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Scoundrel of a Chaebol Family RAW novel - Chapter (15)
재벌집 망나니가 되었다 14화(15/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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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되었다.
임수아와 서은미가 내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고려 프레스티지에서 파견한 사람들이 내 집을 채우는 동안 나는 배달될 연습생들을 기다렸다.
그런데 오지를 않는다.
분명 강화에서 송도까지 그리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텐데.
뭐 사고라도 났나?
그냥 얌전히 기다려도 되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은 마음에 바로 폰을 들었다.
대상은 당연히 강 에밀리아다.
– …네. 도련님. 에밀리아입니다.
“내 번호 저장해 놓으셨네?”
– 그럼요. 누구 번호인데요.
“혹시 내가 왜 전화했는지도 알아요?”
– ….
말이 없다.
“연습생들이 아직 안 왔거든.”
– ….
“내가 분명 집에 도착했을 때 출발했다는 얘길 들었는데 아직도 소식이 없어.”
– …죄송합니다. 도련님. 저희 총무가 좀 많이 어벙한 놈이라. 길을 좀 잃은 것 같습니다.
“그래? 문제 없는 거 맞습니까?”
– 예. 제가 책임지고 도련님의 댁에 배달 하겠습니다.
에밀리아는 몇 번이고 내게 신뢰를 주고 전화를 끊었다.
“….”
뭔가 묘하다.
아까 직접 봤을 때는 이런 느낌이 아니었는데.
좀 더…. 그래. 수아 표현으로 싸가지가 없었지.
겉으로는 공손한 척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공손하지 않았던, 마치 날 깔보는 듯한 태도였단 말야.
근데 지금은 뭐 약점이라도 잡힌 것 마냥 어렵게 굴고 있으니 이상할 수밖에.
“주인님, 이것 좀 확인해 보셔야 할 것 같은데요.”
“응?”
그때 수아가 서류파일 하나를 들고 다가왔다.
레인보우 미라클과 체결했던 연습생 양도 계약서다.
정확히는 레인보우 미라클과 연습생들 간에 체결했던 계약을 내가 넘겨받는 계약이지. 두당 5억 원을 대가로.
“확인하던 중에 처음 보는 조항이 있어서요.”
“처음 보는 조항?”
계약서를 받아 읽었다.
별 다를 것 없는 내용이 쭈욱쭈욱 이어지다, 끝자락에 이질적인 필체로 적힌 이질적인 내용이 나타났다.
“…뭐야 이건.”
분명 체결하기 전에 계약서를 꼼꼼히 확인했었는데, 처음 보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배달을 완료하지 못할 시 거래 금액의 100배를 물어야 한다? 그러니까 에밀리아가 나한테 2500억을 줘야 한다는 거지?”
“정확히는 레인보우 미라클이요.”
“…이딴 조항이 왜 들어가 있는 거지?”
“그러게요.”
“….”
나는 이런 조항을 넣은 적이 없다.
그리고 수아도 그런 기색이 없다.
‘에밀리아가 가지고 있는 계약서에도 이 조항이 있다면…. 방금 전의 그 조심스러운 태도가 납득이 되지. 졸지에 2500억을 배상하게 생겼으니까.’
이상한 점은 그거다.
도대체 누가,
왜 이딴 조항을 넣었는지.
‘이 조항은 일방적으로 나한테 이득이야. 사기라 해도 좋을 정도로. 막상 일이 터지면 에밀리아는 말도 안 된다며 버티겠지만, 내가 고려 그룹의 오너 일가인 이상 관철하고자 한다면 그렇게 되겠지. 내가 에밀리아에게 2500억을 받거나…. 혹은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받아서 이득을 보는 사람이 있나? 그게 누구지?’
아니.
그런 인간이 있을 리가 없다.
생각을 바꿔보자.
‘…에밀리아로서는 반드시 연습생을 내게 배달 해야 돼. 그러지 않으면 파산이거나 인생이 아주 힘들어질 테니까. 그러면 이걸 가지고 협박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요구 조건을 들어주지 않으면 연습생을 배달하지 않겠다. 혹은 방해하겠다.’
그게 가능한 놈은 배달을 자처한 그 어벙한 남자일 테고.
“마침 계약서도 그놈이 가져왔었지.”
빙고.
“이용을 하네? 날? 감히?”
“무슨 이용을 해요?”
수아에게 계약서를 건냈다.
“찢어.”
“…예?”
“필요 없으니까 찢으라고.”
“이거 계약…. 알겠습니다.”
