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Scoundrel of a Chaebol Family RAW novel - Chapter (152)
재벌집 망나니가 되었다 151화(15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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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장과의 화상 연결, 준비되었습니다.”
“틀어.”
내 앞으로 큼지막한 화상 채널이 오픈된다.
원래는 괘씸한 마음이 들어 화상 연결 따위 안 하려고 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다른 게 아니고, 지금 남동구 구청장이 젊고 산뜻하고 예쁜 여자가 아니라 중년의 그저 그런 인간이라는 보고를 받아서다.
굳이 내가 방문하거나 저 인간이 나를 찾아오거나 할 필요가 있을까.
그냥 서로 필요한 부분들만 딱딱 얘기하면 되지. 일정도 빠듯한데.
파앗!
화상이 연결되면서 웬 중년의 푸짐한 여자가 의자에 앉아있는 모습이 내 눈 앞에 펼쳐졌다.
본인 집무실에서 화상을 받은 듯, 그녀는 흔히 말하는 사장님 의자에 앉아 있었다.
다소 거만한 표정과 안티 에이징을 거치지 않은 날얼굴, 거기에 푸짐한 살집까지 더해지니, 첫 만남부터 그렇게 유쾌하지는 않았다.
– 그 유명한 도련님을 뵙게 되니 반갑습니다. 남동구 구청장, 여채린이라고 합니다.
“고무열입니다.”
서로 간단한 인사를 주고 받는다.
대충 보니 저쪽도 나를 그다지 마음에 들어 하는 기색은 아니다.
– 무슨 용건이신지, 대충 들어 알고는 있습니다. 최근 남동공단을 개발하실 계획을 세우고 계시다고요.
“알고 계신다니 얘기가 빠르겠군요. 이번에야 말로 잃어버린 땅을 되찾아 인천 시민의 정당한 권리를 바로 세울 생각입니다.”
– 도련님께서 인천 시민의 안전과 권리를 그렇게도 생각해 주시니 감읍할 따름입니다만, 저로서는 그 숨은 의도를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숨은 의도?”
여채린은 비릿하게 웃었다.
그녀의 좋지 않은 외모와 더해져 한 층 기분이 나빠졌다.
– 김은지 의원과 접촉하셨더군요. 미약하기 짝이 없는 공공안전회복위원회의 힘을 빌려 무언가를 많이 얻어 가시려 하는 것 같은데.
“인천의 치안 회복을 담당하는 상임위가 공공안전회복위원회이고, 마침 남동공단이 위치한 남동구 갑을 지역구로 둔 의원이 김은지일 뿐입니다. 뭐 문제라도 있습니까?”
– 문제랄 건 없지만, 꼬집을 구석은 많은 편이죠.
아 씨.
뭘 이렇게 능글맞게 빙글빙글 돌려대는지 모르겠네.
이래서 정치하는 인간들이랑 대화하는 게 싫다니까.
그래서 원하는 게 뭐냐고.
– 도련님, 김은지 의원의 더 나은 미래당은 이 나라를 망치는 존재입니다. 평등 자유 헌법당은 뭐 정당 같지도 않은 잡것들이구요. 사실상 이 인천에 정당 다운 정당은 저희 진보혁신당 뿐이랍니다.
개수작을 부리길래 단칼에 끊었다.
“나는 정치 파벌 같은 거 관심 없습니다. 내가 당장 하고 싶은 건 당신과의 담판을 통해 답을 얻는 거죠. 남동공단 갱단 청소를 도와줄 수 있는지, 도와준다면 어느 정도 규모로 조력할 수 있는지, 그 이후 남동공단 전면 개발에 대한 지원을 할 의사가 있는지. 해당 구역에 입주할 법인 및 개인에 대한 세제 혜택과 각종 편의 제공을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뭐 이런 거 말입니다.”
– 성격이 급하시군요.
“그러게 지난번에 오셨으면 여유 있게 커피라도 한 잔 마시면서 대화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 제가 이래 봬도 바빠서 말입니다. 도련님께만 시간을 낼 수는 없어서요. 말씀하신 바는 관련 부처와 충분한 논의 끝에 답을 드리도록 하죠.
“지금 여기서 답을 들었으면 하는데.”
– …. 그건…. 행정 절차 상 조금 힘들겠는데요. 젊은 도련님의 아무리 급한 요구라 해도 이 나라에는 적법한 절차라는 게 있-
그녀의 말이 끝나기 전에 손을 들어 끊었다.
“그럼 일단 이것부터 확답 주시죠.”
잠시 불쾌한 표정을 드러냈던 그녀가 다시 원복된 표정으로 반문한다.
– 어떤?
“남동공단의 땅 주인 말입니다. 지금의 갱단 슬럼가가 들어서기 전에 이미 주인들이 있었죠. 그 문서가 있을 것이고. 그들의 적법한 소유를 증명하는 땅문서가 있을 겁니다. 그걸 인정해 주시죠. 그래야 개발 추진이 편합니다.”
– 흐음~.
그녀가 묘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다 입가를 주욱 늘이며 미소 짓는데, 거대한 두꺼비 같아서 비주얼은 상당히 별로였다.
하다 못해 안티 에이징이라도 좀 하지 이게 뭐냐.
정치권에 좆쓰레기병신 같은 자연주의 시민단체랑 연계한 정당이 있다던데, 그게 이 새끼들인가??
그 어떠한 유전자 편집도, 임플란트 삽입도 거부하는 순수 주의자들.
유럽을 망친 PC주의 변종의 일종인데 아주 골 때리는 것들이다. 그런 게 이렇게 대한민국에도 스며들어 와서 떡 하니 구청장까지 차지하고 있다 이거지.
