 한기를 느끼며 몸을 흠칫 떨었다. 그러나 에이트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어깨를 붙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꾸우욱-! 근육 따위라곤 느껴지지 않는 얇팍한 팔뚝에서 영문 모를 강력한 아귀힘이 느껴졌다.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듯 집착 어린 손길.
“거기서 너에게 기초를 심어주마.”
하나부터 열까지.
그래.
나처럼 될 수 있도록.
사기꾼 나부랭이 소리를 들었을 때부터 결심했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