얼떨결에 받아든 그녀가 긴가민가 하면서도 계약서를 찢었다.
그걸 보며 나는 에밀리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다섯 번의 신호 끝에 받았다.
– …예. 도련님.
“지금부터 내가 말하는 것 중에 틀린 거 있으면 말해.”
– 네?
“누가 계약서에 수작을 부렸어. 레인보우 미라클이 나한테 연습생을 배달하지 못하면 2500억을 물어야 하는 조항을 몰래 넣은 거지.”
– 그,그건.
“그놈은 고의적으로 배달을 지연시키면서 너를 협박하고 있을 거야. 배달을 무사히 완료하고 싶으면 무언가를 내놓으라고.”
– ….
“그리고 정황상 그 놈은 니 옆에서 멍청하게 덤벙대던 총무일 테고.”
– ….
“여기서 걔가 원하는 건…. 솔직히 그거까지 맞추는 건 무리지만, 그 새끼도 남잔데 대충 니 몸 아닐까?”
그녀는 한참을 침묵하다 말했다.
– …직접 추리까지 하실 줄은 몰랐네요.
목소리가 살짝 떨리는 게, 적중인 모양이다.
“그래서 기야 아니야.”
– ….
“너 말 잘 해. 내가 직접 전화까지 했잖아.”
– …말씀하신 게…모두 맞습니다. 그런데 도련님, 그 계약서는-!
“계약서는 찢었어.”
– 예? 찌,찢으셨다고요?
“어. 괘씸하잖아. 날 이용해서 지 목적을 이루려 한다는 게.”
– ….
“그것도 내가 산 여자들을 인질로 삼아서. 아, 지금쯤이면 건드렸으려나? 하여간 여자들 옆에 남자를 붙여 놓으면 이런 사달이 나요. 내가 그래서 남자 배우도 자르고 프로듀서도 자르고 하는 거야. 뭐 아무튼. 계약서 건은 내가 넘어가 줄 테니까 데리고만 와. 니가 직접.”
에밀리아는 또 다시 꽤 오랫동안 침묵했다.
슬슬 지루해서 한 마디 하려 할 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 감사합니다. 도련님. 제가 꼭 책임지고 배달을 완수하겠습니다.
“너 그 말 두번째인 거 알지? 지켜라.”
– 예.
전화를 끊었다.
과연 일이 어떻게 진행될 지는 모르겠지만, 말도 안 되는 계약서를 찢어 버렸으니 내가 우려하던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을 거다.
여기서 최악의 상황이란, 에밀리아가 총무 놈의 뜻대로 놀아나는 거다.
내가 완전히 이용당하는 거지.
“수아, 범죄자 처분은 어떻게 됐어? 보고 들어왔어?”
“예. 연수1동 인근에서 한 범죄집단과 함께하는 것을 발견, 소탕했습니다.”
“놈은?”
“저격이 뇌를 관통했습니다. 현장 즉사입니다.”
“잘했어. 마침 저녁이니까 밥 먹고 복귀하라고 해. 비용은 고려 프레스티지로 청구하고.”
“네. 주인님.”
음습한 놈의 음습한 계획도 저지했고,
남자 주인공도 사살했다.
일이 아주 잘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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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전화를 끊은 에밀리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가슴에 큼지막하게 얹혀 있던 돌이 사라진 느낌이었다.
“그 새끼 아직 연락 안 되죠?”
“네. 대표님. 여전히 꺼진 상태입니다.”
김동기는 계약서를 잘 확인해보라는 문자를 남기고 폰을 꺼버렸다.
딴에는 도주와 더불어 에밀리아를 애타게 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그게 오히려 에밀리아에게 도움이 됐다.
그가 폰을 꺼두지 않았더라면 계약서를 확인하고 부랴부랴 전화한 그녀와 통화가 됐을 것이고, 그럼 다급한 마음에 돌이킬 수 없는 짓을 했을지도 모르니까.
“위치 추적은 됐어요?”
“아뇨. 아시다시피 폰이 꺼진 상태라…. 하지만 사람도 풀었고 경찰과 연계도 진행 중이라 머지 않아 소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대표님께 원하는 게 있는 것 같으니 반드시 다시 연락을 취할 거예요.”
“하긴. 폰이 켜져 있어야 내 사진을 받든 동영상을 받든 할 테니까.”
“예?”
“아무것도 아니에요. 계속 찾아봐. 그리고 바로 나갈 수 있게 준비해두고.”
“네. 대표님.”
비서가 나가고, 에밀리아는 지친 듯이 의자에 몸을 실었다.