– 도련님께서 상당수의 땅문서를 확보하신 모양이군요. 그렇게 말씀하시는 걸 보니.
“부정은 하지 않겠습니다.”
– 뭐, 좋습니다. 어차피 효력을 갖고 있는 문서이기도 하고. 이제 와서 없던 일로 했다가는 많은 혼란과 반발이 있겠지요. 그 부분은 전향적으로 수용하도록 하죠.
일단 산 하나는 넘었군.
기껏 모조리 확보한 땅문서인데 이제 와서 ‘이거 인정 못함.’ 이지랄로 나와 버리면 여간 골치아파지는 게 아니다.
하지만 구청장이 본인 입으로 땅문서의 소유 관계를 인정하겠다고 했으니, 이제 공식적으로 남동공단 전체는 내 땅이 됐다.
– 그 대신, 땅의 일부를 저희 구청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해줬으면 하는데요?
“뭐?”
– 저도 제 나름의 상징성은 확보해야 하지 않겠어요? 도와주려면 그 정도 성과는 있어야죠. 예를 들면 새 구청을 그쪽에 신설한다던가.
“…그건 추후에 논의 하시죠. 구청 측에서 따로 적절한 땅문서를 확보할 수도 있는 일이니. 애초에 법과 절차대로 진행할 뿐인 건데 그게 모종의 대가를 받아야 하는 일입니까?”
– 모든 일에는 품이 들어가는 법이랍니다. 도련님. 대가 라고 하기에는 조금 느낌이 이상하니, 정당한 ‘비용’이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우리 구청에서 땅문서를 확보할 수도 있을 거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그게 불가능해 보이는군요. 도련님께서 엄청난 규모의 땅을 미리 확보하셨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
정치인은 정치인이라 이건가.
쓸데 없이 감이 좋네.
아니면 뭐 소문이라도 돌았나?
수아가 한두 명이랑 접촉한 게 아니니까 소문이 돌아도 이상할 건 없지.
이후에도 구청장과의 협상은 계속 됐다.
뒤로 빼는 듯 하면서도 나름 도와주겠다는 것들이나 지원 약속 등을 시원시원하게 해줬는데, 가장 중요한 개발 관련해서는 자꾸 확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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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지의 상임위와 구청장이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지원을 포함한 개발 계획을 수립해야 스무스하게 일이 진행 되는 건데, 이 두꺼비 같은 년이 계속 능글맞게 확답을 피하고 있다.
이런 식이면 김은지의 공공안전회복위원회 단독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그걸 구에 강요하는 그림을 가져갈 수밖에 없다. 물론 그 경우 상당한 정치력이 소모될 거다. 반발에 부딪힐 수도 있고.
‘아오 이 두꺼비가.’
성격 같아서는 바로 그냥 씨발년 박으면서 하라는대로 하라고 외치고 싶은데, 상대는 체급이 있는 정치인이다.
할아버지나 고모들이라면 모를까, 아직 기반도 별로 없는 내가 막나갈 정도는 아니라는 거지.
그나마 고려 그룹의 도련님 정도 되니까 이렇게 대면이라도 할 수 있는 거다.
원래는 택도 없어.
‘그냥 재끼고 진행해야 하나? 이 년, 지 원하는 거 들어주기 전 까진 안 도와줄 기세인데.’
대화를 나누다 보니 대충 견적이 나왔다.
이년과 이년의 정당이 원하는 거.
그걸 들어주겠다고 하면 아마 적극적으로 내 요구를 수용할 거다.
근데 씨발 안티 에이징을 비롯한 생명공학 전반적인 기술과 임플란트를 거부하는 순수 주의자들의 단체를 공식적으로 스폰하고 자기들 정당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라는 븅신 짓을 할 수 있겠냐고. 고려 그룹의 손자가. 말도 안 되지.
‘일단…. 땅문서의 효력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게 한 것만 해도 성과다. 병력 지원도 얻어 냈고.’
그래.
어떻게 한 술에 모든 걸 다 퍼담겠어.
오늘은 이걸로 만족하자.
개발 계획은 나중에 다시 논의하면 되지.
화상 회의를 끝낸 후, 이나은에게 전화했다.
그녀는 마침 새로운 특검, ‘남동공단 중대 범죄에 대한 특검’이 되어서 막 남동구 쪽에 거점을 마련하는 중이었다.
거기에 김은지의 상임위인 공공안전회복위원회와 연계까지 해서 그 덩치가 엄청나게 불어났다.
사람들의 이목도 집중됐다.
연예계 성상납 비리에 대한 특검을 지휘했던 이나은이, 불과 며칠 텀으로 또 다른 특검을 맡게 되었으니까.
그것도 이번 특검은 무려 남동공단을 대상으로 한 거다.
인천시의 명물(?) 남동공단에 대한 대대적인 작전이 예고된 만큼, 벌써부터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진행사항.”
– 문제 없습니다 주인님~. 상임위에서 나온 사람들이 상당히 열심히 중재해주고 있어서 경찰국과의 연계도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어요.
“다행이네.”
작전은 이미 반 쯤 시작됐다.
남동공단 안에까지 모든 소식이 다 들어가기 전에 포위망을 구축해야 한다.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보도 시작될 거야. 나 역시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언플 들어갈 거고. 준비 확실하게 하고 있어.”
– 네. 주인님. 염려 마세요.
전화를 끊고 고민지의 기사들을 이나은에게 보냈다.
그녀가 알아서 편제를 짜서 남동공단 조이기에 들어갈 거다.