힘을 쭉 빼서 온전히 등받이에만 의지하니, 의자는 힘을 받아 빙그르르 회전했다.
그녀는 가만히 앉아 돌아가는 천장을 바라봤다.
“…역시 내 감이 맞았어.”
고무열.
분명히 소문과 다르다.
항상 약에 취해 있고 담배와 술을 즐기며, 여색을 밥먹듯이 하는 망나니.
그런 주제에 능력도 없고 야망도 없어서 사회에 도움이라고는 1도 안 되는 잉여인간 그 자체.
그에게는 항상 이런 평가가 따라 붙었지만, 오늘 그녀가 겪은 고무열은 다른 사람이었다.
‘숨기는 건가? 본인의 야망과 능력을.’
능력이야 아직 본 바가 없어 모르지만, 최소한 항간에 떠도는 것처럼 무능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야망 역시.
‘그런 성격인데 야망이 없을 리가 없지.’
그는 하고자 한다면 조작된 계약서를 그대로 밀고 갈 수도 있었다.
고려 그룹에는 그만한 힘이 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이용 당하는 게 싫다는 이유만으로 2500억을 찢어버린 거다.
그런 사람에게 야망이 없을 수가 있을까?
그 자존심으로?
‘숨기고 있는 거야. 확실한 타이밍을 잡을 때까지.’
아까 느꼈던 게 대략적인 감이었다면,
이제는 확신에 이르고 있다.
고무열에게는 분명 무언가가 있다.
– 지이잉.
“!”
폰이 울렸다.
발신인은….
“김동기…!!”
오늘 하루 종일 그녀를 열받게 했던 장본인.
놈이 전화를 걸어 왔다.
냅다 받았다.
“폰 켰네? 너 이거 위치 추적 되는 거 알고 있지? 타격대랑 경찰이 바로 출동했을 거야. 누가 먼저 도착하려나?”
– 에,에밀리아…. 사,사진은 준,준비 됐어?
“무슨 사진?”
– 아까…. 말했잖아. 팬,팬티 없이 노빤스로…. 교복을 입고, 포즈는-,
“뭔 개소리야 이 좆찐따새끼야. 너야말로 내 말 못 들었니? 그냥 물어주고 끝낼 거라고 너 같은 새끼한테 내 몸을 왜 보여주니?”
– ….
예상과 다른 반응에 동기가 침묵했다.
적어도 당황은 할 줄 알았는데, 뭘 믿고 이렇게 목소리가 높은 걸까.
설마,
– 너,너어…. 계약…서 꼼꼼히 안..봤구나? 그걸 봤다면 이럴 수는-,
“봤어 새끼야. 음습하게 장난질 쳐놨더라? 뭐? 100배를 배상? 진짜 내가 어이가 없어서.”
– 그,그런데도…. 나와 거,거래하지 않,않겠다고? 무려 2500억인데.
“그거 말인데, 도련님이랑 전화해서-,”
고무열이 계약서를 찢었다는 말을 하려던 그녀가 멈칫했다.
그리고 좋은 생각을 떠올리곤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내 몸으로 해결하기로 했어.”
– …뭐?
동기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그리고 원하지 않았던 소식을 들은 듯한 반응이었다.
“내가 아무리 그래도 2500억을 마련할 수는 없잖아. 그거 우리 회사 팔아도 안 나오는 돈인데.”
– 바,방금…뭐라고….
“그러니 별 수 있어? 도련님한테 도게자 박고 싹싹 비는 수밖에.”
– 방금 뭐라고 했냐고.
실시간으로 들려오는 반응이 고소하다.
에밀리아가 웃음을 머금고 대답했다.
“내가 좀 예쁜 편이잖아? 니가 사진 하나 얻어 보겠다고 이 지랄을 할 만큼. 그래서 그런지 도련님도 흔쾌히 받아주시더라. 좆집으로.”
– ….
“이야. 확실히 재벌이 통이 크긴 커. 2500억을 보지로 퉁쳐주겠다니.”
– ….
“니 덕분에 내 보지 존나 쑤셔지게 생겼다. 이 씨발새끼야.”
– …그만둬.
“뭐?”
– 그만두라고!!!
“뭐래 븅신이. 지가 일 벌려놓고.”
– 너 거기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
“뭐어?”
뚝.
전화가 끊겼다.
고소함과 동시에 황당함을 느낀 에밀리아가 웃음을 터뜨렸다.
“지금 여기로 오겠다는 거야? 미친새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